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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142화 (141/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142화

142. 차도살인지계(2)

“재밌네.”

오승택은 아예 입까지 벌리고 구경했지만 상혁은 금세 정신을 차리고는 피식 웃었다. 마법이 아닌 과학으로도 마법 같은 연출을 하는 게 얼마든지 가능했다.

순간적이나마 상혁은 자신이 텔레포트 게이트를 탄 것이 아닌가 싶은 착각이 들었을 정도이니 말이다.

사치의 향연.

상혁의 눈에도 비싸 보이는 조각과 그림이 사방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벽에는 금이 발라져 있었고 하늘에는 크리스탈을 깎아 만든 듯한 밤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상류층 중에서도 인증받은 최상류층만 출입할 수 있다고 하더니 그게 사실인 모양이다. 상혁은 턱을 가볍게 쓰다듬고는 오승택의 옆구리를 쿡 쳤다.

“억.”

“정신 차려.”

“죄, 죄송합니다.”

자신의 추태를 깨달은 오승택이 입가에 흘러내린 침을 슥 닦았다. 하지만 상혁은 그런 오승택을 더 나무라지 않았다. 충분히 서울에 갓 상경한 촌놈 같은 반응을 보이고도 남을 정도의 별천지였기 때문이다.

“이런 걸 만든 놈의 머리를 열어 보고 싶군.”

상혁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시야를 가리는 사치의 향연의 너머를 들여본 순간 재밌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각이 없어. 내부를 촬영하고 있는 카메라만 오십 대가 넘는군.’

그냥 보기만 해도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현란하기 그지없는 장식과 인테리어가 가득한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아무리 고도로 훈련을 받은 사람이라고 해도 저 너머에 카메라가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는 없었다.

그게 평범한 인간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상혁은 그 한계를 아득히 벗어난 초인이다. 눈을 현혹하는 사치의 향연은 껍데기에 불과할 뿐, 상혁은 저 너머에서 이 안을 감시하고 있는 수많은 눈길을 느꼈다.

최상류층만 출입할 수 있는 곳에 깔린 카메라라.

이런 곳을 만든 놈의 머리는 비범할 것이 분명했다. 가나안이나 지구나 은밀하게 최고의 보안이 이뤄지는 곳에 대한 수요는 늘 있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곳은 그 모든 것을 충족시켜 준다.

벽 너머에 깔린 감시의 눈길만 아니라면.

‘보호가 아니라 감시다.’

상혁은 벽 너머의 카메라가 보호의 성격을 띠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만약 이곳에 출입하는 최상류층의 보안을 위해서라면 카메라는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벽 너머에서의 카메라는 움직이고 있었다.

출입하는 사람들을 전담하듯 한 개의 카메라가 한 명의 사람을 쫓아 움직이고 있었다.

“이사장님?”

“들어가지.”

상혁은 재밌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아래로 내린 손을 가볍게 튕기자 그곳에서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스파크가 튀었다.

‘저 카메라를 조종하는 컨트롤 타워가 있겠지.’

상혁의 마력이 전기 신호로 변환되어 벽 너머의 카메라 한 대에 침투해 거꾸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 사이 상혁은 긴 복도를 지나 커다란 홀에 도달했다.

“우와…….”

오승택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흘렸다. 이곳은 그냥 사치스럽기만 한 곳이 아니다. 사치의 향연이 사람을 현혹하지만 동시에 거대한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꾸며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과한 사치가 과하게 느껴지지 않고 예술로 느껴지는 것이다.

사치를 허영이나 싸구려가 아니라 예술로 느껴지게 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이런 쪽에 웬만한 이해도가 없고는 연출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바로 과한 것을 예술로 느껴지게 만드는 일이다.

상혁은 그걸 느끼며 빙긋 웃었다.

‘지구에도 있었군. 가나안의 바커스 같은 놈들이. 하긴 없는 게 더 이상한가.’

상혁의 웃음 사이로 난폭한 살기가 섞였다가 사라졌다.

가나안의 바커스.

그들은 음지의 길드였다. 음지의 길드지만 가나안의 귀족들 중 모르는 이가 없는 곳이었다. 고상한 것을 좋아하는 귀족들이 음지의 길드를 알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은 어디든 존재했다.

바커스의 길드원은 바에서 술잔을 나르는 종업원일 수도,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거지일 수도 있었으며 영지를 책임지는 영지병일 수도 있었다.

바커스의 길드원들은 대륙 어디든 있는 백성들에 녹아들어 그 세를 유지했다. 그런 그들이 어디든 존재하는 것은 당연했다. 세상에 백성이 없는 곳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커스는 암적인 존재였다.

백성에 기생하여 그들의 고혈을 빨며, 귀족들이 떳떳하게 못 하는 더러운 일을 대신해 주는 곳이 바로 바커스였다.

귀족들은 그들을 통해 드러낼 수 없는 은밀한 욕망을 채웠다. 마법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마탑에서 금지된 재료들을 구하기 위해 바커스 길드를 이용했다.

그렇게 바커스 길드는 백성들 속에서 덩치를 불리며 세를 떨쳤다.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기생충들. 기득권의 노예들.’

상혁이 가나안에서 영지전에 패배하고 노예로 팔려 나갔을 때 그를 팔았던 것이 바로 바커스다. 상혁은 인체 실험을 하기 위해 대상을 찾고 있던 마법사에게 그때 팔려 나갔다.

그리고 상혁이 대마법사가 된 후.

상혁은 자신의 눈에 띄는 모든 바커스를 쓸어버렸다. 귀족들의 항의, 마법사들의 반항?

다 필요 없었다.

바커스가 있다는 곳이면 대륙을 가로지르는 한이 있더라도 날아가 그들의 근거지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바커스는 상혁 개인을 두려워하여 더욱더 음지로 숨어들었다. 그러나 상혁은 그들이 어디로 숨어들든 개의치 않았다.

상혁은 용병 길드를 이용하고 정보 길드를 이용했다. 암살 길드까지 이용하며 바커스의 모든 정보를 끌어모았고 그렇게 바커스를 박멸했다.

‘바퀴벌레 같은 놈들.’

바커스는 바퀴벌레였다. 그들은 귀족들의 은밀한 취미와 사생활을 위해 각 도시와 마을의 외지고 허름한 곳에 아방궁을 지었다.

지금 이 고급 바처럼.

최상류층이 모인다는 이 고급 바도 그들에게 기생하기 위한 바커스 같은 놈들이 이곳에도 있어 이런 곳을 만든 것이다.

상혁은 얼굴을 찡그렸다. 그렇게 생각하자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느껴지던 이 바에서 악취가 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더럽고 은밀한 욕망이 버려진 쓰레기장에서 나는 냄새.

상혁은 쓰레기가 상하는 냄새를 맡았다.

슥.

그때 바에 앉아 홀로 술잔을 기울이던 마이클이 손을 들었고 상혁은 그 앞에 앉았다.

“영화를 많이 보셨군요. 007 흉내를 내시다니.”

“CIA의 특권이기도 합니다.”

“비밀이 비밀로 남지 않는 곳일 텐데요.”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보시면 됩니다. 이곳에서 나눈 이야기는 바깥으로 절대 흘러나가지 않습니다.”

“그래요…….”

상혁은 말을 길게 늘였다. 과연 그럴까. 상혁은 자신이 벽 뒤의 감시 카메라 중 한 곳에 심어 놓은 신호가 위층으로 향하는 것을 느끼며 어깨를 으쓱했다.

“여기 있습니다.”

상혁은 그에게 연구소에서 얻은 장부 중 일부를 내어놓았다. 그 안에는 글레이저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 서류를 넘겨 본 마이클의 눈이 커졌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마이클은 이걸 어떻게 얻었냐는 등의 질문은 하지 않았다. 상혁이 주는 걸 받기만 하는 자리다. 자신의 궁금증이 상혁을 불쾌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는 뜻이다.

그의 깔끔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보시면 알겠지만 그건 일부입니다.”

“두 번은 소용이 없을 겁니다.”

이 증거는 모리조에게 갈 것이다. 그리고 모리조는 이걸로 글레이저를 압박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리조와 글레이저 간의 진흙탕 싸움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이건 두 번은 사용하지 못한다.

“글레이저에게는 그렇지요.”

“그럼…….”

“지워 둔 이유가 있습니다. 아직 공개될 필요가 없는 이름들이지요.”

상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제피렐리, 노리치, 포든.’

원탁의 나머지 가문들. 그 가문들의 이름이 그 안에 모두 다 적혀 있었다. 불로장생을 꿈꾸는 허망한 인간의 욕망을 좇는 이들은 원탁의 모든 가문들이었다.

아마 마이클도 그건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그 가문들이 모두 손을 잡지 않은 다음에야 사만다 허드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고 한국의 미군기지에 연구소가 세워질 리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거가 없었다.

그런데 증거가 생겼다.

“쓸 일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저도 미국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은 원치 않는지라.”

그 이름들이 공개된다면 미국은 극심한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질 것이다. 원탁의 치부가 드러났는데 프리메이슨이 가만히 있을 리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각자가 동원해 공격과 방어에 나설 것이다. CIA의 일원으로 마이클은 그런 일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내전은 링컨 대통령 때 겪은 것으로 족하다.

마이클은 귀를 닫기로 했다. 상혁의 말대로 거기까지 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것의 전부다.

“모리조에게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시죠.”

상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악취가 나는 이곳에서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았다. 마이클은 그런 상혁을 붙잡지 않았다.

‘위험한 사람이다.’

마이클은 상혁이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목 뒤를 닦았다. 흥건하게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 상혁은 그의 손에 들어가서는 안 되는 것을 들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그가 얻어 냈다는 뜻이다.

‘글레이저 가문의 프로젝트가 실패하고, 모리조 가문과 CIA의 비밀 공작국이 나섰다가 실패한 그 모든 것의 배후에.’

저 남자가 있었다.

마이클은 거리를 벌려야 함을 깨달았다. 마이클은 의식적으로 상혁을 잊었다.

* * *

복도에 범상치 않은 기도를 지닌 남자가 나타나 상혁을 향해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상혁은 그의 위아래를 살펴봤다.

“무슨 일입니까?”

“마담께서 한 번 뵙고자 의중을 여쭤보라 절 보내셨습니다.”

“마담?”

“이곳의 주인이십니다.”

이 바에는 제대로 된 이름이 없었다. 이름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곳은 대한민국에 이곳이 유일무이했기에 이름이 없다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무명의 마담이라. 나를 왜요?”

“그것까지는 알지 못합니다. 단 직접 오시지 않고 모셔오는 것에 대한 무례를 사과한다고 하셨습니다.”

“음.”

안 그래도 이곳에 대해서 궁금증이 생긴 상혁이다. 위층에 이곳의 카메라의 컨트롤 타워가 있었다. 그런 곳의 주인이 자신을 부른다?

“가죠.”

“감사합니다. 그럼.”

남자가 옆으로 비켜섰다. 상혁이 그를 지나치고, 오승택이 따르려는 순간 남자가 막았다.

“죄송합니다. 가실 수 있으신 분은 백상혁 님뿐입니다.”

상혁이 뒤를 돌아봤다. 오승택이 당황한 표정으로 상혁을 쳐다보고 있었다. 상혁은 어깨를 으쓱한 뒤 입구에서 했던 것처럼 돌아섰다.

“그래요? 그럼 안 가죠, 뭐.”

“예?”

“오라 가라 하는 건 그렇다 치는데. 누굴 데려갈 수 있느냐 없느냐는 내가 정해야지. 안 그래요?”

“…….”

상혁은 남자를 지나치려고 했다. 그때 남자가 손을 뻗어 상혁의 어깨를 쥐려고 했다.

턱!

콰악!

“큭!!”

오승택이 남자의 손을 잡아서 전광석화처럼 꺾었다. 오승택이 요새 외면받고 있지만 애초에 오승택은 군 출신의 알아주는 실력자다.

단박에 오승택에게 제압당한 남자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손을 대려고 했던 건 마음이 급해서…….”

“으음.”

상혁은 피식 웃으며 오승택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오승택이 남자의 손목을 놓고 뒤로 물러섰다. 남자는 손목을 휘휘 돌리면서 상혁에게 허리를 구십 도로 숙였다.

“죄송합니다. 함께 가시죠.”

“누군지는 모르지만 마담이 대단하신 모양이네. 뭐 가봅시다.”

상혁이 히죽 웃으며 남자에게 턱짓했다. 안내하라는 뜻이다. 결국 남자는 오승택을 제지하지 못한 채 상혁을 안내했다.

띵.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왔다. 엘리베이터는 1층을 지나쳐 더 위로 올라갔다. 그곳에 도착한 상혁은 문이 열리자 후끈한 열기가 느껴지자 눈을 작게 좁혀 떴다.

거대한 서버다.

웬만한 전산업체에서 쓸법한 거대한 서버 수십 대가 앞을 가득히 메우고 있었다. 그곳에서 나오는 열기가 후끈하게 공기를 덥히고 있었다.

소음도 꽤 심한 곳을 지나자 열기와 소음이 줄어들었다. 그때 안내하던 남자가 옆으로 비켜섰고 상혁의 눈에 마담이란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무명의 마담인 안주영이라고 합니다.”

휠체어에 앉은 중년 여인이 두 손을 모은 채 상혁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주영을 본 상혁의 눈에 이채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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