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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130화 (129/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130화

130. 형 대접을 받고 싶으시거든(5)

백이현은 심호흡을 깊게 했다. 말이야 그렇게 하고 끊었다지만 속에서 부글거리면서 화가 끓어 올랐기 때문이다.

“건방진 새끼.”

손을 내밀긴 했지만 백이현은 상혁이 거슬렸다. 제 것에 마음대로 손을 댔기 때문이다. 가볍게 누가 우위에 있는지 알려 주기 위해 그가 후원하고 있는 주먹들을 보냈지만 그럼에도 상혁은 겁을 먹거나 기가 죽은 기색이 전혀 아니었다.

“유 실장.”

“예, 회장님.”

유원태는 백이현의 분노를 느꼈다. 그가 재깍 고개를 숙이자 백이현이 유원태에게 물었다.

“백상혁에게 믿는 구석이 있나?”

황제파가 움직였다. 백이현이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주인이자 황제파의 모든 것을 만든 백이현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분명 상혁은 지금 위기에 빠졌다. 그럼에도 상혁은 되려 자신에게 협박했다.

“그게 아니고서는 그 상황에서 나한테 이렇게 협박하는 게 말이 되나?”

오히려 상혁은 그냥 넘어가 주겠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 그 끝 없는 자신감 끝에 무엇이 있는지 백이현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혹시 그 경호원들을 믿는 건가?”

백이현을 근접 경호하는 경호원들이 여자인 상혁의 경호원에게 묵사발이 났다는 것을 들었다. 그걸 듣고 한 번 더 분노했던 백이현이지만 이미 화를 냈던 일로 다시 한번 화를 내지 않는 게 그의 장점 중 하나였다.

“어쩌면 비서실을 믿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비서실.”

백이현은 깊은 속에서 나오는 것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비서실을 믿고 있다면 상혁이 그렇게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안 그래도 비서실의 김대엽이 상혁의 곁에 비서 하나를 붙였다는 것에 고민했던 그다.

그는 감시자일 테지만, 기반이 부족한 상혁을 비서실에서 지지하고 있다는 뜻도 되기 때문이다.

비서실의 뜻은 곧 백성철의 뜻이다.

그러나 이해가 완전히 되진 않았다.

“고작 비서실을 믿었다고? 비서실에서 그걸 상혁에게 이야기를 해 주었고? 그건 김 실장이나 회장님의 방식이 아니야.”

상혁이 그걸 믿고 나대는 것이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김대엽 비서실장이나 백성철 회장이나 먼저 친절하게 말로 무언가를 설명해 주는 성격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켜보지. 돌아오는 애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될 테고.”

“예. 곧바로 호출할 수 있도록 조 대표에게 말을 해 놓겠습니다.”

백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무언가 개운하지 않았다. 상혁과 손을 잡는 것이 맞나 싶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무력 거리며 피어올랐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도현이에게 넘기는 것보다는 내가 손에 쥐는 게 낫지.”

그가 손에 쥐려고 하는 상혁이 사실은 사람을 한 번에 죽일 맹독을 품은 무언가라는 것은 상상도 못 한 채.

* * *

“오승택.”

“예, 이사장님.”

차 주변을 네 대의 차가 빈틈없이 감싸고 노골적으로 갓길 쪽으로 몰아갔다. 그리고 서서히 속도를 줄이자 차를 받을 수 없던 오승택도 어쩔 수 없이 속도를 줄여서는 섰다.

덜덜덜.

차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하지만 상혁은 차분한 표정으로 오승택에게 말했다.

“누가 서라고 했어.”

“예.”

“누가 서라고 했냐고.”

오승택이 당황한 표정으로 룸미러를 통해 상혁을 쳐다봤다. 하지만 상혁은 미친 것이 아니었다. 상혁은 턱짓했다.

“밟아.”

“하, 하지만 앞에 차가…….”

“걱정하지 말고.”

상혁이 그 말을 하자 오승택의 두 눈에 빛이 돌아왔다. 하지만 이창엽은 아니다. 이창엽은 대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상혁에게 말했다.

“위험합니다!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것이…….”

“백이현이 날 협박했죠. 앞에서는 웃으면서 대화해 놓고 내가 자기 걸 건드려서 교육을 시켜 주겠다네요. 기 싸움인 거죠. 자기가 이만큼 힘이 있으니 알아서 조심하라는 소리인 거고.”

이창엽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백이현은 원시적이고 야만적이었으나 확실한 방법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상혁은 피식 웃었다.

“그런데 가만히 있으라는 겁니까? 차만 개판 내겠다고 했다고? 이 비서. 아예 백이현을 찾아가 잘못했다고 사과하라고 그러지 그랬습니까.”

“그, 그런…….”

“여기까지만 알면 됩니다.”

스윽.

상혁이 이창엽을 재웠다. 그러자 이창엽이 눈을 스르르 감았다. 상혁은 그의 머리 위에 손가락을 올리고는 마나를 가볍게 뿜어내면서 손가락을 움직였다.

“됐다. 이제 일어나면 이 순간을 기억 못 할 거야.”

컨퓨전 마법을 걸었다. 그러니 일어나면 기억이 꼬여 지금 이 대화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상혁은 피식 웃으며 손가락을 한 번 더 튕겼다.

“내리지도 못할 거 왜 이 짓을 한 건지 모르겠네.”

오승택과 이선호가 무의식적으로 차창 밖의 차를 살폈다. 그러자 그들의 눈에 열리지 않는 차 문을 열기 위해 애를 쓰면서 주먹으로 차창을 두드리는 황제파 조직원들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상혁이 마법으로 그들이 못 내리도록 차 문을 잠가 놓은 것이다.

“뭐 해, 밟으라니까.”

“예! 도련님!”

그들에게는 상혁이 있다. 상혁을 믿고 오승택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그의 발이 악셀을 누르자 백이현이 직접 선물해 준 국내에 몇 대 없는 비싼 외제차의 엔진이 힘차게 마력을 뿜어냈다.

부르르릉!!

으르렁대는 맹수처럼 차가 튀어 나갔다. 상혁은 가속력에 몸이 시트에 파묻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쾅!

상혁의 차 위로 실드가 덮였다. 그와 동시에 차체가 낮은 상혁의 차가 앞을 가로막은 차의 뒤꽁무니를 턱하고 받자 차가 상혁이 탄 차의 위로 올라왔다.

키기기긱!!

그대로 차가 튀어 나가자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차 위로 올라온 차가 뒤로 그대로 미끄러졌다. 그리고 이내 쿵 소리를 내면서 도로에 다시 떨어지자 상혁의 차가 포위망에서 벗어났다.

그 와중에도 상혁의 차를 습격하려던 황제파 조직원들은 차 안에 갇힌 채 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럼 사회를 좀먹는 저놈들도 싹 치워 버려야지. 우리 경찰님들이 골치깨나 아프시겠지만 세금으로 그 월급 드리는 거니 그 정도 일은 하셔야지.”

상혁이 빙긋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어차피 1서클 마법들이기 때문에 수인을 맺을 필요가 없었다.

그저 심장의 고리를 회전시키며 마법을 떠올리기만 하면 된다.

딱, 딱, 딱, 딱!

상혁이 손가락을 튕길 때마다 푸른 마나가 피어올랐다가 사라졌다.

“데프, 페인, 블라인드, 컨퓨전.”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혁의 손바닥 위에 푸른 마나가 떠올랐다.

“힙노시스.”

귀머거리, 맹인, 고통, 착란.

네 가지 마법에 차에 갇힌 조폭들이 패닉에 빠지는 것이 마치 TV 스크린으로 무성 영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거기에 화룡점정으로 제 발로 자수하러 갈 수 있도록 최면을 건 다음 차 문에 걸었던 잠금 마법을 풀었다.

“밟아.”

“예, 도련님.”

그렇게 간단히 조폭들을 처리한 상혁이 오승택에게 말하자 오승택이 경외의 눈으로 상혁을 쳐다본 뒤 악셀을 밟았다.

“그러니까 봐주는 건 이번까지만이야, 백이현.”

상혁이 백이현을 떠올리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 * *

“자수…….”

“예. 죄송합니다. 그 때문에 자리를 비웠습니다.”

백이현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혁으로 인해 치밀어 오른 화를 진정시키기 위해 잠시 호텔에 다녀온 백이현은 유원태가 거의 다섯 시간 가까이 언질도 없이 자리를 비운 뒤 돌아오자 그 자초지종을 듣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것들이 단체로 약을 했나.”

바로 상혁을 습격하라 보냈던 황제파 조직원들이 전부 다 제 발로 경찰서를 찾아가 자수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유원태의 이름이 흘러나왔기 때문에 유원태는 경찰에 불려 가 조사를 받고 나왔다는 것이다.

그게 백이현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에 백이현도 손쓸 새도 없이 당한 것이 됐다.

“애들은.”

“경상자 넷에 중상자 둘입니다.”

“그렇게 많이? 습격한 건 맞고.”

“예. 그런데…….”

유원태는 망설였다. 경찰서에 자수하러 간 조폭들이 하는 말들이 전부 다 믿을 수 없는 말뿐이었기 때문이다.

“왜, 말해.”

“그, 조직원들이 하는 말이 이상했습니다. 백상혁이 탄 차를 포위한 것까지는 성공했는데 차 문이 열리지 않더니 백상혁의 차가 급발진을 해서 차를 부수고 나가 버렸다고…….”

“차 문이 안 열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다들 비슷한 착란 증세 같은 것을 보인 것 같습니다. 눈이 멀고, 귀가 안 들리고, 통증이 느껴지면서 머리가 아파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때 다시 문이 열렸고…….”

“열렸고.”

“차 문을 열고 내렸다가 뒤에서 오는 차들에게 치였다고 합니다. 말씀드린 부상자가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자…….”

백이현은 할 말을 잃었다. 차라리 이게 소설이나 영화라면 믿었을 것이다. 그런데 습격하라고 했던 백상혁은 멀쩡히 그곳을 빠져나갔고 보냈던 조폭들은 단체로 착란 증세를 일으키다가 차에 치여서 다쳤다?

“그럼 내가 시킨 건.”

“차에 설치된 블랙박스가 모두 부서져서 정확히는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인근 CCTV를 살펴본 결과 백상혁의 차는 멀쩡했습니다.”

“하. 사이드 하나 못 부수고 그 꼴이 났다고?”

백이현은 얼굴을 감싸 쥐었다. 백상혁에게 그럴듯하게 협박을 먼저 날려 놓고서는 그놈들이 제풀에 미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창피한 것이 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백이현은 그게 설마 상혁이 무슨 술수를 부렸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조철왕이 불러. 이 새끼가 조직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단체로 약을 처한 놈들이 돌아다녀.”

“대기하고 있습니다.”

조철왕, 황제파의 두목이자 서울을 주름잡고 있는 밤의 제왕인 그가 목줄을 찬 개처럼 끌려 들어왔다.

그는 감히 백이현 앞에서 고개도 들지 못했다.

밤의 제왕이라고 불리고 있다고는 하나 그가 세워 올린 모든 것들은 사실 백이현의 도움이 없다면 아무것도 이뤄 내지 못했을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밤의 제왕이라면 백이현은 신이다.

백이현은 자신의 손목시계를 풀었다.

“철왕아, 애들 관리 제대로 하는 게 그렇게 힘드니.”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이번 일은…….”

“힘들면 말해. 머리 식히게 북극까지 바다 여행하게 해 줄 테니까.”

휙, 꽈악.

백이현이 조철왕의 머리카락을 붙잡고는 위로 꺾었다. 조철왕은 비명도 내지르지 못하고는 이를 악물고 참았다.

바다 여행을 보내 주겠다는 건 드럼통에 넣어 시멘트를 부어 버리겠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죄, 죄송합니다, 대표님…….”

“흐흐흐. 우리 철왕이, 날 그렇게 오래 보고도 잘 모르네. 죄송하다는 말로 해결될 범위를 넘었어 철왕이.”

짜악! 짜악! 짜악! 짜악!

백이현의 손바닥이 조철왕의 얼굴을 내려쳤다.

* * *

“나우 호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백상혁 이사장님.”

상혁이 나우 호텔에 도착했을 때 그를 반긴 것은 노란 머리에 푸른 눈을 한 백인이었다. 그는 능숙하게 한국어를 구사했는데, 몸가짐이 세련된 것이 상혁 같은 VVIP를 전문적으로 접견하는 호텔리어인 듯했다.

“반갑습니다.”

“전 나우 호텔의 총지배인 마이클 무어라고 합니다.”

멈칫.

상혁이 그를 보고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비밀리에 왔었지만 오늘은 공식 일정이기에 누군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은 했는데, 그게 총지배인일 줄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우 호텔의 총지배인이라면 나우 그룹의 임원급과 같은 대접을 받는 인물이다. 사실상 이 호텔의 사장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안내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상혁을 앞장서서 이끌었다. 기자들이 나우 호텔에 상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특별 통로로 상혁을 안내했다.

“VVIP 전용 통로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희 나우 호텔은 모든 VVIP을 위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덕분에 귀찮은 일을 덜게 된 상혁은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그곳이 북적거리며 사람이 있다는 것이 곧바로 느껴졌다.

“미스 허드는 지금 메이크업 중이십니다. 이사장님께서는…….”

“난 됐습니다.”

기자들 앞에 보여 주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로 에스랜드에 가기로 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 잘 찍히기 위한 메이크업은 여배우에게 있어 필수다.

“그럼 나가시는 길도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가 꾸벅 고개를 숙이고는 뒷걸음질로 물러섰다. 상혁은 그를 보면서 턱을 쓰다듬었다.

“정보원?”

상혁이 마이클 무어가 나간 곳을 보면서 묘하다는 표정으로 턱을 문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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