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123화 (122/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123화

123. 어디든 쥐새끼는 있다(3)

[충격! 사만다 허드, 내한했다! 그 이유는 사랑 때문?]

[사만다 허드, 한국 재벌과 밀월 관계]

[르포 : 그들은 어디서 만났나?]

[재벌가와 결혼한 연예계 여자들]

지방에 그 근거지를 둔 삼류 찌라시 언론사들을 통해 상혁과 사만다 허드의 스캔들이 뻥 하고 터졌다.

처음에는 그걸 보고 비웃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꽤 충실한 내용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사진까지 함께 실려 있어 스캔들 기사는 단박에 포탈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리고 스캔들로 인해 만방에 백성철의 조카인 백상혁이라는 존재가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스무 살이란 어린 나이, 재벌임에도 어릴 적 부모를 잃고 고아원에 보내졌던 기구한 운명과 기적적으로 SG그룹에 돌아온 것까지.

사람들은 신데렐라와 재벌의 이야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매번 같은 내용의 아침 드라마와 일일 드라마가 그토록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이다.

이건 거의 현실판 아침 드라마였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이 폭증했다.

물론 SG의 광고를 받는 메이저 언론사들은 입을 다물었다. 포털 상위권을 스캔들 기사가 차지한 순간 SG 홍보실을 통해 엄중 경고가 내려왔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 번 붙은 불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메이저 언론사급은 아니지만 연예계에서는 굵직한 스타들의 열애설이나 특종을 보도한 <히든패치>에서 상혁과 사만다 허드 간의 첫 만남부터 사귀기까지의 모든 스토리를 담은 기사가 공개되자 마른 장작에 불을 붙인 것처럼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건 제아무리 SG그룹이라고 해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종류의 뉴스였다.

타악-!

백성철은 짜증 난다는 듯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을 내던졌다. 그러자 액정에 금이 쩍 하고 가면서 화면 위 상혁의 얼굴 위로 색이 팍하고 번졌다.

“상혁이는?”

“연락 두절 상태입니다.”

“사람 붙여 놓았다면서?”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보아하니 전혀 모르는 일이었던 듯싶습니다.”

백성철은 김대엽을 빤히 쳐다봤다. 그는 거칠게 겉으로 화를 토해 내지 않았지만 노랗게 빛나는 듯한 두 눈이 김대엽을 꿰뚫을 것만 같았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죄송하다는 말보다는 결과를 가져와.”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백성철의 말에 김대엽이 곧바로 이어 말하자 백성철의 입꼬리가 씰룩했다. 잠시 실망했지만 김대엽을 보니 이미 다방면으로 준비를 해 놓은 상태란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뭐가?”

“사만다 허드가 입국한 기록이 없습니다.”

“기록이 없다?”

“예.”

그렇다면 사만다 허드가 밀입국을 했다는 소리다. 백성철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 서양 계집이 유명한 배우라고 하지 않았나?”

“예. 저희 SG전자의 미주 모델로도 채용하고 있어 꽤 정보가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기록이 없다?”

백성철은 턱을 쓰다듬었다. 무언가 있다는 촉이 왔다. 그렇다면 상혁과의 스캔들도 단순히 진짜 남녀가 정분이 난 것이 아닐 수도 있었다.

“이 히든패치란 놈들이 쓴 기사는. 어디서 만난 것부터 나오던데.”

히든패치가 쓴 상세한 기사 안에는 상혁이 고시에 실패하고 온양으로 귀향해서 살던 것까지 나와 있었다. 그런데 사만다 허드의 입국 기록이 없다는 것이다.

“은밀히 알아보니 그들이 사용하는 개인 계정으로 신원미상의 인물로부터 해당 정보가 들어온 모양입니다.”

“누군가 일부러 흘렸다?”

“예.”

백성철은 재밌다는 듯 웃었다. 자신이 모르는 일이 이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땅덩어리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니.

작은 나라인 만큼 끊임없이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역추적하여 누군지 알아내려고 하였으나 실패했습니다. 상당히 실력이 뛰어난 해커인 듯합니다.”

당연했다. 어디에 침투해서 흔적을 남긴 것이라면 모를까 그냥 메일 하나 보낸 것의 흔적을 지우지 못할 박선웅이 아니다.

그러나 그걸 김대엽이 알 리 없었다.

“스캔들이라…….”

백도현과 백이현을 견제하라고 들인 백상혁이다. 그런 백상혁이 스캔들이 났다. 하지만 백성철은 백상혁이 스캔들을 낸 것 같은 느낌이 자꾸만 들었다.

그렇게 허술한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상혁이가 의도적으로 소문을 냈다면?”

“짚이시는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내 앞에서도 기죽지 않은 놈이야. 이미 자신만의 계획이 있는 놈이지. 이선호를 아직도 데리고 있다지?”

그렇게 이선호를 버려야 한다고 했지만 상혁은 듣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나이가 어리다고 해도 제 뜻이 분명히 서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자신 앞에서 주눅 들지 않은 것이다.

“그런 놈이 스캔들이 났다? 그건 스캔들을 냈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

“만일 그렇다면.”

김대엽은 머리를 굴렸다. 상혁이 일부러 할리우드 톱스타와 그런 스캔들을 일부러 낼 이유가 대체 무엇일까.

“안전을 확보하려고 했을 수도 있습니다.”

“안전?”

“스캔들로 인해 대한민국의 모두가 주목하는 커플이 되지 않았습니까.”

“누군가 상혁이를 노렸다? 아니면 사만다 허드?”

“예.”

백성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무는 숲에 숨기라는 말이 있다. 그러니 상혁이 그걸 노렸을 수도 있다.

“글레이저가 들어왔다고 했지.”

“모리조도 들어올 예정입니다. 그리고 백도현 사장 측에서 은밀히 모리조 가문에 선을 대고 있습니다.”

“글레이저 가문과는 틀어진 모양이군.”

백성철은 혀를 찼다. 백이현보다는 백도현이 머리가 더 잘 돌아갔다. 하지만 백도현은 제 머리를 너무 믿는 나머지 큰 것을 보지 못했다.

“애초에 제 손이 아니라 남의 손으로 무언가를 하려고 한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지. 모리조에게 이 사실을 흘려. 그리고 글레이저에게 초대장을 보내지.”

“초대장이라면 어떤.”

“도현이가 실수를 저질렀으니, 부모 된 도리로 대신 사과를 해야겠지. 그리고 사만다 허드와 어떤 관계인지 알아내면 상혁이의 수를 읽을 수 있겠고.”

김대엽은 고개를 숙였다. 백성철은 확실히 노회했다. 그는 한 가지 행동으로 두 개 이상의 이득을 얻는 데 익숙했다.

“클클클. 외국인 조카며느리라. 재밌겠군.”

* * *

“주드.”

“사만다!!”

사만다는 주드가 보이자마자 달려가서는 주드의 품에 안겼다. 주드는 오, 주여라고 중얼거리며 그런 사만다의 머리를 하염없이 쓰다듬었다.

“살아 있어서 다행이야. 신이 너를 돌보신 거야, 사만다.”

신.

사만다는 신이란 소리에 상혁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과연 그녀를 구해 준 상혁이 신인 걸까.

‘내가 무슨 생각을.’

사만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은 일단 무사히 살아남아 주드를 볼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기쁨이 가시자 사만다는 주드가 걱정돼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미쳤어요, 주드? 당신이 죽으면 난 어떻게 하라고. 누가 그렇게 위험하게 한국까지 오라고 그랬어요!”

“그래. 미안하다. 미안해. 너가 살아 있어서 다행이구나 정말.”

주드는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뭐가 그렇게 좋은 것인지 히죽거리면서 웃었다. 사만다는 그 얼굴을 보니 더 이상 잔소리를 할 수 없어 결국 풀썩 웃었다.

“얼굴이 많이 상했어.”

“안 상했어요. 살이 찐 것 같은데요 오히려.”

주드는 빙긋 웃었다. 사만다는 윌리엄 글레이저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보다 훨씬 더 좋아 보였다.

동양의 격언 중에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던데, 큰일을 겪고 나서 사만다가 오히려 더 나아진 듯했다. 그전에는 몹시 위태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사만다는 볼을 손가락으로 문지르고 있다가 그런 주드의 시선을 받고는 눈을 치켜떴다.

“그 표정 뭐예요, 주드?”

“무슨 표정?”

“흐뭇한 그 표정이욧.”

“널 오랜만에 봐서 반가워서 그렇지. 자, 어서 들어가자. 예쁜 옷 입고 헤어랑 메이크업해야지. 기자회견 때 예쁘게 보이려면 말이다.”

사만다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실제로 뉴스가 나왔을 때 황당하긴 했다. 상혁에게 말을 미리 듣기는 했지만 그래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아니, 제 스캔들인데 왜 그렇게 좋아해요?”

“이게 너와 내가 살 수 있는 방법이니까.”

주드가 그렇게 말한 순간 사만다의 목이 콱하고 막혔다. 그녀는 상혁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거기서 그대로 죽을 운명이었다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아마 처참하게 죽었을 것이다. 글레이저 가문의 눈 밖에 났다는 이유만으로 인체 실험의 희생양이 되어 그렇게 죽어서 소각장에 틀어박혔을 것이다.

그러면 그녀가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평생 알려지지 않은 채 그런 죽음을 맞이했겠지.

“사장님 말이 맞아요. 우리가 살 수 있는 방법이니까.”

“그러니까 사만다.”

“네?”

“오늘은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말 다 해. 그냥 막 질러. 세상이 우리 이야기로 끓어오르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자 사만다가 씩 하고 웃었다. 그건 그녀에게 있어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항상 그녀는 그런 자리에서 말조심하느라 오히려 고생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고삐가 오늘 풀렸다.

“그러다 나 배우 못 하면요?”

“무슨 상관이야. 그것도 산 다음에 걱정해야 하는 문제지.”

“그렇죠?”

이미지가 무슨 상관인가. 죽을 뻔했는데. 죽고 난 다음에는 그런 걱정이 다 무소용이다. 그걸 사만다도, 주드도 이번에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럼 나만 믿어요, 사장님. 내가 그 누구도 우리한테 손가락 하나 댈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터뜨려 버릴 테니까요.”

* * *

[안녕하세요. 사만다 허드예요.]

사만다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리 예견된 기자회견이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거의 모든 기자들이 그 자리에 모인 듯했다.

하긴 그럴 만했다.

다른 곳도 아니고 바로 한국에, 입국 사실로 알려지지 않았던 사만다 허드가 한국에 들어와 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 이유가 바로 사랑 때문이란다.

그것도 한국 재벌과.

당연히 궁금증에 기자들은 머리가 터져 나갈 수밖에 없었다. 사만다는 그렇게 많은 기자들이 모였는데도 숨소리만 나는 것을 보면서 싱긋 웃었다.

[궁금하신 것들이 많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여러분들을 더 애태우게 했다가는 큰일 나겠어요.]

사만다의 농담에도 웃음소리 하나 터져 나오지 않았다. 그걸 핸드폰으로 보면서 상혁은 피식 웃었다.

“잘하는군.”

일영이 사만다와 주드를 보호하고 있으니 그 둘을 걱정할 일은 당장은 없을 것이다. 화면 속 사만다의 모습은 마치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

카메라 앞에 서니 마치 사람의 생기가 터져 나오는 것처럼 분위기 자체가 싱그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가 그 어린 나이에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모양이다.

‘거기에 짝퉁이긴 하지만 엘릭서까지 투여했으니.’

아마 사만다는 큰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뱀파이어란 소리를 들으면서 아주 오래 저 젊음을 유지하며 최고 자리에 군림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글레이저라는 큰 산을 하나 넘어야 할 테지만.

사만다는 능숙하게 기자들을 요리했다. 그들의 듣고 싶어 할 만한 것을 들려주는 듯 아닌 듯 인내심이 바닥이 나기 직전에 들려주고, 그 내용이 또 꽤 파격적이었기 때문에 기자들은 눈이 뒤집혀서는 노트북을 두들겨 댔다.

“뭐? 자기가 나를 때렸다고? 저런 시나리오는 누가 짜준 거야. 일호, 너냐?”

상혁이 헛웃음을 지으며 일호를 쳐다봤다. 그러자 일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시청률이 높았던 10년 이내의 드라마 대본을 분석하여 도출한 시나리오입니다. 사람들에게 먹힐 가능성이 90퍼센트 이상입니다.”

뭐, 저게 시나리오면 어떤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안전을 챙긴다는 기본적인 목적만 달성하면 그만이지.

상혁은 평택기지 인근에 차를 대고는 그 위를 일루젼으로 덮었다.

“여기서부터 시작이지?”

“예, 마스터.”

약품을 매장해 맛이 가 버린 토양은 무려 18헥타르나 된다. 그 정도면 웬만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 이상의 크기다.

“디그.”

땅이 한 움큼 파이며 그 안이 드러났다. 그때 상혁의 머리칼을 헤집고 초아가 뽀르르 날아올랐다.

구기동 주택의 정원에서 노느라 정신이 없던 초아를 이곳에 데려온 것은 초아가 살아 있는 오염 탐지기이기 때문이다.

“초아야. 시작하자.”

뽀르르!!

상혁은 사방에 일루젼을 쳤다. 카메라나 위성으로 봐도 빛을 굴절시켰으니 안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일호.”

“예, 마스터.”

“파.”

그리고 상혁은 일호에게 삽을 쥐여 준 채 손가락으로 땅을 가리켰다. 그리고 일호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는 앞으로 나섰다.

푸욱!

삽이 오염된 토양을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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