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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122화 (121/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122화

122. 어디든 쥐새끼는 있다(2)

“오디션이요?”

백도현은 상혁이 한국대 예대에서 사만다 허드라는 세기 최고의 여배우를 길러 낸 주드 포터를 모셔다가 오디션을 연다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했다.

“제대로 된 정보입니까?”

“예. 확실합니다.”

박정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대 출근 첫날 상혁이 교수진과 행정처 간부들을 모아 놓고 한 말은 공공연한 비밀이었기에 잘못된 정보일 수가 없었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군요…….”

백도현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갑자기 나타난 사촌 동생인 백상혁이 어지간히도 거슬렸다. 무엇보다 자신과 백이현을 저격하려는 백성철 회장의 의도가 눈에 훤히 보여 더욱 불쾌했다.

그걸 알면서도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그의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한국대를 회장님이 맡기신 것도 거슬리는데 오디션이라.”

오디션은 그가 경영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건대 한국대에 있어 하등 좋을 것이 없는 이벤트다.

세간의 관심은 끌 수 있겠으나 한국대는 한국 최고이자 세계로 뻗어 나가야 하는 한국의 대표 대학이다. 그런데 그런 곳이 오디션 같은 걸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한국대의 이미지에 좋은 것이 전혀 없었다.

분명 무언가 있을 것이란 촉이 왔다.

“사만다 허드면 그 여배우지요?”

“예. 주드 포터와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엘릭서 프로젝트에 한 손을 걸쳤던 백도현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상혁이 주드 포터를 만난다는 것이 이상하게 거슬렸다.

애초에 주드 포터가 한국에 들어온 것 자체가 오디션은 핑계고 사만다 허드를 찾기 위해서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들여온 실험체.

글레이저 가문에서 비밀리에 정리해서 보낸 그 실험체들이 온전히 무연고자일 것이라고 백도현은 순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마 글레이저 가문의 정적이나 그들의 눈에 거슬렸던 인사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으리라는 것이 백도현의 예상이었고, 그건 사실이었다.

“윌리엄 글레이저와 사만다 허드.”

백도현은 거기까지 알고 있었다. 사만다 허드가 실험체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는 자신만의 루트로 휴민트를 가동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찾은 연결 고리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 주드 포터를 백상혁이 만난다. 누가 보더라도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그럼 연구소 화재 사건과 창고 폭발 사건에 백상혁이 연루되어 있다 의심하시는 겁니까?”

“갑자기 나타났으니까요.”

백상혁이 갑자기 나타난 이후로 백도현이 추진하던 많은 일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 상혁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단 하나도 찾아내지 못했다.

그저 거슬릴 뿐이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백상혁을 고문해서라도 사실을 알아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인데, 이제는 그럴 수 없었다.

“따로 감시하는 건 무리가 있겠지요?”

“예. 아무래도 주시하는 시선이 많습니다.”

더군다나 최근의 실패로 인해 백도현의 입지가 위축됐다. 그렇기 때문에 백상혁을 감시할 만한 사람을 보내는 것도 무리였다.

일거수일투족이 백성철에 의해 감시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답답하군요.”

백도현은 목이 천천히 졸려오는 것만 같은 답답함을 느꼈다. 좋지 않은 징조다. 백도현에게는 지금 돌파구가 간절했다.

“백상혁이 했다는 증거만 있으면 됩니다. 증거만.”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지금 이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 글레이저 가문과도 이미 잡았던 손을 놓았기 때문에 백도현은 지금 상황이 궁핍했다.

“백이현은요?”

“큰 도련님께서도 관망 중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필이면 한국대란 말이죠. 둘 다 껄끄러운 곳인데…….”

그래서 백상혁이 한국대 이사장이 되기로 했을 때 백이현과 백도현 둘 다 상혁에게 손을 내밀었던 것이다.

그곳에는 백이현과 백도현의 치부가 있었다.

“최만금은 뭘 하고 있습니까?”

“보직 해제당한 채 자택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백상혁이 쳐 낸 겁니까?”

“아무래도 그런 모양입니다. 기존 인원들의 지지가 상당하니 최 이사장의 성격이라면 제 발로 나갔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면 다행이고요.”

무서울 것이 없는 백도현이지만 그래도 백성철 다음으로 껄끄러운 상대가 바로 최만금이다. 비밀을 많이 알고 있는 상대만큼 껄끄러운 상대는 없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이미 손을 썼겠지만 백성철과 대립하고 있으면서도 백성철이 아끼는 인물이라 손을 쓸 수 없었다.

이성계와 정몽주.

백성철은 늘 최만금을 그리 불렀다.

“이방원이라.”

그렇다면 이방원이 될 사람은 누굴까. 적어도 백이현과 백도현은 아직까지는 서로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조만간 어느 한쪽에서 움직여야만 할 것이다.

백상혁이란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니까.

“오디션, 주드 포터, 백상혁. 주시하세요.”

“예.”

그 셋이 키포인트다. 백도현은 박정철에게 그렇게 지시한 후 물었다.

“모리조는 언제 들어온다고 합니까?”

“금번 새로운 주한대사와 함께 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준비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매달릴 줄은 모리조뿐이니까요.”

박정철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외세를 끌어다 얻는 힘은 금방 무너질 수밖에 없을 텐데. 어쩌시려나.’

그리고 그건 박정철이 백도현을 모신 뒤로 처음으로 해 보는 걱정이었다. 백상혁이 등장하고 백도현이 추진하던 사업이 모두 넘어진 뒤로 백도현은 박정철의 걱정의 대상이 된 것이다.

‘큰일은 없어야 할 텐데…….’

견고하다고 생각했던 백도현의 자리가 흔들리고 있음을 박정철은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 * *

지이잉.

상혁은 창문을 열었다. 그러자 바람이 차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답답하십니까?”

이창엽이 상혁을 신경 써 준다고 물은 것이지만 상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잠깐 눈 좀 붙일게요.”

“예. 도착하면 깨워 드리겠습니다.”

상혁은 눈을 감았다. 그러고는 차창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매연을 깊게 심호흡하면서 빨아들였다.

공기 중의 오염인 매연.

그 매연으로 가득 찬 서울의 공기는 오염을 마나로 치환할 수 있는 상혁에게 가나안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곳에서는 자연 중에 떠다니는 마나를 몸으로 흡수하여 고리에 쌓으면 그게 마법사가 되고, 오러홀에 쌓으면 그게 기사가 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성질이지.’

마나는 살아 있는 유기체다. 반면 매연은 그냥 찌꺼기일 뿐이다. 그 차이가 컸다. 마나는 더 큰 마나로 종속되려 하지만 매연은 그런 주체적인 의지를 가지지 않았다.

그 때문에 대단히 비효율적이었다.

‘미세하게 퍼진 이 마나의 조각을 언제 다 모으고 있나.’

오수나 폐수야 그 안에 오염물의 농도를 높이면 같은 양이라도 더 짙은 농도의 마나를 흡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기는 그게 불가능했다.

어디서 더 농도 짙은 매연을 가지고 와도 그게 금방 휘발해 버리기 때문이다.

물과 공기의 공간 차이는 그만큼 컸다. 그 때문에 상혁은 공기 중의 매연을 마시다가 포기했다.

‘거의 차이가 없군.’

무언가 지금 상황을 해결해야만 한다. 미국의 암중 가문인 글레이저가 나타난 지금 상혁에게 마법은 필수다.

“제게 맡겨 주십시오, 이사장님.”

그때 상혁의 속내를 읽어 낸 일호가 상혁에게 말했다. 상혁이 눈을 떠 일호를 쳐다봤다.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있다고?”

“예. 시도는 해 볼 만하지 않겠습니까?”

그 순간 상혁의 머릿속으로 일호가 떠올린 것들이 흘러 들어왔다. 상혁은 일호가 컴퓨터 앞에 붙어 있더니 벌써 이 정도 수준의 지식까지 학습했다는 것에 놀랐다.

그것도 과학을.

적어도 과학이란 분야에서는 일호가 지금까지 학습한 지식이 상혁의 그것을 수십 배 상회했다. 이건 거의 AI를 컴퓨터에 붙여 놓고 학습을 하게 만든 것과 비슷한 이치였다.

“이사장님?”

일호와 상혁이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하자 이창엽이 고개를 갸웃했다. 상혁은 그런 그에게 뭐라 설명하기 귀찮았기 때문에 손가락을 딱하고 튕겼다.

“슬립.”

이창엽이 두 눈이 스르륵 감으며 잠들었다. 그제야 온전히 대화에 집중할 수 있게 된 상혁이 일호에게 물었다.

“이게 가능한 방식이야?”

“이미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공기청정기가 있지 않습니까?”

“전기집진식이라.”

일호가 낸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공기청정기의 방식을 마법을 모방하여 구현하자는 뜻이었다. 공기청정기는 공기를 빨아들여 먼지를 여과하여 깨끗한 공기를 내보내는 방식이었다.

그에 쓰이는 건 바로 전기.

정전기로 공기 중 오염 물질을 통에 부착시켜 깨끗한 공기를 여과하여 내보내는 식이 전기집진식이라는 뜻이었다.

“마스터라면 마법으로 구현할 수 있으시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일종의 매연을 쑤셔 넣은 통을 만든다는 소리네.”

“그렇습니다.”

상혁은 두 눈을 감고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리기 시작했다. 마법사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기에 상혁에게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구현해 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일호가 말해 준 방식과 마법을 합치며 필요한 것은 취하고 필요 없는 것은 버리는 것을 거듭한 결과 상혁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냥 공기 중의 매연을 마시는 것보다 효율이 100배 정도는 증가하겠군.”

대략 베타 버전의 결과물이 그 정도였다. 100배라고 하면 엄청나게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워낙 그 전이 미미했기 때문에 엄청난 결과물은 아니었다.

“그래도 마나를 쌓을 방법은 생겼군.”

그런 전기집진식 마나 집적기를 만들고 계속해서 효율을 높여나간다면 된다. 이 지구상에 오염되지 않은 공기가 있는 곳은 거의 없었으니까.

이 서울에만 있어도 하루에 상상도 못 할 정도의 매연이 뿜어져 나온다.

“당장 돌아가면 프로토타입부터 만들어 봐야지. 그리고.”

만약 그런 전기집진식 마나 집적기를 개발한다면 그걸 돌리는데 마정석이 필요할 것이다. 아티팩트 화(化)를 해야만 제대로 작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정석을 구할 방법은 하나다.

[퀘스트 : 원인불명의 기형

내용1 : SG충청병원에서 비밀리에 불법 수거업체를 통해 매장하는 약품 1,000t 소각(완료)

내용2 : 약품이 매장된 토양 18헥타르 정화

보상 : 마나석 1, 마정석 10]

“이것뿐인가.”

지금 당장 상혁이 마정석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다. 그때 일영이 상혁에게 말했다.

“미행입니다.”

미행이 붙었다. 상혁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뒤에서 따라오던 이들이 순간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황당할 것이다.

그들이 보고 있는 눈앞에서 차가 사라졌으니까.

투명 마법은 아니다. 4서클의 투명 마법은 마나의 소모가 심각하니까. 하지만 일루젼도 이런 트릭은 가능하다.

빛을 굴절시켜 인간이 눈으로 볼 수 없는 사각을 만들어 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호텔에서 제압한 놈들, 어디 소속이었지?”

“미국 대사관이었습니다.”

“글레이저겠군.”

일영은 상혁이 주드 포터와 만나 대화를 나누는 사이 깔끔하게 그를 감시하던 감시자들을 제압했다.

아마 어디서 어떻게 제압당했는지도 모를 것이다.

골렘인 일영의 전투 방식은 인간의 그것과는 기괴하다고 할 정도로 달랐기 때문이다.

“자꾸만 여기저기서 튀어나와서 못살게 구는 놈들이 참 많군. 안 그래?”

오승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상혁을 가장 먼저 만난 것이 오승택이다. 그때도 상혁이 무언가를 딱히 하진 않았다.

그저 사건 사고가 그를 위주로 돌아가는 듯 그의 주변에서 이러한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난 것뿐이다.

“일호.”

“예, 마스터.”

“돌아가자마자 곧바로 기사 뿌려. 사만다 허드가 살아 있다, 그리고 그 사만다 허드가 SG의 새로운 로열패밀리인 백상혁의 애인이라고.”

“예, 마스터.”

상혁은 기꺼이 자기 자신이 사만다 허드의 애인이 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사만다 허드가 한국에, 그것도 상혁의 곁에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비밀을 아는 놈들의 몸이 달 것이다.

다른 놈도 아니고 SG의 로열패밀리였으니까.

아마 전방위로, 특히 원탁과 백도현 놈이 어떻게 된 것인지 기를 쓰고 알아내려고 할 것이다.

상혁은 자기 스스로를 미끼로 내건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평택으로 내려갈 테니 준비해 놓고. 내일 하루는 전화기고 뭐고 전부 다 꺼 놓는다. 오디션은 최 교수에게 전권을 맡기고.”

“예, 마스터.”

일호는 고개를 숙였다. 그가 시키면 일호는 한다. 간단한 이치였다.

상혁은 개미집을 밟은 것처럼 파르르 떨면서 튀어나올 반응을 기대하며 씩 웃었다.

“아주 한 번에 싹 다 처리하지. 따로따로 하는 것도 귀찮으니까.”

퀘스트와 원탁,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셈으로 상혁이 두 눈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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