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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120화 (119/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120화

120. 마법이 재밌는 이유(5)

힐끔, 힐끔.

상혁이 학생 식당에 들어선 순간부터 주변에서 시선들이 쏟아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상혁은 옆에 일호와 일영을 대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사람의 시선을 끌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서일호와 김일영은 이런 대학교에서 쉽게 보기 힘든 미남미녀다. 어디 방송가라면 모를까 이 정도 생긴 남녀가 같이 다니는 모습을 보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단순히 그들의 외모만이 사람들의 시선을 끈 것은 아니다.

누가 보더라도 일호와 일영의 에스코트를 받는 것 같은 상혁에게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보기에는 자신들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데, 딱 봐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수트를 입고 일호와 일영의 안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그들의 눈에 띌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학생들이 쳐다보건 말건 상혁의 정신은 다른 곳에 팔린 상태였다.

‘마나가 슬슬 없네.’

마법사에게 마나란 산소와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마나가 없다는 건 사람이 숨을 쉴 수 없다는 소리와 마찬가지다.

지난 며칠간 한국대다 뭐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반면, 글레이저 가문이다 뭐다 해서 마법을 쓸 일이 있었기 때문에 마나가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 정도면 3서클 마법 몇 번이 고작이겠는데.’

5서클의 마나 고리, 그것도 여타 다른 5서클과는 다르게 그보다 수십 배는 마나를 품을 수 있는 용량의 마나 고리를 가진 상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무한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가나안에서야 마나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자연 회복이 됐고 마나 집적진 같은 걸 쓰면 더 빠르게 회복도 가능했다.

하지만 지구는 아니다.

‘망할 놈의 지구. 왜 마나가 없는 거야. 사람 불편하게.’

마나가 없다는 것이 이렇게 세상 불편하다니. 그 때문에 상혁은 마나를 쓸 때마다 앞으로 얼마나 마나가 남았고, 어떤 마법을 쓸 수 있는지를 면밀하게 계산해야만 했다.

가나안에서처럼 그냥 펑펑 쓰고 다니다가는 정작 필요할 때 마법을 쓰지 못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소한의 호신을 위해 일호와 일영을 제작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다.

‘6서클.’

마법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마법이 재밌는 이유는 사람의 욕망과도 비슷했다. 사람은 결코 과거에 만족하지 못했기에 계속해서 향상심을 띄기 때문이다.

웅성웅성.

학생 식당은 학생들로 바글거렸다. 지금이 점심시간이었기 때문에 줄까지 길었다. 그런 와중에 상혁이 떡하니 일호와 일영을 대동하고 등장한 덕분에 주변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던 것이다.

“도련님. 먼저 들어가 계시면 가져다드리겠습니다.”

“됐어.”

묘하게 주변의 사람들이 상혁을 피해가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부딪치진 않았다. 상혁은 일호와 일영에게 말했다.

“얌전히 줄 서.”

“예, 도련님.”

일호와 일영은 상혁이 하자는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그가 하자고 하면 그냥 따라는 것이 서번트와 골렘이 하는 일이다.

그러자 더욱더 그림이 이상해졌다.

수트를 입은 상혁과 일호, 일영이 학생들 사이에 줄을 선 모습이 더욱 이질적으로 튀어 보인 것이다.

“연예인이야?”

“연영과 애들인가?”

“걔네들 여기서 밥 안 먹잖아.”

“그런데 가운데 오징어는 뭐고?”

“푸하핫.”

상혁은 주변에서 떠드는 소리를 듣다가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오징어라니. 자신더러 오징어라고 하는 소리가 퍽 웃겼기 때문이다.

“도련님?”

“아니야, 아무것도.”

이 둘 사이에 있으면 오징어가 되는구나, 하고 느낀 상혁이 눈가를 닦았다. 눈물이 찔끔 삐져나온 것이다.

살아생전 어디 가서 얼굴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들은 적은 딱히 없지만 그건 상대적인 것이다. 상혁이 실실 웃었다. 일호와 일영을 미남미녀로 만든 게 확실히 효과를 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도련님?”

“뭐 찍나? 어디 카메라 있는 거 아니야?”

그 와중에 일호가 도련님이라 부르는 것을 들었는지 다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눈앞의 상혁이 그 뉴스의 SG 회장의 조카일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게 당연했다.

‘대학 생활이라.’

상혁은 자신이 해 보지 못한 대학 생활이란 것에 약간의 흥미는 가지고 있었다. 예전부터 그리도 어른들이 대학에만 가면 된다면서 대학 생활에 대한 판타지를 심어 주었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 일흔이 넘었다고 해도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궁금증은 어쩔 수 없었다.

‘공부하기 싫다고 하면 아버지가 그러시곤 했지.’

결국 상혁은 공부와는 연이 멀었다. 대학교 대신 공무원을 택했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줄이 짧아졌다.

“뭘 드시겠습니까?”

“돈가스로 먹지.”

“예, 도련님.”

일호는 태연하게 돈가스 10인분을 시켰다. 상혁의 몸이 필요로 하는 양이 그 정도란 것을 서번트인 일호는 정확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나와 젊은 육체.

이 두 가지의 조합은 마법사를 대식가로 만들었다. 물론 기사들에 비하면 마법사는 대식가 축에도 끼지 못하지만 말이다.

마법사와 기사를 영지에서 유지하는데 유지비용이 크다는 것 중 절반 이상은 식비 때문이다. 어쨌거나 일호의 말에 몇 번이나 10인분이 맞냐고 확인한 뒤 식권 열 장이 나왔다.

“어디 학생 식당은 괜찮나 한번 볼까?”

상혁이 자리에 앉자 일호가 묘기를 부리듯 한꺼번에 다섯 접시씩 들고 와 상혁의 앞에 내려놓았다.

상혁이 식당에 들어선 후에도 모든 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기 때문에 묘기 같은 일호의 모습에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더 커졌다.

“촬영인가 봐.”

“신인배운가? 진짜 잘생겼네.”

“저 여자도 예쁘다. 그런데 뭐 하는 거지?”

“뭘 찍는 거야?”

주변 학생들은 일호와 일영을 당연히 연예인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어딘가 카메라가 있을 것이라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러건 말건 상혁은 돈가스를 쭉 잘라 크게 한입에 쑤셔 넣었다.

우물우물.

“……쓰레기네.”

상혁은 돈가스를 한 입 먹고 간단하게 평가를 내렸다. 쓰레기. 여기 돈가스는 돈가스라는 말이 아까울 정도의 쓰레기였다.

튀김옷이 대부분에다가 고기는 거의 보이지도 않았다. 거기에 부실한 밑반찬과 밥과 국까지. 가격이 외부보다 싸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여기 올 이유가 전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상혁은 맛이 없다고 하면서 돈가스 10인분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맛이 없기로서니 가나안 밑바닥을 구를 때 먹던 것보다는 나았다.

그때의 기억으로 음식을 남기는 습관이 없는 상혁은 지구에 와서 먹은 것 중 가장 맛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꾸역꾸역 음식을 비웠다.

그러자 이번에는 상혁에게로 시선이 쏠렸다.

“너튜번가? 먹방?”

“뭘 저렇게 빨리 먹어?”

“우와. 그럼 인터넷 방송인가?”

“교내에서 그게 가능해?”

맞다 아니다 주변에서 인터넷 방송을 찍는 거다 아니다로 시끌시끌했다. 그 사이 상혁은 10인분을 싹 해치운 다음에 일호에게 말했다.

“양도 적네. 일호.”

“예, 도련님. 학생 식당 납품 업체와 조리 업체를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

“그래.”

상혁과 일호 간의 의사소통은 거의 즉시로 이뤄진다. 기본적으로 일호가 상혁의 종속물이기 때문에 상혁이 정신 방벽을 치지 않으면 상혁이 생각하는 걸 일호에게 그대로 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일호가 손발처럼 움직이는 것이 가능했다.

그때 누군가 다가왔다.

“저기…….”

스윽.

그러자 일영이 일어서 상혁의 앞을 가로막았다. 일정 거리 이내로 접근하는 이들에게 일영은 자신에게 입력된 명령에 따라 반응했다.

일영이 갑자기 일어나 상혁의 앞을 지키듯이 막자 말을 걸려고 했던 사람이 움찔했다. 상혁은 손을 휘저었다.

“괜찮아, 일영.”

“예.”

일영이 고개를 까닥 숙이고는 옆으로 물러섰다. 그러고는 상혁이 다가온 남자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세요?”

“저, 무슨 촬영하시는 거예요?”

아마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누군가 용기를 내어 물어보러 온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러면서 시선은 일영에게만 향하고 있어 상혁으로 하여금 웃게 만들었다.

“그런 거 아닙니다.”

“그, 그럼 어느 과세요? 아니, 저희 학교 학생이시긴 하시죠?”

누가 보더라도 일영만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일영에게 한눈에 빠진 모양. 상혁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학생은 아닌데, 이 학교에 앞으로 매일 오긴 할 겁니다.”

“나이스!!”

갑자기 주먹을 쥐면서 나이스를 외치는 남학생. 상혁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머리인 것이 막 전역한 복학생처럼 보이는 남학생을 위해 속으로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일영의 저 모습 아래 철로 된 로봇의 형태가 있다는 걸 알면 과연 무슨 상처를 받게 될까.

“근데 학생이 아니신데 오신다구요?”

그때 저 멀리서 허겁지겁 누군가 학생 식당에 들어왔다. 예술대학의 학부장인 최강원 교수였다. 상혁이 손을 들어 올리자 최강원이 얼른 달려왔다.

“이사장님.”

“앉으세요, 최 교수님.”

최강원이 상혁을 이사장이라 부르자 상혁에게 말을 건 학생의 두 눈이 찢어질 것처럼 커졌다. 그러더니 이내 눈치를 보면서 슬슬 멀어졌다.

한국대 이사장.

눈앞의 상혁이 그 이사장이란 것을 깨달은 순간, 남학생은 상혁이 누군지 깨달은 것이다.

곧이어 그 남학생이 간 무리 안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상혁을 힐끔거리면서 쳐다보는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핸드폰으로 인터넷 뉴스를 검색한 것이리라.

그러건 말건 상혁은 최강원에게 말했다.

“점심은요?”

“아직 안 먹었습니다.”

상혁이 불렀으니 먹었어도 안 먹었다고 해야 한다. 게다가 상혁은 첫 회의에서 예술대학을 밀어주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최강원으로서는 더더욱 그에게 잘 보여야만 했다.

나이?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자신이 어차피 다른 꼬장꼬장한 교수들처럼 연구실과 책만 파서 교수가 된 것도 아니고. 그는 경력 20년의 촬영감독으로 현장에서 오랜 기간 일해 왔다.

현장에서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

그렇기에 그는 얼마든 상혁에게 고개를 숙일 수 있었다.

“여긴 영 맛이 없네요. 학식이 엉망이야. 당장 학식부터 바꿔야겠네요. 이렇게 맛없는 걸 학생들이 먹으라고 하다니.”

열 접시나 되는 돈가스를 비워 놓고 하는 말이 맛없다는 소리라니. 최강원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겉으로 표정 관리를 하며 지당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같이 식사나 하시자구요. 조만간 주드 포터와 미팅할 때 같이 가셔야 할 것 같은데.”

“저도 말씀이십니까?”

“내가 뭘 알아요. 오디션인지 연예곈지. 그런데 보니까 최 교수께서 현업에서 오래 일하셨다고 하시던데.”

그가 한국대 예대의 교수직을 맡고, 학부장까지 올라가게 된 건 말 그대로 혁신적인 일이었다.

중간중간 공부를 해 학위를 딴 그의 성실함은 인정해 줄 수 있으나 한국대의 교수와 학부장을 맡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고 모두가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만금은 예대만큼은 현장 경력을 중심으로 그렇게 추진했다.

그 결과 예대 교수들은 거의 다 현업을 뛰어 본 경력이 있는 이들로만 구성이 돼 있었다. 그만큼 예대는 현장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더 중시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 알겠습니다.”

상혁이 자신을 데려가 주면 그로서는 땡큐다. 한국대에서 오디션이 벌어진다면 그 전에 조율할 게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주드 포터라는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그런 오디션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직접 만나서 이야기도 들어 보고 싶었고.

제2의 사만다 허드.

좋은 허울이나 갑작스레 한국에 와서 사만다 허드를 찾는다는 소리에 그는 의심부터 먼저 했다. 이 세상은, 특히나 엔터 업계는 이유 없는 호의는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일어나시죠.”

“예? 어디를…….”

“주드 포터 만나러요.”

“지금 말씀이십니까?”

오늘 아침에 회의가 끝났다. 그리고 이제 점심이다. 그런데 그사이에 주드 포터와 약속을 잡았다?

일호가 타이밍 좋게 상혁에게 말했다.

“이사장님. 지금 곧바로 나우 호텔로 출발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보셨죠?”

무시무시할 정도의 추진력이다. 최강원은 그런 상혁을 보면서 눈을 빛냈다. 이건 어쩌면 그에게 있어 기회일지도 모른다.

늘 다른 학부의 교수들에게 무시만 당해 왔던 예대가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증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최선을 다해 이사장님을 모시겠습니다.”

아빠뻘 되는 그가 상혁을 향해 망설임 없이 허리를 반으로 접었다. 그 모습을 학생 식당에 있던 모든 학생들이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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