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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117화 (116/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117화

117. 마법이 재밌는 이유(2)

“여기? 확실해?”

미국의 글레이저 가문은 유서 깊은 정치 가문이었다. 수백 년 전 영국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미국에 도시를 만들고 이후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면서 최초로 생겨난 정치 가문 중 하나가 바로 글레이저 가문이다.

그들이 미국 정계에 끼치는 영향력은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그들이 수백 년간 쌓아 온 영향력과 그로 인해 파생된 막대한 부로 인해 글레이저 가문은 별도의 사조직을 운영하고 있었다.

더블 아이.

인텔리전스 인베스티게이션(Intelligence Investigation)의 줄임말인 더블 아이는 글레이저 가문에서 미국 전역에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었다.

글레이저 가문의 자금으로 운영되는 더블 아이의 대부분은 전직 CIA와 FBI 출신들로 구성이 되어 있었는데, 그들은 글레이저 가문을 위해 미국 전역, 더 나아가서는 세계 전체를 무대로 정보를 수집해 오는 곳이었다.

그들이 한국에 파견된 것은 사만다 허드 때문이었다.

일반인들에게는 할리우드 톱스타로 알려져 있었지만 가문 내부에는 가문의 후계자인 첫 번째 실험체로 알려진 그 여자를 찾기 위해서였다.

“이곳이 확실한가?”

“예. 통신 기록 추적 결과 이곳 주소지가 나왔습니다.”

“특정 주소지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됐다.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글레이저 가문은 따로 정찰 위성을 가지고 있을 정도였지만 홈그라운드인 미국과 한국에서의 정보력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얼마 전까지 대한민국의 최고 그룹인 SG그룹의 차남과 밀월 관계를 맺어 오다가 엘릭서 프로젝트 실패로 인해 사이가 틀어진 지금은 한국에서의 기반이 더 약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다 감시조는 CIA와 FBI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로만 되어 있었기 때문에 실마리를 잡았다.

주드 포터.

사만다 허드가 속한 에이전시의 사장인 그가 한국행 티켓을 끊었다는 것을 확인한 직후 글레이저 가문에서는 곧바로 한국으로 감시조를 파견한 것이다.

주드 포터와 사만다 허드.

둘 사이의 관계는 실제 부녀지간처럼 끈끈하다는 것이 이미 할리우드에서도 유명했기 때문에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사만다 허드가 살아 있다면 반드시 주드 포터에게 연락이 닿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범위가 넓군.”

“탐문을 해 보겠습니다.”

“사람이 많지 않으니 수상하게 보이지 않도록 유의하고.”

“예.”

정확한 주소지를 파악하기 위해선 통신이 최소 30초 이상 이뤄져야만 한다. 게다가 중간에 해킹하는 식으로 통신 기록을 추적했기 때문에 특정한 동네까지만 나왔지 정확한 주소가 나오진 않았다.

그러니 이제는 사람이 해결해야만 한다.

차에서 내린 감시조는 한국계였다. 외국인이 이런 동네에 돌아다니는 건 눈에 잘 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탐문을 하러 다니는 사람이 수상하면 그만큼 큰일은 없기 때문에 그들은 신중하게 움직였다.

달칵.

잠시 후 탐문을 나갔던 자가 돌아왔다. 근처를 꽤 돌아다녔는지 약간 호흡이 흐트러진 조원이 조장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보고했다.

“최근 한 집에 이사를 온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이사?”

“대부분 이 동네에서는 20년 이상 거주한 토박이들이 많은 곳이라 기억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집이라고 합니다.”

조원은 손가락으로 골목 한 곳을 가리켰다. 차가 들어갈 수 없는 폭이었기 때문에 조장은 차에서 내렸다.

“그나마 인적이 드문 것이 다행인가.”

미국 출신인 그들 중에 아시안은 거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같은 단일민족, 혹은 아시아계가 압도적으로 많은 나라에서는 그들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인적이 드문 골목길이라는 것 정도.

“빠르게 움직인다. 소재를 파악하는 것에만 주력할 것.”

“만일 현지인과 조우 시에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제압해. 살상은 불허한다.”

대한민국의 치안은 전 세계에서 알아줄 정도다. 서울에 집중된 CCTV의 수는 맨하탄의 그것을 가볍게 앞지를 정도.

그 CCTV를 활용한 대한민국 경찰과 국정원의 자료 수집 능력은 FBI에 버금간다. 그러니 한국에 흔적을 남겨봤자 미 정부 소속이 아닌 그들에게 좋을 것은 없었다.

“산개.”

조장이 명령을 내리자 능숙한 몸놀림으로 조원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사람의 사각을 이용하며 지형지물을 이용해 그들은 거침없이 상혁의 단독주택을 향해 나아갔다.

“보고.”

[이스트 포인트. 이상 무.]

[웨스트…….]

[노스…….]

여섯 명.

한 개 분대도 안 되는 적은 수였지만 그들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였다. 여섯 명이 한 몸처럼 움직인다는 건 결코 단기간 내 훈련으로 이뤄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 모두가 CIA나 FBI, 군정보국 등 정보 계통에서 일하던 사람들이란 것을 고려해도 그건 마찬가지다.

빠직!

그런데 그때 조장의 인이어로 무언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아주 작게 울려 퍼졌다. 그 순간 조장이 옆으로 몸을 날려 바닥을 굴렀다.

“습격!”

조장은 허리춤의 테이저건을 손에 쥐었다. 그러고는 지체할 것 없이 자신을 공격한 습격자를 향해 테이저건을 발사했다.

파츠즈즈즉!

5만 볼트 전압이 흐르는 전기침이 상대의 몸에 적중했다. 테이저건의 유효 사거리는 5~6m지만 습격자와의 거리는 불과 4m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 정도의 거리라면 눈 감고도 쏴도 맞출 수 있는 거리.

조장은 틀림없이 상대에게 전기침이 적중한 것을 보고는 몸을 일으켰지만 이내 기겁하며 뒤로 쓰러지듯이 상체를 젖혔다.

후웅!!

쿵!!

5만 볼트의 전기침이라면 제아무리 강철 같은 육체를 지녔다고 해도 온몸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어야 한다.

테이저건의 위력은 정신력으로 견뎌 낼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미 육군이나 그들도 테이저건을 맞는 연습을 하지만 맞고도 아예 안 맞은 것처럼 움직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조장은 자신의 코에서 코피가 흐르는 것을 느끼며 위기감을 느꼈다. 머릿속에서 본능이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자신의 코를 뜯어 버릴 것처럼 휘둘러진 다리는 강맹했고 조장은 빗나간 다리가 바닥에 금이 가게 만들었다는 것을 보고는 한 번 더 기겁했다.

‘철로 만든 구두인 건가?’

상대와 충분히 근접했기에 조장은 자신을 공격한 것이 여성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는 건 이 여성이 전기침을 맞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에게 달려들어 발차기를 해 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돌로 만들어진 바닥을 깨기까지.

그 순간 조장의 눈에 피처럼 붉은 머리가 일렁였다. 조장은 몸을 던져 뒤로 누운 자세로 그대로 옆으로 굴렀다.

쾅! 쾅! 쾅! 쾅!

바닥이 흔들리고 부서진 파편이 조장의 얼굴에 튀었다. 간신히 발망치에서 빠져나온 조장은 서늘해진 자신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바닥을 부수는 하이힐이라니.

미끈한 다리와 그 끝의 하이힐은 조장이 아는 상식이라면 이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물론 하이힐의 뾰족한 굽이 파괴력을 일점으로 모아 준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것이 정보요원 출신인 자신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어야만 했다.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인 스펙 차이는 어쩔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건 대체 뭐란 말인가.

조장은 자신의 퇴로를 막아선 눈에 번쩍 뜨일 정도의 미녀를 마주했음에도 그 미모만 감상하고 있을 수 없었다.

‘죽을 수도 있다.’

저 발에 차이면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와락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조장은 문득 깨달았다.

자신이 귀에 차고 있던 인이어가 어느새 귀에서 빠져 주변의 모든 조원들과 연락이 끊겼다는 것을 말이다.

‘어디서 우리가 드러난 거지?’

설마 자신들이 며칠 동안 잠복을 하고 있었던 그 건물이 전직 국정원 요원의 위장 흥신소였을 줄은 꿈에도 모르는 조장이었다.

그게 하필이면 김태양의 눈에 띄었다는 것도.

‘일단 대화로 풀어야 한다.’

조장은 미처 몰랐지만 자신이 숨을 헐떡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숨이 턱 끝까지 찰 정도로 살기 위해 발악을 했다는 뜻이다.

반면 조장을 무표정으로 응시하고 있는 여성, 일영의 표정에는 일말의 변화도 없었다.

그런 일영의 어깨에 전기침이 박혀 있는 것이 조장의 눈에 들어왔지만 전기침은 일영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애초에 금속으로 만들어진 일영에게 테이저건 따위가 통할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이봐. 진정해. 일단 대화로 풀자고.”

조장은 주변을 살피며 일영에게 대화를 걸었다. 하지만 무표정한 얼굴의 일영은 조장과의 거리를 점점 좁혀 왔다.

‘못 이겨.’

조장은 일영의 전투 능력이 자신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을 인정했다. 제대로 된 장비와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면 모를까, 상대는 최소한 특수부대급의 전투 능력을 갖춘 상대였다.

여자 중에 저런 사람이 있다는 건 들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조장은 알고 있었다.

“이봐.”

“마스터께서 살려 오라 하셨다.”

오싹.

처음으로 일영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조장은 일영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오히려 등줄기가 뻣뻣해지는 것을 느꼈다.

일영은 사람이 아닌 골렘.

그렇기에 감정이 없었다. 그런 감정 없는 일영의 목소리가 조장으로 하여금 소름이 끼치게 만든 것이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군. 마스터는 누구지?’

마스터, 저 여자가 주인으로 모시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조장은 목표한 단독주택 근처에도 가지 못했지만 이런 실력자가 튀어나오자 의심이 확신이 됐다.

그러나 실체 없는 확신이다.

정보요원은 증거 없이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그 순간 조장의 머리 위로 플래시 같은 것이 번쩍 터지더니 조장의 손끝이 뻣뻣해지면서 전신의 근육이 마비됐다.

‘전류…….’

테이저건을 맞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하지만 테이저건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전압이다. 조장은 정신을 유지하려 애를 썼지만 머리 위에서 떨어진 쇼크 마법에는 속절없이 눈이 감겼다.

스르륵.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온 상혁이 일영에게 고갯짓으로 조장을 가리켰다.

“데려가서 잘 묶어 놔.”

“예, 도련님.”

여섯 명이 모두 다 밧줄에 꽁꽁 묶인 채 단독주택 안으로 사라졌다. 마침 집으로 돌아오던 와중에 김태양의 연락을 받은 상혁이다.

그리고 상혁은 일호와 일영을 보내 둘을 테스트했다.

‘괜찮네.’

일호는 서번트지만 최소한의 호신 기능을 갖춘 서번트다. 애초에 마법 생명체이기에 마나가 없는 사람을 상대할 능력은 충분히 있었다.

그리고 일영.

호위를 위해 탄생한 전투 골렘인 일영의 능력도 기대 이상이었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체력의 한계가 없다는 것이 총이 없는 사람을 상대로는 거의 무적이란 것이 증명된 셈이다.

‘그나저나 이놈들은 또 뭐야?’

외국인이다. 그것도 금발 벽안의 외국인. 상혁은 그들의 정체를 유추해 내기 위해 이창엽과 이선호를 데리고 그들이 타고 온 차를 확인했다.

“습격을 당하셨단 말씀이십니까?”

“정확히는 내 집이 목표였던 것 같군요.”

“그럼…….”

“경호원이 제압했습니다.”

이창엽은 더럽게 예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의 미모를 가진 일영을 떠올렸다. 경호원이라는 말에 믿지 않았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잠시만 살펴보겠습니다.”

“그러세요.”

이창엽은 차의 이곳저곳을 살폈다. 하지만 번호판 조회를 해도 렌트한 차라고만 나올 뿐, 뚜렷한 증거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이창엽이 눈을 작게 좁혀 떴다.

“위치추적기군요.”

“위치추적기?”

트렁크 안의 패브릭을 칼로 포를 뜨듯 떼어 내자 그 안에 위치추적기가 들어 있었다. 아마 유사시에 그들의 신호가 어디서 끊겼는지를 알아내기 위함인 모양이었다.

“이 정도로 철두철미하다면, 대표님께서 생포하신 습격자들의 몸에도 발신기가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상혁은 품속에 위치추적기를 갈무리했다. 누군가 궁금한 게 있는 모양인데, 그 전에 자신의 허락을 맡지 않고 마법사의 영역에 들어온 놈들을 먼저 심문할 차례다.

“무슨 이유로 감히 내 영역에 들어왔는지 그놈들에게서 알아내면 되겠군요.”

이창엽은 그렇게 말하는 상혁이 이런 일을 많이 겪은 것처럼 말한다는 것에 눈을 반짝였다. 더 나아가 침입자를 조사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그의 비밀에 더 가까워질 것이다.

“저도 돕겠습…….”

“퇴근하세요. 업무 외 개인적인 일이니 알아서 하죠. 이 변호사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창엽이 절대로 상혁의 비밀에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지로 점철된 이선호가 씩 웃으면서 이창엽의 옆에 바짝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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