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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105화 (104/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105화

105. 입성 준비(5)

화아악!!

뚝.

상혁은 이선호의 등에서 손을 떼어 낸 다음 손가락 끝으로 시커먼 액체를 한 방울 뚝 흘렸다. 그러고는 손바닥을 휘둘러 이선호의 등짝을 쳤다.

“자, 끝!”

“억!”

이선호가 놀라서는 눈을 번쩍 떴다. 하지만 이내 감격스러운 눈으로 상혁을 바라봤다.

“저, 정말 이제 끝난 겁니까?”

“네. 이제 깨끗합니다.”

“드디어!!”

이선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맨 처음 상혁에게 자신이 중독됐다는 것을 들었을 때만 해도 하늘이 무너지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상혁 덕분에 자신은 살았다. 오늘을 끝으로 이선호의 몸속에 있는 독을 해독하는 작업이 전부 다 끝난 것이다.

가나안에서 사용하는 독과는 달리 복잡한 화학물질을 섞어 탄생한 인공적인 독이었기 때문에 정화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결국 그 끝은 왔다.

“이 은혜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당연하죠. 앞으로 일 많이 하셔야 할 텐데.”

“얼마든지요!”

이선호는 상혁에 대한 고마움으로 마음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그는 이 은혜를 반드시 갚겠다고 다짐하며 비장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백도현에게서 돌려받는 작업은 다 끝나셨습니까?”

“네. 만약 백정연 대표님이 도와주시지 않았더라면 힘들 뻔했습니다.”

“누님도 이 변호사님 덕분에 얻은 게 많으니 서로 윈윈하셨군요.”

“예.”

이선호는 풀썩 웃었다. 그가 상혁을 만난 것은 이선호의 인생에 있어 행운이었다. 그간 그가 변호사로 편한 삶을 살 수 있음에도 대기업에 맞서 싸운 그의 노고를 하늘에서 알고 상혁을 보내 준 것만 같았다.

“그럼 이제부터 제 전속 변호사가 되시는 겁니다.”

“예.”

“여기.”

이선호는 상혁이 내민 계약서를 보지도 않고 사인을 했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이선호가 계약서를 읽지도 않았다는 건 그만큼 그가 상혁을 믿는다는 뜻이었다.

그 안에 어떤 독소 조항이 있더라도 상혁을 믿겠다는 뜻.

상혁은 그런 이선호를 보면서 웃었다.

“그러다 또 뒤통수 맞으면 어쩌시려고.”

“목숨을 빚졌는데, 어쩔 수 없지요.”

이선호는 그렇게 말하며 소탈하게 웃었다. 정말 자신의 목숨을 상혁에게 맡기겠다는 뜻이었다. 상혁은 이선호에게 말했다.

“열심히 도와주세요. 이 SG그룹이 쓰러질 때까지.”

이선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맨 처음에는 상혁의 저런 말을 듣고 놀랐지만 이제는 더 이상 놀라지 않았다. 상혁이 하고자 하면 자신은 돕는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내일부터 출근이니 미리 준비할 것들을 준비하겠습니다. 내일부터 잘 부탁드립니다. 도련님.”

이선호가 씩 웃었다. 상혁은 팔을 벅벅 긁고는 팔을 들어 올리며 보여 주었다.

“소름 돋은 거 보이십니까?”

“이제 익숙해지셔야 합니다. 내일부터 상혁 님을 사람들은 백상혁이 아니라 SG그룹의 도련님으로 보게 될 테니까요.”

“글쎄. 그게 언제까지 이어지나 봅시다.”

이선호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는 오승택과 일호와 함께 상혁을 보좌하게 될 것이다. 또한 박선웅은 백업을 맡을 것이다.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이 필요했다.

달칵

상혁은 지하실로 내려갔다. 그러고는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손바닥을 비비며 눈을 반짝하고 빛냈다. 그런 상혁의 눈앞에는 인간과 비슷한 크기의 로봇 외골격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화수의 SG로봇테크연구소에서 본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복잡한 전선이나 패널도 하나도 없이 그저 골격만 덩그러니 놓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관계없었다.

“오늘 완성시킬 수 있겠네.”

상혁은 로봇의 머리 부분을 손가락으로 매만졌다. 일호 때와는 달리 이 로봇의 이마 부분에 마나석을 결착할 부분을 만드는 작업이 오래 걸렸다.

마네킹과 쇳덩어리의 차이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다음에는 아예 결착할 부분을 만들어 놓고 생산을 하라고 해야겠어.”

이화수가 특별히 상혁을 위해 만들어진 것을 내준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상혁은 머리에 마나석을 결착할 부위를 만들기 위해 며칠 동안이나 심혈을 기울였다.

“마나가 간당간당하네.”

오죽하면 일반 5서클보다 더 풍부하고 두꺼운 마나 고리를 보유한 상혁의 서클의 마나가 거의 10퍼센트 미만으로 남을 정도였다.

그냥 마구잡이로 파는 것이 아니라 세심한 작업을 필요로 했기 때문인데 오늘로 그것도 끝이었다.

“자. 그러면.”

상혁은 마지막으로 로봇의 이마에 마나석을 부착할 준비를 마쳤다. 손가락으로 그 부분을 매만진 뒤 흡족한 미소를 지은 상혁은 마나석을 그곳에 가져다 대고는 마나를 불어넣었다.

“골렘 제작.”

상혁의 손바닥을 통해 마나석으로 전해진 마나가 소용돌이치면서 마나석 안의 마법진을 작동시켰다. 동시에 축 늘어져 있던 골렘의 전신이 뻣뻣해지더니 발과 손끝부터 시작해 조금씩 진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일종의 동기화 작업인 셈.

그렇게 마나가 로봇의 전심을 훑고 지나갔다. 그러고는 로봇의 쇠로 된 외골격이 꿈틀거리며 변하기 시작했다.

형상 변환.

겉으로 보기에는 인간처럼 보이지만 손을 대면 인간의 살과 피부가 아니란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1서클 마법이지만 쇠로 된 외골격이 꿈틀거리면서 춤을 추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번쩍!!

마나석에서 한차례 눈 부신 빛이 쏟아져 나왔다. 동시에 골렘의 눈, 정확히는 로봇의 눈 부분에서 안광이 치솟더니 그 부분이 새파란 동공이 되어 사람의 눈처럼 빛을 발했다.

스르륵

인간이 된 로봇의 머리에서 폭포수 같은 금발의 머리카락이 쏟아져 나왔다. 동시에 그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골렘이 일어나 상혁의 앞에 섰다.

180cm 정도인 상혁과 비슷한 정도의 키.

금발에 파란 눈. 거기에 백옥처럼 매끄러운 피부. 흠잡을 곳이 없는 이목구비와 길쭉한 팔다리를 자랑하는 골렘은.

여성체였다.

“마스터를 뵙습니다.”

중저음의 듣기 좋은 목소리가 골렘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상혁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골렘의 몸을 유심히 훑어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한 곳은 없네.”

“예. 마스터.”

“네 이름을 지어 주마. 네 이름은.”

일호는 서번트다. 그리고 골렘에게는 골렘들에게 지어 주는 이름이 있었다.

“일영으로 하자.”

그림자.

상혁에게 있어 골렘은 그를 지켜 줄 수 있는 최후의 호위병이자 동시에 든든한 방패막이이기도 했다.

골렘이 그 자리에서 부복한 채 상혁에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드립니다, 마스터. 일영. 그것이 지금부터 제 이름입니다.”

파앗!

상혁과 일영 사이에서 희미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계약이 성사됐다. 일영은 이제 상혁을 위해 무조건적인 충성을 바칠 것이다.

“여성체라.”

상혁은 일부러 일영을 여성체로 만들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일영을 보는 사람들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여자라고 하면 방심하는 게 남자들의 특징이지. 그게 경호원이면 더더욱. 거기에 미인이기까지 하니까.”

겉으로 보기에 일영은 힘 하나도 제대로 못 쓸 것 같은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한 줌에 들어올 것 같은 허리에 풍만한 몸매. 거기에 얇은 팔다리는 경호원이 아니라 모델에 어울리는 듯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속은 골렘이다.

그것도 무려 쇠로 만들어진 아이언 골렘.

웬만한 냉병기는 물론이고 그 힘과 민첩성은 전문적인 킬러 한 부대가 달려들어도 상혁을 거뜬히 지켜 낼 정도가 될 것이다.

만일 일영이 여성체라는 것 때문에 무시하고 달려드는 놈들은 상혁에게 또 다른 기회와 명분을 만들어 줄 것이다.

“옷이 필요하겠군.”

“…….”

일영은 옷이라는 것의 의미를 알아듣지 못했다. 상혁은 일영의 몸을 쭉 훑어본 뒤 그녀에게 말했다.

“대기해라.”

“예, 마스터.”

상혁은 일영을 지하실에 대기시켜 놓은 채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러고는 사만다가 머무르고 있는 방의 문을 두드렸다.

“사만다.”

“아, 상혁.”

사만다는 상혁이 먼저 자신의 방문을 두드리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상혁은 사만다가 머무르고 있는 방을 슥 훑었다.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할 게 없고 심심하기도 해서. 경자를 따라 이것저것 배우고 돕고 있어요.”

주택의 전반적인 관리는 김경자가 도맡아 하고 있었다. 능률로만 따지면 일호가 압도적이지만 그렇게 되면 김경자의 소일거리가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김경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집안일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걸로라도 상혁에게 마음의 빚을 갚고 싶어 했고, 상혁은 그걸 허락했다.

그런데 그런 김경자를 따라다니며 의외로 사만다가 집안일을 거들고 있는 모양이었다.

“답답한가?”

“아무래도요. 하지만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거라서. 재밌게 하고 있어요. 이제 한식 요리 실력도 많이 늘었고.”

“그런가.”

사만다는 의외로 이 작은 주택에서의 생활에 잘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이름만 대면 알아주는 할리우드 스타가 실험체로 붙잡혀 와 갇혀 사는 삶이 불편할 법도 하건만 그녀는 버텼다.

“그런데 무슨 일로?”

“도움을 좀 줬으면 좋겠는데. 여자 옷은 내가 잘 몰라서.”

“무슨 도움이요?”

상혁은 사만다를 슥 살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만다와 일영의 신체 스펙은 의외로 차이가 꽤 났다.

“키는 180 정도. 거기에 신체 사이즈는…….”

상혁이 말해 주자 사만다는 머릿속으로 사이즈에 맞춰 예상 구도를 그려 보고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사람이 있다구요?”

“있어.”

일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일영은 가나안의 기사단 중에서 제법 유명한 페이탈 기사단의 기사단장인 한나 페이탈을 본따 만들었다.

페이탈 기사다는 여성으로만 구성된 기사단이며 그들이 충성을 바치는 대상은 여왕뿐이었다. 페이탈 기사단은 단장인 한나가 소드마스터, 그리고 그 휘하 기사단 전원이 익스퍼트로 전 세계를 뒤져 봐도 대적할 상대가 없는 몇 없는 강력한 기사단이었다.

물론 상혁의 대규모 대마법에 의해 모조리 불타 사라졌지만 그녀들은 충심으로 몸이 불살라지면서도 상혁에게 달려들었던 이들이다.

그중에서도 한나 페이탈은 실제로 상혁이 시전한 대마법을 거의 뚫고 상혁의 멱을 딸 뻔했다.

일호가 아니었다면.

상혁이 대마법사가 된 후 거의 처음으로 죽음의 위기를 겪었을 때가 바로 그때였다. 그녀에게서 감명을 받은 상혁은 일영을 만들면서 그녀의 이미지를 투사했다.

“만화에서 나오는 사람이잖아요. 그런 몸매가 어디 있어.”

사만다는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연했다. 한나 페이탈은 극한의 수련과 타고난 것으로 그런 몸매를 가꾼 것으로도 유명해 한때 전 대륙 여인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니 실제다.

“어쨌든, 그런 사이즈면 어떤 옷을 사야 하지?”

사만다의 눈이 가늘어졌다. 갑자기 상혁이 자신을 찾아와 여자의 옷에 대해 묻는 것이 수상했기 때문이다.

“……연애해요?”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상혁이 장난치지 말라는 듯 정색하자 사만다는 더 이상 추궁할 수 없었다. 그녀는 각종 상상력을 동원해 머릿속에 그림을 그린 결과 상혁에게 그것을 말해 주었고 상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가면 내가 알아서 살 수도 있는데…….”

“아직은. 확실한 방법을 찾기 전까지는 대기해라.”

“네.”

사만다는 고개를 푹 숙였다. 실망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상혁은 사만다가 말했던 것들을 한 글자로 빠짐없이 외워 놓고는 집 밖으로 나갔다.

“마스터. 제가…….”

“아니.”

일호가 그런 상혁을 보좌하려 했지만 상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호는 너무 잘생겼다. 같이 가면 괜히 사람들의 이목만 잔뜩 끌 것이다.

어차피 일영의 옷을 사러 나갔다가 오면 된다.

“빨리 다녀오마.”

“예, 마스터.”

상혁이 됐다고 하니 서번트인 일호는 가만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상혁은 주머니에 손을 꽂고는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부르릉!!

선물로 받은 차가 기분 좋은 배기음을 토해 냈다. 이런 골목길에 서 있기에는 지나치게 화려한 차지만 다행히 바로 옆 동네에 평창동이 붙어 있어 그나마 사람들의 이목을 덜 끌었다.

“가 볼까나?”

상혁이 탄 차가 총알처럼 튀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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