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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103화 (102/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103화

103. 입성 준비(3)

상혁의 주택에 일호란 새로운 식구가 생겼다. 하지만 낯선 것도 잠시 일호는 놀랍게도 아주 빠르게 주택의 일원으로 스며들었다.

화르륵!!

타닥, 탁!

휙!

가스레인지에 불과한 화구에서 불꽃이 치솟으며 볶음밥에 불맛이 스며들었다. 그것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해내는 일호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안 그래도 아이돌들의 얼굴 중 잘생긴 부분을 모아서 만든 일호가 불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그림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일호는 그냥 그림인 것처럼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드르륵.

“오!!”

오승환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볶음밥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숟가락을 집어 들려는 순간 일호가 볶음밥 위로 물방울 모양처럼 된 계란을 내려놓았다.

“이거 설마?”

“맞습니다.”

일호가 칼을 가져와 계란을 스윽 가르자 안에서 오믈렛이 환상적으로 흘러내리듯 볶음밥을 감쌌다.

“오오오오!!”

오승환은 인터넷에서 봤다면서 드물게 탄성을 터뜨렸다. 그리고 일호가 한 요리의 맛들은 전부 다 수준급이었다.

“어떠십니까?”

“맛있어요.”

사만다가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볶음밥을 입에 넣었다. 일호의 요리 실력은 어느새 사만다마저도 만족시킬 정도로 일취월장한 것이다.

딱 삼일.

일호가 필요한 것들을 인터넷에서 찾아본 뒤 스스로 학습해서 이 정도의 요리를 만들어 내는 데 걸린 시간이 딱 삼일이었다.

거기에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으아.”

오승택이 어깨를 부르르 떨면서 내려오자 상혁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갑자기 녹물이 쏟아져서.”

주택이 낡아서 그런지 안에 파이프도 노후된 것이 맞았다. 그 때문에 녹물은 기본이었다. 그 소리를 듣고 위층에 올라간 일호는 뚝딱거리며 소리를 내더니 몇 시간 후 내려와 어깨를 으쓱했다.

“청소 끝났습니다.”

“배수관을?”

“예.”

인터넷이 일호에게는 말 그대로 보고나 다름없었다. 일호는 인터넷만 있으면 인터넷에서 학습을 통해 수리부터 시작해 요리까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던 일호가 어느 날 상혁에게 부탁했다.

“마스터.”

“어?”

“계좌 좀 만들어 주십시오.”

“계좌? 왜?”

“이 지구는 가나안과는 다르게 돈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투자 수단인 주식을 해 보려고 합니다.”

“주식?”

상혁은 의욕적으로 움직이는 일호를 보면서 할 말을 잃었다. 대체 상혁의 곁을 떠난 시간 동안 일호에게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일까.

상혁은 일호가 예전의 기억을 가진 채로 서번트로 되살아난 것을 보면서 다방면으로 연구를 했지만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다.

일호의 마나석에 잔존하고 있는 이질적인 기운의 정체 역시 알아내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주식이라니.

“그래.”

일호에게 그깟 주식 계좌 하나 못 만들어 줄까. 상혁은 흔쾌히 자신이 가진 자금 중 10억을 넣어 일호에게 건네주었다.

“마음대로 써도 된다. 잃어도 좋고.”

“감사합니다, 마스터.”

일호는 그날부터 집안일을 하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냈다. 낮에는 한국 주식을, 밤에는 미국 주식을 하면서 중국이나 다른 유럽 주식들까지도 손을 댔다.

서번트인 일호는 잘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일호의 시간은 온전히 24시간이었고 일호는 그 시간을 주식에 쏟아부은 것이다.

그러더니 또다시 며칠이 지나서는 일호가 다가와 상혁에게 말했다.

“마스터.”

“어.”

골렘을 만들 마정석을 마나석으로 만들기 위해 정제 작업 중에 있던 상혁이 돌아보자 일호는 상혁에게 말했다.

“금융이란 것에 대해서 이제 이해가 가는 것 같습니다. 자금을 조금만 더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벌써?”

상혁은 일호가 벌써 10억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제아무리 주식전문가라도 해도 손실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제아무리 학습하는 일호라고 해도 주식에서 곧바로 성공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상혁은 10억을 더 주었다.

“옛다.”

“감사합니다, 마스터.”

20억.

큰돈이지만 상혁에게는 이미 그 돈을 제하고도 더 큰돈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거기에 이제 곧 SG에 입성하게 되면 상혁은 SG그룹의 오너 일가가 된다.

돈은 더 이상 상혁에게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것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SG에 입성하기 위해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상혁은 심호흡하며 집중력을 바짝 끌어올렸다.

까각, 까가각.

집중 마법진이 그려진 곳 위에서 마정석 위에 미니 정과 끌로 쌀알에 글씨를 새기듯 마법진을 그린 상혁은 고개를 들어 눈과 눈 사이를 문질렀다.

“됐다.”

그러고는 피로를 해소하기 위해 진정 마법과 여러 보조 마법을 시전해 육체와 정신에 쌓인 피로를 덜어낸 상혁은 마정석을 주먹 안에 말아쥐었다.

“정화.”

꾸물꾸물.

마정석은 인간과 유사한 이종족에게서도 나오고 인간과 아예 다른 몬스터들의 몸속에서 희박한 확률로 발견된다.

그걸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제를 거쳐 정화해야 한다.

그렇게 정화 마법을 사용하자 마정석의 색이 바뀌면서 그 안에서 시커먼 슬라임 같은 것이 꾸물거리면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마기.

마정석은 마계에 사는 마족들이 사용하는 마기가 뭉쳐서 만들어진 돌이기 때문에 정화를 하게 되면 안에서 마기가 흘러나오게 된다.

이 마기를 없앨 수 있는 건 상극의 기운인 신성력이 유일한 수단이지만 마법사는 신성력을 사용할 수 없다.

신성력을 제외하고 마기를 없애기 위해서는 막대한 마나를 퍼부어 마기를 중화시키는 것뿐이다.

주로 화염 속성 마법을 이용해 마기를 태워 버리는 방식을 이용하곤 했다.

달칵.

“마스터.”

그때 일호가 손에 간식을 들고 지하실의 문을 열었다. 그런데 그때 꾸물거리며 천천히 흘러나오던 마기가 갑자기 번개처럼 일호를 향해 날아갔다.

“무슨!”

꾸물꾸물!

갑작스러운 마기의 움직임에 놀란 상혁이 손을 들어 올려 염력을 이용해 마기를 공중에서 멈춰 세웠다. 하지만 그 순간 상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우우우웅!!

마정석에서 흘러나온 마기는 굉장히 적은 양이었다. 그런데 그 적은 양의 마기가 상혁의 염력 마법에도 불구하고 더 큰 힘으로 일호를 향해 날아가려고 한 것이다.

2서클, 3서클.

1서클에 불과한 염력 마법에 들어가는 마나량을 2서클, 3서클 수준으로 늘렸음에도 마기는 염력 마법을 무시하듯 일호를 향해 날아갔다.

“피해!”

상혁이 일호를 향해 외쳤지만 그 순간 힘이 더욱 강해지면서 마정석의 마기가 일호의 마나석으로 쑥 빨려 들어갔다.

“이런!”

상혁은 곧바로 마나안을 펼쳤다. 지금껏 이런 희한한 일은 일어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마정석의 마기가 갑자기 서번트를 향해 달려들다니.

마나안으로 일호를 쳐다본 상혁의 눈이 가늘어졌다.

“마나석으로?”

마정석의 마기가 놀랍게도 일호의 마나석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상혁은 그 중심에 마나석 안에 존재하는 이질적인 기운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흡수한다?’

마정석의 마기를 그 이질적인 기운이 흡수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마기를 흡수하자 이질적인 기운이 늘어난 것이 상혁의 마나안으로 보였다.

마나안을 푼 상혁이 일호를 살폈다. 일호가 바뀌었나 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일호는 자신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한 번 문지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한 점이 느껴지거나 그런 건?”

“잘 모르겠습니다.”

“이리 와 봐.”

상혁이 일호를 앞에 앉히고는 손을 일호의 이마에 얹었다. 그러고는 마나를 운용하자 일호의 이마에 박힌 마나석이 호응했다.

마나석에 새겨진 것은 상혁의 마법진. 그리고 그 마나석을 작동하게 만든 것도 상혁의 마나였기에 마나석이 상혁에게 호응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이질적인 기운은 호응하지 않았다.

‘마기는 빨아들이지만 마나는 흡수하지 않는다고?’

마나를 주입해 이질적인 기운을 건드려도 보았지만 이질적인 기운은 마치 잠든 것처럼 마나에 일절 반응하지 않았다.

아니,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마나가 그 이질적인 기운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그 근처로 가도 마치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이질적인 기운을 마나가 그냥 통과해 버린 것이다.

“마스터. 제게 무슨 문제가 생긴 겁니까?”

일호가 상혁에게 물었다. 일호는 아무런 이상을 느끼지 못한 모양이다. 상혁은 일호의 마나석 안에 자리 잡은 정체불명의 이질적인 기운을 보면서 이를 뿌득 갈았다.

“뭐 하는 놈이지?”

당최 그 정체를 알 수 없었다. 대마법사인 그가 알지 못하는 기운의 정체라니. 하지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일호도 별 이상이 없으니 내버려 두는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이상이 느껴지면 곧바로 와.”

“예, 마스터.”

일호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상혁은 팔짱을 낀 채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럴 때면 가나안이 편한데.”

그곳에는 무려 일만 년의 역사를 기록해 놓은 역사서가 있었다. 그런 것치고는 과학이 아니라 다른 이능이 고도로 발달한 것이 신기하지만 어쨌건 레퍼런스가 있다는 것 자체가 마법사 같은 학자들에게는 좋은 단서와 증거가 된다.

하지만 지구에서는 모든 것을 오롯이 대마법사인 상혁이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다.

그런데 그때 오승택이 뛰어 들어왔다.

“상혁 님.”

상혁은 골렘용 마나석을 주머니에 넣었다. 오승택이 당황한 표정으로 그런 상혁에게 말했다.

“웬 미국인이 찾아왔습니다.”

“미국인?”

“예. 자신의 머릿속에 악몽을 해결하기 위해 찾아왔다고 합니다.”

에이전트 카터다.

상혁은 조금 전의 이질적인 기운의 정체에 대한 것을 머릿속에서 날려 버린 후 씩 웃으며 일어섰다.

“가지.”

“예.”

* * *

“오승택. 사만다에게 위로 올라가 있으라고 해.”

“예.”

사만다와 카터를 만나게 할 필요는 없었다. 사만다가 이곳에 있다는 건 떠벌려서 좋을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때 일호가 옆에 카터를 대동한 채 마당으로 들어왔다.

“마스터.”

일호가 상혁에게 고개를 숙이자 마치 십 년은 고생한 듯한 몰골의 카터가 부들거리며 기어 나와 상혁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제발, 제발 제 머릿속의 악몽을…… 살려 주십시오.”

“악몽이라.”

상혁은 마당에 무릎을 꿇은 카터를 보며 짝다리를 짚었다.

“네놈이 행한 일이다. 그 업보가 고스란히 네가 온 것뿐.”

“찾아오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이걸 해결하고 싶다면…… 그러니 제발.”

상혁은 간절하게 애원하는 카터를 보면서 웃었다. 지금 카터는 간절했다. 그래도 상혁이 예상한 것보다 더 오래 버텼다.

“그렇다면 거래를 하지.”

“거래…… 예. 무엇이든 내놓겠습니다. 잠만, 잠만 편하게 잘 수 있다면.”

정신이 견고한 특수훈련을 받은 요원도 결국에는 무너지기 마련이다. 인간의 정신력은 튼튼해 보이는 듯하면서도 허술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엘릭서. 누가 만들었냐? 그리고 왜 만든 거지?”

카터가 멈칫했다. 다크서클이 짙게 드리운 카터는 입술을 우물거렸다. 상혁은 그런 카터를 보면서 싸늘하게 웃었다.

“아직 여유가 있는 모양이야. 고생을 조금 더 해도 되겠군. 일호. 내보내.”

“예, 마스터.”

일호는 가차 없이 카터의 겨드랑이에 양손을 끼워서는 일으켰다. 카터는 버티려고 했지만 일호의 괴물 같은 힘에 하릴없이 몸에 일으켜 세워졌다.

‘무슨 힘이!’

생긴 건 기생오라비 같이 생겼지만 일호의 정체는 서번트다. 마법사의 잡일을 대신 처리해 주기 위해 만든 마법 생명체의 근력이 약할 리 없었다.

제아무리 1서클 마나석을 박아 넣은 일호라고 해도 마나를 이용한 근력은 웬만한 역도선수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힘을 낸다.

“자, 잠깐만! 잠시만요!”

카터가 끌려 나가기 전에 다급히 소리쳤다. 상혁이 손을 들어 올리자 일호가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놔줘.”

“예 마스터.”

일호가 손을 놓자 카터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 상태로 카터가 무릎을 끌며 상혁의 발아래까지 다가와 머리를 조아렸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전부 다 말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제발 제 머릿속의 악마를…….”

카터가 눈물 콧물을 흘리면서 흙바닥에서 기었다. 상혁은 그 자리에 무릎을 쭈그리고 앉으며 카터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러마. 그간 힘들었을 텐데 네게 평온을 선물해 주마. 그러니 말해 보아라.”

나긋나긋한 상혁의 목소리에 카터의 정신은 완전히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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