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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99화 (98/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99화

099. 날파리 주제에(4)

두둑, 두두둑!!

리바인 대위는 하늘에서 착륙하는 군용 수송기를 보며 날아가려는 자신의 모자를 붙잡았다. 그런 그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는데 불과 며칠 사이에 본국에서 또다시 CIA를 보내왔기 때문이었다.

‘에이전트 카터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리바인 대위를 비롯한 주한미군은 CIA와 공존할 수 없는 조직이었다. 그 때문에 서로의 독립성을 존중하며 서로의 영역에 침범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리바인 대위도 카터가 어떻게 됐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정보사 리바인 대위?”

리바인 대위는 마치 카터와의 일이 반복되는 것 같은 데자뷰를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카터를 대할 때처럼 뻣뻣하게 대하지는 못했는데 본토에서 도착한 이번 CIA 요원은 리바인 대위가 함부로 할 수 없을 정도의 고위직이었기 때문이다.

“공작 국장님을 환영합니다.”

작전국, 혹은 계획국이라 불리는 국가 비밀 공작국의 국장이 직접 한국에 도착한 것이다. 미 대통령을 제외하면 그 정체가 베일에 싸인 공작 국장인 존 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환영은 감사하네만 지금 한시가 바쁜지라 먼저 움직이도록 하겠네. 사령관께는 나중에 직접 인사하도록 하지.”

“예, 그럼.”

어차피 이것까지 다 사전에 말이 오간 내용이었다. 공작 국장이 직접 한국까지 들어올 일이라면 작전국 전체가 동원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사령관을 만나 허례허식을 차리는 것보다는 먼저 움직여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

리바인 대위는 멀어지는 공작 국장의 차를 보면서 침음성을 흘렸다.

“대체 무슨 일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지?”

정보사는 철저하게 중립을 유지할 것임을 리바인에게 요구했다. 군에서 철저하게 방관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함부로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은 확실했다.

‘에이전트 카터. 재수는 없지만 실력은 확실해 보였는데.’

본토에서 직접 파견될 정도에 모든 정보가 기밀인 카터라면 그 실력이 확실한 것은 두말할 필요 없었다.

게다가 그냥 CIA도 아니고 공작국 소속이라면 그 실력은 더욱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그런 공작국 요원이 대한민국에서 펼친 작전이 실패했다?

그것도 그냥 실패한 것도 아니고 공작 국장이 급히 공작국 전체를 이끌고 와야 할 정도로 큰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리였다.

띠리링!

그런데 그때 리바인 대위의 전화가 울렸다. 리바인 대위는 익숙한 이름에 전화를 들어 받았다.

“포터. 아직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했어. 이쪽 일이 바빠서 말이야.”

리바인 대위는 포터라 불린 사람과 나이 차이는 있지만 한 다리를 통해 알게 된 후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비록 리바인이 한국으로 파견되면서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연락을 취하면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포터가 부탁한 일이 있었는데 리바인은 군에서의 일이 바빠 그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리바인의 눈이 커졌다.

“연락이 왔다고? 사만다가?”

포터의 말에 놀랐다는 듯 대답한 리바인의 눈은 이내 더욱 커졌다.

“사만다가 한국에 있다고?”

* * *

서울의 마천루에 가까워지는 것을 보며 공작 국장인 존 베리는 침중한 어조로 옆에 있는 CIA의 지부장에게 다시 한번 더 확인했다.

“에이전트 카터에게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예. 다각도로 검사를 해 봤지만 생물학적으로 발견되는 이상 징후는 전혀 없었습니다.”

둘이 하는 이야기의 주제는 다름 아닌 에이전트 카터에 대한 것이었다. 카터는 지금 CIA가 확보한 한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택기지에서 외부로 이어지는 바퀴 자국이 있었던바, 카터가 그 바퀴 자국을 쫓았고 인근 공권력의 협조를 받아 서울 소재 지예병원을 조사하기 위해 갔다 왔다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유의미한 징후는?”

“전혀 없었습니다.”

카터의 행적에 대해서 존 베리는 아주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공작 국장인 그에게 카터는 모든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보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굳이 이렇게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은 확실하게 교차 검증을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결과 카터의 보고 내용에 누락된 점은 없었다.

그렇다면 한 가지 미스터리가 남는다.

“기억상실이라고?”

“예. 에이전트 카터는 자신이 왜 한국에 왔는지, 자신이 한국에 와서 무엇을 했는지를 전부 다 기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카터가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나갔다가 복귀한 후 그에 대한 모든 기억을 잃었다고 기억상실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악몽에 대한 수면 부족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악몽.”

“여기. 영상자료를 확보했습니다.”

존 베리는 안경을 콧잔등에 올렸다. 그리고 영상 재생 버튼을 누르자 영상 속 카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나도 어쩔 수 없었던 거라고. 왜 죽었는데 앞에 나타나는 거야. 왜!!]

존은 태블릿을 덮었다. 그러고는 피곤하다는 듯 콧잔등을 문지른 뒤 안경을 벗어 앞주머니에 넣었다.

“현 상태인가?”

“수면 중입니다.”

“이게?”

존의 눈이 커졌다. 태블릿 영상 속 카터가 잠을 자는 중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 것치고는 방 전체를 활보하며 미친 것처럼 소리를 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수면 중의 모습이었다.

“뇌파 검사, 뇌 MRI 및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를 동원했음에도 전문의마다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내놓았습니다.”

“그럼 심리적인 문제인가?”

존은 그 말을 하면서도 자신이 대단히 바보 같은 말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카터는 공작국의 블랙 요원이다. 블랙 요원이라는 건 적진에 포로로 잡혀 손톱과 발톱이 생으로 뽑혀도 웃을 수 있는 사람들만이 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심리적인 문제를 겪는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카터 요원은 아무래도 본국으로 송환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만나 보지.”

“예.”

존은 흔들리는 차 안에서 팔짱을 꼈다. 간단하게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생각보다 커졌다. 그 때문에 자신까지 대한민국에 와야만 했다.

카터는 분명 누군가에게 당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블랙 요원인 카터가 저런 증상을 보일 수 없었다. 문제는 CIA로서도 대체 어떤 방법으로 카터를 무너뜨린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

그리고 누가, 왜 그랬는지까지도.

“러시아나 중국의 동향은?”

“저희 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쪽의 움직임은 저희로서도 추적하기 벅찬 실정입니다.”

“인력 부족인가.”

“일본 쪽으로 지부가 이동한 후 일어난 현상입니다.”

“하. 대통령 하나가 나라를 그 정도로 말아먹다니.”

존은 전 대통령을 욕했다. 당최 종잡을 수 없는 방식으로 움직이던 그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익에 이익이 되는 쪽으로만 움직였다.

그 때문에 그 대통령이 집권하는 4년 동안 동아시아 정세에 미국이 감지하지 못 하는 큰 구멍이 뚫렸다.

북한, 중국, 러시아와 맞닿아 있는 대한민국은 미국의 첨병으로 지정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곳이었는데 전 대통령이 CIA 동아시아 지부를 일본으로 옮기는 바람에 정보망에 큰 구멍이 나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곳을 중국과 러시아는 집요하게 공략했다.

그 결과 중국과 러시아의 정보국의 움직임을 한국에서 파악할 수 없게 됐다.

“러시아나 중국이 아니면 카터를 그 정도로 무너뜨릴 수는 없는 법이지. 러시아나 중국에서 자백제 종류의 새로운 신약을 개발했을 가능성도 높고. 일단은 그렇게밖에 설명이 안 돼.”

“한국은 아예 배제해야 할까요?”

존이 CIA 지부장을 쳐다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어 낼 수 없는 그의 눈빛에 지부장은 긴장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가능성 없는 이야기는 아니군.”

지부장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카터의 일로 잔뜩 신경이 곤두선 존의 심기를 거스를까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원한 우방은 없는 법이지. 한국도 용의선상에 올려놔. 그리고 아무래도 지예병원이란 곳이 가장 중요할 것 같은데…….”

“조사 결과 지예병원은 대한민국 재계 서열 2순위인 한성그룹의 딸이 오너로 운영하는 병원이었습니다.”

“한성?”

“예.”

한성은 미국에도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그룹이다. 물론 대다수의 미국민들이 한국 브랜드인지는 모르지 한성의 차는 미국에서도 꽤 인기였다.

완성차를 만드는 업체 중 매출 순위로 세계 5위권 안에 드는 곳이 바로 한성그룹이다.

“엘릭서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성이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연루된 것이 있나?”

“검토 결과 없었습니다.”

“한국에서 한성그룹이라…….”

존은 팔걸이를 톡톡 두드렸다. 공작국이 CIA의 특급 기밀에 속하는 곳이었고 수많은 정예 요원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곳은 미국이 아닌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에서 재벌들이 얼마나 절대권력을 가지는지 존은 알았기 때문에 굳이 그들과 충돌하고 싶지 않았다.

“사건 당일 병원의 출입 기록과 근방 CCTV 영상 확보해. 카터는 엘릭서 프로젝트의 실험체들이 지예병원에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움직였으니까 관련 정황이나 증거들도 가져오고.”

“예.”

“그리고 청와대에 연락 넣어. 각하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니.”

“알겠습니다.”

이미 청와대에서는 존 베리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청와대 외교 수석에게 이미 존이 청와대로 간다는 것을 알렸기 때문이다.

“엘릭서 프로젝트가 다른 사람의 귀에 흘러 들어가는 순간 우리 모두의 모가지가 날아간다고 생각하고 움직여. 네 가족들, 네 친척들까지 전부 레이더망에 들어갔을 테니.”

“예.”

무거워진 지부장의 목소리에 존은 이마를 짚었다.

* * *

“서울에 좋은 아파트나 오피스텔 같은 것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박선웅은 말을 하다 말고 말끝을 흐렸다. 그도 처음 만날 때처럼 도전적으로 상혁을 더 이상 쳐다보지는 못했는데, 상혁이 SG그룹의 오너일가였다는 것을 알고 난 다음부터였다.

그들에게 찍혀서 사실상 인생 종 쳤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상혁 덕분에 개같이 부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살아남으려면 상혁의 옆에 딱 달라붙어 있어야 한다는 것도 박선웅은 잘 알고 있었다.

“왜. 주택 무시해?”

“아니, 이건 주택 수준도 아니잖습니까?”

“으리으리한 단독주택만 주택이냐? 이것도 주택이지.”

상혁은 눈앞의 파란 대문을 보며 씩 웃었다. 그러고는 힘차게 손바닥으로 대문을 밀고 들어갔다. 그러자 좁은 구기동 골목 사이로 난 자그마한 집 한 채가 상혁을 반겼다.

사람 다섯 명이 누우면 꽉 찰 것 같은 작은 마당의 위로는 커다란 은행나무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고 2층짜리 소담한 작은 주택은 지어진 재 40년이 넘어 그 세월을 그대로 외관에서 드러내고 있었다.

오래전에 해 놓은 낡은 샷시와 낡은 문손잡이, 떨어지는 페인트에 벽을 타고 올라간 담쟁이넝쿨까지.

서울에 있는 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시골 분위기가 나는 집이 상혁이 선택한 집이었다.

1층 18평, 2층 10평.

1층에 방 2개, 2층에 방 2개.

화장실은 1층에 밖에 없는 이 집은 상혁이 백정연에게 부탁해 알아본 집 중에 가장 마음에 들어 곧바로 계약을 하고 들어오게 된 집이었다.

“하. 간신히 전기 배선 작업 다 해 놨더니.”

“왜. 여기서도 하고 싶어? 부셔 줘?”

상혁이 손을 들어 올리자 박선웅이 언제 그랬냐는 듯 열심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상혁은 피식 웃고는 박선웅에게 말했다.

“넌 여기 정리되면 온양으로 내려가.”

“예?”

“너까지 여기 있으면 복잡하니까 넌 거기로 내려가라고.”

당연한 말이지만 상혁은 온양의 돌집도 버릴 생각이 당연히 없었다. 작은 던전까지 만들어 놓은 그 집을 상혁이 버릴 리 없는 것이다.

‘온양에서는 연구와 개발을. 그리고 여기서는.’

상혁은 집에서 나와 따로 들어가야 하는 작은 지하실 입구를 보면서 히죽 웃었다.

‘제작과 정비를 해야지.’

온양과 서울 간의 거리가 있지만 상관없었다. 6서클, 7서클이 되면 거리의 제약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게다가 5서클인 지금도 마법 수십 개를 떡칠하면 과학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물리적인 거리를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단지 그건 돈이 많이 들 테니 SG그룹에 입사하게 되면 그곳의 오너 일가로서 SG그룹의 돈을 쪽쪽 빨아다가 써먹을 생각이었다.

“정말입니까?”

상혁은 좋아하는 박선웅을 쳐다보면서 눈썹을 꿈틀거렸다. 박선웅의 능력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넓은 공간이 필요해 온양에 남겨 둘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걸 눈앞에서 좋아하니 괜히 심술이 일어났다.

“다시 생각해 볼까?”

“아니, 그것만은…….”

띠리릭!

때마침 상혁의 전화가 울렸다. 박선웅이 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얼른 짐을 들여놓겠다고 말하고는 상혁의 시야에서 도망쳤다.

그리고 전화를 받은 상혁은 무언가를 듣다가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누구요? 주드 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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