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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75화 (74/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75화

075. 김칫국 드링킹(5)

닥터 지펠은 실험체 1호, 사만다 허드의 바이탈 사인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위대한 프로젝트가 첫발을 내딛는 기적 같은 순간이었기 때문에 아주 조금의 실패도 있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지금 그 모습을 지켜보는 건 비단 그곳에 있는 지펠뿐만이 아니었다.

[시작하도록.]

화상으로 지금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미국의 굵직한 거물들이 다섯 명이 넘었다. 프라이버시를 위해 얼굴은 나오지 않았지만 목소리만 듣고도 지펠은 뒷목에 소름이 쭉 돋는 느낌이었다.

‘이것만 제대로 성공시키면 나는…….’

지펠의 얼굴에 희열이 떠올랐다. 그는 의사임과 동시에 생명공학과 화학의 박사학위를 가진 전문가이기도 했다.

그가 남들은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걸 세 개나 딴 천재가 된 데에는 그에게 평생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불로불사.

인간이란 생명체가 가진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하고 그곳에 자신의 이름으로 된 깃발을 박는 것.

그 야망으로 지펠은 이제 자신의 꿈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코앞에 두고 있었다.

펜타곤 국방의학연구소.

미 국방성 산하의 비밀연구소인 국방의학연구소는 질병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하는 곳이 아니라 온갖 화학 무기를 개발하고 더 나아가서는 불로불사나 슈퍼 솔져 같은 것을 연구하는 곳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기꺼이 엘릭서 프로젝트에 지원했다.

모든 질병을 완치시킬 수 있는 꿈의 신약.

그로 인해 거물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면 그곳의 입성이 머지않을 것이라 예상했고, 실제로 그것이 이루어지기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지펠은 들뜬 마음을 가라앉혔다. 쥐, 소, 원숭이를 걸친 임상실험이 끝나고 첫 인체실험이 시작되려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만약 엘릭서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세계의 판도는 뒤바뀔 것이다.

권력을 쥐고 부자인 자가 수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병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그리고 그들은 그것으로 새로운 권력을 쥔 채 세상을 좌지우지할 것이다.

[어서.]

그 때문인지 화상으로 들리는 목소리가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지펠은 저 거물들도 전부 다 지병을 하나씩 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찾아오는 질병이거나 유전적으로 찾아오는 질병은 제아무리 돈이 많거나 권력이 많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엘릭서 프로젝트가 추진된 것이다.

“1호 실험체입니다.”

지펠은 주사기 안에 들어 있음에도 영롱한 빛을 달하는 엘릭서를 들여 보였다. 전설 속 엘릭서는 마시기만 해도 수명이 늘어나고 모든 병이 치유된다는 전설 속의 약물이었다.

‘핵 실험체와 반중력 실험체가 결합하면서 현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분자 구조를 가진 물질.’

과학 시간이 외우는 주기율표는 계속해서 매년 갱신되고 있었다. 계속해서 새로운 물질들이 발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엘릭서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연에 우연을 거쳐 나오게 된 물질인 엘릭서는 또다시 수없이 많은 우연을 거쳐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후우.”

지펠은 그 무게를 알고 있기 때문에 긴장된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일부러 주변에 단 한 명의 연구원도 두지 않았다. 지극히 비밀리에 추진되어야 하고 동시에 집중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실패해도 된다. 하지만 가능성을 보여 주어야 한다.’

프로젝트 엘릭서에 투입된 자금은 미국의 1년 치 전체 예산을 초월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성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도 그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고, 프로젝트도 지속될 수 있었다. 실패하는 건 상관없었다.

그래서 실험체가 죽더라도 뒤에 수백 명에 달하는 실험체가 대기하고 있었다.

가능성.

지펠은 이미 눈앞의 실험체 1호를 자신과 같은 인간이 아니라 실험실의 쥐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꾸욱.

지펠은 실험체 1호, 사만다 허드의 팔을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혈관을 찾아 손으로 짚었다. 그리고 그곳에 주삿바늘을 찔러 넣었다.

푸욱.

주삿바늘이 들어가고 주사기 안에 담겨 있던 약물이 절반 정도가 들어갔다. 지펠의 두 눈이 사만다 허드의 바이탈 사인을 훑으면서 예리하게 집중력을 올렸다.

[…….]

화상으로 실험실 안의 모습을 보고 있는 거물들도 긴장한 듯 숨소리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 지펠은 약물이 빛을 내면서 사만다 허드의 혈도를 타고 올라가는 것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쭈욱!

약물 한 통이 전부 다 들어갔다. 그리고 혈관을 따라 영롱한 빛이 바깥으로 투사되면서 사만다 허드의 심장 쪽으로 향했다.

“1차 약물 투여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2차 약물을 투여하겠습니다.”

쥐와 소, 원숭이를 대상으로 고려했을 때 적절한 약물 용량이 있었다. 지펠은 그 옆의 다른 주사기를 손에 쥐었다.

그런데 그때 사만다 허드에게서 이상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약물이 심장 어림까지 도달했는데 그 순간부터 경련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지펠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안정제를 집어 들었다.

“예상 범주 안의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현재 실험체의 신체에는 HIV균 등 도합 30가지의 다양한 질병을 촉발할 수 있는 균을 주입해 놓은 상태이며 엘릭서가 그 균과 접촉하여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엘릭서는 모든 질병을 고쳐야 하는 신약이다. 때문에 지펠을 비롯한 이곳의 비밀 연구원들은 실험체의 몸에 균을 주입했다.

그 균들이 자리를 잡고 활개를 치면 최소 코마 상태에서 최대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균이었지만 그들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실험체의 체력이 버티지 못할 경우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엘릭서가 해당 균에 맞서 어떠한 정도로 치유를 하였는지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좋군.]

지펠의 말인즉슨 설령 실험체가 죽지 않더라도 치료가 아니라 엘릭서의 효능을 점검하기 위한 검사만 할 것이라는 뜻이었다.

즉, 바로 즉사하지 않으면 죽을 정도의 고통을 끊임없이 받아야 한다는 소리였다.

덜덜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경련이 심해졌다. 지펠은 바이탈 사인이 변하는 것을 보면서 눈을 가늘게 좁혀 떴다.

‘심장에 무리가 가고 있군.’

엘릭서가 심장에서 균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통에 사만다 허드의 심장에 큰 무리가 가고 있었다. 지펠은 그 순간 결론을 내렸다.

‘버티지 못하겠군.’

오래 버티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지펠은 오히려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살아 있는 신체보다 사체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수월하게 얻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래 못 버틸 것 같은데?]

그런 목소리가 뒤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지펠은 중심을 잃지 않았다. 그는 2차 투여를 강행하기로 했다.

어차피 1호부터 성공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도 않았다.

“2차 투여하겠습니다.”

그렇게 지펠이 사지가 결박된 상태에서도 벌벌 떠는 사만다 허드의 팔에 주사기를 가져가 댄 순간.

흔들!

“음?”

지펠은 하마터면 주삿바늘을 엉뚱한 곳에 꽂을 뻔했다. 꽂으려는 순간 지펠이 느낄 정도의 진동이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무슨 소리지?]

“지진인 것 같습니다.”

지펠은 그 정도의 진동이 오려면 둘 중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지진, 아니면 전쟁.

하지만 여기서 전쟁이 일어날 것이었다면 미국 본토에서 모를 리 없었다. 미국의 정찰 위성을 피해갈 수 있는 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진? 지진 때문에 일본을 피해 한국에 연구소를 만든 건데.]

[아니. 지진이 아닐세. 지진파가 감지되었다는 보고는 들어오지 않았어.]

미국은 비단 전쟁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재해에도 귀를 기울인다. 그게 돈을 만지는 사람들에게는 큰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이 몰리는 곳에 세상의 모든 정보가 몰리는 건 당연한 이치다. 지펠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뭐지?’

얼굴이 보이지 않는 저 거물이 자신이 예상하는 그 사람이 맞다면 그의 말은 100퍼센트 신뢰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진이 아니라는 소린데, 진짜 전쟁이나 테러라도 일어났다는 뜻인가?

‘어떤 미친놈이 미군기지에 테러하겠어.’

한국은 테러 발생률이 0에 수렴하는 나라다. 지펠은 주사기를 다시 가져다 데려고 했다.

“계속하겠습니다.”

흔들.

쿠웅!!

그런데 이번에는 확실하게 진동이 느껴졌다. 그 뒤로 약하게 무언가 무거운 게 떨어지는 소리도 함께 울려 퍼졌다.

지펠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하지만 다시 집중을 깨지 않고 그대로 주삿바늘을 꽂아 넣었다.

아니, 넣으려고 했다.

쿠웅!!

지펠의 바로 옆으로 천장에서 시멘트 덩어리가 떨어지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지펠은 옆으로 우당탕탕 굴렀다. 덜어지는 시멘트 덩어리에 어깨를 맞은 것이다.

“으악!!”

어깨가 탈골되면서 지펠이 바닥에 엎어진 채 고통 어린 신음을 냈다.

[무슨 일이지?]

[천장이 무너졌어.]

[갑자기? 대체 왜?]

화상 속에서 여러 목소리가 섞여서 울려 퍼졌다. 그들도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툭툭.

그런데 그때 그 속에서 누군가 먼지를 툭툭 털어 내면서 걸어 나왔다. 상혁이었다.

그런데 상혁은 원래 자신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았다. 인식장애 마법이 아니라 아예 다른 사람의 얼굴을 뒤집어쓴 것이다.

“어이구. 여기서 퀴퀴한 냄새가 난다 했더니 이거.”

상혁은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사만다 허드와 주삿바늘을 놓친 채 바닥에서 구르고 있는 지펠을 보고는 싸늘한 눈빛을 띠었다.

첨단 의학 기기들만 즐비했지 여기서 나는 냄새, 공기는 자신이 인체실험을 당하던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백도현?]

그때 누군가 상혁이 한 얼굴을 알아보고 대경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상혁이 고개를 슥 돌렸다. 그러고는 노트북 화면이 틀어져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히죽 웃었다.

‘여기서 나온 목소리였구나.’

상혁이 일루젼 마법을 얼굴에 건 이유는 간단했다. 청력 증폭 마법으로 지펠이란 놈이 있는 곳을 찾아 돌아다니던 중 지펠이 저 화면 속 거물들과 하는 대화를 들었기 때문이다.

주변에 사람들도 다 쫓아내고 하는 일이 은밀할 것이라 상혁은 예상했고 그렇다면 이 기회에 백도현에게 거하게 한번 엿을 먹여 주자는 생각에 백도현의 얼굴을 했다.

‘아슬아슬하네.’

하지만 오래 유지할 수는 없었다. 지난 며칠간 쓴 마법이 꽤 컸기 때문에 마나가 간당간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혁은 그 마나를 다시 채울 방법이 있었다.

그 전에 상혁은 노트북 화면에 손을 올렸다.

“흑막에 숨은 실력자들이려나? 늙은이들이 죽으랄 때 안 죽고 사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야. 나이 먹으면 죽는 게 당연하지. 응?”

턱.

상혁은 그렇게 말하고는 화면을 덮었다. 그러고는 쇼크 마법으로 노트북을 지져 버렸다.

파지직 팍!

노트북이 검게 타면서 스파크가 번쩍하고 튀었다. 상혁은 윈드 커터 마법으로 위층을 뚫고 내려왔기 때문에 손가락을 튕겨 먼지를 밀어냈다.

그 사이에도 사만다 허드는 경련을 계속해서 일으키고 있었다. 상혁은 그녀의 전신을 타고 흐르는 영롱한 약물을 보면서 입가를 끌어 올렸다.

“이게 뭐야.”

상혁은 사만다 허드의 배에 손을 올렸다. 참을 수 없었다. 상혁은 밀폐된 이 실험실 안을 깨고 내려올 때부터 강렬한 마나 향을 느꼈다.

그리고 상혁은 한눈에 그것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사만다 허드의 몸속에 흐르는 저 영롱한 불빛이 마나 향의 근원이었다.

“……엘릭서가 여기 왜 있어?”

쑤우욱!!

상혁의 손바닥이 사만다 허드에게 투여한 엘릭서를 쭈욱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사이에 이상한 이물질 같은 것이 함께 느껴졌다.

“이건 뭐야. 독?”

독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성분이 복잡한 것이었다. 상혁은 속이 저릿저릿해 오는 것을 느끼면서 히죽 웃었다.

“질병이네.”

독과 질병은 몸속에서 느낌이 바로 다르다. 독은 곧바로 내부 장기를 파괴하려 드는 반면 질병은 숙주에 기생하기 위해 자신이 살 곳을 슬쩍 만들려고 한다.

가나안에서 질병과 죽음을 다루는 사령술사들과 질릴 정도로 드잡이질을 해 본 상혁은 단번에 그것이 질병임을 간파했다.

“뭐, 맛있게 먹겠습니다?”

화아악!!

엘릭서를 빨아들이는 상혁의 몸에서 은은한 마나의 빛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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