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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65화 (64/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65화

65. 백상혁이요(5)

냉동고처럼 생긴 짐칸 안에는 악취가 심하게 나는 폐기물들이 실려 있었다. 하지만 병원에서 나가는 의료 폐기물은 그 특성으로 인해 다른 일반 쓰레기장에서 처리할 수 없었고 전문 소각장에서만 소각이 가능했다.

그렇기에 특정 업체에서 수거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 트럭에는 그러한 로고 같은 것이 하나도 붙어 있지 않았다.

그저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트럭에 짐칸이 달린 형태였던 것이다.

“휘유.”

상혁은 그 악취에 손부채를 부치면서도 눈을 반짝하고 빛냈다.

“초아야.”

뽀르르!!

상혁이 초아를 부르자 초아가 뿅 나타났다. 그러더니 초아가 기겁을 하면서 나뭇가지를 펄럭이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오염물.

상혁은 그런 초아를 보면서 빙긋 웃으며 말했다.

“네가 느끼기에 가장 더러운 게 어떤 거야?”

그러자 초아가 허공을 한 바퀴 빙글거리며 돌더니 새처럼 날아서는 커다란 녹색 쓰레기 봉지에 착하고 내려앉았다.

지금처럼 사방에서 마나가 느껴질 때는 상혁의 감각보다는 초아의 오염물 탐지 감각이 훨씬 더 나았다. 그렇기 때문에 상혁은 주저하지 않고 녹색 쓰레기 봉지를 염력 마법으로 띄워 올렸다.

부우웅!!

그사이 차가 살짝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오승택이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한 모양이었다. 상혁은 의식을 둘로 나누며 마법을 시전했다.

‘스테이블.’

마법사가 마법을 시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안정성이었다. 안정성이란 마법사가 마법을 시전하는 시점에 땅이 흔들리거나 몸이 흔들리면 안 된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마법사를 위해 개발된 마법이 바로 스테이블이었다.

달리는 마차 위나 말 위, 혹은 배 위에서 마법을 시전할 때 필수로 익혀야 하는 것이 스테이블이었고 그 때문에 전쟁터에 나서는 워메이지에게는 반드시 필수적으로 익혀야 하는 것이 바로 이 스테이블 마법이다.

우뚝.

차가 출발하면서 짐칸 안이 흔들리기 시작했지만 그 안에서 상혁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혼자 다른 차원에 있는 것처럼 중심을 잡은 상혁이 손가락을 까닥이자 초록색 쓰레기 봉지가 날아오더니 허공에서 스스로 묶여 있던 것이 풀렸다.

“약?”

그리고 그 안에는 병에 쓰인 이름만 봐서는 도통 어디 쓰일지 알 수 없는 약병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문제는 그 약병들이 빈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고체의 알약들과 액체의 약들이 섞여 기이한 악취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으음.”

상혁은 봉지를 열고 그 안에서 확 피어오른 냄새를 맡고는 머리가 띵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큐어, 정화.”

머리가 띵한 건 독기가 호흡기를 통해 들어왔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독에 중독된 적이 여러 번 있었던 상혁은 곧바로 마법 두 개를 시전했다.

그러자 마나가 독기를 밀어내며 띵하던 머리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상혁은 고개를 저으면서 휘파람을 불었다.

“센데?”

독기가 강렬했다. 그러나 지구의 독기는 곧 마나와 한 몸이었다.

“안 그래도 마나를 많이 써서 허전했는데.”

보통의 4서클 마법사가 가진 마나보다 월등하게 많은 마나를 가지게 된 상혁이어도 4서클 마법을 공간에 계속해서 유지한다는 건 크게 부담이 가는 일이었다.

그 때문에 마나 고리가 많이 허전했는데, 아주 좋은 먹잇감이 나타난 셈이다.

“그나저나 대체 이 트럭은 뭐지?”

상혁은 대체 이런 걸 싣고 있는 트럭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하지만 일단은 빈 마나 고리를 채우는 것이 우선이었다.

“스읍!!”

흔들리는 짐칸 안에서도 흔들림 없는 자세를 선보인 상혁이 두 눈을 감고 마나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 * *

“뭐, 뭐가 사라져?”

SG충청병원의 병원장인 이기철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출신으로 한국에서 소위 말하는 엘리트 출신의 의사였다.

집안도 3대가 의사인 집안이었는데 그의 아버지 대에서부터 SG그룹과 연이 닿으며 이기철은 SG충청병원의 병원장이 됐다.

그런 그는 방금 충청병원의 경비를 책임지는 경비팀장으로부터 받은 보고에 머리에 현기증이 오는 것을 느꼈다.

“트럭이 사라졌습니다.”

“무슨 소리야 그게!”

요즘 새롭게 한창 빠진 세컨드와 인근 오피스텔에서 한창 뜨거운 밤을 보내고 있던 그는 욕구를 풀지 못한 불쾌한 상태로 경비팀장의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경비팀장에게서 트럭이 사라졌다는 것을 보고 받은 순간 그는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것을 느꼈다.

“그, 그것이…….”

그가 즉각 호출하자 10분 만에 달려온 경비팀장은 머리를 조아리면서 쩔쩔맸다.

“배, 백도현 사장님께서 특별관리하라고 부탁하셨던 김경자 씨가 갑자기 사라지는 바람에 병원에 비상이 걸렸는데…….”

“누가 사라져?”

충격의 연속이었다. 그것도 하필이면 병원장인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것도 백도현이 부탁한 특별 관리 대상이 사라졌다.

“경호원은?”

“그게,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오니 사라졌다고…….”

“야!!”

빡!!

경비팀장이 정강이를 부여잡고는 자리에서 쓰러졌다. 이기철의 구둣발이 정강이에 작렬한 것이다. 이기철은 씩씩거리면서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 올렸다.

“너 월급 공짜로 받고 일해? 무슨 일이 이따위야!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었길래 환자가 빠져나가는 것도 몰랐어!!”

“그게 모든 CCTV를 다 뒤졌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사라져?”

“아니. 아예 CCTV랑 서버가 고장이 나서 아무 영상도 녹화가 안 됐습니다.”

경비팀장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경비팀의 업무 중에는 시설 관리도 있었다. 그런데 멍청하니 그걸 고장 내놓고서는 억울하다는 경비팀장에게 이기철이 뺨을 후려치려다가 꾹 참았다.

“그럼 그건 어떻게 된 건데?”

이기철이 목소리를 확 죽였다.

“소각장 말이야! 소각장!”

“그.”

본래 의료용 폐기물은 그냥 일반 쓰레기와 함께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소각장에 가서 소각을 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약품 등에 들어간 성분이 자연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알 수 없고, 높은 확률로 오염이 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법령으로 제정이 되어 있는 것이었는데 문제는 비용이었다.

의료용 폐기물 처리 비용은 일반 쓰레기 처리 비용에 비해 거의 열 배 가까이 높았던 것이다.

그 때문에 이기철 원장은 경비팀장과 함께 몰래 사설 처리업체를 불러 이면 계약을 한 후 의료용 폐기물 중 상당수를 그 업체를 통해 처리함으로써 비용을 절약하고 그 남은 비용을 자신의 뒷주머니에 챙겼다.

거기서 나오는 수익만 해도 일 년에 족히 수억에 달했기 때문에 아주 쏠쏠했다. 그런데 그 트럭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만약을 대비해 그쪽에는 CCTV도 설치해 두지 않았다는 걸요.”

“끄으으.”

이기철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건 상당히 곤란한 일이었다. 만약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다면 자신은 끝장이었다.

이기철은 핏발이 솟은 눈으로 경비팀장에게 윽박질렀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내란 말이야! 그게 알려지면 너나 나나 끝이야! SG에서 소송이 들어올 수도 있는 일이라고!”

“그, 그 정도로요?”

“그래 인마! 가서 찾아! 길거리 CCTV를 전부 뒤져서라도 찾아내란 말이야!!”

이기철은 경비팀장의 엉덩이를 발로 차서는 내쫓아 보냈다. 하지만 그가 나간 뒤에도 이기철은 쉽사리 초조함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경비팀장 모르게 이기철만 알고 있었던 비밀이 그 트럭에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사모님께 보내 드릴 약이나 태반주사도 들어 있고, 거기에 그것도 들어 있는데.’

SG충청병원은 종합병원이다. 거기에 지방 거점 국립 병원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병원이다.

그런 만큼 다양한 약품들을 취급했는데 이기철은 그렇게 다양한 약품들을 취급하면서 몰래 몇 가지를 더 추가해서 반입했다.

의사의 처방전 없이는 쓸 수 없는 마약성 의약품과 일반 약국이나 피부과에서는 처방이 불가능한 그런 미용 의약품들이 그에 해당했다.

SG란 이름과 병원장인 자신의 직급을 내세워서 아무도 모르게 진행한 일인데 그중에는 밖에 들킨다면 사회적인 지탄을 받을 만한 것들도 들어 있었다.

젊은 남자의 정자, 첫 아이를 임신한 산모의 모유 등 그 효능이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미신에 가까운 것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으으으.”

그런데 하필이면 그런 것을 실은 트럭이 탈취됐다. 그건 이기철이 서울에 있는 사모님들에게 뇌물로 바치기 위해 특별 공수한 것들이었다.

띠리리!

그때 이기철의 핸드폰이 울렸다. 거기에 떠오른 이름이 익숙한 이름이란 것을 확인한 이기철의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죽었다.

벌써 병원의 일이 사모님의 귀에 들어간 모양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사모님. 병원장입니다. 예? 걱정 마십시오. 이번 달 물품은 차질 없이 공수할 수 있습니다. 예. 예. 걱정하지 마십시오. 예.”

이기철은 일단 그렇게 질렀다. 그러고는 머리를 감싸 쥔 채 자신의 책상 위에 코를 박았다.

“망했다, 망했어!!”

* * *

“뭡니까?”

이선호는 야밤에 갑자기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지자 문을 벌컥 열었다. 그러고는 그 앞에 마스터키를 대려던 박정철을 발견하고는 인상을 쓰며 그 뒤의 백도현을 노려봤다.

예기치 않게 이선호가 튀어나온 셈이지만 백도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상혁 씨를 만나러 왔습니다.”

“이 야밤에. 약속도 없이. 그리고 허락도 없이 그냥 방문을 열려고 한 겁니까? 이거 주거침입입니다.”

이선호는 방에 상혁과 오승택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백도현이 다짜고짜 이 시간에 달려온 것을 보면 그것을 알고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즉, 백도현은 지금 상혁이 방 안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러 온 것이다.

그러니 비켜 줄 수 없었다.

‘백도현이 인질로 잡고 있는 오승택 어머니를 구하러 간다고 했지.’

그런데 백도현이 어떻게 알아채고 이곳으로 온 것인지 이선호는 알지 못했다. 상혁이 마법사란 것을 아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상혁이라고 바로 짐작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은 막아야 한다.

“물러서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이선호는 백도현 앞에 버티고 섰다. 그러자 박정철이 잠시 난감한 표정으로 백도현을 쳐다봤다. 백도현은 이선호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내가 경찰을 무서워할 것 같습니까?”

“안 그러시겠죠. 경찰쯤이야 전화 몇 통이면 해결하실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이니 어쩌겠습니까.”

이선호는 백도현을 비웃었다. 하지만 그런 이선호의 도발에도 백도현은 넘어오지 않았다. 이게 바로 백도현의 무서운 점 중 하나였다.

백도현은 음침하고 음습했다.

그는 절대로 상대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의 도발에 넘어올 일도 없었다.

결국 백도현을 상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먼저 백도현의 감정을 흔들고 멘탈을 흔드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았다.

백도현이 이선호를 급습한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비키세요. 안 비키시면 힘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백도현이 그렇게 말하자 뒤의 경호원이 위압적으로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이선호는 피식 비웃었다.

“내가 언제 당신 말 무서워하는 거 봤습니까?”

“이 변.”

백도현이 유리알처럼 투명한 눈빛으로 이선호를 쳐다봤다.

“그러다 정말로 죽어요.”

“공갈에 협박까지 추가. 주거침입에 나 강제로 끌어내면 폭행까지 추가할 겁니다.”

백도현이 살기를 드러냈지만 이선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미 백도현에게 면역이 된 이선호였다. 백도현이 무서웠다면 그렇게 무모해 보기에 싸우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람을 죽이는 게 쉽다지만 반대로 그것만큼 대한민국에서 어려운 일도 없었다. 백도현이 이선호를 죽이지 않고 살려 둔 이유는 그것 때문이다.

이선호를 죽이면 백도현이 죽였을 것이라고 누구나 다 생각할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이선호가 온양으로 내려간 사이 천천히 중독시켜 죽이려고 했던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무엇 때문인지 실패했지만 말이다.

“끌어내.”

“야! 백도현!”

하지만 백도현은 오늘만큼은 물러서지 않았다. 경호원이 잡아끌자 이선호는 버티지 못하고 끌려 나왔다.

‘안 되는데.’

이선호는 어떻게든 버티려고 했지만 두 명이나 되는 경호원의 힘을 견뎌 낼 도리는 없었다. 그렇게 이선호가 끌려 나오자 백도현은 방 안으로 뛰쳐들어갔다.

“뭡니까?”

그런데 그때 백도현이 자리에 못 박힌 듯 멈춰 섰다. 허탈한 듯 웃는 백도현 앞에 상혁이 졸린 눈을 비비며 인상을 쓴 채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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