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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59화 (58/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59화

59. 영감이 기운도 좋다(4)

연화향은 SG호텔이 자랑하는 중식당이다.

서울에도 호텔에 입점한 유명 중식당들이 유명세를 떨치듯 연화향 역시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중화요리 셰프 사대천왕 중 한 명인 유명인을 내세워 최고급 중식 요리를 내놓는 곳이었다.

그런 만큼 가격도 괴랄하게 비쌌다.

동네에서는 평균적으로 5,000원이면 먹을 수 있는 짜장면이 이곳에서는 25,000원이었다.

거기에 탕수육은 가장 작은 사이즈가 80,000원이 넘었고 고급 요리 중 하나인 전가복 같은 경우에는 250,000원이 넘었다.

그럼에도 연화향은 일 년 365일 내내 사람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서울만 아니라 부산, 제주도 등에서도 연화향을 먹기 위해 태안에 올 정도로 SG호텔의 톡톡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예약을 하기 힘든 곳이지만 이곳에서는 백정연의 이름 세 글자면 모든 게 해결됐다.

백정연이 이미 SG호텔의 임직원들에게 스위트룸에서 묵고 있는 상혁의 모든 편의를 최대한 봐주라고 지시를 내렸기 때문에 웨이팅이나 예약 없이 곧바로 자리에 앉은 것이다.

“흐흐흐흐.”

“상혁 씨. 우리 살살 합시다. 예?”

손바닥을 비비며 웃는 상혁을 보면서 이선호는 공포에 떨었다. 대체 이번에는 상혁이 얼마나 먹을지 두려워졌기 때문이다.

“에이, 나 때문에 SG호텔 스위트룸에서 지내시는 분이 이런 거 아끼시면 안 되죠. 내기에 이겼지 않습니까.”

“그렇긴 한데 말입니다.”

“게다가 내가 독도 빼 줘.”

“으으으…….”

이선호는 결국 두 손을 들어 올렸다, 항복의 표시였다. 상혁이 히죽 웃고는 손을 들어 올렸다.

“음식 식으면 맛없으니까 한꺼번에 시키지 말고 순차적으로 시킵시다.”

“순차적으로? 얼마나 먹으시려구요?”

그 순간 웨이터가 왔다. 상혁은 이선호를 향해 빙긋 웃어 보이고는 웨이터에게 들고 있는 메뉴 책자를 통째로 넘겼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주세요. 식지 않게 나오는 순서 잘 조절해서 주시고.”

“허억!”

이선호가 뒷목을 붙잡았다. 저 책자 안에 있는 모든 메뉴라니. 이선호는 벌써부터 통장이 자신에게 왜 이러냐고 항의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배고파 죽겠다고, 자꾸만 쓰지 말고 좀 채워 놓으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미안하다.’

이선호가 할 수 있는 건 그런 통장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하는 것뿐이다. 어쨌거나 잠시 후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음?”

손바닥을 비비면서 어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상혁이 고개를 갸웃했다.

냄새는 좋았고 색깔도 먹음직스러웠다. 과연 연화향이란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눈으로 보기에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던 것이다.

“요새 힘든가?”

하지만 그런 음식을 두고 변죽을 울리던 상혁은 일단 젓가락을 들었다. 그리고 한 젓가락 집에서 입에 넣는 순간 상혁은 손을 뻗어 이선호의 젓가락을 붙잡았다.

“변호사님. 잠시만.”

“에?”

돈은 돈이고, 일단 먹기라도 하려고 젓가락을 들었던 이선호가 바보 같은 소리를 냈다. 상혁은 그런 이선호에게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드시지 말아보세요.”

“먹지 말라구요?”

“네.”

상혁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상혁의 표정이 제법 심각했기 때문에 이선호는 젓가락을 슬쩍 내려놓았다.

하지만 음식의 유혹이 장난이 아니었다.

“앗.”

자신도 모르게 침이 한쪽 입꼬리로 흘러내리자 이선호는 얼른 그 침을 닦았다. 그 와중에 상혁은 나온 음식을 하나도 빼 놓지 않고 싹싹 먹어치웠다.

“음.”

“이제 먹어도 됩니까?”

“아직이요.”

상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뒤이어 나오는 음식들도 전부 다 상혁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이선호가 먹으려고 할 때마다 상혁이 손을 들어 이선호를 막았다.

“진짜 왜 이래요?”

“잠깐만요.”

상혁은 아무 말 없이 계속해서 음식을 흡인했다. 그런데 그게 얼마나 맛있어 보이던지 이선호는 이제 화가 날 지경이었다.

자신이 사는 건데 정작 자신을 하나도 못 먹게 하니 짜증이 날 만했다.

“상혁 씨!”

“안 됩니다.”

“그러니까 왜 안 되냐구요.”

상혁은 냅킨으로 입가를 닦았다. 더 안 된다고 하다가는 이선호가 폭발할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혁이 그를 못 먹게 한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느껴져요.”

“뭐가요?”

“마나가. 이 음식에서.”

상혁이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손끝을 바람 마법으로 약간 따자 짙은 보랏빛이 도는 액체가 주르륵하고 흘러나왔다.

“어?”

“사람이 먹어서 좋을 게 없는 성분이에요. 마법사에게는 필수지만 말입니다.”

“그럼 그게…….”

상혁은 빈 찻잔 속 바닥에 고인 짙은 보랏빛 액체를 이리저리 굴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음식들 안에서 나온 겁니다.”

처음에는 상혁도 긴가민가했다. 마나향이 비슷하게 나는 것 같은데 그게 희미해서 잘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먹어 보는 수밖에.

그래서 먹은 결과 상혁은 확실하게 느꼈다.

심장에 있는 고리가 반응하고 있었다. 물론 그 양이 미약하기 때문에 소모한 마나를 약간 보충해 주는 정도지만 그래도 중요한 건 마나가 음식 안에 들어 있다는 소리다.

“여기 셰프가 유명한 사람이라고 했습니까?”

“예. 무척 유명한 사람입니다. 유명인 셰프라고 중국에서도 인정을 받는 셰프입니다.”

“호오.”

상혁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유명한 사람인 모양이었다.

“백정연 대표가 삼고초려로 연화향에 모셔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나라니.

상혁이 오염된 곳만 찾아다니는 이유가 마나 때문이란 것을 이선호는 알고 있었다. 상혁이 자세하게 설명해 주지는 않았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마나는 오염된 것에서 나온다.

그런데 음식 안에 마나가 있었다?

음식 안에 오염된 무언가가 들어 있었다는 소리다.

“잘못된 식재료를 쓴 겁니까? 보관 방법이 잘못됐다던가, 아니면 주방 자체가 비위생적이라 균이 들어갔다던가.”

“음. 잠시만요.”

상혁이라고 해서 그냥 마나의 향기만 느끼고 그게 무슨 오염인지 알 방법은 없었다. 마나의 전문가이지 오염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행히 표본이 눈앞에 있었다.

할짝.

“상혁 씨!!”

상혁이 짙은 보랏빛이 도는 액체를 혀에 떨어뜨린 것이다. 그것이 농축액임을 알고 있는 이선호는 까무러칠 것처럼 놀랐다.

하지만 정작 상혁은 태연하게 입맛을 다셨다.

“음…….”

찌릿, 찌릿.

혀가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상혁은 기이한 열기가 머리 쪽으로 몰려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케이. 정화.”

화아악!!

상혁의 혈관 속에 돌던 보랏빛 액체가 정화 마법에 의해 깨끗하게 씻겨져 나갔다. 보랏빛 액체를 태워 버린 상혁이 이선호에게 말했다.

“약입니다.”

“약이요?”

“마약.”

상혁이 히죽 웃었다.

* * *

백도현은 상혁이 묵고 있는 최상층 스위트룸에 도착했다. 그는 줄곧 궁금하던 것을 박정철에게 물었다.

“백정연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이 스위트룸은 백정연이 귀빈을 위해 만들어 놓은 곳이다. 그런데 고작 이선호와 상혁 따위가 이곳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백정연과의 모종의 관계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백정연 대표의 드레스가 망가졌었는데 그 드레스를 고쳐준 사람이 상혁이라고 합니다.”

“백사앙?”

백도현은 피식하고 웃었다. 여기서 또 그 상혁의 이름이 나왔다. 어떤 놈인지 한 번 대면하면 어떤 식으로든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두드리세요.”

“예, 사장님.”

똑똑똑

박정철은 문을 두드렸다. 백도현은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재밌다는 듯 히죽거리며 웃었다. 하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똑똑똑.

박정철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당연히 아직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백도현까지 대동하고 온 것인데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만약 안에 아무도 없다면?

백도현을 헛걸음하게 만든 것이다.

“박 실장님도 실수를 하시네요.”

백도현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박정철의 귓가를 소름 끼치게 어루만졌다. 박정철은 곧바로 고개를 돌려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당장 사람을 풀어 찾겠습니다.”

“됐어요. 내가 올 걸 예상하고 피한 것 같은데. 시간상으로 보면 그렇죠?”

백도현이 올 것을 예상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빨리 자리를 비우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는 건 백도현더러 만나고 싶다면 기다리라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확실히 재밌어요. 이선호도 그렇고. 백상혁이라는 사람도 그렇고.”

그래 봤자 개미일 뿐이다. 백도현은 개미 두 마리가 제법 머리를 썼다는 것에 웃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박정철에게 말했다.

“가서 의자 두 개만 가져와요. 앉아서 기다리게.”

“여기서 말씀이십니까?”

“자길 만나면 기다리라니까. 기다려야죠. 궁금한 건 나인데.”

괘씸함보다는 기대감이 더 컸다. 어떤 놈이길래 이렇게 간 크게 나오는 것인지 궁금해서 오늘 꼭 봐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럼 마무리 못 지었던 이야기나 하죠.”

잠시 후 경호원이 어디선가 의자를 가져왔다. 백도현은 태연하게 복도에 의자를 놓고 앉으며 박정철에게 업무 이야기를 꺼냈다.

“천안지청 건은 잘 마무리 지었습니까?”

* * *

마약처럼 중독성이 있는 음식이란 건 들어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결단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진짜 마약을 넣는 음식이 있다는 것은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연화향의 기이할 정도의 높은 가격이 말이 된다.

음식을 만드는 재료로 마약이 필수였으니 말이다.

“꺼억.”

백도현은 맨 처음 시킨 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나온 모든 음식들을 먹어치웠다. 그리고 모든 음식 중 단 하나도 마약이 들어 있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을 찾아냈다.

“배부르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뭐가요. 많이 먹어서, 아니면 마약 때문에?”

“둘 다입니다.”

음식이 거의 이십 인분 가까이 나왔다. 하지만 웨이터는 단 한 번도 접시에 음식이 남아 있는 걸 보지 못했다. 음식과 다음 음식이 나오는 사이에 상혁이 항상 음식을 깨끗하게 먹어치웠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 덕분에 접시가 쌓이는 일은 없었다.

“뭐, 이 정도는 거뜬합니다.”

고리를 몇 번 돌리면 꺼질 배다. 이 정도는 먹어 두어야 마법 연구건 수련이건 할 수 있는 법이다. 상혁이 그렇게 배를 두드리고 있을 때 누군가 테이블로 다가왔다.

“유명인 셰프입니다.”

이선호가 상혁에게 빠르게 말했다. 상혁은 저 멀리서 다가오는 고집 센 인상의 남자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 보이는 얼굴이 아닌데.’

사람들이 언제 생긴 대로 사느냐마는 관상은 과학이었다. 그리고 상혁은 그 관상으로 가나안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보았고 그래서 보는 눈이 제법이라고 자부했다.

그런 상혁의 눈에 저 유명인이란 셰프는 자기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이 강한 타입이었다.

맛이 없으면 없다는 소리를 듣지 마약을 넣을 스타일은 아니다.

‘총괄 셰프가 넣었다?’

상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아까 이선호가 말한 것이 떠올랐다. 원래 연화향이 이렇게 비싼 건 아니었고 이곳에 들어오면서 저렇게 비싸졌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 보이지는 않지만 정황이 대충 그를 가리켰다.

“전 메뉴를 시켜서 드신 분이 있다고 해서 인사드리러 나왔습니다.”

목소리가 괄괄한 셰프가 상혁과 이선호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 박력이 셰프가 아니라 마치 전쟁터에서 오래 구른 베테랑처럼 느껴졌다.

“사실 연화향의 요리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하게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대부분 드시는 메뉴들이 비슷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모든 메뉴를 다 드셨다고 하셨으니 잠시 대화 좀 나누실 수 있을까요?”

그런 그의 눈이 향상심으로 반짝였다. 상혁은 그의 눈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눈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요리 빼고는 아무런 데도 관심이 없을 것이다.

‘옆에 붙어 있는 누군가의 농간이렸다?’

사실 마약을 넣지 않아도 연화향 요리의 수준은 훌륭한 편이다. 그런데 굳이 거기에 마약을 넣었다는 건 요리가 아니라 약에 중독시키겠다는 뜻이다.

“안 그래도 이런 요리를 해 주신 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싶은데 말입니다.”

그러자 셰프가 활짝 웃었다. 여기저기 불에 데고 기름에 덴 피부가 꿈틀거렸다.

“좋습니다. 얼마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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