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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41화 (40/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41화

041. 사치스러운 마법사(1)

따악-!!

“크읏!!”

이선호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불룩하게 튀어나왔다. 상혁은 신음을 내는 이선호에게 말했다.

“버텨요. 마지막이니까.”

이선호가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꽉 깨물었다. 이선호의 몸속에 남아 있는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 마지막 스퍼트를 가하는 날이었다.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오늘 해결을 해 버리기로 마음먹은 상혁의 집중력이 하늘을 뚫었다.

‘세심하게. 상대는 마나를 익히지 않은 일반인이니까 더욱더 섬세하게.’

상혁의 한쪽 눈에서 서기가 넘실거리며 흘러나왔다. 마나안으로 보통 사람이 보지 못하는 세계에 접어든 상혁은 섬세하게 이선호의 몸속에 넓게 퍼져 있는 독기를 한 곳으로 끌어모았다.

그건 대단한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독기가 혹여나 다른 곳으로 퍼지지 않을까 모든 집중력을 다해 바깥으로 인도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미 이선호의 몸속에 자리 잡고 있던 것들이기 때문에 반발이 상당했다. 만약 이선호가 마나를 익힌 마법사나 기사였다면 주저하지 않고 마나를 쏟아부어 정화했겠지만 일반인의 연약한 몸은 그걸 견뎌 낼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상혁은 숨 쉬는 것조차도 조심하면서 집중했다.

“큐어.”

상혁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치료 마법을 시전했다. 그러자 상혁이 시전한 마법의 마나가 이선호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깊숙한 곳에서 큐어 마법이 탁하고 터지자 상혁이 조심스럽게 인도하고 있던 독기들이 발버둥 쳤다.

자신을 소멸하려는 큐어의 힘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함이었다.

그 순간 상혁은 독기들이 빠져나올 수 있도록 작게 문을 열었다.

“후읍!”

큐어에게 잡아먹히고 싶지 않았던 이선호의 몸속에 있던 독성이 한곳으로 몰렸다. 상혁은 손을 뻗어 이선호의 정수리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두개골 아래로 꿈틀대는 독성이 느껴졌다. 상혁은 독성이 혹여라도 빠져나가 뇌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도록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마나를 빨아들였다.

이선호의 몸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있었던 독이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은밀하게 중독시켜온 그 독성도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상혁은 깔끔하게 독성 속 녹아 있던 마나를 흡수했다. 그러고는 눈을 슬며시 떴다.

‘끝까지 방심하지 않고.’

독성의 근간을 이루고 있던 마나를 흡수한 상혁이다. 하지만 독성이 빠져나간 뒤 남은 잔여물이 있었다.

상혁은 그것을 조심스럽게 이선호의 입으로 유인했다.

“쿨럭!!”

그러자 이선호의 입에서 검은 액체 같은 것이 주륵 흘러나왔다. 첫날 피가 섞인 것을 토해 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색이었다.

그사이 3서클을 이룬 상혁의 마나 제어 능력이 더욱 섬세해지면서 깔끔하게 독성만을 인도하여 제거한 것이다.

“큐어. 클린.”

상혁은 그런 이선호에게 마지막으로 큐어 마법을 걸어 혹시라도 모를 삿된 독성을 날려 버리는 확인 절차를 거친 뒤 이선호의 입으로 흘러나온 더러운 것들을 제거했다.

그러자 잠시 후 이선호가 눈을 번쩍 떴다.

“아!”

눈을 뜬 이선호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지독하게 차오르던 고통이 사라지고 눈을 뜨자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그를 항시 피로하게 해 왔던 그 지독한 피로감이 사라졌다. 이선호는 마치 10대로 돌아간 것처럼 온몸에 힘이 끓는 것을 느꼈다.

“다 나은 건가요?”

“네.”

상혁은 히죽 웃었다. 그러자 이선호가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상혁 씨!”

“별말씀을. 집세도 두둑하게 내주시는 세입자분이신데.”

그것도 무려 100만 원이나 되는 월세를 내주는 사람이다. 이선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앞으로 평생 여기서 살겠습니다.”

“뭐, 평생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래 주시면 좋죠.”

안정적인 수입원이 있으니 거부할 필요가 없다. 상혁이 그런 이선호에게 말했다.

“지금 느끼는 그 홀가분함이 오래가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이야 치료 덕분에 몸속의 탁기가 사라진 건데 며칠 뒷면 조금씩 쌓이기 시작할 거거든요.”

마나가 없으면 몸속에는 다시 탁기가 쌓이게 된다. 게다가 지구에는 마나도 없었다.

그러니 지금 느끼는 홀가분함이나 고양감은 며칠 지나지 않아 사라질 것이다. 회춘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이선호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선호는 필요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죽을 뻔하던 것에서 다시 살 수 있는 것만 해도 그는 충분히 만족했다.

“이런. 출근 시간에 늦었군요. 어서 출근해야겠습니다.”

그는 시계를 보고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지막 치료가 조금 길어지면서 평소보다 늦게 끝난 것이다.

그런 이선호에게 상혁이 말했다.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습니다.”

“어딜 가시는 겁니까?”

“네. 볼일이 있어서요.”

상혁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자 이선호가 순간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저 혼자 여기…….”

“다른 집이 없으시면 그러겠지요?”

“엄, 음, 그러니까…….”

한덕광을 날려 버리며 이선호는 다시 백도현의 레이더망 안에 들게 됐다. 그런데 혼자 집에 있어야 한다니. 든든한 상혁이 없으면 이 집은 보안에 매우 취약한 구옥일 뿐이다.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새삼 다시 살게 되니 이선호는 죽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곧 죽어도 상혁 옆에 붙어 있는 것이 최선이다.

“사무실은요?”

“어디로 가시는데요?”

“태안이요. 그쪽에 기가 막힌 호텔이랑 리조트가 있거든요.”

“SG?”

“오, 바로 아시네요?”

이선호의 눈이 가늘어졌다. 갑자기 상혁이 호텔과 리조트에 간단다. 그것도 멀리 있는 태안까지 가서 말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또 그곳이 SG였다.

“저한테 뭐 숨기시는 거 있으시죠?”

“네.”

상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뭘 숨기는 것인지는 말해 주지 않을 것이다. 이선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상혁 씨가 아무런 이유 없이 거기까지 가진 않겠지요. 마법과 관련된 것 같으니까요.”

그렇게 말한 이선호가 상혁에게 말했다.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거길요?”

“네.”

“방금 SG 때문에 불안하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상혁이 그렇게 묻자 이선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어떻게 보면 SG호텔&리조트가 이곳보다는 훨씬 더 안전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제가 숙박비 내드리겠습니다.”

“어서 짐 챙기세요.”

이선호의 말에 상혁이 곧바로 대답했다. 이선호는 상혁 사용법을 깨달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 * *

달칵.

천안지청 증거보관실의 문이 열렸다. 이익현이었다. 백도현의 비서실의 비서인 그가 천안지청의 조사실의 문을 마치 제집처럼 열고 들어갔다.

백도현의 이름 석 자면 검찰청이라고 해도 제집처럼 돌아다니는 것이 가능했다. 심지어 보안 카드가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증거보관실에 들어가는 것도 가능했다.

“후우.”

이익현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비서실장인 박정철의 명령을 받고 천안으로 내려와 뒷마무리를 위해 한덕광과 관련된 것들을 정리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사실 그가 할 것이 별로 없었다.

“심상치 않아.”

한덕광이 벌인 일의 뒤처리반 노릇을 하던 미래현석파 소속의 조폭들을 찾아 수소문했다. 연락이 닿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익현은 그들이 정신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직접 가서 확인한 뒤 보고가 절차였기에 정신 병원에 간 이익현은 그들이 전부 다 같은 증상을 보인다는 것을 깨닫고는 등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기억상실, 혹은 백치.

그들은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이거나, 아예 퇴행 수준으로 3살 정도의 지능만을 보였다.

그러고 나서 그다음 수순을 밟기 위해 천안지청에 왔다. 증거보관실에서 찾아가야 할 물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증거보관실 안을 뒤적이던 이익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여기 있어야 하는 것이 그곳에 없었기 때문이다.

점점 이익현의 손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나중에는 주변의 다른 증거들을 내팽개치면서 여기저기 들추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런다고 해서 없는 것이 갑자기 생길 리 없었다.

이익현은 멍한 표정으로 손을 툭 떨어뜨렸다.

“그거 어디 갔어. 분명히 여기 있었는데. 내가 확인까지 했다고.”

불법 약물 5kg.

분명 이곳에 보관해 놨던 불법 약물이 사라졌다. 있을 수 없는 현실에 이익현은 잠시 현실을 도피하려 했지만, 증거보관실의 퀘퀘한 먼지가 그를 다시 현실로 인도했다.

콜록콜록.

먼지를 들이마셔 기침한 이익현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비서실장인 박정철에게 전화를 건 그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증거보관실에 불법 약물이 사라졌습니다.”

* * *

“흐흐흥~”

이선호는 태안으로 차를 몰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상혁의 옆에 있으려고 나선 동행 길이었는데 원치 않은 휴가를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너무 시달리기는 했지.’

지난 몇 주 동안 너무나도 많은 일이 일어났었다. 거기에 최근에는 기자들에게까지 시달리는 통에 제대로 쉰 날도 한 번도 없었다.

알게 모르게 그렇게 쌓인 스트레스 때문에 몸이 휴식을 원했던 모양이다.

“잠깐 휴게소에 들르시겠습니까?”

“휴게소? 좋죠.”

휴게소라고 하자 상혁의 눈이 반짝였다. 그래도 얼마간 같이 지냈다고 이선호는 상혁이 먹을 것을 상당히 좋아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휴게소 하면 음식이다.

이선호는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것에 기분 좋게 휴게소에 들어갔다.

“드시고 싶은 걸 드십쇼. 제가 사 드리겠습니다.”

“이거,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는데요.”

“절 세 번이나 살려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한 번은 중독, 한 번은 오승택, 다른 한 번은 미래현석파.

상혁은 이선호의 목숨을 세 번이나 구해 주었다. 그 정도면 거의 인생을 통째로 빚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은인에게 휴게소 음식쯤이야.

하지만 이선호는 미처 그걸 생각하지 못했다.

마나를 쓰는 마법사가 얼마만큼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지 알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24만 8천 원입니다.”

주문을 받아 결제하는 캐셔도 이 정도의 금액은 처음인 듯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가 그럴지언데 이선호는 오죽하겠는가.

“이, 이걸 다 드신다구요?”

“네. 안 남기니까 걱정 마세요.”

휴게소 음식으로 대체 뭘 먹으면 25만 원어치를 먹을 수 있단 말인가. 어쨌거나 상혁의 주문으로 인해 사람들의 손이 바빠졌다. 잠시 후 상혁이 음식이 나왔다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 옮기기 시작하면서 상혁과 이선호가 앉은 테이블에 음식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핫도그, 알감자, 핫바 같은 것부터 시작해 이선호는 한 번도 먹을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들까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정점은 상혁이 떡볶이 10인분을 시킨 것을 가져오면서 달했다.

오죽하면 주변에 사람들이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몰려들 정도로 상혁이 시킨 음식들이 테이블 위에 깔리는 모습은 장관이기까지 했다.

“비키세요, 변호사님!”

이선호는 음식만 봐도 질리는 기분이었다. 상혁이 떡볶이 십 인분을 들고 오면서 이선호에게 말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여자 화장실에서 나와 정확하게 상혁의 앞으로 튀어나왔다.

“으악!”

상혁이 들고 있던 쟁반이 기울었다. 그러면서 그 위에 올라가 있던 떡볶이 10인분이 휘청하더니 기울어진 쟁반을 따라 스르르 흘러내렸다.

철퍽!

그러고는 그 떡볶이가 그대로 부딪친 여자의 몸 위로 쏟아졌다.

“꺄아아악!!”

졸지에 갑자기 떡볶이를 뒤집어쓴 여자가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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