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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38화 (37/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38화

038. 파이어 볼(3)

[농약 막걸리 사건의 진실!]

[조용한 시골 마을의 무시한 살인마!]

[농약 막걸리 사건, 범인은 따로 있었다?]

[사람이 가장 무섭다. 옆집 이웃의 잔혹한 범행!]

[검찰이 밝힌 사건의 진실, 과연 맞는가]

[누명을 씌운 검찰]

처음 들어 보는 인터넷 삼류 언론사에서 저런 자극적인 제목을 단 기사들이 올라올 때만 해도 사람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메이저나 그에 준하는 곳이 아닌 다음에야 포털에서 금세 묻히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30분 후 포털 사이트 사회란의 말미에 저런 기사들이 한 번씩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나자 점점 중위권으로 치고 오더니, 어느 순간 조회 수가 빵하고 터지면서 농약 막걸리 사건을 재조명한 기사들이 포털 사이트의 상단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농약 막걸리 사건의 진실.

그 사건에 사실은 따로 진범이 있었고, 검찰은 애꿎은 피해자의 유족에게 누명을 씌우려 한다는 논조의 기사들이 최상단에 위치하기 시작한 것이다.

박선웅이 한 것은 포털 사이트의 말미에 그 기사들이 오르도록 조회 수를 유도한 것이 전부였다.

그다음부터는 대중의 힘이었다.

상혁은 차를 타고 가며 핸드폰으로 뉴스를 확인한 뒤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일 처리 빠르네.”

“제가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확실하다고.”

오승택이 상혁의 반응에 화색을 띠면서 덧붙였다. 고개를 끄덕인 상혁은 경직된 몸으로 운전대를 잡은 이선호를 돌아보았다.

“듣고 계십니까?”

“예. 듣고 있습니다.”

“지금 툭 건드리면 깨질 것처럼 얼어 있습니다.”

“푸우우우.”

숨을 참았던 것처럼 이선호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적잖이 긴장한 모양이었다. 조금 전 자신에게 찾아왔던 조폭들의 본거지로 가고 있는 길이었기 때문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경찰에 신고하는 게…….”

이선호는 결심이 무색하게 마음이 변했는지 말끝을 흐렸다. 상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덕광과 결탁한 놈들입니다. 대한민국 검사와 결탁한 조폭들인데 경찰이 얘네들을 잡는다고요?”

애초에 경찰들이 쫙 깔린 상혁이 살고 있는 마을에 두 발로 그냥 뚜벅뚜벅 걸어들어온 놈들이다. 당연히 지역 경찰에도 커넥션이 있을 것이다.

“생각보다 더 썩은 곳이 대한민국입니다. 그러니 기대를 버리세요, 변호사님. 우리가 우리 손으로 직접 해결하는 게 훨씬 더 빠르고 깔끔합니다.”

이선호의 차는 천안 시내에 위치한 번듯한 건물 앞에 섰다. 상혁은 깡패 따위가 이런 번듯한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차리고 있다는 것에 헛웃음을 지으며 차에서 내렸다.

“변호사님은 들어오셔서 증거나 수집하세요. 너는 근처에서 망봐.”

“예.”

오승택이 그림자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이선호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오늘의 촬영감독은 바로 오승택이었다.

한덕광과의 연결고리를 잡아내기 위해 직접 손수 자백을 받아 낼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11층.”

상혁은 얼마 전 완공된 신축 건물 특유의 냄새를 맡으며 11층에 올라갔다. 11층은 이곳에 조폭 사무실이 있다는 것이 겉으로는 전혀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깔끔했다.

하지만 그 앞에 촌스러운 현판이 떡하니 박혀 있는 것을 보고 상혁은 실소를 참지 못했다.

“하, 조직 이름이 미래현석파가 뭐냐.”

상혁은 손을 뻗어 문의 잠금쇠를 풀었다.

“언락.”

달칵!!

문이 달칵 소리와 함께 풀리자 상혁은 밀고 들어갔다. 그러자 안에 여기저기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던 조폭들이 열 명 정도 상혁의 눈에 들어왔다.

“어후, 담배 냄새에 땀 냄새가 진동을 하네. 환기 좀 하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마치 원래 제집인 것처럼 들어오는 상혁의 모습에 조폭들이 잠시 멍해졌다. 하지만 상혁의 말에 조폭들 중 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이. 잘못 들어온 것 같은데 나가쇼.”

“왜. 잘 찾아온 것 같은데. 너희 깡패 아니야?”

이선호가 뒤에서 핸드폰을 들고는 안을 찍고 있었다. 그러자 일어난 조폭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뭐야 당신들? 그리고 누가 함부로 찍으래. 핸드폰 안 내려?”

휘이이잉!!

그때 바람이 일어나며 조폭의 머리가 휘날렸다. 가볍게 윈드 마법으로 이 안에 떠도는 퀴퀴한 홀아비 냄새와 땀 냄새를 몰아낸 상혁이 코를 킁킁거렸다.

“어우. 윈드로도 안 사라진다고?”

윈드 마법은 최고의 탈취 마법 중 하나였다. 웬만한 악취도 윈드 마법 하나면 사라지는데 사람 사는 데서 이런 담배 쩐내가 날 줄이야.

“이 새끼들이!!”

자신들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했는지 대표로 일어난 조폭이 주먹을 말아쥐었다. 어차피 자기네들 홈그라운드이니 주먹 쓰는 걸 주저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것을 본 상혁이 히죽 웃었다.

“파이어 볼.”

화르륵!!

상혁의 머리 위로 사람의 머리통보다 약간 더 큰 화염구가 화려하게 피어올랐다. 그러자 달려들려던 조폭이 제자리에 멈춰 섰다.

마치 귀신을 본 듯한 얼굴로 자신을 보는 조폭들의 눈길에 상혁이 킬킬거리면서 웃었다.

“뭐, 뭐야!”

“어때? 마법 같지?”

이런 놈들을 상대할 때는 힘을 과시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화염구는 눈을 씻고 봐도 가짜가 아니었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뜨거운 열기가 이글거리며 그들이 있는 곳까지 느껴질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안 오고 뭐 해.”

상혁이 화염구를 앞으로 내밀고는 좌우로 흔들자 달려들려던 조폭이 침을 꿀꺽 삼켰다. 상혁은 그들을 보고 피식 웃었다.

“어차피 안 올 거면서 허세들은. 야, 현석이는 어디 있냐?”

마석에게서 모든 것들을 캐낸 상혁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혁은 두목인 김현석을 옆집 똥개 부르듯 막 불렀다.

“저, 저기 안에.”

“생각보다 더 기개가 없는 놈들이었네?”

파이어 볼을 보고 겁먹다 못해 공손해진 조폭들을 보며 상혁은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거침없이 조폭들 사이로 걸었다.

움찔, 움찔.

상혁이 지나가자 조폭들이 움찔거렸다. 아마 뒤에서 공격하려는 마음이 굴뚝 같을 것이다. 그것도 바로 코앞에,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가 지나가고 있으니 더욱 그럴 것이다.

그리고 그건 상혁의 노림수였다.

“덮쳐!!”

조폭 중 하나가 벌떡 일어서면서 상혁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조폭들이 자리에서 동시에 일어났다.

“그래. 그 정도 깡은 있어야지.”

한 손은 열 손을 못 이긴다. 이 뜨거운 화염 덩어리를 보고도 조폭들은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었다. 상혁이 씩 웃으면서 마나안을 발동시키며 마법 변환에 들어갔다.

마법 변환.

이건 말 그대로 마법을 변환하는 행위였다. 예를 들어 지금 상혁이 하고 있는 것처럼 파이어 볼의 마법 술식을 해제하고 다시 조립하여 파이어 애로우나 다른 화염 계열 마법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건 가나안에서도 오로지 단 한 명, 상혁만이 해낼 수 있는 기예였다.

마나의 모든 것을 육안으로 볼 수 있게끔 해 주는 마나안이 있었기에 그게 가능했던 것이다. 마나안이 없다면 마나의 조종이라는 드래곤도 불가능한 것이 바로 마법 변환이다.

스스슥!!

파이어 볼을 마법 변환으로 인원수와 똑같은 수의 불화살로 바꾼 상혁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불화살을 날렸다.

“으, 으아아악!!”

“끄아아악!!”

성냥불에 살짝만 스쳐도 뜨거운 것이 바로 불이다. 그런데 그런 불도 아니고 무려 마나로 이뤄진 불화살이 날아와 사람들이 몸통에 꽂혔다.

그러자 사방에서 비명과 함께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살이 구워지는 노릇한 냄새가 피어오르자 이선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끄아아아…….”

조폭들이 전부 다 바닥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다들 신체 중 일부분이 까맣게 타 있었다. 죽으라고 날린 것은 아니다. 이 많은 사람이 죽으면 처치 곤란이기 때문이다.

저 정도면 병원 가서 잘 치료 받으면 나을 것이다. 흉은 지겠지만.

“아프냐?”

상혁은 그렇게 말하면서 씩 웃었다. 그런 상혁의 손바닥이 차가운 냉기로 뒤덮였다.

“그렇게 놔두면 덧나.”

상혁은 고통에 발버둥 치는 조폭 하나의 어깨를 발로 찍어 누른 뒤 냉기가 도는 손을 불화살을 맞은 곳에 대었다.

치이익!!

“끄아아악!!”

그러자 그곳에서 치익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조폭이 눈을 까뒤집었다. 상혁이 시전한 2서클 마법인 프로스트핸드로 상처를 얼렸기 때문이다.

불에 뎄으니 차가운 걸로 식힌다.

단지 그 불이 불화살이고 차가운 것이 프로스트핸드였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자, 다음.”

상혁의 두 눈이 초승달을 그렸다. 그런데 그때 저 안쪽의 사장실이라 명패가 적힌 곳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 뛰어나왔다.

“무슨 소…… 어?”

전혀 예상치 못한 광경에 할 말을 잃은 김현석을 본 상혁이 손을 까닥였다.

“현석이 나왔어? 이리로 와 봐.”

* * *

김현석은 얌전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

조폭 일을 하면서 김현석은 깨달은 것이 있었다. 애초에 처음부터 상대가 될 것 같지 않으면 바닥을 기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화르륵!

김현석은 상혁의 머리 위에서 일렁이면서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는 화염구를 보며 침을 꼴딱 삼켰다.

“나 누군지 알아?”

“예? 아니, 제가 고인을 어찌 알고…….”

무협지를 꽤 본 모양이었다. 픽 하고 웃은 상혁이 뒤의 이선호를 가리켰다.

“저기 변호사님은?”

“음…….”

김현석이 입을 우물거렸다. 할 말이 없는 모양이었다. 하긴 방금 처치해 버리라고 한 변호사가 떡하니 서 있으니 그 앞에서 할 말이 있을 리 없다.

“혹시 마석이랑 다른 한 놈은…….”

“자기 이름도 기억 못 할걸?”

김현석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상혁은 손을 까딱거리면서 이선호가 들고 있는 핸드폰을 가리켰다.

“할 건 간단해. 저기에 한덕광이 뭘 시켰는지 다 말하면 돼. 지금까지 시킨 것도 다 말하고. 아, 장부 같은 것도 있지?”

김현석은 이를 딱딱거리며 떨었다. 그러더니 김현석이 넙죽 엎드렸다.

“그, 그러면 저 죽습니다. 정말로 죽어요. 한 검사님 뒤에 진짜로 무서운 사람이 있습니다. 예, 진짜로 죽어요.”

상혁의 눈이 반짝했다. 한덕광의 뒤에 비호 세력이 있는 건 분명했는데 이선호도, 오승택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김현석이 알고 있었다.

“넌 어떻게 알고?”

“하, 한 번 여기 내려오셨을 때 한 검사님과 모셨던 적이 있습니다. 저 정말로 죽습니다.”

김현석이 우는 소리를 냈지만 그게 통할 상대가 아니다. 상혁이 화염구를 김현석의 머리 위에 바짝 가져다 댔다.

탁, 타닥!

“으악, 으아악!!”

김현석의 머리카락이 오징어 타는 냄새를 내면서 타들어 갔다. 그 열기에 김현석이 바닥에서 발악했다.

“지금 말 안 하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상혁이 악마의 속삭임처럼 김현석에게 말했다. 김현석의 눈이 데구루루 굴렸다. 하지만 결국 멀리 있는 그 대단하신 분보다 눈앞의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모를 화염구가 더 무서웠다.

결국 김현석은 상혁이 시키는 대로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토해 냈다. 그리고 이선호는 뒤에서 이 모든 것을 녹화했다.

그 와중에 이선호는 몇 번이고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미래현석파와 한덕광 사이의 카르텔이 견고하고 그 와중에 입에 형용하기도 힘든 범죄들을 저질렀다는 정황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상혁이 김현석에게 물었다.

“누군데. 한덕광에게 오더 내리는 놈.”

김현석의 두 눈동자가 방황했다. 하지만 김현석이 빠져나갈 구멍 따위는 없었다. 결국 김현석은 눈썹까지 홀라당 타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S, SG전자의 배, 백도현 사장입니다. 거기까지만 압니다. 정말로요.”

상혁이 고개를 돌려 이선호를 쳐다봤다. 이선호의 표정은 사정없이 일그러져 있었다. 힘없는 변호사인 이선호와 치열하게 싸웠던 백도현의 이름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상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현석의 머리를 툭 하고 쳤다.

“이제 됐다.”

“그럼 저 살…… 끄으윽?”

김현석이 드디어 사는 줄 알고 기쁜 표정을 지었다가 눈이 탁 하고 풀렸다. 상혁의 마나가 김현석의 뇌를 헤집었기 때문이다.

“헤에.”

김현석의 입에서 침이 늘어졌다. 백치가 된 것이다. 그렇게 김현석을 처리한 상혁이 일어서서는 이선호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가시죠. 한덕광을 한시라도 빨리 마무리 지어야 할 이유가 생긴 것 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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