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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15화 (14/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15화

015. 2서클(5)

‘역시 길잡이가 있으니 편하네.’

상혁은 앞에서 알아서 길 안내를 하는 쭈잉옌을 따라 점점 더 마나의 농도가 짙어지는 곳을 향해 걸었다.

보기만 해도 복잡해 보이는 커다란 기계들을 지나칠 때마다 점점 더 마나의 농도가 짙어졌다. 쭈잉옌이 앞에서 콜록거리며 기침을 했지만 상혁은 신경 쓰지 않았다.

무고한 일반인도 아니고, 그런 곳에서 상혁을 향해 달려들었다는 것 자체가 쭈잉옌도 그리 당당한 입장은 아니라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콜록콜록

쭈잉옌은 죽을 맛이었다. 방호복에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하루 종일 일하고 나면 어지럼증이 도는 곳을 그냥 맨몸으로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멈추어 설 수도 없었다.

뒤에서는 괴물이 따라오고 있었으니까.

쿡, 쿡

조금만 느려지려고 치면 뾰족한 게 등을 쿡쿡 찌르니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었다. 잠시 후 쭈잉옌은 그녀가 일하는 검수 파트를 지나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를 가리켰다.

“저기로 내려가면 공장 폐수가 모이는 정화조가 나와요.”

상혁은 머리가 아찔해질 정도로 점점 더 짙어지는 마나에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쭈잉옌은 그 와중에도 도망갈 길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하지만 상혁은 쭈잉옌을 그냥 풀어 줄 생각이 없었다.

“잠깐만 쉬고 있어.”

“그…….”

빠지직!!

약한 쇼크 마법이 쭈잉옌의 몸을 관통했다. 쭈잉옌은 그 즉시 눈을 까뒤집으며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모락모락.

조금 힘이 강하게 들어간 것인지 암모니아 냄새가 훅하고 풍겼지만 상혁은 그런 쭈잉옌을 뒤로한 채 지하로 내려가 문 앞에 섰다.

콸콸콸.

문 너머에서도 액체가 콸콸거리며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스르륵.

그때까지 유지하고 있던 워터와 라이트 마법을 해제하자 얼굴을 가리기 위해 쓰고 있던 헬멧이 스르륵하고 사라졌다.

“후.”

그런 상혁의 이마에 땀이 세 방울 정도 주륵하고 흘렀다. 1서클 마법이라고 하지만 단발로 짠하고 만들어 쏘아 보내는 것과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은 필요로 하는 마나의 양이 현격하게 차이 났다.

두 개의 1서클 마법을 유지하느라 고리의 마나 중 1/3이 소모됐다. 하지만 전혀 상관치 않았다.

“채우는 건 문제 없을 듯하니까.”

히죽.

누군가에게는 쳐다보기도 싫을 폐수겠지만 지금 상혁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나 다름없었다. 상혁은 주저하지 않고 문을 열었다.

“언락.”

달그락!

마법과 함께 문이 열렸다. 그러자 내림천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악취가 훅하고 느껴졌다. 환풍기를 달아 악취를 내보내고 있음에도 그 악취가 웬만한 화생방 저리가라 할 정도였다.

“으하하하하!!”

하지만 상혁은 그 가운데서 두 팔을 들어 올리고는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심 봤다아아아아!!”

상혁의 눈에 자신이 두 팔을 최대한 뻗어도 닿을까 싶을 정도로 커다란 파이프에서 진득한 폐수가 콸콸거리며 쏟아지고 있었다.

* * *

“진입한다.”

오승택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본사에서 보안팀이 내려오자마자 곧바로 경비들을 이끌고 공장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사라진 세 명의 직원 중 두 명은 공장을 빠져나가려다가 붙잡혔다.

경쟁사에서 보낸 스파이었다. 백 번 검사해도 거의 완벽하게 신분을 위조한지라 미리 걸러낼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직까지 공장에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아 원하던 것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남은 한 명.

그리고 잡아 온 또 다른 한 명.

두 명이 아직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오승택은 경비들을 이끌고 차례대로 수색했다.

“찾았습니다!”

반도체 공정에 있어 주요 기술이 있는 곳부터 시작해 차례대로 수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그렇게 거의 끝까지 다 왔나 싶었는데 그때 경비 중 한 명이 마지막 한 명, 쭈잉옌을 발견했다.

“제압했나?”

“아닙니다. 처음부터 쓰러져 있었습니다.”

정신을 잃은 채 축 늘어진 쭈잉옌의 모습에 오승택이 발견한 경비에게 물었다. 하지만 경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쓰러져 있었다고?”

“예.”

오승택은 쭈잉옌의 맥을 짚었다. 다행히 맥이 뛰고 있는 것을 보니 단순 기절을 한 것 같았다. 그러나 외상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오승택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기절만 시켰군.”

전기 충격기나 테이저 같은 것으로 기절을 시킨 모양이었다. 오승택은 상황실에서 정신을 잃은 채 발견된 네 명의 경비들도 다 비슷한 모습이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어디로 간 거지?”

스파이라면 공장에서 주요 기술을 탈취하려는 시도가 있었어야 한다. 하지만 탈취당한 기술은 없었고 탈취하려고 시도한 흔적도 없었다.

그러고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검수하는 파트에 사라진 스파이 하나가 기절해 있었다.

“목표가 기술이 아니다?”

오승택은 혼란스러웠지만 잡으면 해결될 일이다. 오승택은 기절한 쭈잉옌을 데려가라고 명령한 뒤 지하 정화조로 내려가는 곳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곳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한 오승택의 얼굴이 알쏭달쏭해졌다.

‘정화조?’

공장 폐수가 모이는 곳이다. 그곳도 순찰 장소 중 하나였기 때문에 오승택도 몇 번 가 본 적이 있었다.

들어갈 때마다 방독면에 가까운 마스크를 써야 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곳으로 흔적이 연결되어 있었다.

“진입한다.”

이미 공장 안을 수색하는 데 필요한 장비는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승택은 맨 앞에 앞장섰다.

달그락.

조심스럽게 정화조실의 문을 밀었다. 그러자 저항 없이 문이 스윽하고 열렸다. 그 순간 오승택은 참을 수 없는 악취에 눈을 찡그렸다.

‘지독하군.’

훈련소에서 받는 화생방 훈련 따위는 웃으면서 받을 수 있는 오승택이지만 이 악취는 참을 수 없었다.

뒤에서 따라오던 경비들이 구역질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지만 오승택의 자세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콸콸콸콸!

첨벙첨벙.

지독한 화학 물질과 독성이 섞인 폐수가 쏟아지는 소리가 폭포 소리처럼 시끄럽게 들렸다. 그런데 그 소리 너머에서 첨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첨벙?’

물속에서 발장구를 치는 듯한 소리였기 때문에 오승택이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소리에 정화조 안을 들여다본 오승택이 기함했다.

“허억!”

한 방울만 먹어도 살이 썩고 죽을 것 같아 보이는 불길해 보이는 짙은 검 녹색의 폐수 속에서 힘차게 자맥질을 하는 상혁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씨익.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을 느낀 상혁이 오승택과 눈이 마주쳤다.

“안녕?”

퍼버버벅!!

그 순간 오승택은 둔기로 머리를 내려치는 듯한 충격을 느끼며 그대로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런데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더 놀라운 것은 오승택뿐만 아니라 따라 들어온 경비들도 눈을 까뒤집고 쓰러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털썩.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오승택은 그 생각을 하기도 전에 실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지며 정신을 잃었다.

* * *

우우웅!!

상혁은 방금 시전한 1서클 마법으로 인해 소모된 마나가 순식간에 채워지는 것을 느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성공했다. 2서클이야. 하하하핫!!”

방금 오승택과 경비를 한꺼번에 쓰러뜨린 것은 매직 미사일이었다. 하지만 한 개가 아니었다.

네 개.

2서클로 오르면 1서클 마법 두 개를 시전할 수 있었다. 거기에 더블 캐스팅으로 네 개의 매직 미사일을 시전해 네 명을 동시에 기절시킨 것이다.

물론 그러면 매직 미사일을 시전하는 데 들어가는 마나가 열 배로 늘어난다. 하지만 그걸 거뜬히 마나 고리가 버텨 냈다.

실처럼 가는 두 번째 고리.

첫 번째 고리처럼 마나를 백 올, 그리고 한 올을 더해 101올의 마나의 실로 만들어 낸 2서클의 마나 고리였다.

이제 거기에 마나를 붙여 1서클처럼 단단하고 굵게 만들면 된다.

“마나 고리가 아니라 밧줄로 고리를 만든 형태지.”

상혁은 씩 웃었다. 마음 같아서는 두 번째 마나 고리를 마나의 실을 200올로 가늘게 만들어 만들고 싶었지만 그건 무리였다.

딱 한 올.

100올이 아닌 101올로 만드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었다. 그 이상은 마나 고리가 견뎌 내지 못했다.

“완벽하지 않았어.”

8서클 대마법사인 상혁이 고안해 낸 이론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걸 자신의 서클로 시험하며 상혁은 오히려 웃었다.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후우.”

오승택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상혁은 폐수 속 마나 농도가 떨어진 것을 느꼈다. 실제로 주변의 물이 많이 투명해졌다.

상혁이 마나를 흡수하면서 함께 그 속의 오염물질까지 정화기 된 것이다.

2서클을 만들면서 흡수한 마나가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하, 인간 필터가 된 기분인데.”

상혁은 그 모습을 보면서 재밌다는 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인간 필터. 상혁이 만들어 낸 것을 보면 그게 마냥 틀린 표현만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과한 것은 모자란 것만 못 했다. 상혁은 아쉽다는 듯 폐수를 한 번 쳐다봤지만 여기서 더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예상보다 100일은 앞당겼으니까.”

내림천에서 매일 하던 대로 마나를 쌓았다면 2서클로 오르는데 100일은 더 걸렸을 것이다. 그것만 해도 놀라운 속도였다.

그런데 그걸 이곳에서 하루로 줄였다.

그러니 아쉬울 수밖에.

“다시 이렇게 들어오는 건 무리일 것 같으니까.”

지금이야 우연에 우연이 겹쳐서 들어올 수 있었지만 다음부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2서클에 올랐으니 또 찾아보면 방법이 없지만도 않을 것이다.

“나가자.”

상혁은 폐수 속에서 걸어 나왔다. 폐수 속에서 나옴과 동시에 얼굴과 옷이 깨끗해지고 젖었던 옷이 보송하게 말랐다.

“잘들 주무시다가 얼른 집들 가세요 선생님들. 입 돌아가십니다.”

자신이 쓰러뜨려 놓고 뻔뻔스럽게 그렇게 중얼거린 상혁이 오승택을 비롯한 경비들을 넘었다. 하지만 상혁은 미처 보지 못했다.

기절한 줄 알았던 오승택의 손이 주머니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 * *

“어후, 재수가 없으려니까.”

전아영은 어둑어둑해진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투덜거렸다. 다른 사람들은 다 퇴근했는데 그녀만 이 시간까지 붙잡혀 있었다.

이게 전부 다 사라진 김수진 때문이다.

“중국인이었다니, 그 언니가?”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했고 대화를 하면서도 외국인이라는 느낌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녀가 스파이였단다.

그런 그녀와 친하게 지냈다는 것 때문에 전아영은 다른 사람들보다 두 시간은 더 잡혀 있었다. 그것 때문에 땅거미가 잔뜩 내려앉은 다음에야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버스도 없고. 아빠 부르기도 미안하고.”

공장 주변은 흔한 택시도 지나가지 않는다. 시내만 도는 택시가 공장 주변에 이 시간에 올 리가 없다. 그 때문에 하는 수 없이 걷는 수밖에 없었다.

“아우, 진짜.”

전아영은 투덜거리면서 걷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가로등이 있었고 주변에는 온통 논이었다. 그런데 그때 전아영의 귀가 쫑긋했다.

저벅저벅.

사람의 발소리.

그런데 그 발소리가 앞이 아니라 뒤에서 들리고 있었다. 누군가 전아영의 뒤에서 걸어오고 있다는 뜻이었다.

‘으, 뭐야. 무서워.’

하필이면 어둑한 밤에 논만 있는 길의 한가운데였기 때문에 전아영은 괜스레 오싹해졌다. 외딴 시골이기 때문에 더 그랬다.

‘아빠를 부를 걸 그랬나.’

괜히 아빠를 수고롭게 하고 싶지 않아 걸어가기로 했는데, 그게 지금은 살짝 후회됐다. 그것 때문에 전아영이 조금 빨리 걷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저벅.

그러자 뒤에서 따라오는 발소리도 같이 빨라졌다. 전아영은 그 발소리가 자신을 쫓아오는 소리란 것을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왜, 이 야심한 밤에 누가 자신을 따라온단 말인가. 무엇 때문에.

전아영은 어느새 거의 경보하듯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발소리가 똑같이 빨라졌다. 그렇게 전아영이 뛰기 시작하자 뒤에서 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탁탁탁탁.

전아영은 점점 더 뛰는 소리가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바로 뒤에서 들렸다. 그 때문에 전아영이 제자리에 주저앉아 머리를 확 감쌌다.

“꺄아악!!”

비명은 덤이었다.

탁, 탁, 탁, 탁.

그런데 그 발소리는 전아영 앞에서 멈추지 않았다. 전아영을 지나쳐 앞으로 난 것이다. 전아영이 고개를 빼꼼 들자 자신을 미친년 쳐다보듯 보면서 지나가는 낯익은 얼굴이 전아영의 눈에 들어왔다.

상혁이었다.

“이, 이봐요!!”

상혁이 그대로 멀어져 가고 있었기 때문에 전아영이 서둘러 상혁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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