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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12화 (11/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12화

012. 2서클(2)

“SG 반도체 공장?”

상혁은 기사를 쭉 읽어 내려간 뒤 인터넷 창에 SG 반도체 공장을 쳤다. 그러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중얼거렸다.

“거기네?”

SG 반도체 공장.

그곳은 상혁이 매일 아침마다 소모한 마나를 충전하기 위해 가던 곳이었다. 남들은 악취 나는 폐수라서 손가락질을 하지만 상혁에게는 꼭 필요한 곳이었다.

“설마. 갑자기 환경오염을 개선한다고 따로 정화한다거나 그러진 않겠지?”

그곳을 저격한 기사에 상혁은 불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당장 마나를 수급할 곳이 그곳밖에 없었기에 그곳이 사라진다면 상혁에게는 큰일이었기 때문이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상혁을 위해서라도 SG 반도체 공장은 팍팍 폐수를 방류해야 했다.

그런데 정화라니.

상혁은 불안해 하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SG는 대한민국에서 한 손가락에 꼽히는 대기업이다. 그곳이 기사 하나에 손바닥 뒤집듯 해 오던 것을 뒤집을 리 없었다.

힘 있는 놈들의 행태는 가나안이나 지구나 같을 테니까.

“그냥 기다리면 저절로 떨어지는 감 천지인데. 갑자기 정화한다거나 하기 전에 안에 뭐 더 큰 마나가 없나 들어가봐야 하나?”

원래 힘 있는 놈들은 아래에서 뭐라고 하든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상혁은 SG가 제발 그래 주기를 바랬다.

“그냥 하던대로 해 주라. 제발.”

이제 와서 갑자기 계획이 급변하는 것은 원치 않았다. 하지만 이 세상은 한 사람이 원한다고 해서 그렇게 흘러가는 법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그걸 상혁도 잘 알고 있었다.

“에이, 몰라.”

하지만 지금은 그 현실을 굳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상혁은 핸드폰의 세계로 현실 도피를 택하며 핸드폰 화면을 자신의 두 눈에 가득 담았다.

* * *

SG 반도체 공장은 세계적 기업인 SG그룹의 주요 품목인 반도체 중 20퍼센트 이상을 생산해 내는 주요 거점이었다.

SG그룹의 반도체는 전 세계에서 각종 전자기기에 쓰였기 때문에 SG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수는 수천 명에 달했다.

상혁이 내려온 고향에서도 주요한 경제적인 거점 중 하나였는데 그곳의 경비팀의 조회 분위기는 묵직했다.

“별다른 이상 징후는 포착하지 못했습니다.”

SG 반도체 공장은 그 규모가 규모인 만큼 경비팀의 규모도 컸다. 백 명에 달하는 경비팀 중 절반이 돌아가면서 2교대로 24시간 내내 상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아침 조회를 통해 그 전날 밤에 있었던 일들을 보고 받고 오늘 해야 할 일들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군.”

경비팀장인 오승택은 특수부대 출신으로 SG 보안 팀에서 특별 파견을 나온 사람이었다. 파견직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경력과 카리스마는 경비팀을 단숨에 휘어잡았다.

“본사에서 내려온 지침에 따르면 기자들이 나타날 수 있으니 낮이건 밤이건 경비를 게을리하지 말고 상시 순찰을 강화하라고 한다.”

오승택은 철저하게 FM대로 움직였다.

“밤이 되면 경계가 느슨해지는 건 알고 있지만 더는 용납되지 않는다. 적발 즉시 퇴출할 생각이니 그리 알고 있도록.”

반도체 공장도 밤이 되면 휴식에 들어간다. 물론 기계 자체를 꺼 놓는 것은 아니지만 그 때문에 밤이 되면 상대적으로 경계가 느슨해진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특히 공장 폐수가 흘러나가는 쪽의 순찰 루트를 새로 짠다. 한 시간 단위로 순찰을 진행하며 특이사항이 발견되면 곧바로 보고 후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얼마 전 올라온 기사가 문제였다. 환경오염과 그에 대한 기업들의 대처에 관한 기사를 다루면서 SG 반도체 공장을 콕 짚었기 때문이다.

그간 SG그룹에서 언론사에 기름칠을 해 관련 기사가 나오는 것을 막고 있었는데 정의감 넘치는 한 인터넷 언론사에서 기존 지침을 무시하고는 그냥 기사를 내보낸 것이다.

문제는 그 기사가 사람들 사이에 꽤 회자되면서 SNS를 중심으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걸 본 기자들이 취재하러 올 수도 있으니 SG그룹에서는 본사 차원에서 그쪽을 담당하고 공장에서는 기자들의 취재를 막는 방식으로 이번 사건을 이원화해서 대처하기로 했다.

“저…… 팀장님.”

그런데 그때 경비 중 한 명이 손을 들었다. SG 반도체 공장의 경비팀은 전원이 신체 건강하고 40대 미만의 남성들로 이뤄져 있었다.

그중 용기를 낸 경비 한 명을 본 오승택이 고개를 끄덕였다.

“CCTV 팀의 김원중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최근 공장 정문 CCTV의 사각지대에 이상한 움직임이 매일 같은 시각에 포착이 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상한 움직임?”

“예, 화각이 완벽하게 확보되지 않아 끄트머리에만 찍힌 정도인데, 사람인 것 같았습니다.”

“공장 정문이면 내림천 쪽 아닌가?”

“예…….”

오승택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하필이면 환경오염 문제 때문에 민감한 상황인데 아침마다 일정한 시각에 정문 근처 내림천에서 사람이 왔다 갔다 했다니.

“몇 시?”

“8시 부근이었습니다.”

“확인을 해 봐야 할 문제군.”

오승택은 그게 기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문제가 커진다. 그곳의 물을 채취해 오염도를 측정한다든가 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7시부터 9시까지 정문 근처의 순찰을 강화한다. 그리고 거수자가 발견된다면.”

거동 수상자.

군 출신답게 오승택은 아예 그렇게 거수자로 못 박아버렸다. 하지만 그들은 경비팀이지 군의 타격대가 아니다.

그러니 대처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뿐이었다.

“기자라면 내쫓고, 기자가 아니라면 은밀히 입을 막는 수밖에.”

오승택의 두 눈이 번들거렸다.

* * *

“안녕하세요?”

상혁은 내림천으로 가다가 맞닥뜨린 웬 남자가 자신에게 아는 체를 하는 것을 보고는 멈칫했다.

“예, 안녕하세요.”

하지만 인사를 해 온 사람을 모른 척을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상혁도 마주 인사를 했다. 그러자 남자가 사람 좋은 얼굴로 웃으면서 명함을 내밀었다.

“바쁘시지 않으면 잠깐 시간 내주실 수 있나요?”

내림천으로 가던 길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 시간에 사람을 만난 적은 없었다. 상혁은 명함을 확인하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에코신문 박상기 기자]

자신에게 아는 체를 한 남자가 기자란 것을 눈치챈 것이다. 그러자 곧바로 봤던 기사가 생각났다.

“바쁩니다.”

상책은 그냥 무시하는 것이다. 상혁은 기자에게 명함을 다시 돌려준 뒤 휘적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자는 꽤 끈질겼다.

“여기 사시는 분이시죠?”

“…….”

“저기, SG 반도체 공장 있는 거 아시죠? 그것과 관련해서 몇 가지 물어보려고요.”

“…….”

기자가 끈질기게 질문을 했지만, 상혁도 끈질기게 기자를 무시했다. 사실 상혁에게는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다른 생각을 하면서 주변의 소음을 차단하는 것쯤은 상혁에게는 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 참. 뭐 어려운 일도 아닌데 너무하시네.”

결국 먼저 두 손을 치켜든 것은 기자였다. 기자가 투덜거리면서 멀어진 뒤 상혁은 고개를 슬쩍 돌려 주변을 둘러봤다.

“진짜 기자들이 왔네.”

혹시나 기자들이 올 것이라 예상을 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바로 나타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상혁은 이러다가 반도체 공장에서 정화를 한다든가 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곤란한데. 어디 다른 곳으로 폐수를 그냥 내보내는 공장을 찾아가야 하나?”

중얼거리면서 내림천에 도착한 상혁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자신이 그간 내놓은 수풀 속 길을 따라 내림천으로 내려갔다.

“하아!!”

익숙한 악취를 맡으며 상혁이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일반인이라면 코를 막고 얼굴을 찌푸렸겠지만 상혁에게 이 향기는 꽃향기보다도 더 좋았다.

악취에서조차도 미약한 마나가 느껴지니 마법사에게 이것보다 향기로운 것은 없었다.

풍덩!!

어제 소모한 1서클 마법들 때문에 서클이 텅 비어 있었다. 그렇게 뛰어들어 소모한 마나를 가득 채운 상혁이 여유롭게 둥둥 떠서는 하늘을 응시했다.

똥물에 몸이 반쯤 잠겨 있었으나 그 안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그렇게 푸르고 맑을 수가 없었다.

아이러니함에 피식 웃은 상혁은 그 순간 꽉 찬 1서클의 마나가 세차게 진동하는 것을 느끼고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2서클로 올라가려고 하는 건가.’

확실히 폐수 안에 담긴 마나의 양은 상혁이 놀랄 정도로 농도가 짙었다. 오죽하면 4서클까지의 마나를 이 내림천의 오염된 강물만으로 채울 수 있다고 생각을 했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3서클까지는 마나만 받쳐 준다면, 그리고 마법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지능만 있다면 웬만해서는 다들 도달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물론 거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천차만별이겠으나 상혁에게는 이미 갔던 길을 다시 한 번 더 가면 되는, 2회차 마법사였기 때문에 언제든 2서클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상혁은 당장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단단하고 질긴 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준비해야 한다.’

상혁이 가진 1서클의 마나 고리는 가나안 대륙의 다른 마법사들과 비교했을 때 족히 세 배는 더 크고 두꺼웠다.

그렇다는 건 다른 마법사들보다 1서클 마법을 최소 세 배는 더 강하고 더 많이 쓸 수 있다는 뜻이었다.

‘기왕에 2회차 마법사가 된 거, 해 보고 싶었던 걸 다 해 봐야지.’

자연스레 2서클도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8서클 대마법사가 된 뒤 이론으로만 생각하고 꿈꿔 왔던 완벽한 서클을 지금은 도전해 볼 기회가 생긴 셈이기 때문이다.

‘과학 기술과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이라도 맞추려면 그 정도는 돼야 한다. 마법사는 나 혼자니까 더더욱.’

상혁은 마법이 이 세상에 드러난다면 무수히 많은 문제가 따라올 것이라 예상했다. 그리고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과학과 맞서려면 자신이 그린 완벽한 마법사에 가까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십억에 달하는 지구의 인간들이 2000년 동안 발달시킨 과학에 대항할 수 있는 마법은 오로지 상혁만이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토지를 단단하게 다지자.’

상혁은 꿈틀거리며 2서클로 올라서려는 마나를 인도해 이미 형성된 1서클의 마나 고리를 더욱더 단단하고 질기게 만드는 데 투자했다.

“후우!”

그러고는 강변으로 기어 나와서는 자신의 몸에 클린 마법을 건 뒤에 옷을 걸쳐 입었다. 오늘도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꼼짝 마!!”

상혁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소리는 상혁 근처에서 나온 소리가 아니었다.

내림천 위, 반도체 공장의 정문 근처에서 난 소리였다.

“난 기잡니다!!”

“기자여도 취재 허가를 받지 않으면 들어올 수 없습니다!”

“이거,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 하는 일이야! 알아!?”

상혁은 몰래 정문 근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관찰했다. 그러자 아까 전에 상혁에게 명함을 건네줬던 기자가 경비들에 의해 쫓겨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오염 문제를 취재하러 온 기자였어.’

그 기자는 상혁이 예상한 대로였다. 취재하려다가 경비에게 걸려 쫓겨나고 있는 듯했다. 기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경비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상혁의 근처에서 들려왔다.

“꼼짝 마!!”

그리고 그곳에는 기자를 쫓아낸 것과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 남자가 상혁을 향해 테이저건을 겨눈 채 서 있었다.

상혁은 저들이 자신이 있는 곳을 정확하게 알고 접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저렇게 당황하지 않고 자신을 제압하려 들 수는 없었다.

“이놈이지?”

“예, CCTV 팀에서 연락이 왔는데 또 희끗거리는 게 보였다고 합니다.”

“수상한 놈이네. 수색해.”

상혁은 대처할 방법이 있었지만, 가만히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경비 중 한 명이 다가와 몸수색을 하는 것도 내버려 두었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겠는데?’

안 그래도 반도체 공장 안에 들어가고 싶었던 상혁이다. 그런데 이 경비들의 눈빛을 보니 잘하면 공장 안으로 들어갈 기회가 생길 것 같았다.

마나를 품은 폐수.

그 순도 높은 마나에 군침을 싹 흘린 상혁에게 경비가 다가와 등을 떠밀었다.

“기자도 아닌 것 같으니까 일단 팀장님 말대로 데리고 들어가자고. 순순히 따라오시죠. 그러면 경찰에 연락하진 않겠습니다.”

경비의 말에 상혁은 속으로 웃었다. 고대하던 일이었다. 상혁은 자신의 등을 떠미는 힘에 반항하지 않으며 순순히 경비들이 인도하는 대로 걸었다.

잠시 후.

창고 같은 빈방에 상혁을 홀로 남겨 놓고 문이 닫혔다. 얌전히 있으라는 소리와 함께 경비들이 사라지자 상혁은 고개를 슬그머니 돌렸다.

“공장 내부는 아니네.”

상혁은 아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혁은 공장이 아니라 그 옆에 그냥 평범한 건물로 끌려왔다. 경비들과 사무직들이 쓰는 건물인 것 같았다.

기왕이면 공장 내부였으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상혁은 신경 쓰지 않았다.

공장 내부가 아니면 공장 안으로 들어가면 그만이다.

“언락.”

철커덕!

상혁은 잠긴 문에 손바닥을 펼치고는 마법을 시전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잠겼던 문이 철커덕 소리를 내면서 열렸다.

“잡아 와 놓고 방심하는 거 아니야?”

문밖에는 지키는 사람도 없었다. 상혁이 어지간히도 얕보인 모양이었다. 하긴, 평범한 사람이면 지금 상황에 도망치는 건 불가능하다. 상혁은 손바닥을 벽에 대고는 마나를 넓게 퍼뜨렸다.

정확히는 전기선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순식간에 마나를 퍼뜨렸다.

이번에는 핸드폰을 충전할 때처럼 힘 조절을 할 필요는 없었다.

“쇼크.”

파지지직!!

상혁이 가볍게 쓴 1서클 쇼크 마법에 건물 내부에 있던 CCTV들이 동시에 스파크가 튀는 소리를 내면서 망가졌다.

“그럼 어디 한번 슬슬 둘러볼까?”

동네 마실을 나가는 것처럼 상혁이 여유로운 몸짓으로 복도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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