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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11화 (10/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11화

011. 2서클(1)

“더 먹어. 이것도 먹고. 갈비도 좀 먹고.”

우걱우걱.

상혁은 정말 뱃속에 아공간이라도 들어 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먹었다. 전 씨의 음식 솜씨가 생각보다 아주 뛰어났기 때문이다.

배달 음식과는 차원이 다른 맛.

전아영이 괜히 장담하며 데려온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딱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이것도 먹고.”

척.

이번에도 상혁의 숟가락 위에 잘 발라진 생선 한 점이 올라왔다. 상혁은 옆에서 자신에게 이것저것 챙겨 주고 있는 전 씨만 빼고는 모든 것이 괜찮았다.

그는 상혁이 10년 전 불의의 사고를 당한 뒤 보육원으로 보내졌던 백성운의 아들이란 것을 알게 된 순간 그대로 무장해제가 됐다.

전아영의 오지랖이 괜히 자신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옆에서 상혁에게 끊임없이 음식을 챙겨 주기 시작한 것이다.

“한 그릇 더 먹을래?”

도리도리.

상혁은 목 끝까지 차오른 밥알을 느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상혁을 경이로운 눈으로 전아영이 쳐다봤다.

“엄마. 나 살면서 밥 여섯 그릇 먹는 사람 처음 봤어.”

상혁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그렇게 많이 먹었는 줄 몰랐기 때문이다. 잠시 후 전광철이 전아영과 함께 상을 치웠다.

상혁이 뭐라도 하려는데 전 씨가 상혁을 꼼짝도 못 하게 했다.

자신을 보고 눈시울까지 붉어졌던 전 씨였기 때문에 상혁은 이상하게 전 씨에게는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난 기억이 없는데…….’

십 년 전 이곳에서 살 때의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엄마가 상혁에게 함부로 주워 먹지 말라고 한 것과 아빠가 말한 것은 기억이 났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열 살이었다면 아주 어릴 때도 아닌데, 이상하게 그것 외에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날 아는 체를 해도, 내가 아는 체를 할 수는 없다.’

전 씨가 부담스러운 이유는 그것 때문일 것이다. 상혁은 자리에서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려다가 전아영을 보고 멈칫했다.

‘궁금해서 왔는데.’

전아영의 몸속에 있는 마나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조금 더 조용한 곳이 필요했다. 하지만 전 씨와 최영숙이 있는 곳은 아니었다.

‘때를 봐야 하나.’

상혁이 일어나 있는 것을 보고는 전아영이 말했다.

“사과라도 먹고 가요.”

“아니, 자고 가. 그 집에서 어떻게 또 자니. 노숙이나 마찬가지인데.”

전 씨는 전아영보다 한술 더 떴다. 자신이 잘 알던 동네 동생의 아들이라고 해도 십 년 동안 보지 못했으면 남이다.

다 큰 딸까지 같이 있는 집인데 자고 가라니.

경계심이 없는 것인지. 상혁이 백성운의 아들이란 증거는 상혁의 말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 씨는 굳게 믿고 있었다.

“불편할 테니 가고, 다음에 또 와요.”

그래서 최영숙이 나섰다. 상혁은 최영숙이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게 정상이다. 말 한마디만으로 사람을 믿어 주는 낭만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상혁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나왔다. 그때 뒤에서 전아영이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저기요!”

상혁이 고개를 숙이고 나오는 데까지 거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아영이 나오면서 열고 나온 문으로 전 씨가 최영숙에게 타박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상혁은 일부러 듣지 않았다.

“밥 잘 먹었습니다. 초대 고맙습니다.”

상혁은 전아영에게 꾸벅 인사했다. 부담스러운 것은 부담스러운 것이고 고마운 것은 고마운 것이다. 전아영이 그런 상혁에게 손에 든 꾸러미를 건넸다.

“찬이에요. 뭐 통조림 같은 것들도 있고. 거기서 지내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냉장고가 없다는 것을 고려해서 냉장 보관이 필요 없는 것들로 반찬들을 가지고 나온 전아영이다. 상혁은 그런 배려가 고맙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 엄마 말에 너무 신경 쓰지는 말아요. 원래 엄마가 좀 의심이 많아서.”

“아닙니다, 그럼.”

상혁은 길게 질질 끌지 않았다. 미련 없이 상혁이 등을 휙 하고 돌렸다. 그런 상혁의 눈에 뒷마당에서 고개를 내밀고 자신을 경계하고 있는 하양이가 눈에 들어왔다.

“시끄러운 놈.”

그렇게 중얼거린 상혁이 휘적거리면서 멀어졌다. 전아영은 그렇게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상혁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왠지 모르게 계속해서 시선이 갔다.

10년 전.

가끔 만나 놀던 옆집 오빠가 세상을 다 잃은 것 같은 표정으로 사라졌던 그때의 기억이 전아영에게는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 오빠와 상혁의 얼굴이 겹쳐졌다. 어린 나이에 보면 두근거렸던 오빠였다.

어쩌면 첫사랑.

“미쳤어!!”

짜악!

자신의 볼을 짝 하고 갈긴 전아영이 집으로 되돌아 들어갔다.

끄으응.

혼자서만 열심히 상혁을 경계하고 있었던 하양이가 끄응거리면서 꼬리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런데 잠시 후, 덜컹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다시 열렸다.

“수상해.”

최영숙이었다. 그런 최영숙의 뒤를 전광철이 따라 나와서는 소리쳤다.

“아, 뭐가 그렇게 수상해! 너무 의심이 많아, 당신은!”

“십 년 만에 갑자기 나타나서, 다 허물어져 가는 집에서 산다고 들어간 거잖아. 십 년 전이면 지금 딱 스무 살인데.”

“그, 그런데?”

“도망쳐 온 범죄자일 수도 있어. 아무것도 모르잖아. 그런데 그냥 우리 마을에 살게 내버려 둔다고?”

최영숙의 말에 전광철의 목에 핏대가 솟아올랐다.

“어떻게 그런 말을 혀!!”

“아영이가 걱정되지도 않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인 전아영의 이름이 나오자 전광철이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최영숙이 그것 보라는 듯 말했다.

“한번 조사해 볼 테니까 자기는 당분간 아영이 퇴근할 때 데려와. 당신이나 아영이나 너무 오지랖이 넓어서 안 돼. 오늘도 봐 봐. 혼자서 겁도 없이 그 집에 다녀왔잖아, 아영이.”

“그건…….”

“두 번이나 제 발로 물에 뛰어들었다면서. 스무 살짜리가 왜 그러겠어. 십 년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뭘 했는지 어떻게 알고. 기다려. 내가 변호사님 이름을 팔아서라도 한번 알아볼 테니까.”

* * *

찌리릿-!

상혁은 자신의 뇌 안에 끊겨져 있던 신경 다발이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건 마치 스파크가 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것을 느낀 상혁이 깊은 자기 관조에서 빠져나오며 눈을 번쩍 떴다.

“드디어.”

지난 50년간 상혁은 가나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의식적으로라도 지구에 대한 모든 기억들을 무의식 깊은 곳에 묻어 놓았다.

그러던 것이 지구로 갑자기 차원 이동을 통해 넘어오게 되면서 필요했기에 깊은 무의식 속에서 건져 올리면서 싱크를 해 나가는 과정을 겪고 있었는데, 그 과정이 드디어 끝난 것이다.

“이제 좀 한국 사람이 된 것 같네. 어느 정도 사람 구실 할 수 있겠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상혁은 21세기 한국의 20대로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많은 정보나 사실들을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다른 사람과 조금만이라도 길게 이야기를 나눴다면 그게 곧바로 티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것도 거의 다 사라졌다.

그래서 상혁은 꺼진 핸드폰을 꺼냈다. 그러고는 그걸 땅바닥에 주저앉아 앞에 가지런히 놓고는 비장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늘 한번 해 보는 거야.”

스마트폰의 맨질거리는 광택이 낯설었다. 하지만 또 손에 쥐니 낯선 듯하면서도 금세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지구에 있을 때 하루 24시간 중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늘 쥐고 있었던 핸드폰의 익숙한 촉감이다.

그러나 상혁은 핸드폰을 한 번도 켜 보지 못했다.

“클린.”

클린 마법 한 번에 핸드폰을 뒤덮고 있던 꼬질꼬질한 것들과 더러운 물질들이 깨끗하게 사라졌다. 거기에 상혁은 혹시나 몰라 한 번 더 신중을 기했다.

“웜.”

모락모락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물에 젖은 핸드폰은 드라이어로 잘 말리면 다시 작동이 된다고 들었다. 클린 마법으로 한 번 청소를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단계를 더 거친 셈이다.

하지만 당연히 핸드폰은 켜지지 않았다.

핸드폰의 배터리가 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주일이 넘게 비밀번호를 몰라 한 번 들어가 보지도 못했고 당연히 핸드폰은 방전됐다. 방전됐다면 충전하면 되는 일이지만 그게 이 집에서는 불가능했다.

핸드폰 충전기를 고시원에 놓고 왔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집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구로 돌아와 기억이 뒤죽박죽되어 있던 탓에 핸드폰에 신경을 쓰지 못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퍼즐의 조각들이 더 맞춰졌으니 핸드폰을 한번 켜볼 생각이었다.

“언제까지 원시인처럼 살 수는 없잖아?”

문명의 이기를 누리지 못한다면 자신은 원시인이나 다름없었다. 가나안 대륙에서 지구로 돌아오는 것 중 가장 큰 장점 중에 하나가 문명의 이기란 것을 생각해 보면 이제는 핸드폰이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충전을 해야 하기에 상혁은 오늘 그 충전을 시도해 볼 생각이었다.

전기로.

하지만 이 집에는 전기가 오지 않는다. 그러나 상혁은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파지직!

“강해.”

상혁은 손끝에서 피어오른 스파크를 보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뇌전 마법.

물론 지금 상혁의 수준은 1서클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뇌전 마법은 딱 하나가 있었다.

사람을 기절시키거나, 반대로 기절한 사람을 깨울 때 사용하는 쇼크(shock).

시전하는 게 마나가 들고 복잡해서 마법이지 사실은 전기 충격이었다. 그리고 상혁은 그 마법을 이용해 핸드폰을 충전해 볼 생각이었다.

“너무 세면 안 돼. 그러면 싹 타 버릴 테니까.”

상혁은 공학도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충전의 원리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마법사로서의 경험과 지식들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 중에는 무언가를 충전한다는 개념의 마법도 있었다.

마나집적충전.

마법문명의 꽃은 마나석이란 것이 본격적으로 이용되고 나서부터인데 마나석은 마법사가 없이도 마법을 쓸 수 있게 해 주는 일종의 마나 배터리였다.

문제는 가격이 비싸다는 것인데 그 마나석을 충전하는 개념의 마법을 도입한 것이 상혁이다.

‘강하면 탄다. 그리고 스마트폰은 비싸지. 그러니까 실패하면 안 돼.’

버는 돈 없이 있는 돈을 까먹고만 있는 지금 이 상황에서는 조금의 지출도 뼈 아픈 타격이 된다. 오랜만에 가나안 대륙에서의 생존 본능을 일깨운 상혁이 무섭도록 집중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1서클을 만들 때 마나를 길게 꼬아 실처럼 만들어 그것을 백 겹을 겹쳐 만들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파직!

파직!

파지직!!

연신 상혁의 양손에서 파직거리는 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그렇게 한 열 번 정도를 실패하고 난 다음 상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최소다.”

상혁의 양손에서 어느덧 스파크가 튀지 않았다. 하지만 마나안을 켜 서기가 너울거리는 눈동자로는 분명히 상혁의 양손에 맴도는 마나가 눈에 들어왔다.

스파크가 튀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마나의 출력을 최소로 잡았기 때문이다.

상혁은 그래도 손을 핸드폰의 충전단자에 가져다 댔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상혁은 그것을 확인하고는 점차 출력을 늘려 가기 시작했다.

알맞은 전력과 전압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쇼크 마법이 강해지자 스마트폰의 액정에 불이 삑 하고 들어왔다.

“됐다.”

상혁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작은 성취감이 들었다. 상혁이 오십 년 동안 가나안 대륙에서 굴렀던 것은 이 지구에서도 매우 쓸모가 있었다.

“내부는 파악했으니.”

마나는 상혁의 손이자 눈이었다. 쇼크 마법의 출력을 조금씩 강화하면서 스마트폰 안으로 주입한 마나에 의해 상혁은 스마트폰의 구조를 머릿속에 입력했다.

사실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첨단 과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구조를 일개 인간이 파악하고 기억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다.

하지만 상혁은 가능했다.

그리고 개량도 가능했다.

“회로가 타지 않는 선에서 출력을 집중시키면.”

쇼크 마법이 점점 더 강해지기 시작했다. 쇼크 마법은 뇌전이라고 하기보다는 전기에 가까웠다. 그 전기가 충전단자의 회로를 태우지 않으면서 회로를 타고 배터리를 충전하기 시작했다.

“다 됐다.”

10분.

지금의 고속 충전 기술을 아득하게 뛰어넘는 속도로 핸드폰이 완충됐다. 그리고 상혁은 어색한 손놀림으로 핸드폰을 켰다.

“오, 오오!”

가나안 대륙으로 가기 전에는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썼던 스마트폰이지만 그걸 오십 년 만에 보니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상혁은 듣는 사람이 없는 걸 알면서도 괜히 헛기침을 한 차례 한 후 잠긴 핸드폰을 풀었다.

“신기하네.”

상혁은 신기한 눈으로 자신의 핸드폰을 이리저리 조작했다. 그렇게 한 시간을 푹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핸드폰을 보던 상혁은 간신히 눈을 뗐다.

“시간 잡아먹는 귀신이네.”

상혁은 핸드폰 액정에서 눈을 뗐다. 자신이 핸드폰을 되살린 것은 심심해서가 아니었다.

“돈이 필요해.”

사람답게 살만한 집을 만들려면 개보수도 필요했다. 차라리 개보수를 직접 하느니 때려 부수고 직접 짓는 것이 더 편할 것 같았다.

그건 그거고, 여기서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숨 쉴 때마다 돈이 들어간다. 먹는 건 물론이고 입는 것, 교통비, 이제는 핸드폰 요금까지 내야 한다.

결국 문제는 하나였다.

돈.

“계좌는…….”

질끈

핸드폰이 있으니 이제 은행 어플로 계좌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계좌를 확인한 상혁은 등줄기에 식은 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이럴 때가 아닌데.”

상혁은 핸드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구인 사이트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곳에 들어간 상혁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할 수 있는 게 없네.”

지구에 있을 때 상혁은 알바를 많이 했었다.

하지만 가나안에서 더 오래 생활한 지금은 알바를 한다고 해도 사람을 대하는 것에 문제가 있었다.

“문제나 일으키겠지.”

힘이 최우선인 가나안 대륙에서 너무 오래 살았다. 그렇기 때문에 상혁은 자신의 사고방식이나 관념이 지구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 성격은 알바를 하게 되더라도 무수히 많은 문제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 상혁은 머리가 복잡해지자 벌러덩 드러누웠다.

그러고는 인터넷에 접속해 이리저리 쳐 보고 싶었던 것들을 쳐 봤다. 그러다 무심코 친 마을 이름에 가장 먼저 위에 올라와 있는 기사가 상혁의 눈에 들어왔다.

[시름하는 농가, SG 반도체 공장의 환경오염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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