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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6화 (6/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6화

006. 나한테만 노다지(1)

띠리리리리-!!

공장 안에서 요란한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그러자 방호복을 입고 있던 전아영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또야?”

경보음이 울렸다는 건 공장 안에서 사고가 일어났다는 뜻이다. 하지만 전아영은 이런 일이 익숙한 듯 느릿느릿 움직였다.

벌써 이번 주에만 세 번째였기 때문이다.

“빨리빨리 움직여, 이것아.”

“아, 언니!”

“이 소리 들리면 나가야지!”

전아영은 자신의 등줄기를 쿡 하고 찌른 김수진의 손길에 꺄악 하고 비명을 지르며 탈의실로 들어가 방호복을 벗은 뒤 바깥으로 나갔다.

그러자 매뉴얼에 따라 공장 안에서 일하던 수백 명의 사람들이 공장 앞 공터에 모였다. 그런데 하나같이 모두가 구시렁거리고 있었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거래요?”

“나도 몰라.”

김수진은 전아영과 같은 검수 라인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들이 공터에서 웅성거리고 있자 공장장이 나와 인원 검사를 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자, 자. 안 나온 사람은 없군. 다들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다가 들어가서 다시 일합시다.”

“네에-”

귀찮아 죽겠다는 듯 늘어지는 대답 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다. 사실 지금 이 SG반도체 공장에서는 저번 주부터 일주일에 세 번씩 계속해서 경보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처음이야 큰일이 일어난 줄 알고 난리가 났지만, 별다른 사고나 이상이 없이 그저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는 것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벌써 이게 2주 사이에 여섯 번이나 경보음이 아무런 이유 없이 울려 퍼졌기에 다들 불감증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도 아니겠지.’

전아영은 햇빛을 받으며 죄 없는 땅을 앞꿈치로 슬슬 긁었다. 그러자 김수진이 옆에서 말했다.

“이제 저 소리도 익숙하다. 그치?”

웨에에엥!!

저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경보음이 울리면 자연스레 주변의 경찰서와 소방서에도 연락이 들어가게 시스템이 되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저 멀리서 소방차가 오는 소리가 들린 것이다.

벌써 이것만 해도 여섯 번, 아니 일곱 번이었다.

“어제는 야근하다가 119에 신고했다면서?”

“아, 그거요?”

전아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전아영은 어제 야근을 한 뒤 퇴근하다가 공장 앞 내천에 누가 허우적거리는 것을 보고 119에 신고했다.

그러니 전아영은 저 사이렌 소리를 여섯 번이 아니라 일곱 번째 듣는 셈이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지겨워라.”

전아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런 전아영에게 김수진이 말했다.

“거기 사람이 왜 있던 거래. 혹시…… 자살이나 그런 거 아니야?”

“몰라요. 그냥 119가 와서 그 사람 구해 가는 것만 봤으니까.”

그렇게 말하면서도 전아영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이 죽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옆에서 김수진이 얄밉게 깐족거렸다.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지니까. 어디 굿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 전부 다?”

“언니, 뭘 굿까지 해요.”

“왜, 드라마 보니까 다 그렇게 하던데.”

김수진과 전아영이 잡다한 소리를 하고 있을 때.

“에이, 텄다. 다들 그냥 알아서 휴식해. 쯧.”

반장이 와서 전아영과 김수진, 그리고 나머지 동료들에게 말했다. 그러자 구시렁거리던 동료들의 얼굴이 폈다.

예상치 못한 휴식 시간이 생기자 슬쩍 기분들이 좋아진 것이다.

하지만 반장은 녹록치 않았다.

“아, 물론 지금 쉰만큼 잔업하고 가고. 지금 쉬었으니까 그건 당연한 거잖아?”

지금 쉬니까 이 쉬는 시간을 나중에 경찰과 소방관들이 간 뒤에 마저 채워서 하라는 소리다. 지독한 반장의 근태 관리에 전아영은 속으로 욕을 한 바가지를 했다.

“뭐 할 거야?”

“그냥 좀 쉴래요.”

“에이 재미없어.”

들러붙는 김수진을 떼어 놓은 전아영은 공장 안으로 들어오는 경찰차와 소방차를 보면서 공장 그늘을 따라 공장 바깥으로 향했다.

경보가 울려 2주 사이에 여섯 번이나 출동한 건 경찰관이나 소방관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경보가 울렸으니 그들은 안을 수색하거나 위험 요인을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니 안을 헤집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바깥에 나가 있어야 한다. 전아영은 몇몇 남자 직원들이 담배를 피러 우르르 가는 것을 보낸 뒤 정문을 슬쩍 통과했다.

“하아, 살 것 같다.”

전아영은 공장 정문에서 한 발자국 나온 것만 해도 자유를 느꼈다. 답답한 방호복을 벗자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렇게 해가 내리쬐고 살랑거리는 바람이 불 때 공장 안이 아니라 밖에 나와 있었던 게 대체 얼마 만이란 말인가.

그렇게 기지개를 켠 그녀의 눈에 이상한 것이 들어왔다.

경찰차와 소방차를 따라온 택시가 서더니 그 안에서 웬 남자가 내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남자가 묘하게 눈에 익었다.

‘뭐지?’

고개를 갸웃한 전아영이다. 전아영이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택시에서 내린 남자는 공장이 아니라 공장 옆에 길이 아닌 곳을 기웃거리더니 그대로 난감을 넘었다.

“어, 어어어?”

저 아래 쪽으로는 길이 없었다. 대신 공장에서 흘러나온 물이 흘러드는 내천이 있었다. 그걸 본 전아영은 묘한 데자뷰를 느꼈다.

“어제 그 남자?”

* * *

“여기요.”

상혁은 택시기사에게 택시비를 낸 뒤 택시에서 내렸다. 상혁은 자신이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 소방관을 따라서 무작정 택시를 타고 따라온 것인데 아주 노다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마나.

상혁은 이 거리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마나의 향에 홀린 듯 난간을 넘었다. 그러자 관리되지 않은 수풀이 발목을 찔렀지만 상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여기야.”

마나가 느껴지는 것을 넘어 이곳이 눈에 익었다. 상혁은 자신이 119에 의해 구조된 곳이 바로 이곳이란 것을 깨달았다.

콸콸콸.

위로 보이는 커다란 공장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커다란 배관에서 탁한 갈색 액체가 콸콸 거리며 쏟아져 나왔고 그 아래로 그 물이 모여서 커다란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그 웅덩이에서 흐른 물이 아래 내천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탁한 갈색 물이 상혁의 눈에 아주 익었다.

절어 버린 핸드폰과 지갑에서 흘러나온 물.

지독한 악취가 나는 더러운 물이 가득한 커다란 웅덩이에서 강렬한 마나가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 심 봤다.”

상혁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그대로 옷을 훌렁거리며 벗어던졌다. 혹여라도 옷이 젖었다가는 옷을 버려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남김없이 알몸이 된 상혁은 주저하지 않았다.

“읏차!”

풍덩!

상혁은 더러운 웅덩이 속으로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뛰어들었다. 더러운 악취가 몸을 침범해 왔지만, 상혁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더러운 것쯤이야.’

마나를 쌓을 수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게다가 상혁은 이것보다 더 더러운 곳에서도 생활해 봤다.

‘안 좋은 기억이지.’

용병 생활을 하다가 돈에 혹해 끼어든 영지전에서 패배해 마법사에게 노예로 팔려 간 순간. 그 마법사에게 인체 실험을 당하며 살았던 그 시간이 순간 스쳐 지나갔다.

안 좋은 기억이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그 덕분에 상혁은 마법사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인체 실험을 하던 사악한 마법사의 심장에 마법을 박아 주었다.

부글부글.

상혁은 곧바로 머리끝까지 그 속에 담갔다. 이 정도의 양이라면, 직접 섭취하지 않아도 시간을 들여 목표치만큼 흡수할 수 있을 거다.

그 물에서 상혁은 능숙하게 마나를 뽑아냈다.

상혁의 몸속은 바짝 마른 논과 같았다. 병원에서 깨어나자마자 마나안을 쓴 것 때문에 몸속의 마나가 바짝 말라 있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 지퍼백에 담긴 물을 마셔 조금 보충하긴 했지만 여전히 바짝 말라 있었다.

그 때문에 상혁은 몸속으로 들어온 더러운 물의 마나 성분을 흡수했다. 그러고는 작지만 소중한 그 마나로 바짝 마른 논에 물을 댔다.

쩌저적!!

갈라졌던 논이 다시 들러붙는 소리가 상혁의 귀에 울려 퍼졌다. 동시에 상혁의 내부가 촉촉해졌다.

비옥해진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마나로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낸 것이다.

더러운 물 안에 들어 있던 마나 중 99퍼센트가 상혁의 내부로 스며들었다.

고작 1퍼센트의 유실률.

한 번 걸었던 길이라고는 하나 이 정도로 유실률이 적은 것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가나안 대륙의 마법사들 중 마나 친화력이 좋다는 소리를 듣는 이들의 평균 유실률이 30퍼센트대였다.

즉, 100의 마나를 흡수하면 그중 30은 그냥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는 소리다. 그리고 평범한 마법사들의 마나 유실률은 60퍼센트였다.

100의 마나를 흡수하면 그중 절반 이상이 그냥 빠져나간다. 그런데 지금 상혁은 1퍼센트의 유실률을 선보였다.

말 그대로 천부적인 마나에 대한 재능.

하지만 이 정도도 못 한다면 대마법사라는 소리를 듣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마나안(眼)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 정도도 하지 못한다면 나가 죽어야 한다.

마나안(眼)을 가진 상혁의 눈에는 몸 안에 들어온 마나가 흡수되지 않고 어디로 빠져나가려는지가 훤히 보였다.

그러니 그곳을 막아서 되돌리고, 다시 다른 곳을 막아 되돌리면 언젠가는 다 흡수하게 된다. 그것이 상혁이 보인 1퍼센트의 유실률의 비밀이었다.

물론 상혁은 이제 그것을 마나안으로 보지도 않고 해내는 경지에 도달했다.

9서클에 근접한 8서클 대마도사.

대륙 유일의 8서클 대마도사의 자리는 거저 얻은 게 아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마나를 돌리게 되면.’

울컥.

상혁의 입에서 어쩔 수 없이 들어갔던 더러운 물이 다시 토해져 나왔다. 마나만 흡수한 채 더러운 것을 그대로 되돌려 마나를 통해 내보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직접 섭취한 더러운 물 안의 오염 물질에 중독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었다.

울컥.

이번에는 상혁의 입에서 새카만 피 같은 것이 흘러나왔다. 상혁은 몸속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 새카만 피 같은 건 상혁의 몸속에 쌓였던 불순물이다.

마나는 이렇듯 마법사의 몸을 깨끗하게 정화시켜 주는 효능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법사나 기사들에게는 독도 잘 통하지 않는다.

마법사의 마나는 그 무엇보다도 정순한 기운이다. 그러니 더러운 물의 독성이 몸에 들어오더라도 그 마나로 더러운 물의 독성을 해독하는 건 손바닥 뒤집듯 쉬운 일이다.

가나안 기준으로 이 정도 오염수는 사람에게 해로운 독 중 1000위에도 들지 못한다.

‘마나를 흩어 놓는 독은 처음이었지만.’

거의 검은색에 가까운 색으로 입을 통해 독성과 탁기가 빠져나갔다. 그러자 상혁의 몸속에 남은 마나가 한 톨도 남지 않고 전부 다 흡수됐다.

‘1서클을 이루기에는 충분한 양이야.’

상혁의 눈앞에 1서클이 다가왔다. 동시에 상혁의 머릿속에 또 다른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기초를 제대로 다져 본 적은 없지. 허겁지겁 1서클을 완성해야만 했으니까.’

살기 위해, 마법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혁은 억지로 1서클에 올라야만 했다. 그리고 그것은 상혁에게 큰 약점이 됐다.

‘8서클에 올랐지만, 기초가 잘못됐었지.’

스승 없이 홀로 이룬 1서클이다. 게다가 마법이란 것에 대해 무지할 때 무지성으로 쌓아 올린 1서클은 상혁의 서클에 무리를 주었다.

제아무리 강대한 마나가 쌓이더라도 기초가 불안하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러나 지금은 상혁에게 두 번째로 주어진 기회다. 그리고 상혁은 마법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도 전문가라 자부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론으로만 세워 뒀던 걸 도전해 봐도 되지 않을까?’

상혁의 두 눈이 번뜩였다. 탄탄하고 흔들리지 않는 기초. 상혁의 머릿속에는 그 이론이 그대로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만약 이론대로만 된다면 상혁은 유례없는 마법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마법의 조종이라 불리는 신화 속 드래곤,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서클을 쌓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꺄아악-!!

그런데 그때 상혁의 귓가에 웅덩이 밖에서 웬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상혁의 입에서 뽀글거리면서 당혹스러운 공기 방울이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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