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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2화 (2/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2화

002. 하수구의 대마법사(2)

“커헉!”

상혁은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눈을 번쩍 떴다.

스르륵.

그 바람에 상혁의 몸에서 하얀 이불이 스르륵 하고 옆으로 떨어졌다. 얼룩 하나 없는 깨끗한 이불 끝자락에는 초록색으로 수놓아진 글씨가 있었다.

[청운병원]

“어?”

한글이었다.

상혁의 입에서 자꾸만 이상한 소리가 나왔지만 이건 불가항력이었다. 무려 오십 년 만에 본 한글이었기 때문이다.

오십 년 만에 본 한글은 그 어떠한 예술가의 그림보다도 아름다웠고 타지에서 한국인을 만난 것처럼 반갑기 그지없었다.

끔뻑, 끔뻑.

상혁은 고개를 들어 두 눈을 가만히 끔뻑거렸다. 그러자 지난 반백 년 동안 보지 못했던 수많은 것들이 상혁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페인트를 발라 깔끔하게 칠해진 시멘트벽, 창문에 입혀진 샷시, 구멍이 나 있는 하얀 천장과 하얀 등, 그리고 TV.

“지구라고? 진짜 지구라고?”

상혁은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일흔이 넘은 노구임에도 지금만큼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상혁은 너무나도 흥분한 나머지 오래된 자신의 심장이 멈출까 걱정도 됐지만, 그 걱정은 지구에 왔다는 격동에 휩쓸려 내려갔다.

“나 왜 살아 있어?”

죽기 직전의 감각이 아직도 생생했다. 이게 죽음이구나 싶었는데 자신은 살아 있었다. 이건 꿈도 아니고 환상이나 자각몽 같은 것도 아니었다.

현실이다.

그것도 지구의 현실이다.

“내가, 내가 돌아왔다!!”

상혁은 흥분해서 숨을 쉭쉭 내뱉었다. 상혁은 창문을 열고 심호흡을 크게 했다. 그러자 콧속을 찌르는 매캐한 공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오염 하나 없이 깨끗한 가나안 대륙에서는 맡을 수 없었던 오염된 공기다.

“없었던 향이야. 이 맛이라고.”

그리움을 느끼며 계속해서 숨을 쉬기도 잠시, 옆을 돌아보자 거울에는 웬 젊은 사람이 비쳤다.

“이건…….”

상혁은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거울 속의 젊은 남자도 자신과 같이 손을 들어 올렸다. 상혁은 그제야 깨달았다.

“나잖아……?”

거울 속의 남성이 젊었을 적에 자신이라고.

그러니까 상혁은 지구로 돌아온 것도 모자라 일흔 살의 노구가 다시 스무 살이 되기까지 한 것이다.

털썩.

상혁은 그대로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는 믿지도 않는 신에게 기도했다.

진리를 탐구하는 마법사로서 신앙심은 절대로 경계해야 할 요소 중에 하나지만 상혁은 애초부터 그런 규율 같은 것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 때문에 상혁은 진심을 담아 하늘에 있는 신에게 기도했다.

“신이시여. 감사하나이다. 비록 신을 믿지는 않았지만 일단 신께 기도하고 보나이다. 그러니 다시는 돌려보내지 마시옵고 이렇게 살아 있게 해 주시옵소서.”

어떤 신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기도했다. 다시 지구로 보내 준 데다가 젊어지기까지 해 주었으니 이건 신의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대마법사가 되어 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으나 이런 건 신의 영역이라고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 순간만큼은 상혁보다 더 이 세상에서 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후우우우.”

그렇게 10분 정도가 더 지나고 나서야 상혁은 변태처럼 오염된 공기를 킁카킁카 하는 것을 멈출 수 있었다.

이제 조금 이성이 돌아온 것이다.

자꾸만 엉덩이가 들썩거렸지만, 아까처럼 촐싹거리지는 않았다. 그제야 상혁은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병원이라…….”

분명 자신은 왕국의 수도에 흐르는 하수구에 빠져 죽기 직전의 주마등까지 봤다. 아직도 그 주마등이 생생하게 기억났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지구라니.

무슨 전조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마치 스무 살 평범한 대한민국 청년으로 살다가 가나안 대륙에 떨어졌던 것처럼.

‘그런데, 또 물인가?’

무슨 물로 더럽게 꼬인 게 있기라도 하는 건지, 발을 헛디뎌 물에 빠졌다가 가나안으로 갔던 자신이 가나안에선 하수구에 빠져 다시 지구로 돌아오게 됐다.

‘차원 이동이 물과 관련이 있나?’

그렇다면 모든 물의 정령은 차원 이동이 가능한 게 아니었을까? 실없는 생각을 상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알 수 없지.’

이건 8서클 대마법사, 아니 신화 속에나 나오는 궁극의 10서클에 오른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전지전능한 존재가 되지 않는 다음에야 이 사실을 알아낼 방법은 없었다.

“돌아왔다는 게 중요하지.”

가나안에서 오십 년 동안 차원 이동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전 세계의 서적을 다 뒤졌지만, 그에 대한 실마리를 발견하지 못했다. 즉, 한두 시간 고민한다고 해서 나올 수 있는 답이 아니라는 소리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 때문에 상혁은 병상에서 내려와 주변을 손으로 만지며 자신이 지구에 왔음을 온몸으로 느꼈다.

“상혁.”

상혁이 누워 있는 병상에는 상혁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한글로 적힌 이름 석 자에 상혁은 감동했다. 그러다 문득 상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정신을 잃고 구조된 건가?”

상혁은 분명 악취가 가득 찬 이상한 웅덩이 같은 곳에서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어두운 밤에 누군가 자신을 신고했고, 구급차가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달려와 구급대원을 본 것까지 기억이 났다.

“그 하수구가 그 웅덩이로 이어진다고?”

상혁은 자신의 최후를 기억했다. 대마법사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더러운 하수구 안에 떨어진 뒤 쓸려 내려가는 것이 자신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런데 웅덩이라니.

드르륵.

그때 병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상혁이 그쪽을 쳐다보자 차트를 손에 든 간호사가 들어오다가 상혁을 보고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백상혁 씨?”

한국어로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상혁의 가슴이 요동쳤다. 얼마 만에 불리는 자신의 이름인가. 별것 아닌 것에 느낀 감동이지만 오십 년 만에 돌아온 지구는 8서클 대마법사의 감정을 쉴 새 없이 뒤흔들었다.

“네, 네. 제가 상혁입니다. 제가 상혁이에요.”

“아, 네…….”

간호사가 그런 상혁을 살짝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 눈빛을 느낀 상혁은 감동을 꾹 누르고는 얌전히 병상 위에 앉았다.

‘이상한 놈 취급을 받을 수는 없지.’

상혁은 솔직히 인정했다. 자신이 엄청 들뜬 상태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게 자신이 어디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이란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차원 이동?

그걸 대체 누구에게 말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말을 해도 누가 믿고.

눈치 하나는 비상한 상혁은 괜히 간호사에게 미친놈 취급을 받아 이로울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병상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잠깐만요. 좀 볼게요.”

상태를 확인한다는 간호사의 말.

상혁은 명찰에 김은영이라는 이름이 쓰여 있는 간호사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가 왜 여기 있죠?”

“기억 안 나세요?”

기억. 대충 나기는 했다. 그런데 애초에 왜 자신이 그런 웅덩이에 들어갔는지는 상혁에게도 의문이었다.

“잘…….”

“음, 아무래도 충격 때문에 일시적 기억상실 같은 게 오신 모양이네요. 의사 선생님 불러 드릴게요.”

간호사는 무언가 말하기 조심스러워하는 눈치였고, 얼굴에는 난감하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 반응을 본 상혁은 말로 꺼내기 민감한 문제라는 걸 눈치챘다.

‘늦은 시간에 홀로 웅덩이에 빠져 있었다라.’

그렇다면 뭐 하나밖에 더 있겠는가?

잠깐의 시간이 지나 간호사가 부른 의사가 들어왔다.

“웅덩이에 빠지신 걸 목격자분께서 신고하시고 119에서 출동해 구조한 뒤 실려 오셨습니다.”

“그런가요.”

“네. 어디 뭐 기억이 난다거나, 그런 건 없으신 거죠?”

의사가 사무적인 어투로 상혁에게 말했다. 꼭 의사의 말투가 제 발로 웅덩이에 들어가지 않았냐고 묻는 것만 같았다. 상혁은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미쳤다고 거길 내 발로 뛰어들어?’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다른 차원에서 그렇게 죽었는데 눈을 뜨니 그 안에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상혁은 대답 대신 화제를 돌렸다.

“저, 오늘이 몇월 며칠이죠?”

“그것도 기억이 안 나시는 겁니까?”

“네.”

의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차트에 무언가를 적더니 상혁에게 오늘이 몇월 며칠인지를 말해 주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하루도 안 지났다고……?’

하루, 아니 반나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상혁이 시계를 쳐다봤다. 저 시침과 분침은 병원에 실려 온 시간을 전부 합쳐도 상혁이 가나안에 떨어졌던 그때부터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각이라는 소리다.

시간이 오래 지났지만 자신이 웅덩이에 빠져 가나안으로 넘어갔던 날짜는 잊을 수가 없었다.

오십 년, 정확히는 51년이란 세월이 고작 몇 시간으로 압축됐다.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가나안 대륙으로 넘어간 것은 말이 되는 일이던가.

“설마…… 꿈인가?”

상혁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지구 시간으로는 하루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오십 년을 다른 차원에 다녀왔다니. 마치 꿈만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상혁은 그게 꿈일 리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만약 그게 꿈이었다면.

“이게 보여서는 안 되잖아?”

상혁의 두 눈동자에 오색찬란한 서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그 신비한 눈빛은 상혁이 깨우친 마나안(眼)의 증거였다.

상혁은 지금 마나안을 쓸 수 있었다.

“컥!”

하지만 이내 그 빛이 훅 하고 꺼졌다. 그러고는 상혁은 두 눈이 타들어 가는 듯 아프다는 것을 느꼈다.

오래간만이라 깜박 잊었는데 마나안은 발동하는 데만 막대한 마나를 필요로 했다. 그런데 지금 상혁은 일흔한 살의 노구, 그러니까 9서클에 근접한 마법 군주 일란이 아니라 스무 살의 상혁이라는 점이었다.

그런 상혁의 몸에 마나가 있을 리 없다.

주르륵!

상혁의 두 눈에서 피가 주륵 하고 흘러내렸다. 마나가 끊기면서 눈의 핏줄이 터진 것이다.

“이, 이런!!”

의사가 화들짝 놀라며 상혁의 어깨를 붙잡았다. 상혁이 두 눈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기 때문이다. 의사가 상혁의 눈에 작은 플래시를 비춰 보이며 소리쳤다.

“이 간호사! 이 간호사!! 환자분! 제 말 들리십니까? 예?”

“서, 선생님! 무슨 일…… 꺄악!”

그때 문을 열고 들어온 김은영이 두 눈에서 피를 흘리는 상혁을 보고는 까무러치는 것처럼 놀라서는 비명을 질렀다.

상혁은 의사가 하도 어깨를 누르고 흔드는 통에 어지러움을 느끼며 말했다.

“아, 이거…….”

상혁에게는 별것 아닌 일이었다. 마법을 수련하면서 이런 일이 일어난 적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거나 마나가 회복되면 멈추는 피였기 때문에 상혁은 아무렇지도 않아 했지만, 의사와 간호사는 아니었다.

“안구 출혈이라니! 이런 보고는 없었잖아? 어서 검사 준비해!”

“예, 예!!”

잠시 후 상혁은 덜컹거리는 환자 침대에 실려 온갖 검사를 다 받아야만 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더 지나자 상혁은 늘어진 파김치가 돼서는 병실로 돌아왔다.

[별 이상 없음.]

당연히 별 이상이 있을 리 없었다. 마나안(眼)에 대해서 상혁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마법을 쓸 수 있는 건가?”

상혁이 아는 한 지구에 마법이나 기적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상혁이 가나안 대륙을 가기 전까지의 일이다.

그리고 일흔한 살이 되어 돌아온 상혁은 자신이 아는 것이 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진리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마법?

있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다시 마법을 익힐 수도 있을 것이다.

“흐흐흐흐.”

이 무슨 히어로 영화 같은 내용도 아니고. 상혁은 자신이 미국의 히어로 영화에서처럼 공중 부양을 한 뒤 미래를 내다보는 상상을 하고는 키득거리며 웃었다.

“재밌겠네.”

스무 살의 상혁은 이 지구에 별로 기대하는 것이 없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것이 고달픈 청춘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흔한 살의 상혁은 달랐다.

마법의 진리만 탐구하며 죽을 날을 기다리던 노인이 소원하던 지구로 돌아와 젊어지기까지 했으니까.

지구보다 더 심한 가나안 대륙의 바닥을 기었던 일흔한 살의 상혁은 이 지구가 어찌 되었건 간에 가나안 대륙보다는 더 나은 곳이라는 것을 똑똑히 깨닫고 있었다.

그러니 사는 것이 재밌을 것 같았다.

‘이러고 있을 이유가 없지. 바로 시작하자.’

상혁은 곧바로 병상 위에 올라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리고 상혁의 의식이 곧바로 깊숙이 침잠했다.

마나를 느끼는 방법 첫 번째.

자신의 의식을 자기 내면 속으로 깊숙하게 침잠시키는 것이다. 그것이 마법사로 하여금 삼라만상을 구성하는 마나와 소통하는 첫 번째 단계였다.

‘크읏!’

하지만 그 순간 상혁은 자신도 모르게 명상이 깨질뻔한 것을 가까스로 붙잡았다. 그리고 당황해 버렸다.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완벽한 무(無)의 세계.

‘마나가 없다.’

상혁의 부름에 마나가 응답하지 않는 것이다. 상혁은 그 순간 무저갱을 마주한 것처럼 거대한 공허를 느끼고는 숨이 턱하고 막히는 것을 느꼈다.

마나가 없는 세상.

상혁은 가나안에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마법사의 존재가 왜 지구에는 하나도 없었는지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지구의 일면을 마법사로서 유일하게 바라본 최초의 인류인 상혁에게 그 답은 간단했다. 지구에는 마나가 없기 때문이다.

쿡, 쿠국.

그런데 그때 무언가 자신의 내면세계를 쿡쿡 찌르는 것이 느껴졌다. 외부의 물리적인 자극이 아니다. 상혁은 일부러 자신의 의식을 부상시켰다.

그 순간 상혁은 심상 속에 깃든 심상의 눈에 다른 것이 보이는 것을 느꼈다.

‘이건.’

공기, 땅, 바닥, 옷, 가로수 등등.

심지어 상혁의 손등에 부착된 수액 주삿바늘과 병상까지.

상혁은 다른 의미로 숨이 턱하고 막혔다. 마나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마나가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마나. 죽은 마나인가?’

하지만 마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가나안의 마나는 바람, 불, 물 등에 깃들어 있었다. 그 때문에 자연과 함께 움직였다. 하지만 지구의 마나는 아니다.

분명 심상의 눈으로는 보였지만 그 마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죽은 것처럼.

‘이건 아니다.’

번쩍.

상혁의 눈이 뜨였다. 상혁이 겪어 보지 못한 괴사가 펼쳐졌다. 마나가 있지만 마나가 없었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그것을 직감한 상혁은 장밋빛 미래고 뭐고 일단 이 안에서 죽치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 퇴원할게요.”

“네? 안 돼요. 조금 더 계셔야…….”

여기서 가만히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 때문에 간호사가 말리려고 했지만, 상혁은 말을 들어먹질 않았다. 그리고 별 이상이 없는 환자를 입원시킬 명분도 없었다.

그 때문에 간호사가 상혁의 소지품을 가져왔는데, 지갑과 핸드폰 하나가 고작이었다.

“이게 전부예요?”

“네, 옷은…… 그 냄새가 너무 고약해서.”

간호사는 말도 말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문득 상혁은 자신이 더러운 웅덩이에 빠졌었다는 것을 기억했다.

꿈틀.

그런데 그때 상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러더니 이내 상혁이 지퍼백에 담긴 지갑과 핸드폰을 들여다보면서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마나…….”

지퍼백에 담긴 지갑과 핸드폰에서 마나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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