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 여명의 궁 (3)
로얄가드 부기사단장 알프레드.
최근 그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마신 문두스가 황궁으로 돌아온 이후, 단 하룻밤 만에 벌어진 대학살.
자신의 수족 같던 흑마법사들과 악마 추종자가 전멸했으므로.
사방이 프레야 교단을 믿는 적밖에 안 남은 것이다.
‘······이대론 나도 죽는다. 무슨 뾰족한 수가 필요해!’
가짜 알프레드는 조바심을 느꼈다.
최근 검왕 알렉스의 눈빛이 미묘해졌으니까.
당장은 평소처럼 대하고 있지만, 누군가 자신의 방을 뒤진 흔적이 느껴진다.
결정적으로 어전 회의실에서 마신 문두스가 신하 절반을 으깨 죽여버린 날.
그는 깊은 푸른 눈을 번뜩이며 자신과 빤히 마주했으니.
무언의 살인예고가 느껴진다. 공포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
‘제기랄, 그동안 뇌물 먹여둔 대영주와 상인들도 움직이지 않는다니. 마신 문두스가 그토록 두려운 거냐!’
더욱이 조바심을 느낀 건 다른 세력들이 연을 끊기 시작한 거다.
‘······하기야 아룡기사 네카르. 그 녀석은 동부만 구한 게 아니었지.’
사실 그 이유는 가짜 알프레드도 알고 있다.
마신 문두스.
동부에 강림한 불사왕 데힐라칸은 물론, 현재 북부의 왕처럼 군림하는 베아트리체 폰 오르비스 대공을 구한 자.
더욱이 최근 내전으로 고통받던 서부와 뱀파이어에게 시름 앓던 남서부까지 구원한 전설적인 대마법사니까.
덕분에 황궁 대학살 소식에 쿠테타냐며 화들짝 놀랐던 지방의 거대 세력들도, 마신 문두스가 악마 추종자를 죽였다는 말에 모두 수긍해버리는 것이다.
‘함정······. 역시 함정에 빠뜨려서 죽이는 수밖에 없는데······.’
결국 모든 생각은 하나로 귀결됐다.
함정.
니케아 황궁 지하에는 황제 세실리아와 그 휘하 관료들을 지배하기 위한 세뇌 흑마법진 공간이 있으므로.
슬픔의 대악마 몰로크.
그분께서 마계화로 연결한 ‘눈물의 궁’으로 끌어들여서 죽이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마신 문두스가 바보도 아니고, 뭣 하러 마계화가 된 곳에 들어와?’
다만 문제는 무슨 수로 마신 문두스를 그곳으로 끌어들이냐는 거다.
마계화가 된 공간은 성체 드래곤이라도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려운 곳.
악마가 지배하는 공간에 굳이 마신 문두스가 들어갈 이유가 없잖은가?
“······저, 알프레드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뭐야. 별로 중요한 거기만 해봐.”
“수, 수상한 사람을 찾았습니다. 마신 문두스가 실종된 후, 눈물의 궁에 비정상적인 마력을 가진 사람이 들어왔습니다!”
“······!”
가짜 알프레드는 당장 보고서를 확인한다.
자신을 ‘에크론의 황제를 따르는 자’라고 소개한 사내.
그가 가진 마력은 감히 거악에 비견될 정도였으니.
마정석.
제1군단장 심연왕 프로세피나가 찾는 보물만큼이나 강력한 마력이 포착된 것이다.
‘오만한 놈! 제 발로 들어왔구나!’
옳다구나 싶었다.
하기야 현재 마신 문두스는 악마 추종자를 찾아내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
힘과 무질서의 교단 디메토르의 위치를 파악하고 뿌리 뽑기 위해 들어온 것이 분명했다.
“전 병력을 동원해라. 눈물의 궁을 벗어나기 전에 보유한 ‘해양 몬스터’ 전부를 부려서 잡는다!”
“옛!”
따라서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포위한다.
이번 사안에는 가짜 알프레드의 목숨도 달려있으므로.
“······아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상대는 마신 문두스다.”
“어디 가십니까?”
“나 또한 마신 문두스의 척살에 동참하겠다. 다른 악마분들께도 연락을 넣어라.”
“!”
비장한 각오를 다진다.
가짜 알프레드를 비롯한 마계의 악마들까지 참전하는 것이다.
***
쏴아아.
나는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그곳에 있는 건 아래로 내려가는 지하수로. 나지막한 나룻배들이 둥둥 떠있다.
나룻배 하나를 타고 계곡 물살 같은 지하수로를 내려간다.
-마계화된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
-슬픔의 대악마 몰로크가 거주하는 눈물의 궁입니다. 이 안에서는 불 속성 마법 효과가 90% 감소합니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물 위에 자리 잡은 수상 도시다.
마치 바다의 수면상 위에 부표를 설치하고 건물을 쌓아 올린 듯한 모습.
아무래도 흑마법의 힘으로 벽돌로 된 건물들이 물 위에 떠있을 수 있는 것 같다.
‘······새까만 빗방울이 쉼 없이 내리는군.’
나는 비 내리는 검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눈물의 궁.
마치 하늘이 우는 듯 비가 억수처럼 쏟아지는 마계 속 궁전.
미리 준비한 우비와 기름 우산을 펼쳐도 순식간에 습해지는 것이다.
‘벌써 들켰나.’
-lv26 다크 프로그.
-lv35 마귀상어.
-lv36 마계 괴가오리.
-lv42 심해 아귀.
.
.
팔딱, 팔딱, 팔딱!
잠시 노를 저으니, 그로테스크하게 생긴 해양 몬스터가 해수면으로 버글버글 올라온다.
마계에 서식하는 바다 몬스터들.
크고 뾰족한 이빨이 특징인 이들은 무언가에 조종을 당하는 듯 바다에 길을 만들 듯이 빼곡했다.
아무래도 흑마법사들이 내가 실종되자 기민하게 비상 대처하는 모양.
‘하지만 이건 오히려 잘 됐군.’
그러나 나는 심해어를 보며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나는 눈물의 궁 또한 공략했던 고인물.
이곳에 해양 몬스터가 수없이 깔려있다는 걸 모르지 않았으니.
완벽한 파훼법까지 준비해서 온 것이다.
“물용아. 오랜만에 네가 나설 차례다.”
-크오오오!
나는 품에서 소형화해둔 물용이를 꺼낸다.
씨(sea) 드레이크.
거대한 푸른 물뱀같이 생긴 내 물용이는 몸통과 꼬리는 뱀처럼 생겼지만, 머리만큼은 용과 같았으니.
-크롸아아아아-!!!
드래곤 피어를 발산한다.
용두사미.
머리만큼은 드래곤인 만큼, 아룡으로서 그 권능을 일부 이어받은 것이다.
첨벙, 첨벙, 첨벙!
-끼이익······!
-구오오오오······!
그러자 발작하며 미친 듯이 요동치는 마계 해양 몬스터들.
물용이가 몇 번 꼬리를 수면상으로 내리쳐서 충격파를 먹이자 완전히 공포에 질려 납작 엎드린다.
조련 완료.
해양 몬스터들이 물용이의 명령에 따른다.
-크르르?
내게 휙 고개를 돌리는 물용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물음이다. 나는 물용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심해 속으로 들어가자.”
-크오오!
【물의 감옥 lv4.】
이후 나는 물용이를 타고 수심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내 몸에 물의 감옥을 둘러서 간이 보호막을 만든 덕이다.
‘눈물의 궁. 이곳은 물속에 있는 수상 궁전이었지.’
나는 마력으로 새까만 물속에서도 드래곤 아이로 주위를 정확히 파악한다.
압력이 달라질 만큼 깊숙이 내려가니 바닥에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마계의 궁전이 보였다.
눈물의 궁.
이곳은 원래 지상에 있던 궁전이었으나, 슬픔의 비가 계속 내려 결국 잠겨버린 곳이었으니까. 난파선처럼 심해 바닥에 있는 것이다.
“너희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라.”
첨벙, 첨벙.
나는 세뇌한 해양 몬스터들을 시간 벌이용 경비병으로 부리며 말했다.
물용이와 단둘이 궁전에 다가가니 유달리 기포가 많은 곳이 있다.
‘제대로 찾아왔군.’
보글보글.
천장을 부수며 안으로 들어가보니 각기 다른 크기의 비눗방울이 가득하다.
얼핏 봐도 수백, 수천 개나 되는 비눗방울들.
스르륵.
-그으으, 아아아······.
비눗방울 안으로 들어가자 정체불명의 동영상이 보인다.
평범한 마족으로 보이는 여인. 그녀는 강가에서 구슬피 울고 있었다.
그 기억이 비눗방울 속 영상이 되어 기록된다.
‘슬픔의 대악마 몰로크. 그 여자는 아이를 잃은 슬픔으로 대악마가 된 케이스였지.’
나는 저 영상이 눈물의 궁으로 들어오면 기본적으로 보이는 기억이란 걸 알고 있다.
슬픔의 대악마 몰로크.
그 대악마는 비통하고, 후회되며, 괴로운 기억만을 기억하는 존재.
그런 기억을 지금처럼 동영상으로 남기며 추억할 수 있는 권능이 있으므로.
남들을 조종할 수 있는 트라우마들을 보관한 것이다.
‘아마 이 비눗방울 아래에 세뇌 흑마법진이 있었지만······.’
나는 비눗방울 아래를 살핀다.
당장 파괴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해양 몬스터가 왔다는 건, 현재 내 위치도 대략 알고 있다는 거겠지.
아마 슬픔의 대악마 몰로크와의 전투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차피 시간제한도 없는데, 다른 이득을 보는 게 좋겠지.
‘아마 이 눈물의 궁에는 황제 세실리아와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 간의 기억도 있을 테니까.’
살펴볼 정보가 있다.
아무리 내가 원작 <별들의 전쟁2>의 최고 고인물이라지만 모르는 부분도 있으니까.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
그녀는 원작에서 짤막하게 ‘마신 문두스’라는 이름으로 문서에 등장할 뿐이므로.
곧 쫓아올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와의만남을 위해 정보가 필요한 것이다.
‘여기 있군.’
-니케아 제국 제6대 황제 세실리아 드 니케아.
따라서 나는 비눗방울들을 뒤져서 현 황제 세실리아의 기록을 찾는다.
【엄마······? 엄마······!】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어릴 적 세실리아에 대한 동영상이다.
창에 꽂혀있는 여자 머리를 보고 엄마라고 부르며 우는 꼬마 세실리아.
‘······이건 스킵해야 겠군.’
나는 황제 세실리아의 비사는 이미 알고 있으므로 스킵한다.
어릴 적, 황비의 가문이 역모를 저지르려 한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몰살당했으니까.
아마 이 트라우마 때문에 어린 세실리아는 개혁 군주를 꿈꾸며,
100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단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을 만들지 않기로 결심했을 거다.
-skip.
-skip.
그렇게 즉위식도 넘기고, 개혁 군주였던 세실리아 장면도 넘긴다.
【세실리아······. 고대용의 예언이 내려왔다.】
그제야 보이는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
창밖에서 내려오더니 인간 여성으로 폴리모프한다. 긴 은발과 아름다운 유선을 그리는 여인의 모습.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다.
【황궁에서 로얄가드 중 하나가 배신을 할 거다. 너와 너무나 긴밀한 자. 그자가 내 어린 동생들을 죽이려 할 것이다.】
실베스타는 눈에 살기를 번뜩이며 말한다.
당장이라도 찾아내 전멸시켜야 한다는 뜻.
【······알았어. 내 로얄가드에게 황궁 첩보단을 붙일게.】
업무에 지친 황제 세실리아는 그렇게 답한다.
그러나 실베스타는 그 정도로 만족하지 못한다.
【세실리아. 아직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 거냐? 어린 용족은 훗날 마계의 군주, 거악들을 상대해야 하는 존재다. 만약 이들이 지금 암살당하면······!】
【어차피 예언은 언제 벌어질지 모른다며? 먼 훗날의 일이라면 철저히 대비하는 것만으로도 족하잖아?】
또한, 세실리아는 덧붙였다.
아직 로얄가드 중 누가 배신자인지 알 수 없는 일.
누가 배신자든 나머지 11명의 로얄가드는 자신의 충신이므로.
함부로 해칠 수 없노라고.
【미안하지만 악의 교단 추종자는 그따위 첩보로 간파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금 이 사안은 아르카나 대륙의 운명이 걸린 일! 내가 직접 로얄가드의 기억을 전부 읽어봐야 한다!】
그러나 제 가족의 목숨이 걸려있는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는 납득하지 못한다.
애초에 용족은 예언 능력이 있는 자들.
미래를 아는 데도 나서지 않는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내겐 어린 용족만큼이나 인간 또한 소중해.】
물론 황제 세실리아는 단호하다.
기억 읽기.
이는 당사자에게 엄청난 부하와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므로.
【네 어린 동생들에게 믿을 만한 자들의 호위를 더 붙일게. 날 좀 더 믿어줘.】
황실 기사단 중 최정예를 드래곤 레어로 보내서 지켜주는 것으로 합의한다.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는 만족하지 못했지만.
-푸확!
그리고 며칠 후, 드래곤 레어가 남몰래 함락당한다.
로얄가드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위치가 발각된다. 파견 나간 황실 기사단은 전멸했다.
【······어린 화이트 드래곤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면 북부 오르비스로 오라는군.】
그리고 실베스타는 편지를 하나 가져온다.
악의 교단 디메토르의 문양이 찍힌 편지.
【······기다려! 내가 어떻게든, 구출대를 보낼 테니까······!】
그제야 황제 세실리아는 사태가 심각하다는 걸 알고 파리한 안색으로 말한다.
1명의 무고한 이를 없애기 위해 100명의 범죄자를 놓친 사이, 또 다른 범죄가 벌어졌으니.
【구더기들과 어울려 지네는 게 즐겁나보구나.】
그러나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는 차가운 분노를 토해낸다.
개인 집무실 속, 누가 배신자일지 모를 로얄가드를 노려본다.
【황제 세실리아. 너도 똑같은 배신자일 뿐이다.】
펄럭!
실베스타는 폴리모프를 해제한다.
백금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화이트 드래곤으로 돌아온다.
이 뒤로부터는 나 또한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기어이······. 기어이······!!!】
북부 공작령 오르비스.
화이트 드래곤이 어린 용의 시체를 감싸 안는다.
악의 졸개들에게 푸른 눈을 번뜩인다.
새하얀 날개를 활짝 펼친다.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쿠오오오-!!!
슬픔과 분노, 배신감, 절망감이 가득한 울부짖음.
그 울부짖음에 천지는 물론, 밤하늘의 별까지 호응한다.
화이트 드래곤이 또 한 번 중력 마법을 시전한다.
푸른 마나가 어두운 밤을 향해 뿜어진다.
【나는, 결코 너희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
중력 마법으로 달을 끌어당긴다.
그믐달이 순식간에 보름달이 되고, 이르러 당장이라도 지구에 떨어질 듯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마치 추락하는 듯한 모습.
달의 인력으로 끌어 바닷물을 끌어온다.
그것이 회오리쳐 내리친다.
아르카나 대륙과 자연이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의 분노와 공명해 작렬한다.
헤일 스톰.
물의 궁극의 대마법 중 하나다.
‘······그래서 오르비스 대학살 이후, 실베스타가 황제를 떠난 거였군.’
나는 그제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이해했다.
그리고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가 왜 날 찾아오는지도 눈치챈다. 어린 동생을 잃은 트라우마.
아마 날 어린 용족이라고 생각하기에, 두 번 다시 동족을 잃고 싶지 않아 전 대륙을 뒤지며 날아오는 모양이다.
쿠콰아아앙-!!!
“······!”
그때, 눈물의 궁전 밖에서 막대한 굉음이 울린다.
물용이가 세뇌했던 해양 몬스터들이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지는 게 느껴진다.
나는 급히 밖으로 나왔다.
그 결과, 날 찾아온 거대한 손님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아아아아······.
-lv65 슬픔의 대악마 몰로크. (본체.)
거대한 밴시 몰로크.
그 덩치가 성체 고래만한 물귀신이 붉은 눈을 번뜩이며 날 노려본다. 오싹, 오뉴월에 한기가 느껴진다.
저 밴시가 붉은 눈에서 뚝뚝 흘리는 눈물은, 이 눈물의 궁을 잠궈버린 검은 물과 마력 성분이 똑같았다.
아마 저 대악마가 아이를 잃은 슬픔의 눈물로 궁 전체를 메워버린 존재일 것이다.
‘딱하긴 하지만 살려둘 순 없지.’
나는 전투태세를 갖춘다.
마계 구석에서 그저 흐느끼고 있었다면 굳이 건들일 필요가 없겠지만.
현재 저 거대 밴시는 니케아 황궁 지하로 강림해서 수많은 이들을 또 다른 불행으로 세뇌하고 있으므로.
제 자식을 살리기 위해 악신 디메토르와 계약한 대악마를 살려둘 수 없다.
‘더구나 지금 내가 안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lv55 고뇌의 악마 아유.
-lv54 후회와 번복의 악마 반노.
힐끗,
거대 밴시의 등뒤를 살핀다.
슬픔의 대악마 몰로크는 혼자서 날 상대하러 온 게 아니었다.
마계의 악마들.
대악마 몰로크의 수하로서, 황궁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수집하고 조종하는데 머리를 맞댄 존재들이므로.
저들까지 한꺼번에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 어리석게도 제 발로 마계까지 기어들어왔구나.”
-그르르르.
-lv60 늪지대의 악마 레비아탄. (본체.)
그리고 배신자 로얄가드 알프레드와 레비아탄.
원작 동부의 변 때, 다크로드 자칼이 소환했던 10마리의 악마 중 하나.
수소 따위 한입에 삼켜버릴 법한 거대한 악어 모양 하마다.
-크아아아!
내게 강한 적대감을 보낸다.
나는 그 이유를 유추한다.
“······그렇군. 네 아내가 레비아노였던가.”
과거 나는 불사왕 데힐라칸의 라이프 베슬을 찾아낼 때,
늪지대의 악마 ‘레비아노’라는 악마를 처치한 적 있었다.
아마 그 녀석의 짝이었던 모양.
“퍽 사랑했던 모양인데 곁으로 보내줘야겠군.”
치링.
따라서 나는 어린아이가 만든 투박하게 생긴 잔을 꺼낸다.
고대 성물 아가타의 성배.
잔에 담는 모든 액체를 성수로 바꿔버리는 물건이다.
과거 레비아탄의 아내 레비아노를 호수째 신성력으로 담가버려서 소멸시켰던 성물.
고오오오!
【아쿠아 스톰 lv4.】
물속에서 그 성배를 발동한다.
눈물의 궁을 뒤덮은 슬픔의 강 전체를 성수로 뒤바꾼다. 그와 동시에 물의 분노가 휘몰아치며 성수로 된 폭풍이 몰아친다.
부부는 일심동체.
한마음, 한 몸으로 있어야 하므로.
같은 운명으로 보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