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종결급 특성으로 대마법사-129화 (129/140)

129. 핏빛 군주 (4)

에니스 백작령.

적갈색 황야를 붉은 괴물들이 가득 메운다.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피의 군대.

“쏴라! 저 괴물들을 떨어뜨려야 한다!”

궁왕 엘레노아는 활시위를 잡아당기며 거칠게 명령한다.

파바바박!

엘프들이 일제 사격한다. 숙련된 명사수들답게 성벽으로 오르던 적들을 격추한다.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붉은 군대.

-취이익······!

-끼이이익!

그러나 문제는 피의 군대가 끝없다는 점이었다.

저들은 높은 성벽에서 떨어져도 붉은 슬라임처럼 꿈틀거리며 다시 일어났으므로.

불화살이 아니면 거의 타격을 입지 않는 거다.

‘아니야······. 이대론 안 돼······. 불길이 꺼져가고 있어.’

동쪽 성문을 지키던 광휘의 성녀 에클레시아는 조바심을 느낀다.

결국, 저 괴물들은 피와 마력으로 형성된 존재.

죽을 때 불길을 어느 정도 꺼뜨리고 소멸하므로.

수성 초기에는 황야가 불바다처럼 타올랐지만, 서서히 불길이 꺼져간다.

적들의 기세가 꺾이지 않는다.

“끓는 기름! 기름 더 가져와! 얼른!”

“뭐? 화살이 다 떨어졌다고?”

“제기랄! 정령사들! 적들이 못 올라오게 막아! 임시 방책을 만들어!”

반면 에니스 백작령의 체력은 점점 감소한다. 서서히 성벽의 방어력도 떨어진다.

-쿠에엑!

“이런!”

그 결과. 성벽 위로 올라오는 경우가 잦아진다.

어지간한 냉병기엔 큰 피해를 당하지 않는 피의 군대.

광휘의 성녀 에클레시아가 급하게 신성 축복하지만 한계가 있다.

펄-럭!

그러한 전세가 계속될 때,

하늘에서 검은 박쥐 날개가 펄럭인다.

[하여간 어리석은 프레야의 피조물들. 매번 헛된 저항을 하는군.]

“······!”

붉은 기운을 제 몸에 감싼 새하얀 가운의 여자 뱀파이어가 날아오른다.

자신보다 약한 종족을 그저 고깃덩어리처럼 내려다본다.

광휘의 성녀 에클레시아는 네카르에게 상대에 대해 전해 들었다.

의혈(醫血)의 뱀파이어 나이틴 폰 체페슈.

그녀는 혈마왕의 딸이자, 전담의로서 온갖 피로 인체 실험을 자행했으니.

다른 진혈의 뱀파이어보다 특이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가 도대체 왜 너희 같은 말하는 돼지에게 연민을 느끼는지 모르겠군.]

촤아아아악! 고오오!

나이틴은 아공간을 열어서 수백, 수천 개의 침을 꺼낸다.

그 침들은 하나하나에 사악한 피보라가 깃든다.

쐐애애애액-!!!!

나이틴의 손짓 한 번에 성벽 위로 일제히 쏟아진다.

만천화우(滿天花雨).

하늘에서 붉은 비가 쏟아진다.

“헉!”

샤아아! 쨍그랑!

대륙 7대 성인들은 경악하며 신성 방패를 펼친다. 무려 두 명의 성인이 교차하는 신성력.

그러나 진혈의 뱀파이어의 만천화우는 그것마저 깨뜨리며 성벽 위 병사들에게 일부 꽂힌다.

물론 성인들의 신성 결계가 사악한 힘을 크게 줄여줬기에 즉사하진 않았으나.

뚜둑, 뚜두둑.

“스, 스미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크으윽, 크아악!”

“!”

문제는 그 침에 꽂힌 자들이 근육이 크게 부풀며 형체가 괴이하게 바뀌어버렸다는 점이다.

마치 성벽으로 기어올라오는 피의 괴물처럼 변형되버리는 병사들.

-크르르.

짐승처럼 울더니 옛 동료들을 덮친다.

아비규환으로 변한다.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에니스 백작령이 와르르 무너진다.

“이, 이런······!”

광휘의 성녀 에클레시아는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피의 군대가 마치 붉은 파도처럼 들이닥쳤으므로. 개인 한 명에서 항거할 수 없는 막대한 파도에 마음이 무너지는 것이다.

[광휘의 성녀 에클레시아. 네가 순혈의 뱀파이어들을 방해했다는 자구나.]

그제야 나이틴은 눈동자를 에클레시아에게 굴린다.

그녀를 향해 급강하한다.

기울어진 전세. 화룡점정으로 에니스 백작령의 희망인 에클레시아를 죽이려 한다.

“에, 에클레시아 예하!”

“!”

성벽 위 병사들이 질겁한다.

궁왕 엘레노아도, 전투 성녀 루크레치아도 시선을 돌린다.

그렇게 초고속으로 저공비행해서 성벽 위 성녀 코앞까지 당도했을 때,

“······과연, 네카르 경의 말씀대로군요.”

실제로 광휘의 성녀 에클레시아는 품속에 숨겨둔 십자가를 꺼낸다.

정화된 순례자의 십자가.

아룡기사 네카르가 남겨두고 간 두 가지 비책 중 하나다.

번쩍!

샤아아아!

양손에 꼭 붙잡은 고대 성물이 빛난다. 에니스 백작령 전체를 새하얗게 물들여버리는 빛.

가까운 곳부터 먼 곳까지 성스러운 힘으로 가득 메워버린다.

성역 선포.

이는 고대 뱀파이어에게 희생됐던 순례자분들의 의지가 후대까지 이어지는 것이므로.

다친 병사들이 치유된다. 녹아내리는 혈괴물들. 성문 앞까지 깨끗하게 정화된다.

한순간에 전황이 뒤집히는 기적.

[크아아악? 네년!]

의혈의 뱀파이어 나이틴 또한, 반쯤 새까맣게 타버린 채 허겁지겁 공중으로 대피한다.

한쪽 남은 붉은 눈으로 지상을 노려본다.

“이런. 아쉽네요. 숱한 장병분들께서 희생되신 만큼 반드시 처치하려고 했는데.”

광휘의 성녀 에클레시아는 표정이 굳은 채 말했다.

“처음부터 성역 선포를 하고 싶었지만······. 그건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의혈의 뱀파이어 나이틴. 당신이 급강하해서 달려들 때까지 참아야 한다고.”

에클레시아는 원망 어린 눈매로 나이틴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나이틴이 급강하할 때까지 에클레시아는 눈앞의 이웃들이 죽어 나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으므로.

전투 태세를 갖춘다.

고오오오, 쐐애애액-!!

궁왕 엘레노아 또한 바람의 정령왕 실피드의 힘이 담긴 팔찌를 발동한다.

전쟁의 승리를 위해서 에클레시아가 성역 선포할 때까지 정령왕의 힘을 참기로 했으므로.

이제야 의혈의 뱀파이어 나이틴에게 소닉 붐을 겨누는 것이다.

[······흥, 다 죽어가는 개미들이 감히!]

고오오!

이에 의혈의 뱀파이어 나이틴은 사악한 힘을 끌어올린다.

그녀는 진혈의 뱀파이어이기도 하지만, 죽음의 대악마 위리놈과 계약한 흑마법사이기도 하므로.

혈마왕의 혈족으로서 혈운을 형성한다.

대악마와 계약한 죽음의 힘 또한 차오른다.

***

밤의 고성, 마계.

죽음의 대악마 위리놈이 지배하는 검은 숲.

등 뒤에 수많은 망자와 마계의 악마들이 내게 달려든다.

나는 드래곤 윙즈로 빠르게 비행한다.

‘몸 상태도 최악이군······.’

-경고! 마나 혈관 곳곳이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드래곤 하트의 마나가 억지로 길을 뚫습니다!

-블루번, 드래곤 블러드의 페널티가 아직 19일 남았습니다!

.

.

나는 그들의 공격을 막아내며 영혼의 구슬을 파괴한다.

이미 진혈왕자 발데마르를 막아내느라 최악으로 치닫던 몸이 정점을 찍었다.

피부 속이 타들어가듯 고통스럽다. 팔다리에 감각이 희미하다. 현재 드래곤 윙즈로 날아다니며, 마나만 운영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환골탈태.

지금 죽음의 대악마 위리놈을 처치하고 환골탈태의 비약을 얻지 못한다면, 폐인으로 주저앉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영혼의 구슬을 파괴했습니다! (499/500).

쏴아아아!

나는 아쿠아 레인을 난사해서 숲에 있던 영혼의 구슬을 거의 모두 파괴한다.

죽음의 숲 전체를 거의 초토화시킨 수준. 그만큼 망자는 떨어져 나간다.

‘생각보다 싱거웠군.’

남은 건 오직 마계의 악마들과 죽음의 대악마 위리놈 뿐.

물론 이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하는 자는 아무도 없다.

[어린 용족답게 경험이 너무 부족하구나.]

그때, 옥좌에 계속 앉아서 지켜보던 위리놈이 입을 연다.

거대 리치답게 턱뼈를 달그락거리며 날 비웃는다.

[그래, 영혼의 구슬만 전부 파괴하면 날 무너뜨릴 수 있다고?]

위리놈은 대놓고 날 놀리며 말한다.

마치 모든 것이 제 손바닥 안이라는 듯. 한없이 여유롭고 잔혹한 미소를 짓는다.

[멍청한 것. 하기야 드래곤 또한 특별한 눈을 가지고 있다고 했나? 좋은 눈을 가지고 있으니 보이는 대로만 판단하는 모양이야.]

쿠구구구.

거대 리치가 온몸에서 검보랏빛 기운을 뿜어낸다.

슬슬 위리놈의 진정한 힘, 데스 브레스를 시전하려는 모양.

“그건 네놈도 마찬가지인 모양인데.”

나는 붉은 눈을 번뜩이는 위리놈과 대등하게 눈을 맞춘다.

식은땀을 숨긴다. 예상보다 적의 타이밍이 훨씬 이르지만.

대도(大盜) 노움을 믿고 있음으로.

아쿠아 붐을 난사해서 시간을 벌 생각을 한다.

[아직도 눈치 못 챈 모양이구나.]

쩍!

그러나 땅이 먼저 갈라진다. 쿠구구궁, 막대한 지진과 함께 검은 숲 전체가 뒤흔들린다.

나는 황급히 하늘 높이 날아올라서 거리를 벌린다.

‘이런······!’

마계의 검은 구름 위에서 지상을 내려다본다.

지상은 땅속에 숨겨져 있던 위리놈의 뼈로 가득했다. 죽음의 대악마 위리놈은 리치로서 뼈를 무한정 재생할 수 있었으므로.

마치 검은 숲을 입안으로 삼키듯 일대를 뼈로 드리운다.

휘이이잉! 고오오!

-죽음의 대악마 위리놈의 권능 ‘죽음의 낙인’이 발동합니다!

-죽음의 기운이 당신을 옭아맵니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당신을 잡아당깁니다!

내 몸에 쌓이고 있던 검은 안개가 고체화해서 날 붙잡는다.

마치 중력 마법으로 물체를 지상으로 떨어뜨리는 것처럼.

내 몸을 지상으로 끌어당긴다. 검은 숲만한 뼈가 입을 쩍 벌리고 기다린다.

뼈 속에 사악한 연기가 입 속에 맴돈다.

‘저곳에 빨려 들어가면 즉사다! 결코 끌려가면 안 돼!’

【중력 제어 lv3.】

파사삭······.

그곳으로 흘러 떨어진 검은 숲의 나무와 망자 시체가 깨끗이 먼지가 되어 소멸한다.

나는 드래곤 윙즈와 중력 제어까지 극도로 활용해서 위리놈의 턱뼈는 가라앉히고, 내 몸은 최대한 띄운다.

[너무 버틸 필요 없다. 어차피 죽음은 필연적이니.]

고오오!

그러나 아무리 버틴다고 한들, 결국 점차 몸이 땅 속으로 떨어진다.

데스 브레스 속으로 점차 빨려 들어간다.

[고통스럽지 않느냐? 결국 인생은 잠깐의 달콤함과 영원한 고통 뿐. 네 몸은 이미 만신창이인 모양인데. 그만하면 됐다. 내 편하게 끝내주마.]

죽음의 대악마 위리놈이 옥좌에 앉아 붉은 눈을 번뜩인다.

실로 다정하면서도 달콤한 속삭임.

······그러나 지상에서 흉측한 거대한 뼈가 입을 쩍 벌리고 있다는 걸 보면 결코 들어선 안 될 말이다.

“노움! 아직 멀었느냐!”

나는 발밑까지 차오른 검은 연기에 마지막으로 고함친다.

-움! 우우우우움~!

쐐애액!

그때 땅속에서 수직으로 날아오르는 노움.

품에는 제 몸뚱이보다도 훨씬 큰 거대한 용의 뿔을 안고 있다.

팟.

용의 뿔을 원반 던지듯 몸을 빙빙 회전하며 던진다. 전력투구다.

‘나이스 패스!’

나는 용의 뿔을 겨우 받는다.

[그건?]

죽음의 대악마 위리놈이 두 눈을 번뜩인다.

수천 년간 마계 창고에 숨겨놨던 보물. 그러나 용도가 무엇인지는 모르는 눈치다.

“뭐긴 뭐야.”

[이름 : 용의 뿔 #3. (MASTER.)]

[설명 : 고대 시대부터 드래곤 족을 상징하는 권능은 ‘용의 숨결’이었다. 용의 숨결을 사용하기 위해선 성체가 되어야 한다. 용의 큰 뿔은 성체가 되었다는 상징이다.]

[특수 효과 : (미해금).]

* 만약 용의 뿔을 모두 모으면 특별한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3/3.)

나는 용의 뿔 3개를 모두 한 자리에 모은다.

경고 창이 나타나도 모두 무시한다.

그 결과,

번쩍!

강렬한 빛이 마계를 뒤덮는다.

“네놈을 날려버릴 용의 유산이지.”

콰아아!

-고대 용의 뿔을 모두 모으셨습니다! (3/3)

-용의 유산에 잠들어있던 숨겨진 힘이 깨어납니다!

용의 뿔에서 특성 드래곤 하트에 버금가는 거대한 마나가 요동친다.

지이이잉, 쿠고고고!

검은 숲 전체가 뒤흔들리는 듯한 막대한 진동.

죽음의 대악마 위리놈을 통째로 소멸시킬 법한 마나 파동이 내 몸을 감싼다.

-신규 특성을 획득했습니다. ‘ㄹ. 드래곤 소울’.

-신규 권능 ‘드래곤 브레스’를 터득합니다! 당신의 주 속성을 따라갑니다!

상태창을 읽어볼 틈도 없다.

나는 곧장 용의 숨결을 시전한다. 본능적으로 깨닫는 파괴의 힘. 그 궁극의 권능을 발현한다.

지이이이잉-!!!

3중 마법진이 펼쳐진다.

일격에 백만 명을 처치한다던 메가 데스처럼.

불길할 만큼 시퍼렇게 번뜩이는 고대 마법진을 무려 3개나 연결한다.

거대한 물이 한 점으로 모여든다.

물론 최종병기 라퓨타처럼 지옥의 용광로도 없고, 마법진의 크기가 훨씬 작지만.

콰아아아아!

버섯구름이 폭발한다.

거대한 물이 구름 위까지 뿜어진다.

모든 것을 자연과 질서로 되돌리는 힘.

죽음의 대악마 위리놈 하나가 아니라, 검은 숲과 뼈 전체를 날려버린다.

일격에 소멸시킨다.

-불가사의한 경험! 죽음의 대악마 위리놈을 일격에 처치하셨습니다!

-마계의 대악마들이 모골이 오싹할 수준의 무위입니다.

.

.

-중력 제어 lv3가 lv4가 됩니다!

-드래곤 피어 lv4가 lv5가 됩니다!

-물 속성 마법들의 스킬 레벨 효율이 1단계씩 모두 상승합니다!

미친 듯한 보상이 찾아온다.

쩡!!!

-6써클 5티어의 벽을 허뭅니다!

-7써클 1티어에 도달합니다!

심지어 궁극의 보상까지 도달한다.

7써클.

전대미문의 대마법사 경지. 무려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보다 단 한 단계 낮은 경지였으니.

고대 유물 코나흐타의 유산의 도움을 받아, 물 속성 써클을 1단계 보충한다면 8써클 물의 궁극의 대마법 ‘헤일 스톰’까지 시전할 수 있는 경지다.

“크, 그래. 이게 드래곤 브레스지.”

나는 차오르는 격통과 통쾌함을 동시에 만끽한다.

파괴 본능.

만물의 영장이라고도 불리는 용족에게도 이 힘은, 악룡으로 빠져들 만큼 위험하면서도 짜릿하였으므로.

‘이제야 겨우 거악과 동급이 됐군.’

그러나 안도할 수는 없다.

지금 상대해야 하는 존재는 무려 마계의 7대 거악 중 하나.

거악들 중에서도 혈혈단신으로 움직이며, 특히 파괴적이라는 혈마왕 블라디미르 폰 체페슈이므로.

그 힘과 권능은 7써클을 아득히 넘어서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 내 몸 상태가 심각하다. 환골탈태를 해서 페널티들을 모두 제거해야 해.’

-강력 경고! 파괴 본능이 71%까지 차올랐습니다!

-히든 퀘스트 ‘마신(魔神)으로 다가가는 길 (5)’에 도달하셨습니다.

-아무런 징조 없이 막대한 정신적 고통과 원념이 들립니다.

나는 온몸에서 식은땀을 흘린다.

검은 숲을 깨끗이 물바다로 만드는 쾌감도 잠시.

뇌를 파먹는 고통과 악룡으로서의 충동을 느꼈으므로.

【이성의 끈을 놓아라······. 그럼 이 끔찍한 고통이 사라질 것이다······.】

【네가 아끼는 자들을 위협하는 놈들을 모조리 없애버리고 싶지 않아? 그럼 모든 일이 깨끗이 해소될 텐데?】

윽,

머릿속에서 내 목소리가 잔향으로 울려 퍼진다.

무의식적으로 생성된 원념들.

나는 순간 머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지른다.

내 머리를 쪼개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서둘러 환골탈태의 비약을 사용해서, 파괴 본능을 낮추고 몸을 정상화해야 한다.

【포스 lv3.】

고오오!

나는 어느새 레벨 3이 돼버린 포스 마법을 발동한다.

죽음의 대악마 위리놈은 뼈 속에 숨겨둔 마지막 영혼의 구슬이 파괴돼 죽었지만.

그의 휘하 악마는 몇 놈 살아있었으므로.

그들의 목을 붙잡는다.

[헉······?]

이에 경련을 일으키는 마계의 악마들.

방금 전, 보여준 드래곤 브레스의 위력에 질겁했는지 몸이 덜덜덜 떨린다.

그동안 날 신나게 괴롭혔기에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눈치 챘는지 풀썩, 무릎을 꿇는 놈도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나는 그들이 상상하는 만큼 고통스러운 처단을 내리려는 건 아니었다.

“위리놈의 지하 창고가 어디에 있지?”

살아남은 악마와 생명체들을 협박한다.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붉은 빛이 꺼져버리는 악마들.

최단 거리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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