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종결급 특성으로 대마법사-124화 (124/140)

124. 진혈왕자 (6)

‘겨우 늦지 않았군.’

-lv64 진혈왕자 발데마르.

-lv59 진혈의 뱀파이어 다이애나.

.

.

나는 눈앞의 진혈 뱀파이어들을 노려보며 남몰래 엘프들을 살핀다.

아직 궁왕 엘레노아의 숨이 붙어있었고, 피난민을 지키는 레인져 부대도 아직 버티고 있었다.

······둘 다 무너지기 직전이란 게 문제였지만.

기간테스의 힘으로 궁왕 엘레노아를 내리치는 시뻘건 혈마 거인의 주먹은 막아낼 수 있었다.

“너로구나.”

그러자 붉은 눈을 번뜩이는 진혈왕자 발데마르.

“마신 문두스.”

그 한 마디에 주위 공기의 무게가 달라진다.

모두 숨을 참고 한참이나 날 바라본다.

“네가, 마신 문두스라고······?”

그 말에 바닥에 널브러진 궁왕 엘레노아는 동공이 크게 확장된다.

하기야 그녀는 고대용의 사원에서 이미 날 만난 적이 있었으니까.

더구나 그녀는 엘프족을 버린 드래곤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화이트 드래곤이 자신들을 구하러왔다는 생각에 놀랄 수밖에 없을 거다.

‘······저들이 말하는 마신 문두스는 내가 맞겠지.’

물론 나는 이들이 두려워하는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는 아니지만.

현재 나는 마신 문두스라는 이명으로 동부와 북부, 그리고 서부까지 구해냈으니까.

이들이 생각하는 마신 문두스는 내가 맞을 것이다.

따라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침묵한다.

“과연. 마신이란 이명을 가진 자는 격이 또 한 번 다르단 건가.”

진혈왕자 발데마르는 불길할 만큼 새빨갛게 눈동자를 번뜩인다.

나와 눈을 마주한 후 의미심장한 말을 읊조린다.

“이건 결투가 아닙니다. 상대는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 한꺼번에 갑니다.”

발데마르는 진혈의 뱀파이어들에게 말한다.

고상한 밤의 귀족 뱀파이어, 그 중에서도 최상급 진혈의 뱀파이어들이지만 모두 거절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모두 긴장했는지 붉은 눈을 번뜩인다. 그리고 발데마르가 발을 굴러 신호한 순간,

쐐액!

그와 동시에 4명의 진혈 뱀파이어가 동시에 박쥐 날개를 펼치고 달려든다.

‘······빠르다!’

【기간테스의 힘 lv3.】

과연 대악마급 괴물들답게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든다.

나는 당장 화이트홀을 열고 고대 거인 일족의 힘을 꺼낸다.

지이이잉, 콰아아앙!

진혈왕자 발데마르의 혈마 거인과 부딪친다. 그가 설인왕 이미르처럼 대재앙급 일격을 휘두르기에 팔끼리 부딪혀서 막아낸 것이다.

서로의 팔이 허공에서 교차된다. 흙먼지가 나부낀다. 레벨이 무려 64나 되는 만큼 막상막하의 괴력을 가졌다.

“······! 네일. 발밑을 조심해라. 피웅덩이를 벗어나라!”

그때 궁왕 엘레노아가 고함쳤다.

진혈왕자 발데마르와 1:1로 동등할지는 몰라도, 현재 진혈 뱀파이어가 무려 셋이나 더 붙어있었으니까.

나 또한 알고 있었기에 인지하고 있었다.

‘혈궁(血宮)의 뱀파이어 다이애나 폰 체페슈. 저 여자까지 데려왔군!’

내 발밑을 중심으로 땅이 핏물에 잠긴다. 광범위한 곳을 빠르게 물들이는 피.

나는 드래곤 윙즈로 하늘 위로 수직으로 날아오른다. 빠르게 벗어난다.

쿠고고고!

그러자 1초 후, 피 웅덩이에서 피로 된 거대 궁전이 생성된다. 내부에 있는 모든 피조물을 피 한방울 없이 쥐어짠다.

붉은 머리를 길게 늘어 딴 여자 뱀파이어가 아쉽다는 듯 혀를 찬다.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 대악마 이상의 힘을 가졌다지? 한번 겨뤄보고 싶었다!”

“······!”

그러나 쉴 틈이 없었다.

다이애나가 큰 기술을 쓰고 숨을 고르는 동안, 기사처럼 피갑을 두른 뱀파이어가 하늘로 날아든다.

혈창(血槍)의 뱀파이어 블루트 폰 체페슈.

저자가 오른손에 붉은 창을 응축해서 공중 돌격하는 거다.

【워터 소드 LV4.】

쐐애액! 콰직!

나는 공중에서 긴급 회피하며 혈창을 겨우 비껴낸다.

그러나 피해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혈창에서 뿜어지는 충격파에 스쳤으니까.

‘······프로즌 모드의 얼음갑옷에 금이 간다고?’

차디찬 얼음 결정 때문일까. 피부가 차다. 심장이 쪼그라든다.

스치면 죽는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번개처럼 지나간다.

하기야 당연했다. 진혈의 뱀파이어는 마계의 대악마 바로 아래 서열.

그들이 힘을 모아 사용하는 큰 기술은, 탐욕왕 엘드리치와도 맞섰던 지옥불의 대악마 아바돈과 동급일 테니까.

‘더구나 적들은 4인 1조로 움직인다. 빈틈을 기다리면 안 돼.’

심지어 1:4인 상황.

나는 품속에 넣어둔 ‘정화한 순례자의 십자가’를 인지한다.

지금 내가 이들과 맞설 수 있는 이유는 오직 단 하나.

상성.

현재 나는 마족의 천적이라는 신성력을.

그것도 뱀파이어의 전용 킬러인 고대 성물 ‘순례자의 십자가’를 정화해왔으니까.

‘저들의 피를 역이용해야 한다. 흡혈귀의 특성을 공략해야 해.’

결국 저들은 흡혈한 피를 수명으로 삼는다. 혈마법은 강력하지만, 사용할수록 피를 소모하고 생명력이 감소되므로.

만약 저들이 광폭화한 상태에서의 혈액을 제거할 수 있다면 일거에 소멸시킬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순례자의 십자가를 발동했을 때, 저들이 달아나버리면 말짱 도루묵이란 게 문제인데.

······더구나 혈마왕 블라디미르와 함께 돌아온다면 나조차도 막을 수 없으므로.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아쿠아 붐 LV2.】

촤아아악!

우선 나는 적들의 폭격 속에서도 반격을 도모한다. 진혈의 뱀파이어들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서로의 빈틈을 가려주므로.

저걸 상대하기 위해선 유기적인 팀플레이를 강제로 끊어야 한다.

콰아아아아아-!!!

푸른 물기둥이 작렬한다. 일대 공간을 흔적도 없이 파괴한 후, 새하얗게 얼려버린다.

흑마법 중에서도 특히 파괴적이라는 혈마법을 넘어서는 위력.

과거 탐욕왕 엘드리치가 탑승했던 아다만티움 골리앗에도 큰 피해를 입혔던 얼음 속성 재앙류 마법을 난사한다.

거칠게 몰아붙인다.

“해보자는 건가.”

“건방지군. 파괴적인 마법은 우리 뱀파이어 일족의 전유물이다!”

쿠고고고고!

진혈의 뱀파이어는 과연 겁먹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의 특기로 도전한다고 여겼는지, 붉은 눈을 번뜩이며 더욱 거칠게 덤벼든다.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거푸 벌어진다.

아찔할 만큼 최소한의 방어만 하며, 서로 폭격을 난사한다.

만약 내가 마법을 스킬로 즉시 발동하지 못 했다면,

아니, 내가 원작 <별들의 전쟁2>에서 저들을 숱하게 상대해본 최고 고인물이 아니었다면 진작 새까만 재가 되어 추락했으리라.

“오, 이런······.”

“이게, 우리가 모시던 드래곤이라고······?”

지상에 있던 엘프들이 올려다보며 중얼거린다.

심지어 궁왕 엘레노아조차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럴 수밖에 없다.

무려 진혈의 뱀파이어가 넷이서 포위하는 상황.

그런데 그들의 포위 속에서 혼자 종횡무진 하는 상황이었으니.

급격한 회피기동으로 수 초만에 하늘에서 몇 바퀴나 선회하고, 포격까지 난사하자 눈을 뗄 수가 없는 거다.

“점점 마나가 줄어드는군.”

“!”

그러나 진혈왕자 발데마르는 붉은 눈을 번뜩인다.

혈마거인의 주먹을 내지른다.

콰아앙!

나는 기간테스의 팔로 가까스로 막았으나, 그 충격으로 하늘에서 땅으로 처박힌다. 주위에서 헉 소리가 수백 개 들렸다.

“마나 큐브. 한시적인 힘인가.”

“악룡이 되기 직전이라더니. 용의 권능을 사용하지 못하는 모양이군요.”

“······.”

진혈 뱀파이어들은 과연 대륙 서남부를 지배하는 귀족답게 현재 내 몸 상태를 곧장 꿰뚫는다.

더구나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의 폭주는 오르비스 대학살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으므로.

진혈 뱀파이어들조차 여유를 되찾는 거다.

‘확실히. 몸이 무겁다······. 진짜 위험하다.’

-경고! 마나 과부하! 이대로 계속 무리하게 마나를 가동할 경우 1시간 54분 후, 육체가 완전히 붕괴합니다!

-마나 큐브의 추가 마나를 60% 이상 소모했습니다!

실제로 내 몸 상태는 허세 부린 것과 달리 심각했다.

안 그래도 부하가 많았던 상태에서 억지로 프로즌 모드와 마나 큐브까지 사용했으니까.

차디찬 얼음의 결정이 내 몸을 두르고 있거늘, 뜨거운 땀이 흐르는 걸 막을 수 없다.

‘더구나 진혈왕자 발데마르. 저 자는 진정한 힘을 아끼고 있는 눈치군.’

나는 입에서 푸른 마나를 토해내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진혈왕자 발데마르.

악의 교단 디메토르의 제4군단장인 혈마왕 블라디미르 폰 체페슈와 같은 ‘혈마거인’ 권능을 가진 괴물.

혈마거인의 진정한 힘은 고작 육탄전에 머물지 않으므로.

아무래도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고 침착하게 대응하기 위해서 힘을 아끼고 있는 거겠지.

상황이 위태롭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교전으로 날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라고 확신했겠지.’

나는 품 속 순례자의 십자가를 움켜쥔다.

힘겨운 상황에서 미소를 감추려고 애쓴다.

어차피 마법으로 저들을 처치하려고 한 게 아니므로.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것들이 달빛 아래라고 설치는구나.”

【중력 제어 lv3.】

그리고 그것이 내가 행동 개시를 하는 시발점이었다.

지이이잉, 고오오오오-!!!

나는 전력을 다해 용의 권능을 발동한다. 마나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안 그래도 위태롭던 혈관이 터질 듯 부푼다. 입에서 쇠 맛이 올라온다.

중력 마법.

이는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의 시그니쳐 마법이자, 오르비스 대학살의 상징 같은 대마법.

그리고 악과 파괴의 교단 디메토르를 지금까지 대륙 구석에 처박아둔 궁극의 마법이므로.

쐐애애액, 쿠고고고고-!!!

지금 진혈의 뱀파이어들이 내게 발포한 혈마법들을 중력 제어해서 역으로 날려버린다.

마치 화산폭발을 하듯 지상에서 검붉은 혈마법이 사방으로 분출한다.

쿠과과광-!!!

진혈왕자 발데마르와 한 진혈 뱀파이어는 자기 공격을 피했지만, 나머지 두 뱀파이어는 제 공격에 직격 당한다.

검은 연기가 몰아친다.

그러나 죽은 자는 없다. 온살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도, 아직 여분의 혈액이 많이 남아있으므로.

“크아악? 마지막 발악인가······?”

“엇! 저건······!”

그때 그들이 발견한 건 아르카나 대륙이 있는 테라 행성 전체가 흔들리는 마나였다.

그 원인은 바로 나다.

“사라져라. 악의 교단. 나는 너희를 결코 용서치 않을 것이다.”

【중력 제어 lv3.】

【드래곤 피어 lv4.】

나는 지상에서 하늘을 향해 오른손을 뻗는다. 막강한 인력으로 잡아당긴다. 물론 이는 진혈의 뱀파이어가 아니었다.

달의 추락.

현재는 땅이 검어지는 밤, 보름달을 막강한 마나로 잡아당긴다.

마치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가 오르비스 대학살 때 현현했던 ‘헤일 스톰’ 때처럼.

달의 인력을 이용하려는 것이다.

“헤, 헤일 스톰? 저 힘은······!!”

“막아라! 모두 광폭화를 사용해서 막아! 마신 문두스가 자폭하려고 한다!”

고오오오!

그 모습에 진혈의 뱀파이어들의 눈동자 6개가 크게 동그랗게 변하며 흔들린다. 저녁 하늘을 붉은 노을로 만드는 독한 혈운(血雲)을 뿜어낸다.

헤일 스톰.

이는 북부에 모인 악의 교단 디메토르 군단을 휩쓸어버리며, 거대한 산조차 주저 앉혔던 궁극의 대마법이므로.

저것이 시전되면 아무리 진혈의 뱀파이어라도 즉사인 만큼, 전력을 다할 수 밖에 없는 거다.

“잠깐! 무언가 이상합니다! 모두 물러나십시오!”

다만 진혈왕자 발데마르가 불길한 낌새를 눈치 채고 고함친다.

“이미 늦었다. 멍청이들.”

그러나 나는 사악한 미소를 짓는다.

애초에 나는 6써클 마법사.

아무리 나라도 화이트 드래곤 실베스타의 전유물인 8써클 궁극의 마법 헤일 스톰은 아직 사용할 수 없었으므로.

그저 저들을 속이기 위한 페이크였을 뿐이다.

소형화로 작게 숨겨두었던 순례자의 십자가를 발동한다.

-정화한 순례자의 십자가가 발동합니다!

-성역 선포! 이곳에 있는 모두의 피가 신성력으로 바뀝니다. 피부 밖의 혈액이 모두 신성 축복 받을 것입니다!

샤아아아아아아-!!!!!

그와 동시에 찬란한 빛이 분출한다.

황야의 부족 숲 전체로 둥글게 퍼져나가는 신성한 빛.

그 빛은 과거 순혈의 뱀파이어들로부터 에니스 백작령을 수호한 힘과 같으니.

“끄으윽, 끄아아아악-!!!”

“내 피가, 타들어간다고······?!”

광폭화를 위하여 평생 모아온 혈액을 꺼낸 진혈의 뱀파이어들이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뱀파이어에게 혈액은 곧 수명.

이미 수백 년을 살아온 이들을 연명해준 중요한 수단이므로.

시커먼 재가 되어 산산이 흩어진다.

“······무, 무슨!”

“도, 도대체 무슨 마법을 썼기에, 일격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엘프 피난민들과 레인져 부대, 궁왕 엘레노아가 입을 다소 벌리고 경악한다.

하기야 아직 순례자의 십자가는 이종족들이 모를 테니까.

다른 사람 입장에선 일격에 진혈의 뱀파이어를 무려 셋이나 처치한 것으로 보일 터.

“고작 이 정도였나.”

나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향해 말한다.

“이제야 공평하게 1:1이 됐군.”

“······.”

홀로 남은 진혈왕자 발데마르와 눈을 마주친다.

겉으로 태연한 척. 별일 아닌 척 끝까지 허세부리면서.

-심각한 마나 혈관 파열! 계속 된 무리에 혈류가 역류합니다! 29분 안에 치료 받지 못하면 생명이 위독합니다!

-파괴 본능이 70% 가까이 차올랐습니다! 뇌를 찌르는 듯한 정신적 고통이 당신을 옭아맵니다!

그러나 시스템 창이 미친 듯이 요동친다.

살아남기 위해선.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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