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종결급 특성으로 대마법사-114화 (114/140)

114. 광휘의 성녀 에클레시아 (4)

에니스 백작령 프레야 성당 중앙 예배당.

영주성에 자리 잡은 이 성당에는 고위 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광휘의 성녀 에클레시아.

에니스 백작령에서 가장 존경받는 사제이자, 핵심 전력인 그녀가 비상소집을 요청했으므로.

백작 부부를 포함한 보나파르 주교, 성기사단장 등 고위급 인사가 모두 모인 것이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중대 발표라니요.”

“에클레시아 예하께 정말 무슨 일 있으신 거 아닙니까? 일전에 안색이 창백해 보이셨습니다.”

“······.”

이례적인 일이었기에 다들 쉼 없이 웅성거린다.

나는 마신 문두스로서 이 자리에 참석했기에 빛과 어둠의 가면을 쓴 채, 자리를 지킨다.

스테인드글라스에 그려진 성서의 한 장면이 아침 햇살에 비친다.

그렇게 한참이 지났을 때,

드르륵.

광휘의 성녀 에클레시아가 휠체어를 타고 중앙 홀으로 들어온다. 아무도 엿듣지 못하게 신성 결계를 켠다.

“이른 아침부터 죄송합니다. 다만 여러분들께 '고해성사'할 것이 있습니다.”

방음까지 철저히 마친 에클레시아는 중저음으로 입을 열었다.

고해성사.

자신의 죄를 고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 대륙 7대 성인의 진지한 고백에 모두 정숙한다.

“사실 저는 어젯밤 순혈의 뱀파이어와 영혼의 계약을 하나 했습니다.”

“!”

충격적인 고백.

그 말에 모두 놀라서 서로를 바라본다. 상식을 벗어났는지 말문이 턱 막힌 자들도 많다. 수초 후 한꺼번에 말문이 터진다.

“서, 설마 에클레시아 예하께서 우릴 배신하시는 겁니까······?”

“마족과 계약하다니! 이는 엄연한 타락 행위입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셨습니까?”

“······.”

당장 난장판이 되는 중앙 홀.

다만 나는 이런 소모적인 얘기가 의미 없다는 걸 알기에 붉은 눈의 스태프를 들어 올린다. 쿵, 내리찍는다.

“모두 조용.”

“······.”

【포스 lv1.】

쿠구궁.

내가 살기를 드러내며 주위 가구를 부숴버린다. 실상은 포스 마법으로 힘을 움직여 부순 것이지만······.

그제야 겨우 입을 다무는 귀족들.

오르비스 대학살로 유명한 마신 문두스이기에 수틀리면 다 죽을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에클레시아는 담담하게 다음 말을 전한다.

“제가 한 계약은 붙잡힌 마을 주민들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특정 보석’을 바친다면 모두 살려주겠다는 내용이었죠.”

“!”

“!!”

편지 내용에 또 한 번 놀라는 사람들.

그제야 이해했는지 고개를 주억거린다. 물론 직접적으로 마정석 얘기는 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에 오신 문두스 공께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속임수라고. 뱀파이어에게 한번 붙잡힌 사람은 모두 하수인이 된다고 말입니다.”

“!”

에클레시아는 내게 들은 이야기들을 설명한다.

“그, 그럼 붙잡힌 주민들을 구할 방법은 없는 겁니까?”

“안나! 부디 제 딸 안나를 살려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막대한 기부금도 드렸잖습니까!”

고위 사제와 귀족들은 마을 주민을 구할 수 없다는 말에 경악한다.

뱀파이어가 비단 가난한 이의 가족만 납치한 건 아니므로. 아직 가족을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가 끝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지혜를 구하니, 완전히 해방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라고 합니다.”

광휘의 성녀 에클레시아는 담담하게 내가 했던 말을 따라 말한다.

본론으로 돌입한다.

눈치 빠른 고위 귀족들은 지금 에클레시아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챈다.

“숙주인 뱀파이어를 처치한다. 이번 거래를 하러 만날 때 덮치는 것뿐입니다.”

“!!”

성녀의 고백에 모두 경악한다.

선제 공격.

뱀파이어를 사냥하자는 것이다.

이미 광휘의 성녀 에클레시아가 한계에 달했으니까. 프레야 교단 본부에서 지원이 올 때까지 버틸 수 없다고도 덧붙인다.

“하지만 일전에 이미 한번 실패했는데, 같은 방법을 다시 도전한단 말씀이십니까?”

“환영의 마법과 혈마법. 그 엄청난 파괴력을 돌파할 방법이 있습니까?”

“기병들이 전속력으로 돌진해봤지만, 도저히 뚫고 갈 수가 없습니다.”

“······.”

다만 귀족과 사제들은 모두 앓는 소리를 냈다.

사실 이들도 계속 갇혀 있는 걸 원한 건 아니었다.

단지 뱀파이어를 처치할 방법이 없기에, 남은 선택지가 오직 방어뿐이기에 백작령을 지키고 있었을 뿐.

그 물음에 에클레시아는 즉답을 피했다.

“아니, 뱀파이어는 그렇게 사냥하는 게 아니다.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

따라서 나는 내가 대신 그들에게 읊조린다.

오직 나만이, 현재 아르카나 대륙에서 순혈의 뱀파이어를 학살해봤으니까.

나는 이내 마음을 다잡고 작전을 설명한다.

“따라와라. 너희가 해야 할 일을 알려주마.”

***

어두운 밤.

광휘의 성녀 에클레시아는 남몰래 에니스 백작령을 빠져나온다.

혹여 남들이 알아볼까 봐 검은 로브로 휠체어까지 감싼 후, 성벽 아래로 떨어져서 혼자서 영지를 빠져나온다.

휘이잉.

그렇게 해서 찾아간 것은 부서진 프레야 첨탑이었다.

과거 구름이 닿을 만큼 뾰족했으나, 지금은 허리가 꺾여 바닥에 쓰러진 첨탑.

이곳이 악마의 거래를 하기로 한 장소였으니까.

펄럭.

“약속보다 좀 늦었네? 좁은 영지에 갇혀 지내다가 간만에 바람 쐬는 건데 기쁘지 않나봐?”

“······.”

그곳에 도착하자 모래바람과 함께 검은 형체가 나타난다.

그 얼굴은 에클레시아도 이미 알고 있는 자였다.

환영과 세뇌의 뱀파이어 릴리스.

분홍빛 머리카락과 눈동자, 그리고 입술과 손톱을 짙은 색으로 칠하여 요염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여인.

그녀가 반갑다는 듯 에클레시아에게 인사한다.

“마을 주민분들은 어디에 계시죠?”

에클레시아는 그런 릴리스를 노려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릴리스는 피식 웃으며 손가락을 탁 튕긴다.

고오오.

“걱정하지 마. 바로 여기 있으니.”

“······!”

릴리스의 손짓에 황야의 환상이 걷히고 나무 장작 속에 쌓여 있던 마을 주민들이 드러난다.

“으으으······.”

“에, 에클레시아 예하······?”

“!”

부서진 프레야 첨탑 주위에 빼곡히 모여있는 사람들.

다들 피를 많이 뺏겼는지 하나같이 안색이 파리했다. 눈에 초점이 없고 제 자리에 서있지도 못하는 모습.

그중 일부는 에클레시아를 알아본다.

“······파르논 아저씨. 아르얀 아주머니.”

에클레시아도 몇몇 익숙한 얼굴을 알아본다.

“자, 그럼 그쪽이 준비한 물건을 보여주실까? 마정석은 어디에 있지?”

에클레시아는 잠시 침묵한다. 그리고 로브에 숨겨둔 칠흑빛 보석을 조심스럽게 꺼낸다.

“······진품이군.”

그러자 분홍색 눈동자가 불길하게 빛내는 릴리스.

촤악, 쐐애애액!

“큿?”

흙바닥에 핏물을 소환해서 밟고 미끄러지듯 날아든다.

순식간에 에클레시아의 마정석을 훔치듯 잽싸게 낚아챈다.

“영혼의 계약은 성사됐다. 더는 무를 수 없지.”

릴리스는 마정석에 담긴 영롱한 마기를 느끼며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에클레시아. 너는 뱀파이어에게 한 번 흡혈한 피조물들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니?”

릴리스는 비웃음을 머금은 눈동자로 에클레시아를 살핀다.

“영혼의 계약 때문에 내가 직접 공격하진 못하지만. 나는 원래 너흴 상대하는 데 직접 나설 생각이 없었거든.”

고오오오!

릴리스는 손가락을 송곳니로 상처 내더니, 사악한 마력을 뿜어낸다.

뭉게뭉게 퍼져나가는 검은 안개. 마치 환영의 권역에 들어온 것처럼 세상이 뒤덮인다.

그리고 그 사악한 구름은 인질로 잡았던 마을 주민들에게 흘러 들어간다. 목덜미에 선명하게 남았던 뱀파이어의 이빨 자국 속으로 스며든다.

치이익!

“그으으으!”

“크아아!”

“······!”

그러자 고기 굽는 소리와 함께 타들어 가는 목덜미. 사악한 기운이 넘실거린다. 뱀파이어의 표식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두 눈동자가 분홍빛으로 바뀌고, 근육이 무리하게 부푼다. 인체를 일회용품처럼 사용한다.

쿵, 쿵, 쿵, 쿵!

-끄아아악!

친근했던 마을 주민들이 살기를 띄며 에클레시아에게 달려든다.

고통스러운 본능에 눈물을 보이는 주민들. 안 그래도 병약해져서 생명력이 얼마 남지 않았거늘. 마지막 생명을 불태운다.

“큭큭, 광휘의 성녀 에클레시아. 너무 그렇게 노려보진 마~. 우리가 너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 정돈 괜찮잖아?”

“······.”

릴리스는 웃음기를 참으면서 말했다. 날개를 펄럭이며 부서진 첨탑 위로 올라간다.

에클레시아에게 덤벼드는 마을 주민들을 구경하면서. 마치 연극을 보듯, 무대 속 인물이 어떻게 할 것인지 기대한다.

샤아아.

이에 대해 광휘의 성녀 에클레시아는 신성 보호막을 펼칠 뿐, 반격하지 않았다.

한때 제 이웃이자 교도였던 마을 주민들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강제로 달려드는 걸 힘으로 막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 계획이 없는 건 아니었다.

“······과연. 모든 게 마신 문두스 공의 말씀대로군요.”

“!”

샤아아아.

이변이 생긴 것은 그 직후였다.

에클레시아의 주위에서 빛무리가 일어나기 시작했으니까.

쿠구구궁.

“마을 주민들을 제압해라! 움직이지만 못하게 해!”

“성기사단 앞으로! 갑옷을 입은 자가 앞장서라! 주민들의 손톱을 몸으로 막아라! 에클레시아 예하를 지켜!”

주위 흙 속에 매복하고 있었던 프레야 성기사단이 박차고 나온다. 폭주하는 주민들을 제압한다.

“무슨? 설마 내 데빌 아이를 피해서 매복했다고?”

환영의 뱀파이어 릴리스는 믿기지 않아 경악한다.

당연하지만 그녀는 순혈의 뱀파이어로서 살아온 세월이 수십 년. 전투와 모략에 경험이 짙었으니까.

혹여 에클레시아가 함정을 파놨을 수 있기에 마력으로 신성력을 스캔하고 온 것이었다.

그런데도 매복하고 있었다니? 설마 인간 사제들의 매복 수준이 자신의 탐지능력을 초월한 거였나?

‘저건······?’

그때, 릴리스의 분홍빛 동공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끈적한 녹색 액체.

저건 먼 옛날 본 적 있었다. 대륙 최서단 변방 하나단 남작령에 거주하던 도플갱어의 뱀파이어.

그 하찮은 피가 도플갱어 능력을 사용할 때 나오던 더러운 진액이었으니. 저 끈적한 체액을 덮어서 신성력을 가린 모양이다.

그렇게 자초지종을 파악했을 때,

촤악, 콰아아아아-!!

“······크악?!”

저 멀리서 순식간에 강력한 물의 마법이 펼쳐진다. 이어서 거대한 물의 폭풍이 휘몰아쳐 릴리스의 하반신을 물어뜯는다.

아쿠아 스톰.

물의 5써클 마법으로, 재앙류 마법이라고 불릴 만큼 파괴력이 강력한 상급 마법.

릴리스는 그제야 아쿠아 스톰이 날아온 곳을 바라본다.

“네놈은······!”

릴리스는 상대를 알아보고 극도로 경계한다. 못 알아볼 수가 없었다.

빛과 어둠의 가면.

황금빛 머리카락과 깊은 푸른 눈을 번뜩이는 자. 전설 속에 존재한다는 샌드 드레이크를 타고 다니는 사내는 단 한 명밖에 없으니.

“마신 문두스. 역시 네놈이 모든 일의 주범이었구나.”

살기 어린 중저음과 동시에 혈마법을 발동한다. 제 몸을 피웅덩이로 변환하고 원상복구한다.

촤아악. 쿠과과과과-!!!

또한 저 멀리서 거대한 혈류의 파도가 몰아친다. 아쿠아 스톰에 버금가는 붉은 폭풍. 거대한 피의 기둥이 되어 회오리친다.

폭혈의 뱀파이어 노스페라.

그는 순혈의 뱀파이어 중에서도 특히 파괴력이 강하다는 ‘폭혈(爆血)’의 권능을 가진 자. 그 자가 릴리스를 엄호하기 위해 날아온 것이다.

"네놈만은 용서치 않겠다. 살아서 나갈 생각 마라!

고고고고고-!!!

순혈의 뱀파이어는 처음부터 전력으로 덤벼든다. 막대한 마력을 뿜어낸다.

그와 동시에 형성되는 피구름. 마치 붉은 에너지 덩어리처럼 노스페라를 감싼다.

광폭화(Overdrive).

탐욕왕 엘드리치가 시전했었던 파괴 권능 중 하나. 일정시간 동안 제 화력을 몇 배로 증폭하는 힘이다.

콰앙! 쿠과과과광-!!

하늘에서 물의 세계와 피의 세계가 연거푸 충돌한다.

샌드 드레이크가 날아다니는 길을 따라 푸른 물이 일어난다. 그리고 피의 파도는 그런 샌드 드레이크를 잡아먹을 듯 계속 덮쳐온다.

“크읏! 마신 문두스. 고작 이 정도였느냐? 생각보다 별 게 없구나!”

콰아아!

폭혈의 뱀파이어 노스페라는 피의 구름 속에서 거칠게 몰아붙인다.

피는 물보다 진하니까.

혈마법의 특성상 이 힘을 오래 유지할 수는 없지만, 같은 등급이라면 4대 속성 마법보다 강한 화력을 내는 것이다.

“발악은 이걸로 끝이더냐! 악룡화가 되어 나약해졌다더니. 폭주를 하든, 도망을 치든 뭣 좀 해보거라!”

"······."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마족의 눈을 점등한다. 마치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을 발견했다는 눈빛.

마신 문두스를 처치하면 불로장생의 비약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인 드래곤 하트를 얻을 수도 있지만,

고귀한 피를 마실수록 강해지는 뱀파이어로서, 그의 피를 빨 생각에 흥분한 것이다.

“잠깐! 노스페라. 뭔가 수상해. 비정상적으로 혈액이 사라지고 있어!”

"!"

다만 환영의 뱀파이어 릴리스는 빠르게 줄어드는 노스페라의 피 구름을 느끼며 말했다.

혈마법을 쓰면서 과소비한 것도 있지만, 그러지 않아도 계속 피가 감소하고 있었으니.

“어리석군.”

그제야 푸른 눈의 사내는 읊조린다. 이미 늦었다는 듯. 함정에 완벽하게 걸려들었다는 태도다.

꽈르르릉, 쏴아아아!

에니스 백작령 전체를 먹구름으로 뒤덮으면서. 천둥번개와 폭우로 지배한다.

성수의 비.

신성력을 가득 머금은 빗방울이 광범위한 폭우가 되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뱀파이어. 너희는 흡혈한 만큼 강력한 혈마법을 쓸 수 있었지.”

“!”

젊은 사내는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푸른 눈을 번뜩인다.

그의 말에 노스페라와 릴리스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다.

혈마법.

이는 그간 흡혈한 피를 쏟아내서 일반적인 마법보다 훨씬 강력한 화력을 내는 마법이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피를 소모하는 마법.

뱀파이어는 흡혈한 피가 곧 수명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야기는 간단해진다.

“네놈, 설마······. 우리가 피가 말라비틀어져 죽기를 기다리는 것이냐?”

폭혈의 뱀파이어 노스페라가 이를 갈며 으르렁거렸다.

드래곤 하트. 그 안에 담긴 마나는 끝없이 무한하므로. 굳이 무리하게 힘싸움으로 맞붙지 않은 것이다.

“노스페라! 이대론 위험해. 우선 물러나야! 꺄악?”

꽈르르릉! 콰광!

환영의 뱀파이어 릴리스가 박쥐 날개를 활짝 펼쳐 달아나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이 일대 권역을 벗어나는 테두리에는 막대한 양의 낙뢰가 떨어지고 있었으니.

이를 벗어나려다간 낙뢰를 몸으로 맞으며 빈사 상태가 돼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등 뒤에 마신 문두스가 쫓아오는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였다.

“갇힌 건가······! 에니스 백작령에······?”

그제야 제 처지를 깨닫게 된 노스페라.

지상에 있는 인간들을 흡혈해도 '정체불명의 십자가'가 피를 신성력으로 대신 보내니 내상만 입는다.

마치 과거 뱀파이어들이 한 것처럼. 역으로 좁디 좁은 백작령에 갇힌 것이다.

“발악은 이걸로 끝이더냐?”

마신 문두스는 샌드 드레이크를 타고 천천히 뒤쫓아 온다.

아까의 자신감은 어디 갔냐는 듯, 의도적으로 느긋하게 다가온다.

희망을 잃은 뱀파이어들과 눈을 마주친다.

아까 뱀파이어들이 했던 말을 비웃듯 그대로 읊조린다.

"폭주를 하든, 도망을 치든 뭣 좀 해보거라. 이대론 너무 시시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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