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종결급 특성으로 대마법사-111화 (111/140)

111. 광휘의 성녀 에클레시아 (1)

하나단 영지 건은 무사히 해결됐다.

영주가 직접 사과하고 기사와 깡패들의 죄질을 검사해서 처벌하겠다고 했으니, 아마 적합한 처분을 하겠지.

나와 베아트리체는 지켜보겠다고 말하고 용용이를 타고 돌아갔다.

······물론 번거롭게 정말로 지켜볼 생각은 없지만.

그것만으로도 하나단 남작 같은 최하급 귀족에겐 엄청난 압박일 터일 테니까.

‘이번 일은 대륙 서부에 있는 여러 귀족에게도 소문이 퍼질 테니까.’

그동안 마녀사냥을 방치했던 하나단 영주에 대한 해결책도 있었다.

대륙 서부의 패권을 차지한 대영주들.

아마 베아트리체에게 벌어진 무례를 듣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지.

굳이 직접 나설 필요가 없었다.

펄럭.

따라서 용용이를 타고 돌아간다. 베아트리체를 니케 대영지 강 앞까지 바래다준다.

뿌우우우.

한참 기다리고 있으니 뿔피리 소리와 함께 몰려오는 북부함대들.

그녀는 본래 북부 오르비스 공작. 며칠간, 전후 복구를 대략 마쳤으니, 북부로 돌아갈 때가 온 거다.

“······이제 가시는 건가요?”

그녀는 북부 연합 함대를 등지고 물었다.

자신을 정말로 혼자 보낼 거냐는 듯. 양손은 뒷짐까지 지면서.

“안 가시면 안 되는 거죠?”

괜히 한 번 더 물어보는 베아트리체.

마치 소풍을 막 끝낸 소녀처럼. 조심스레 물어본다.

“그래.”

나는 손에 쥔 ‘순례자의 십자가’와 ‘용의 뿔’을 만지작거리며 즉답했다.

악과 파괴의 교단 디메토르.

그들의 위협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제4군단장 혈마왕(血魔王) 블라디미르 폰 체페슈.

대륙 남서부를 지배하는 그는 불로장생의 비약을 얻는 순간, 대륙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그 전에 용의 숨결을 얻고 순례자의 십자가를 정화한다. 그래야 내가 살 수 있다.’

아무리 내가 파괴 본능을 염려한다고 해도 악의 교단 군단장을 상대할 때는 쓸 수밖에 없으니까.

네 번째 용의 유산인 ‘ㄹ. 드래곤 소울’을 미리 얻어둬야 한다.

“고마웠다. 덕분에 하나단 영지는 물론, 탐욕왕 엘드리치도 수월히 해결할 수 있었어.”

“······.”

나는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다만 베아트리체는 씁쓸히 웃으며 물었다.

“그런데, 제게 더 할 말은 없나요?”

“?”

떠나기 전, 내게 이상한 말을 묻는 베아트리체.

묘하게 기대하는 눈치다.

‘내가 빠뜨린 일이 있었나?’

다만 나는 정말로 떠오르는 게 없었기에 고개를 갸웃했다. 앞으로 할 일을 매번 체크하고 있었으니까.

이에 한숨을 쉬는 베아트리체.

“······제게 선물을 주신다고 했잖아요.”

“아.”

아맞다.

이제야 떠올랐다. 북부에서 대륙 서부로 갈 때, 선물을 사다 준다고 했었다. 원체 일이 다급하다 보니 까먹고 있었다.

“최대한 빨리 선물하지.”

“치, 됐네요. 필요 없어요.”

괜히 뱁새눈을 뜨는 베아트리체.

하기야 오르비스 공작인 그녀가 무언가 필요하진 않을 터.

자신과 한 약속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서운한 모양이다.

괜한 약속을 해서 멋쩍었을 때,

‘······이렇게 살아서 함께 있는 게 선물인 걸요.’

‘?’

아무도 못 듣게 조용히 혼잣말하는 베아트리체. 왜인지 쑥쓰러워하며 고개를 숙인다.

물론 나는 발달된 마나 기감으로 다 들었다.

‘하기야 내가 천공대결전 때 목숨을 구해줬으니.’

나는 고인물로서 눈치가 빠른 만큼 상황을 이해한다.

아무래도 내가 메가 데스로부터 서부 연합군을 두 번이나 구해줬으니까.

그때 일을 떠올리고 화를 참아주는 모양이다.

무사히 넘어가서 다행이다.

“다음에 봐요. 제발 통신은 제때 받고요.”

“알았다. 명심하지.”

베아트리체는 북부 함대 기함인 바다의 군주에 천천히 탑승하며 말했다.

나 또한 손을 흔들며 흔쾌히 떠나보낸다.

“······.”

다만 마음은 무거웠다.

마력 탐지기.

도플갱어 권능을 쓰던 뱀파이어 키예슬을 처치하고 그 물건을 봐버렸으므로.

제4군단장 혈마왕 블라디미르 폰 체페슈.

그가 ‘마정석’을 통해 날 찾고 있다는 걸 눈치챈다.

‘결국, 싸울 수밖에 없겠지.’

나는 마음을 다잡는다. 어차피 싸워야 한다면 확실히 준비하는 게 옳으므로.

‘광휘의 성녀 ‘에클레시아’. 그녀를 만나서 순례자의 십자가를 서둘러 정화해야 한다.’

광휘의 성녀 에클레시아.

그녀는 그 누구보다 신성력이 짙고 눈부셔서 정화와 결계술 등 보조 축복에서 1인자로 불리는 여인이었다.

혈마왕 블라디미르를 상대할 ‘타락한 순례자의 십자가’를 정화하기엔 그녀보다 탁월한 자가 없다.

‘다만 문제는 그녀는 ‘순혈의 뱀파이어’가 있는 '에니스' 백작령에 있다는 건데······.’

나는 표정을 딱딱하게 굳힌다.

순혈 뱀파이어.

혈마왕 블라디미르와 멀지 않은 혈족. 일반 뱀파이어보다 몇 배는 강한 귀족이다.

마계에서도 대악마 바로 다음 가는 서열이다.

용광로의 대악마 아바돈이 홀로 탐욕왕 엘드리치의 적수가 됐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 강함을 알 수 있다.

“최대한 빨리 에클레시아를 구해야겠군.”

따라서 숨 가쁘게 움직인다.

타임어택.

혈마왕 블라디미르가 날 찾아내기 전에 순례자의 십자가를 정화해야 하므로.

용용이가 날개를 활짝 펼친다.

황량한 바람을 맞으며 에니스 백작령으로 초고속 비행한다.

***

에니스 백작령.

한때는 남서부 전체를 풍요롭게 했던 최대 곡창지대였으나, 지금은 잡초 한 포기 없을 정도로 메마르다.

수분 한 방울 없는 동물 사체가 황량한 초원에 아무렇지도 않게 굴러다니는 곳.

웅성웅성.

그런 에니스 백작령의 ‘중앙 성당’에는 수많은 사람이 모여있었다.

지금은 그믐달이 뜬 밤인 데다가, 이곳은 영주 성에 있는 귀족 성당이지만,

평민, 농노할 것 없이 모든 교도가 이곳에 모여있었다.

안식일도 아닌 월요일임에도 영지민들이 모두 모여있는 거다.

“에, 에클레시아 예하······. 저희, 이번에도 괜찮을까요? 정말로요?”

“저희 아버지께서 무사하시겠죠? 별일 없겠죠?”

“······.”

성당 중앙에서 불안에 떠는 주민들은 한 여성을 둘러싼다.

신성력이 고갈됐는지 파리한 안색에 푸석푸석한 금발의 여인.

알려진 나이는 50세가 넘지만, 대륙 7대 성인답게 30대의 미모를 아직 유지한 여인.

광휘의 성녀 에클레시아.

에니스 백작령의 수호성인이라고도 불리는 그녀에게 매달린다.

“······오늘도 무사할 겁니다. 신께서 우릴 보우하실 거에요.”

에클레시아는 매일 같이 겪는 지긋지긋한 상황에서도 친절히 주민들을 달랜다. 한 사람, 한 사람과 손을 잡아준다.

······두 다리가 없는 휠체어를 탄 채.

부모를 잃은 아이와 자식을 잃은 부모, 그리고 수많은 아픔을 가진 이웃을 안아준다.

댕, 댕, 댕.

밤 12시가 되자 에니스 백작령 밖에 있던 프레야 첨탑에서 시계 종이 울린다.

펄럭.

그와 동시에 프레야 첨탑에서 박쥐 날개를 펼친 사내가 천천히 날아오른다. 첨탑 꼭대기에 선다.

그의 등장만으로 주위 공기가 사악한 마력으로 바뀐다.

밤하늘 별들이 가득한 황야에 어둠이 깔리고, 이윽고 달빛조차 비치지 않는다.

“진절머리 나는 인간들.”

까득.

사내는 뾰족한 송곳니로 제 손가락을 살짝 깨문다. 새빨갛게 흘러내리는 피.

박쥐 날개를 가진 사내는 그 피를 매개로 사악한 흑마법을 발동한다.

“선혈의 파도.”

촤아아악!

사내는 피 나는 손가락을 에니스 백작령 성벽을 향해 가리킨다. 그러자 손가락 끝에 불길한 육망성 마법진이 생성된다.

혈마법(血魔法).

피를 관장하는 뱀파이어 종족만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으로, 일반적인 흑마법이 할 수 없는 사악한 권능이 담긴 힘.

아공간에 모아뒀던 혈액이 수없이 모여들어 거대한 파도를 형성한다. 일직선으로 뿜어진다.

쿠과과과광-!!!

새빨간 광선이 작렬한다. 성벽 일부가 산산 조각나고, 경비를 서던 병사들이 피 한 방울 없이 메마른 가죽이 되어 죽는다.

마치 물의 명가 크라우드의 비기 ‘아쿠아 스톰’에 비견되는 일격. 성벽에서 비명이 메아리친다.

중앙 성당에 모여있던 사람들도 공포에 질려 고함친다.

“히, 히, 히익! 폭혈의 뱀파이어 ‘노스페라’다!”

“모두 피해라! 저 피에 닿지 마!”

성벽에 있는 병사들은 밤하늘을 날아다니는 순혈의 뱀파이어를 보고 소리친다.

폭혈의 뱀파이어 노스페라.

그는 에니스 백작령을 포위한 단 두 명의 뱀파이어 중 하나였으니까.

실제로 사태는 심각했다. 피의 파도는 성벽을 부수며 병사들을 죽인 것 말고도, 부가효과가 있었다.

왜냐하면, 저 혈마법을 맞고 죽은 병사들은 단순히 죽은 게 아니니까.

-흐롸아!

인간 병사가 구울로 되살아났다. 뱀파이어의 하수인이 되었다. 살아생전의 동료를 물어뜯는다.

병사들은 그런 구울에게 창칼을 겨누며 절망할 수밖에 없다. 언젠가 자신들도 저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걸 직감했기에.

“······.”

동족상잔의 비극에 광휘의 성녀 에클레시아는 눈을 질끈 감는다. 그러나 귀를 막아도 비명은 끊이질 않는다.

결국, 혈색을 이미 잃어버린 팔을 내뻗는다.

번쩍, 샤아아아!

그러자 비탄에 빠진 병사들에게 구원의 빛이 뿜어진다.

에니스 백작령 성에 태양처럼 눈 부신 보호막이 펼쳐진다.

광휘의 성녀 에클레시아.

그녀가 영지 내부에서 성 전체에 신성 보호막을 두른 것이다.

펄럭.

그제야 뱀파이어는 날개를 접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저 신성 결계만큼은 마족의 상성 상 뚫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

“······.”

그러나 에니스 영지민들은 기뻐하지 못했다. 일단 이미 제 이웃인 성벽의 병사들이 일부 죽었으니까. 더구나,

“헉······. 허억······.”

광휘의 성녀 에클레시아가 불길하게 찐득한 땀으로 흠뻑 젖었다.

신성력 고갈.

에니스 백작령에 쳐들어오는 순혈의 뱀파이어를 막을 수 있는 자가 그녀밖에 없으므로. 매번 뱀파이어의 습격 때마다 쉬지 않고 신성력을 방출해야 하므로.

이미 한계까지 몰린 것이다.

“성녀님······.”

에니스 영지민들은 안쓰럽게 자신들의 수호성인을 바라본다. 그러나 그들은 위로조차 해줄 수 없다.

이미 프레야 교단 본부가 타지역을 지원하느라 남서부를 버렸으므로.

성녀 에클레시아가 언제까지고 버텨주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으므로.

그저 하루를 연명하는 것이다.

***

“······제기랄, 순혈의 뱀파이어인 내가 저까짓 다 죽어가는 인간 하나에 애를 먹고 있다니.”

한편, 갈색 머리의 젊은 사내는 황야 끝에 보이는 에니스 백작성을 내려다보며 욕짓거리를 내뱉는다.

폭혈(暴血)의 뱀파이어 ‘노스페라’.

에니스 백작령 일대를 지배하는 ‘순혈 뱀파이어’ 중 하나였다.

스르륵.

그러자 그의 그림자에 한 여성이 스멀스멀 튀어나온다. 노스페라를 등 뒤에서 껴안는다.

“너무 걱정하지 마. 우리 자기. 저 아이를 서서히 말려 죽이는 거잖아? 굳이 우리 피 안 묻히고 우아하게.”

그녀는 분홍빛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환영(幻影)과 세뇌의 뱀파이어 ‘릴리스’.

노스페라와 함께 에니스 백작령을 포위한 두 명의 순혈 뱀파이어 중 하나.

황야를 환술로 제압해서 지원을 막는 순혈의 뱀파이어다.

“릴리스? 갑자기 웬일이지? 이른 밤에는 깨어나기 싫다고 하지 않았나?”

“블라디미르 폐하께 명령서가 왔어.”

“······!”

릴리스는 품에서 편지를 하나 꺼내준다.

노스페라와 릴리스는 순혈의 뱀파이어로서,

밤의 귀족 중에서도 고위급이었기에 직접 명령서가 내려온 것이다.

“마정석······. 그걸 찾으면 불로장생의 비약에 필요한 드래곤 하트와 교환하기로 했다라······.”

“만약 찾아내면 블라디미르 폐하께서 피를 일부 나눠주시겠다네.”

릴리스는 비릿하게 웃었다.

혈마왕의 피.

뱀파이어는 피를 마실수록 강해지는 만큼, 흡혈귀 왕의 피는 말 그대로 보약이나 다름없었으므로.

하찮은 인간 수백 명을 잡아먹는 것보다도 마력 증폭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어떻게 찾을 거지?”

“내게 맡겨. 내겐 쓸만한 권속들이 많으니까.”

릴리스는 웃으며 말한다.

그리고 펄럭 박쥐 날개를 펼쳐서 반파된 프레야 첨탑 내부로 들어간다.

릴리스는 그 안에 가축 사육장으로 들어간다.

그 안에 가득한 건 무려 숲의 지배자이자 상급 몬스터 트롤이었다.

“······기껏해야 식용 트롤에게 내 피를 쓰는 건 좀 아깝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겠지.”

까득. 주륵.

릴리스는 트롤조차 한심하다는 듯 쳐다본다.

송곳니를 드러내 제 손가락을 살짝 피를 낸다.

촤아아악!

그러자 그녀의 혈액이 선홍빛 흑마법진을 펼친다. 그와 동시에 아주 미세한 양으로 흩뿌려진다. 혈마법을 시전한다.

-그워어어어!

-고오오오오!

뿌드득, 쿠과과광!

그와 동시에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트롤들.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팽창하고, 핏줄이 굵게 선다. 분홍빛 눈동자를 번뜩인다. 녹색 몸이 불길한 분홍색으로 변한다.

덩치도 2배 가까이 커진다.

안 그래도 하나하나가 성체 소보다도 컸던 트롤들이 커지니 층 자체를 가득 메운다.

그녀의 피 한 방울에 벌어진 기적.

환영과 세뇌의 권능을 가진 뱀파이어답게 혈마법으로 제 수하들을 강화하고 조종하는 것이다.

릴리스는 완성된 수십 마리의 강화 트롤들을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가라. 마정석을 찾아내라. 그리고 그 위치를 내게 알려라.”

-크워어!

쿵, 쿵, 쿵, 쿵!

그녀의 명령에 트롤들이 쿵, 쿵 진동을 울리며 걸어 나간다.

재생과 근력, 타락 등 온갖 종류로 강화된 트롤들.

식용이었던 트롤들이 각자 마력 탐지기를 가지고 출발한다.

***

펄럭! 쐐애액!

나는 용용이를 타고 대륙 남서부 에니스 백작령으로 향한다.

-앞으로 24일간, 최대 마나가 50% 감소합니다!

【바람의 길 lv5.】

천공대결전 때 생긴 페널티가 아직 남아있었지만 바람의 길까지 사용한다.

덕분에 매우 빠른 속도로 에니스 백작령까지 향한다.

‘늦지 않게 도착해야 한다······. 결국 적들이 눈치채기 전에 순혈의 뱀파이어들을 처치해야 하니까.’

나는 요점을 알고 있다.

만약 일이 지체되면 혈마왕 블라디미르가 강림할 수 있으므로.

최대한 빨리 순혈의 뱀파이어를 처치하고, 순례자의 십자가를 정화해야 한다.

“문제는 성녀 에클레시아를 어떻게 설득하느냐는 건데······.”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아무리 지금의 나라도 혼자서 순혈의 뱀파이어를 동시에 두 마리나 처치할 순 없다.

결국 성녀 에클레시아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건데······.

내가 갑자기 날아간다고 해서 성녀 에클레시아가 ‘아이고, 알겠습니다!’하고 바로 성기사단을 이끌고 나갈 리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성녀 에클레시아는 죽어가고 있으니까·. 여유 신성력이 얼마 없겠지.'

우선 광휘의 성녀.

그녀는 혼자서 순혈의 뱀파이어를 동시에 둘이나 막아낼 강렬한 빛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혼자선 그것이 한계다.

그런데 원작 <별들의 전쟁2>와 달리 현재는 동부와 북부, 서부에서 연달아 거악이 이르게 강림하여 프레야 본부의 지원을 강제됐으므로.

그간 상대적으로 잊혔던 그녀는 홀로 쓸쓸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환영의 뱀파이어 릴리스의 '장난질' 때문에 이미 전투 성녀 루크레치아가 토벌 실패한 적도 있기도 하고.

물론 나는 그 해결법을 알고 있다.

-우움! 움!

“······!”

용용이를 타고 에니스 백작령 일대를 몇 바퀴 빙빙 돌자,

내 품에 안겨있던 노움이 지상에서 무언가를 발견한다.

나 또한 드래곤 아이로 지상을 바라본다.

“자! 다들 조금만 힘내게! 에니스 백작령이 이제 코앞이야!”

먼저 지상에 보인 건 프레야 교단 깃발을 달고 있는 순례자 무리였다.

교단 본부에서 에니스 백작령을 돕기 위해 보낸 사제와 성기사 무리.

거기에 몇몇 상인 마차가 함께 했다. 개미와 진딧물처럼 협력 관계인 모양이다.

-취이이익!

“!”

-lv50 거대 트롤 (혈마법 강화.)

그리고 저 멀리 산에 보인 건 거대 트롤이었다.

혈마법 세뇌를 받고 있는지 분홍빛 육체에 덩치가 월등히 큰 트롤 한 마리.

분홍빛 눈동자를 번뜩이며 주위 생명체에게 세뇌까지 거는 거대 몬스터다.

환영의 뱀파이어 릴리스의 권속이다.

그들이 프레야 교단 행렬을 향해 오고 있다.

“찾았다.”

나는 그들을 발견하고 빙그레 미소 짓는다.

트롤은 혼자서도 숲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상급 몬스터.

거기에 환영의 뱀파이어 릴리스의 환술까지 더해지면 말 그대로 저 프레야 사제들을 전멸시킬 수 있는 최악의 전력이 될 정도이므로.

만약 저들을 구해주며 내가 릴리스의 권능을 뚫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면, 믿을 수밖에 없겠지.

에클레시아는 오직 프레야 교도를 살리기 위해 머나먼 변방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희생의 성녀.

그녀의 성격상 버려지고 있던 사람을 구해주는 걸 매우 기뻐할 게 분명하다.

더구나 그녀 또한 신체가 병약하기에, 이대로 계속 버티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겸사겸사 릴리스의 전력도 줄일 겸 말이야.'

쐐애애액.

따라서 용용이를 타고 나무 뒤에 숨는다.

저들이 혈마법에 강화된 트롤을 맞닥뜨리는 순간, 구해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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