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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결급 특성으로 대마법사-103화 (103/140)

103. 천공대결전 (1)

펄-럭!

나는 드래곤 윙즈를 펼치고 구름 위로 날아오른다.

내가 가는 길을 따라 빗방울이 얼음으로 뒤바뀌어버리는 검은 하늘.

초고속으로 비행하며 하늘에 얼음의 길을 만든다.

‘여기로군.’

그렇게 도착한 곳은 최종병기 라퓨타의 마력 창고.

조금 전, 공중에 스스로 떠올라서 엘도라도에 장착된 성벽이다.

저곳에서 있는 마력으로 라퓨타의 궁극의 권능 ‘메가 데스’가 시전되므로.

탐욕왕 엘드리치를 상대하기 전에, 우선 라퓨타의 최강 권능부터 막으려는 것이다.

화르르륵!

“끄아아아악-!!”

“뜨겁다! 지옥의 불길! 마계에서 날 태우던 불길이야!”

“······.”

그곳에는 거대한 ‘스페어 용광로’가 존재했다.

메가 데스(MEGA DEATH).

최종병기 라퓨타의 궁극 권능.

말 그대로 일격에 최대 백만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킬 수 있는 ‘핵’ 포격이다.

······물론 이는 이론상일 뿐, 실제로 백만 명까지 소멸시키진 못하겠지만.

제아무리 3만 명이 넘는 대군이 모인 서부 연합군이라지만 일격에 전부 소멸시킬 수 있는 최흉의 일격.

그 권능을 실행하려면, 지옥의 용광로에 버금가는 초고열 용광로가 따로 필요하므로.

스페어 용광로를 만들고, 여분의 죄수와 마력석을 가둬둔 것이다.

‘아마 이 때문에 최종병기 라퓨타의 가동 시간도 늘어났을 테고.’

-공중요새 라퓨타의 가동 시간이 124시간 37분 남았습니다.

나는 온몸에서 차디찬 한기와 신령스러운 연기를 내뿜으며 생각했다.

반대로 말하면 저 ‘메가 데스’만 저지하면 본래 남았던 가동 시간으로 줄어든다는 뜻.

지상에 있는 서부 연합군을 구함과 동시에, 적에게 치명타를 줄 수 있는 일이다.

“폭왕 라이칸 슬로프.”

“동족들을 구하면 되는가?”

따라서 나는 그 층에 사왕 중 하나인 라이칸과 요정족을 소형화 해제해서 내려둔다.

이젠 말하지 않아도 눈치챈 라이칸.

역으로 내게 묻는다.

“그럼 너는?”

“······.”

잠시 침묵한다.

지금부터 할 수 있는 일은 정말로 말도 안 되는 미친 짓이므로.

“최종병기 라퓨타. 이 요새 전체를 얼려버릴 것이다.”

내 말에 대답 없이 나를 바라보는 라이칸.

큰 발로 땅을 느낀다. 천공의 섬의 거대한 크기를 새삼 체감한다.

진정 할 수 있겠느냐는 눈빛.

“어서 가라.”

그러나 나는 즉답을 피한다.

반드시 해야 하며, 이를 할 수 있는 자는 오직 나뿐이므로.

······만약 내가 솔직한 모습을 보인다면, 모두가 불안해할 테니.

함부로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촤아아악.

【아쿠아 lv5.】

단지 검은 하늘에서 내리는 빗방울을 한 자리로 모을 뿐.

한자리에 모인 거대한 물줄기는 딱딱한 얼음 덩어리가 된다.

고오오!

입가에서 차디찬 한기가 새어 나온다.

내 몸을 감싼 얼음 갑옷이 보름달에 비쳐 찬란한 빛을 산란한다.

이를 악문다. 블루번까지 동원하여 미친 듯이 날뛰는 마나.

끓어오르는 본능에 내 의식을 맡긴다.

폭주를 시작한다.

***

대륙 최서단.

출렁이는 바닷가에 정박한 북부 연합 함대.

이들을 지휘하던 베아트리체는 망연자실하게 전장을 바라본다.

현재 상황을 믿을 수 없어 동공이 풀린다.

“말도 안 돼······. 이건······?”

불과 몇 시간 전.

검은 고성 엘도라도의 외성을 점령했을 때만 하더라도 감격과 흥분으로 벅찼었다.

아르카나 대륙 연합군.

대륙 서부는 물론, 북부와 동부, 프레야 교단과 이종족까지 모두 합심하여 이룩한 전무후무한 연합군.

이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뭉쳤으니까.

이후 흑기사들을 물리치고, 적의 최종 본거지를 물리쳤기에 그녀 또한 함께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신께서 아직 자신들을 버리지 않은 것 같아서.

설인왕 이미르를 처치한 이후, 다시 한번 합심한 인류의 기적이 벌어지는 듯 했다.

쿠과과과광-!!!

······정확히 최종병기 라퓨타가 강림하기 전까지.

검은 하늘에 떠있던 엘도라도 내성이 다른 수많은 요새와 합쳐져서, 지상을 쓸어버리기 전까지 말이다.

“커헉······! 끄아악······. 공작 저하, 살려주세요!”

“사, 살고 싶어······. 살려줘······. 의무병······. 어서······.”

“베아트리체 저하! 피하셔야 합니다! 이곳에 있으면 위험합니다!”

“······.”

죽어가는 꿈들이 보인다.

조금 전까지 전쟁이 끝나고 무엇을 할까 함께 고민하던 사람들.

고향으로 돌아간다던 사람도, 니케 연합과 라흐 연합 사이에서 교역을 할 거란 사람도, 용병 일을 마치고 종교에 귀의할 것이란 사람도.

가지각색의 인생과 삶, 표정과 색깔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새빨간 핏덩이로 분쇄한다.

표정이 다 똑같게 바뀐다. 공포에 질리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경련을 일으키는 모습.

꿈을 꾸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변해버린다.

그들이 무너지고 있다.

-키야아악-!!

-카고오오오-!!

그러나 숨 돌릴 틈도 없이 다크 와이번이 다시 비상한다.

공중에서 엘도라도와 합쳐진 부속 건물들에서 대기하던 병력들.

“······이런!”

촤악!

가주 엡실론과 물의 명가 크라우드 마법사들이 물을 일으키며 요격한다.

그러나 이미 외성을 점령하느라 마나가 고갈됐기에 상황이 매우 위태롭다.

“부유왕 엘드리치 폐하를 위하여! 이 한 몸 바치리라!”

"반역자 무리들의 퇴로를 끊어라! 적을 가둬버려라!"

"!"

설상가상으로 등 뒤에는 또 다른 흑기사단도 도착했다. 키메라를 이끄는 흑기사단.

그들은 최정예 흑기사단으로서, 지금 함부로 공격하면 단합할 여지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무리하게 엘도라도 외성을 공략하기보다는 후퇴할 길을 틀어막는다.

사면초가다.

대륙 최서단에서 서쪽은 바다가 보이는 낭떠러지 절벽.

반대편 길은 흑기사들이 틀어막고 있으므로.

달아날 곳이 없다. 앞뒤로 포위된다. 막다른 길이다.

“······프레야 신도 여러분! 진정하세요. 신께서 우릴 구해주실 겁니다.”

“맞습니다. 지금까지 있었던 기적적인 승전을 떠올려보십시오. 모두 회개하셔야 합니다!”

절체절명의 상황.

그럼에도 프레야 사제들은 어떻게든 사람들의 마음을 다 잡으려고 애썼다.

한평생 프레야 교리를 익힌 자로서, 지금 이 순간이 성서에 나올 법한 순간이란 걸 알기에.

독실한 신앙심을 지키려고 한다.

그러나 이에 돌아온 것은 한 고블린의 비웃음이었다.

[역겨운 광신도들. 이 상황에서도 아직도 프레야 여신을 찾느냐?]

공중요새 라퓨타에서 확성 마법으로 들려온 목소리.

베아트리체는 본능적으로 상대가 누군지 눈치챘다.

탐욕왕 엘드리치.

설인왕 이미르와 버금가는 마계의 군주이자, 거악. 대륙 서부를 멸망시키려는 악의 교단 군단장이란 걸 말이다.

[생각을 바꿔라. 너흰 있지도 않는 신을 믿고 있나니. 진정 전능한 신이 있다 해도 너희 같은 하찮은 피조물이 왜 필요하겠느냐?]

“······.”

아무도 반박하지 못한다.

논리적으로 타당해 보이므로. 사제들조차 침묵하는 것이다.

[못 믿겠다면 기다려줄 테니 어디 마음껏 찬송가를 부르며 미사를 드려봐라. 아무리 그래봤자 그년은 ‘우리’에게 관심조차 없으니까.]

엘드리치는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감히 마계의 악마 주제에.

마치 엘드리치도 프레야 여신에게 간절히 빌어봤다는 듯.

아무리 간절히 빌어도 구원받지 못했다는 듯 말이다.

“오, 프레야 여신이시여······.”

“어둠 속을 비출 촛불은 오직 지혜 뿐이노라니. 부디 이 상황을 타개할 가르침을 주시옵고······.”

프레야 사제들은 두 손 모아 기도한다.

누구는 성서를 묵독하고, 누구는 집단 기도를 하며, 누구는 죽은 이를 위한 미사를 드린다.

모두 숙연한 상황,

쿠과과과과광-!!!!

그러나 최종요새 라퓨타에서는 다시 한번 청동 대포에서 불을 뿜는다.

탐욕왕 엘드리치가 기다려주겠다는 약속을 깨고 포구를 발포한다.

일대가 깨끗하게 지워진 대륙 최서단.

설인왕 이미르가 일격에 천년산성을 날려버렸을 때처럼 경로에 있는 모든 것이 다진 고깃덩어리가 됐다.

산에는 수많은 통로가 생겼고, 지상에는 생과 사를 가르는 죽음의 선이 그어진다.

“으으, 으아아······.”

“틀렸어······. 심판의 날이야. 이제 우린 다 죽을 거라고!”

“저 거대한 섬이랑 싸우라고? 귀족 너네들이나 싸우시지! 난 살고 봐야 겠어!”

감히 항거할 수 없는 상황에 패닉이 된 서부 연합군들.

훈련받지 않은 징집병들이 통제가 안 되기 시작한다. 서부 연합군이 창을 거꾸로 들고 뿔뿔이 탈영하기 시작한 거다.

허나 막아서기라도 하면 집단 폭동이 벌어질 분위기.

비록 북부 기사단은 훈련이 잘 돼서 통제됐지만, 베아트리체 또한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느꼈다.

하늘을 지배하는 역사상 최종병기 라퓨타.

그리고 그 병기를 상대하는 자신들은 나약한데다 크게 분열했으니.

총체적 난국으로 상황이 흘러간다.

“마신(魔神) 문두스!”

그때 어느 한 병사가 악에 받쳐 고함쳤다.

“우릴 데려온 마신 문두스는 어디에 있는가!”

“맞아! 마신 문두스가 우릴 버렸다! 함께 싸우겠다고 해놓고서, 겁에 질려 달아났다!”

“당했다! 이 모든 게 마신 문두스 때문이다! 우릴 악마에게 팔아넘겼어!”

한 병사를 시작으로, 모든 원망이 마신 문두스로 향한다.

기껏 세워둔 신뢰가 무너진다.

모든 신뢰의 시작이자, 서부 연합군을 하나로 묶어두었던 힘의 끈.

마신 문두스가 부재한 탓이다.

누구는 그가 무책임하다며, 누구는 그가 배신자라며, 누구는 그가 사실 악마의 하수인이었다며 욕을 보인다.

‘어떻게······? 지금 이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베아트리체는 말하고 싶었다.

네카르는 우릴 포기할 사람이 아니라고.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하지만 도저히 저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지금 눈앞에 네카르가 없는 이상, 이들에게 배신하지 않았음을 증명할 증거가 없으니까.

또한, 사실 그녀 스스로도 네카르가 살아있는지 의문이었으므로.

일주일 가까이 연락이 되지 않았으므로 ‘혹시 잠입했다가 들켜서 죽은 게 아닐까?’라는 의문이 스멀스멀 차올랐으므로.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스스로에게 의혹이 차오르는 것이다.

치지직······.

[베아트리체 저하. 급보입니다. 송구하지만 ‘로얄 가드’는 지원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

거기에 마지막으로 마음이 꺾이는 소식이 들려왔다.

대륙 최강의 기사단 로얄가드.

그들이 마신 문두스로부터 황제 폐하를 지키시겠다고 출격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대로 서부 연합군이 몰살당하면 중앙 황제 또한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을.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고.

[자, 그래. 충분히 목 타게 신을 불러보았느냐?]

그러한 상황에서 다시 한번 거악 엘드리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검은 하늘에서 보름달의 빛마저 가려버리는 천공요새 라퓨타.

그 속에서 거악의 비웃는 목소리가 천지로 울려 퍼진다.

[프레야 여신도, 마신 문두스도 너흴 버렸다.]

“······.”

[라퓨타의 이 힘이야말로 진정한 신의 힘. 바닥을 기어라. 그리고 잘못된 신을 섬긴 자신을 원망하며 죽어라!]

그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최종병기 라퓨타가 거칠게 움직인다.

철컥, 철컹! 화르르르륵-!!!!

거대한 요새 정면에서 거대한 용광로가 타오른다.

사람과 악마, 이종족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불탄다.

고통과 증오, 원망과 비명이 사악한 마력을 만들어낸다.

지이이이잉, 고고고고고-!!!!!

용광로가 새빨갛게 불타면서 발동하는 초대형 흑마법진.

라퓨타 정면에 새겨져 있던 거대한 문양이 번뜩인다.

무려 최종병기 라퓨타 전체를 가리는 검붉은 마법진이 3중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마법진에는 무려 3만 명이나 되는 서부 연합군 전체보다 더욱 지독한 마력이 응축됐다.

메가 데스.

인종을 청소하는 절대병기.

아르카나 대륙을 멸망시키기 위해 개발된 궁극의 파괴 권능이다.

“이건······.”

그동안 신성 보호막으로 모두를 지켜주었던 전투 성녀 루크레치아조차 그 거대한 마력을 보고 동공에 힘이 풀린다.

그 사악한 힘은 개인 최강인 성인을 넘어서, 서부 연합군 전체를 넘어섰으므로.

챙강.

성검 듀란달을 떨어뜨린다.

이는 도저히 프레야의 질서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으므로.

오늘이야말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녀의 마음이 꺾인 날이었다.

‘이제, 정말로 끝이구나······.’

베아트리체 또한 그 모습을 보고 마지막으로 붙잡던 힘이 사라졌다. 손아귀에서 희망이 새어나간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마지막으로 드는 생각을 떠올린다.

‘네카르······.’

보고 싶었다.

다시 만나는 날을 위하여. 그 먼바다를 항해해서 서부까지 왔거늘.

함께 대한파를 치른 레지스탕스 동료들이 합석하고, 천년산성에서 함께 했던 기사들이 기다리고 있거늘.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네카르.”

갑자기 사라져버린 사내의 이름을 불러본다.

이대로 사라져 버려야 할 사람이 아니었다.

서부에 먼저 가서 선물을 사고 기다린다고 했거늘.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토록 비참하게 바람맞히게 한단 말인가?

“네카르-!!!!”

베아트리체는 울음을 삼키며 고함친다.

보고 싶어서.

지금이 아니면 이름조차 제대로 속 시원하게 불러보지 못할 것 같아서.

마지막 순간인 만큼, 후회하지 않도록 후련하게 불러보는 것이다.

위이잉······.

이변이 일어나는 것은 그 무렵이었다.

덜컹.

갑자기 가동을 멈추는 라퓨타.

눈에 띄게 불타던 용광로가 빠르게 멎어든다. 느닷없이 마력이 꺼진다.

3중으로 형성되던 초대형 흑마법진이 스르륵 흩어진다.

궁극의 권능 메가 데스가 불발돼버리고 만다.

‘······아?’

베아트리체는 눈물 한 방울을 흘리려다가 도로 멈춘다.

북부를 지배하던 오르비스 공작이 아니라, 19살 소녀답게 눈을 깜빡거린다.

혹시 탐욕왕 엘드리치가 갑자기 변심이라도 했단 말인가?

[······뭐지?]

그러나 탐욕왕 엘드리치조차 당황한 눈치.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모두가 영문을 몰라 웅성거리고 있을 때,

휘이이이잉.

고오오.

의문을 지워주는 빗방울.

검은 하늘에서 거칠게 강풍이 분다. 빗방울이 회오리치며 흙바닥을 때린다. 계속된 전투에 놀라고 뒤집히고 피로 물들 흙을 다독이는 빗방울.

베아트리체의 손바닥에도 한 방울 떨어진다.

쩌저적.

그러한 빗방울이 얼어붙는다.

혹한의 지역처럼 눈보라가 몰아친다. 바람의 길이 회오리치며 집단 마법을 형성한다.

쩌저저저적-!!!!

최종병기 라퓨타가 얼어붙는다.

내부부터 빠르게 퍼져나간다.

새파랗고 차디찬 한기. 지옥의 용광로마저 얼려버리는 빙결 마법은 곧이어 공중요새 전체를 딱딱하게 얼려버린다.

메가 데스의 마력이 강제로 불발된다.

세상에 빙하기가 도래한다.

쿠과과과광-!!!

대폭발이 일어난다.

갑작스럽게 동력원이 식어버려, 메가 데스를 가동하던 장치가 오류를 일으키고 폭발해버린 것이다.

감히 누구도 대항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최종병기 라퓨타에서 검은 연기가 마구 뿜어져 나온다.

비록 아직 추락과는 거리가 멀지만, 모두의 마음속에서 어쩌면 가능하다는 작은 희망의 불씨를 지핀다.

펄-럭!

그러한 고요한 상황에서 공중요새에서 한 사내가 튀어나온다.

빛과 어둠의 가면을 쓴 사람.

그러나 지난번과 달리 온몸에 차디찬 얼음 결정을 기사 갑옷처럼 두르고, 찬란한 빛을 난반사하는 자.

신이라는 이명이 붙은 존재.

황금빛 머리카락과 깊은 푸른 눈, 그리고 감히 똑바로 올려다볼 수 없는 살기를 두른 자가 고고히 날개를 펴고 날아오른다.

“한심하군.”

마나를 담아 읊조린다.

절망에 빠진 서부 연합군을 내려다보면서.

“나는 어느 한순간에도 너흴 버린 적이 없거늘.”

분노 어린 목소리.

아니, 베아트리체가 듣기에 다소 체념 어린 목소리 같기도 했다.

“너희는 언제나 날 의심하고, 모함하며, 갈등을 일으키는구나.”

“······.”

서부 연합군 전체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그러나 아무도 부정하지 못했다.

조금 전까지 벌어진 일들을 모두가 기억하고 있으므로.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진정 신처럼 자비를 베푼다.

탐욕왕 엘드리치와 흑마법사들.

그들을 토벌하기 위해선 결국 서부 연합군이 필요하므로.

서부 연합군 또한 거절하지 못한다.

가장 위험한 적지 한복판에 홀로 잠입하여, 메가 데스를 불발시킨 공로자이므로.

······그리고 지금 그의 검은 로브는 온통 새빨간 피로 점철하고 있었으므로.

공중요새 라퓨타에 잠입해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을지, 감조차 오지 않기에.

압도되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아직 대륙 서부를 포기하지 않았으니.”

번쩍, 쿠과과광-!!

천둥번개가 친다.

벼락이 수없이 떨어진다. 하늘에 날아다니던 수많은 다크 와이번이 비명을 지르며 떨어진다.

차디찬 한파는 마신 주위를 휘몰아쳐 그 누구도 다가오지 못하게 만든다.

“너희 또한 스스로 포기하지 마라.”

지이이잉.

허공에서 거대한 화이트 홀이 열린다.

베아트리체를 비롯한 북부 기사들은 눈치챘다.

지금 열리는 저 아공간 게이트는 과거 설인왕 이미르와 정면으로 주먹을 부딪히고도 밀리지 않은 최강의 일격이란 것을.

콰과과과광-!!!!

아공간 게이트에서 거대한 주먹이 튀어나온다.

얼어붙은 최종병기 라퓨타의 정면을 깨부순다.

공중요새 라퓨타가 검은 연기를 마구 뿜어내며 휘청인다. 천천히 추락하는 듯하다.

우와아아아-!!!

그리고 모두의 환호 속에.

푸른 마나 날개를 펼치고 깨진 구멍으로 홀로 돌진한다.

세상 만물이 그의 이름을 연호한다.

마신(魔神) 문두스.

한때 대륙의 희망이라고 불린 존재.

그 자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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