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종결급 특성으로 대마법사-96화 (96/140)

96. 내전 (2)

물의 명가 크라우드 가주 엡실론.

엡실론은 여명의 궁에서 나와 동부 사막으로 돌아간다.

황제의 소환 명령.

엡실론의 아들 네카르가 마신 문두스를 사칭하는 대역죄를 지어, 강제 소환 명령이 내려졌으니.

그녀의 부름에 응하여 니케아 황궁으로 왔었으니까.

황제를 알현하고 돌아가는 거다.

“그래도 다행이군요.”

함께 온 네하드람이 엡실론에게 말한다.

“용서받음과 동시에 마신 문두스를 수색할 수 있게 되다니. 확실히 폐하께서 마신 문두스에게 집착하시긴 하나 봅니다.”

마신 문두스.

왜인지 황제는 그자에게만 강한 집착을 하고 있으므로.

마신 문두스를 수색하고 생포한다는 조건으로,

동부의 군대를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을 허용받은 것이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다. 경거망동하지 말도록.”

다만 엡실론은 마신 문두스에 대해 언급을 꺼렸다.

이는 황제의 역린 같은 내용이므로.

물 주전자에도 듣는 귀가 있다는 황실인 만큼 언행을 조심한다.

“그보다 ‘그 녀석’이 역으로 지원 요청을 했다고?”

“예, 가주님. 이제 곧 대륙 서부에 큰 전쟁이 터질 테니, 군대를 파견해 협력 업체를 지키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네하드람은 보고서를 내민다.

거악 엘드리치.

네카르의 주장에 따르면 불사왕 데힐라칸에 버금가는 마계의 군주가 대륙 서부에 강림했다고 하니.

네하드람은 엡실론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속삭인다.

“······정말로 불사왕 데힐라칸급 지옥의 악마가 튀어나올 리는 없지만, 설혹 그에 준하는 악마라 할지라도.”

“막대한 피해를 당하겠지.”

엡실론은 두꺼운 눈매를 찌푸린다.

그는 동부의 패권자.

동부의 피해를 최소화할 의무가 있으므로.

“하지만 절대적인 물자가 부족합니다. 차라리 이번에 군대를 파견해 상회들을 흡수하는 게 장기적으로 유리할지도 모릅니다.”

네하드람이 말했다.

현재 동부는 북부라는 막강한 동맹군을 얻었지만, 둘 다 군대가 강할 뿐, 풍요로운 땅은 아니므로.

발판으로 삼을 곳을 얻어야 한다.

“함부로 결정할 수 없겠군.”

이에 엡실론은 무겁게 말하며 말 위에 오른다.

“우선 가신들과 따로 상의해보겠다. 또한, 가장 큰 혈맹인 북부 오르비스 공작과도 상의해봐야겠지.”

북부 오르비스 공작.

북부의 왕이나 다름없는 존재.

베아트리체 폰 오르비스는 물의 명가 크라우드와도 대단히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동부의 최대 협력 세력인 북부와도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투두두두.

말들이 쉼 없이 달린다.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는 만큼 생각이 깊어진다.

엡실론은 거칠게 말을 몰며 생각한다.

‘그보다 네카르, 너는 도대체 어디서 뭘 하기에 이런 극비 정보들을 매번 파악하고 있는 거냐?’

***

나는 용용이를 타고 초고속 비행한다.

니케아 제국과 연줄이 깊은 니케 연합군.

탐욕왕 엘드리치의 후원을 받는 라흐 연합군.

양측 군대가 충돌하려는 대평야를 향하여.

‘다행히 네하드람 형님께서 긍정적으로 생각하셔서 다행이군.’

나는 날아가며 통신을 마친다.

마침 황금상회 또한 중앙과 서부로 확장 사업을 펼치고 있었으므로.

추가적인 동맹을 원하고 있던 차라고 한다.

‘하지만 그건 미래의 일이다. 지금 당장부터가 문제야.’

하지만 나는 마음이 편치 못했다.

탐욕왕 엘드리치의 후원을 받는 라흐 연합군.

-lv35 흑마법사 더럴.

-lv36 흑기사 치바스.

.

.

그들에겐 소수지만 다른 기사들을 압도하는 암흑 군대가 있었으며.

-lv??? 염소(CI) 독가스 실린더.

-lv??? 광폭화 흑마법진.

-lv29 키메라.

-lv25 키메라.

.

.

대륙법으로 금지된 ‘전쟁 금지 병기’와 끝없는 키메라 군단이 숨겨져 있으니까.

만약 전쟁이 발발한다면 니케 연합군의 필패.

그것도 1만 5천 명이나 되는 병사가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다 죽을 것이다.

‘심지어 저게 끝이 아니라니.’

-경고! 운석이 소환되는 지형입니다! 129일 후, 완전 초토화될 예정입니다!

나는 드래곤 아이로 하늘 높은 곳을 올려다본다.

최서단에서 몰려오는 검은 구름.

그리고 그 속에서는 붉은 점이 다가오고 있다.

운석소환.

일격에 요새를 초토화시키는 궁극의 살상 마법.

아직 129일이나 더 날아와야 하는 소행성이 육안으로 새빨갛게 보이다니.

얼마나 큰 운석인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더구나 운석소환이 한 번만 가능한 건 아닐 테니까.’

아무리 대마법사 지위로 인정받는 나라도 저걸 계속 막는 건 불가능하다.

살아남기 위해선.

저 대마법을 발동했을 탐욕왕 엘드리치를 물리치는 수밖에.

‘그러려면 우선 이들부터 화해시켜야 한다.’

나는 지상을 내려다본다.

양측 군대가 대치하는 니케 대평야.

내가 막 도착했을 때는, 대군이 서로 마주 보는 상황이었다.

“모두 자리를 지켜라! 명령을 기다려라!”

“평야에선 달아날 곳이 없다! 대회전에선 먼저 물러난 쪽이 일방적으로 전멸한다는 걸 명심해라!”

각 군대의 지휘관들은 병사들을 독려한다.

일반 병사들은 떨리는 창끝을 바로잡으며, 손에 묻은 땀을 닦는다.

각각 1만 5천의 군대.

무려 총 3만의 군대가 모인 대회전.

저렇게 많은 군인이 만나면 곧장 전투하기 어려우니까.

서로 거리를 두고 노려보며, 마지막 점검을 마치는 중이다.

처음부터 맞부딪히려고 하기보다는, 서로 대치하며 지원군을 기다렸던 모양이니.

아무래도 냉병기 시대엔 장애물 없는 대평야에서 기습을 가하기 힘든 만큼, 서로 최대한 군대를 끌어모은 상황.

‘이 전투를 최대한 완만하게 해결한다. 그리고 힘을 합쳐서 역으로 탐욕왕 엘드리치에게 쳐들어간다.’

운석소환까지 129일.

이는 길다면 길지만, 전쟁 때는 매우 짧은 시간이다.

정상적으로는 엘드리치를 물리치긴커녕 서부 내전을 끝내기도 힘든 시간.

그러한 상황이기에 내가 무리해서 나설 수밖에 없는 거다.

-현재 마나 고갈 페널티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용의 유산 ‘드래곤 블러드’를 사용한 후, 보유 마나가 최대 50%까지 감소합니다.

다만 문제는 현재 나는 타이탄 영지에서 혈투를 벌이고 온 직후라서 풀 컨디션이 아니라는 것.

시스템 창이 요동친다.

모든 전황이 내게 불리하다고 명한다.

현재 나는 드래곤 블러드로 인해, 심신이 매우 지친 상태.

기껏해야 큰 마법을 한 두 번 더 사용할 수 있는 정도다.

지금 나 홀로 라흐 연합군을 상대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니케 연합군 편에 완전히 선다고 해도 전쟁 금지 병기와 흑마법 키메라까지 있는 라흐 연합군을 상대로 승전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황.

서로 공멸하거나, 내가 죽을 확률이 더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 수밖에 없겠지.’

【바람의 길 lv4.】

쐐애애애액-!!

일촉즉발의 상황.

양측 군대가 모든 정비를 마치고 대치를 시작한다. 포구를 겨누고, 기사들은 돌격할 준비를 마친다.

나는 그사이에 강림한다.

“둘 다 그만.”

【드래곤 피어 lv2.】

남아 있는 마나를 긁어모아 드래곤 피어를 발동한다.

현재 나로선 둘 중 하나도 상대할 수 없음에도.

날 감히 올려다볼 수도 없을 만큼.

양측 군대 모두를 내려다본다.

***

니케 대영주의 막내딸 ‘빅토리아’는 약재를 실은 마차를 몬다.

전장 최후방에서 대평야에 모여든 양측 군대를 살핀다.

대륙 서부를 양분하는 두 개의 큰 파벌.

니케 연합군과 라흐 연합군이 한자리에 모였으니.

“기어이, 오늘이 오는군요······.”

그녀는 앞으로 닥칠 비극을 직감한다.

아마 오늘부터 니케 대평야는 ‘과부들의 통곡’이라고 불리게 될 것이다.

무려 3만 명이나 집결한 대군.

이들이 서로 물러날 곳 없는 대평야에서 맞닥뜨렸으니.

어느 한쪽은 필히 전멸하고 말겠지.

이번 전투에서 패배한 측은 두 번 다시 일어서기 힘들 것이다. 아마 성에서 수성전을 치르기도 벅차리라.

물론 이긴 측이라고 무사할 것 같지 않은 대회전이지만······.

그때 정찰병 하나가 다급하게 찾아온다.

“급보입니다! 현재 적국 라흐 연합군이 전쟁 금지 병기를 끌고 왔습니다! 바로 뒷산에 독가스를 살포하려는 모양입니다!”

“······! 뭐라?”

온몸이 땀에 젖은 병사.

그리고 이를 들은 아버지와 동맹 영주들.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뒷산을 바라본다.

고오오.

“!!”

그러자 뒷산 위로 선명히 보이는 보라색 가스.

아직 살포는 안 했는지, 제 자리에 머물고 있다.

다만 일부가 샜는지 새들이 놀라 일제히 날아오르고 있다. 그중 다수는 땅으로 떨어진다.

푸르렀던 나무는 순식간에 새까맣게 변하고, 무성했던 잡초는 재가 되어 사라진다.

이에 확신하고 분통을 터트리는 귀족들.

“라흐 귀족놈들! 설마하니 이런 천인공노할 짓을 벌이다니!”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라흐 저놈들은 아예 상종도 하지 말아야 할 쓰레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

당장 사령부가 뒤집힌다.

아무리 그래도 니케 연합측은 대륙 금지 병기를 개발하진 않았으니.

물론 이들이라고 전쟁에 도덕을 따진 건 아니다.

대륙 금지 병기는 개발하다가 들키기만 해도, 프레야 심판관들에게 척살 당하므로.

중앙과 가까운 니케 대영지로선 차마 진행할 수 없었을 뿐이다.

‘물론 이것이 나중에 알려진다면 프레야 교단에서 나서주겠지만······.’

빅토리아 또한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다.

현재 대륙 7대 성인 중 하나인 루크레치아가 잠깐 남서부 흡혈귀를 물리치러, 자리를 비운 사이 벌어지는 비극.

훗날 복수는 해줄지 몰라도, 지금 당장 자신들은 전멸당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 내가 어떻게 했었으면, 이 전쟁이 발발하지 않았을까······?’

빅토리아는 기나긴 라흐 대영지와의 악연을 떠올렸다.

지난 20여 년간 계속된 내전.

정확히 누가 먼저 시비를 걸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당시엔 그녀 또한 어렸을뿐더러.

양측 서로 상대가 먼저 암살하고, 우물에 독을 풀었으며, 집단 결투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한때 혼인 동맹도 하는 각별한 사이라고 들었거늘.

최악의 관계로 발전한다.

‘물론 이러다 둘 다 파멸이란 걸 서로 알기에 억지로 오해를 풀고 손을 잡았지만.’

서로의 힘은 박빙.

명확하게 승부가 갈리지 않고, 계속된 전쟁으로 피폐해지기만 했다.

그러자 양측에 회의론이 돌았고, 다시 화해하기 위해 옛날처럼 ‘혼인 동맹’을 다시 맺기로 했다.

그 정략결혼을 추진한 이가 바로 빅토리아였다.

그녀가 라흐 영주 차남과 결혼하기로 했으니.

귀족 영애의 유일한 꽃 결혼.

비록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사내와 결혼을 해야 했지만······.

사태가 원체 심각하다 보니, 두 영지와 대륙 서부의 평화를 위하여.

감내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하늘도 무심하시지.

끝까지 불행이 겹쳤다.

‘설마 라흐 대영지 장남이 독살당할 줄이야······.’

본래 라흐 영지 후계자였던 장남이 독살당한 거다.

그 결과, 다음 후계자 서열이었던 차남과 결혼하기로 했던 빅토리아가 당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이 결혼을 강행한 것은 다름 아닌 빅토리아였기에.

잠잠했던 활화산이 재점화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어쩌면, 우리 가문과 라흐 영지는 이럴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녀로서도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평화를 위하여 모든 것을 포기하고서도 이루지 못하였으니.

정말 누군가 대륙 서부의 멸망을 위하여 이 모든 일을 사주한다고 믿고 싶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누가? 도대체 왜?

무엇을 위하여 그런 일을 벌이겠는가?

이미 대륙 서부 전체가 내전에 휘말려 죽어가고 있는데 말이다.

“모두 전투 준비!”

“포병들 위치로! 모두 뇌관을 뜯어라! 진짜로 발포한다!”

전장은 전투 직전까지 도달한다.

몇몇 귀족은 대피하고, 지휘관들은 명령을 독촉했으며, 병사들은 공포에 질려 벌벌 떨었다.

분노에 젖은 몇몇 귀족들은 멋대로 대포에 화약과 포탄을 싣고 불길을 들어 올린다.

귀족 말단인 빅토리아로선 나서지도 못할 만큼.

니케 대평야는 광기에 젖어 난장판이 된다.

“······응?”

빅토리아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건 그때였다.

손을 뻗어 불어닥치는 강풍을 느낀다.

니케 대평야는 수많은 산으로 인해 바람 길이 막혀있었음에도 강풍이 불어오고 있었으니.

펄럭.

쐐애애애액-!!!

마지막 변수가 등장한다.

귀를 찢는 듯한 파공음.

난장판이던 3만의 군세 또한 자기도 모르게, 소리 나는 쪽으로 자연스레 고개를 들어 올리니.

-키야아아아악-!!!

샌드 드레이크가 보인다.

성체 트롤 따위 발톱 하나로 찢어 죽일 수 있을 법한 압도적인 크기.

거의 드래곤에 가까운 크기의 드레이크가 두 군단의 정중앙에서 포효한다.

“둘 다 그만.”

그리고 그 드레이크 위에 서있던 한 사내가 읊조린다.

빛과 어둠의 가면을 쓰고 있는 사내.

동부에서 주로 입는다는 망토를 몸에 두른 젊은 사내였다.

드넓은 대평야에 내뱉은 한 마디였으나, 마나가 담겨 있어 넓게 깊게 울린다.

“새, 샌드 드레이크? 거기에 저 가면은!”

“마신 문두스다! 대륙 최악의 공적이 나타났다!”

“!!”

그 인상착의는 말단 병사는 물론, 전쟁에 무지한 빅토리아조차 아는 것이었다.

마신(魔神) 문두스.

한때 대륙의 희망이라 불리며, 니케아 황제와 함께 아르카나 대륙의 개혁을 이끌었던 자.

그러나 훗날 북부 최대 도시 오르비스에 있던 수천 명의 군단을 홀로 절멸시켰다는 역사상 최고이자 최악의 대마법사.

아무리 무지몽매한 빈민이라도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러운 마신의 강림에 전장이 요동친다.

그러거나 말거나 문두스는 읊조린다.

“너희 두 동맹의 싸움을 내가 계속 지켜보기 지겹다. 내가 판결할 테니 그만 전투를 끝내라.”

깊은 푸른 눈을 번뜩인다.

마치 개미를 바라보는 듯한 시선.

먼발치에서 동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광기를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일을 주도한 건 아니나, 대부분 불씨를 부추긴 것은 마계의 군주 엘드리치의 짓이다. 너흰 그저 이용당했을 뿐.”

“······!”

“살고 싶다면. 저 운석에 불 타죽고 싶지 않다면. 지금 흘릴 피를 탐욕왕 엘드리치를 타도하는 데 희생해라.”

마신의 판결은 경악스러운 것이었다.

분쟁을 주도한 마계의 군주가 있었다니!

지금까지 20년간 대륙 서부에서 내전이 발발했거늘.

결코, 파악하지 못한 일이었다.

모두가 원하는 평화를 이룰 수 있도록 공동의 적을 제시한다.

“마, 말도 안 돼! 탐욕왕 엘드리치? 그딴 악마는 들어본 적도 없다고!”

“저 간악한 라흐 가문 놈들과 손잡고 전쟁하라고? 절대 그렇겐 못 해!”

“마신 문두스! 아무리 너라도 이 많은 군단 앞에선 고작 개인일 뿐이다. 앞에서 설치지 마라!”

“······.”

물론 몇몇 눈치 없는 귀족들은 목에 핏대를 세우고 항변했다.

니케 가문과 라흐 가문 곳곳에서 고함친다.

두 가문의 원한은 수십 년간 지속돼어 이데올로기화될 지경이었으니.

더구나 이들에겐 직접 움직일 힘도 있었다.

쿠구구구궁······.

콰아아아앙-!!!!

먼저 일자로 진열된 대포가 일제 포격한다.

구름 위에 있는 마신 문두스를 향하여.

하늘에 수백 발의 포탄이 날아오른다.

쏴아아아아······!

더구나 대륙 금지 병기가 발동한다.

뒷산을 가득 메운 독가스 실린더.

독가스가 니케 영지 쪽으로 발포되기 시작한 것이다.

“헉······?”

빅토리아를 비롯한 니케 연합군 측은 자기도 모르게 신음을 낸다. 안색이 파리하게 질린다.

이대로는 빼도 박도 죽게 될 처지였으므로.

다가오는 무거운 회색 공기를 바라보는 것이다.

고오오오-!!!!

악마의 눈깔처럼 생긴 붉은 색 보석 세 개가 빛난 건 그 무렵이었다.

휘이잉.

마신 문두스가 붉은 눈의 스태프를 들어 올린다.

쿠과과광-!!

바람 한 점 없던 곳에 골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그리고

쏴아아아아아아-!!!!

미친 듯한 광풍이 분다. 포탄이 저 멀리 날아가 버린다.

모든 군인이 광풍을 못 이겨 주저앉는다. 쇠 투구 수십 개가 둥둥 떠다닌다.

세상 모든 바람이 몰아치는 듯한 착각.

마치 바람의 길이 생겨나는 것 같았다.

쿠과과과광-!!!

날아가던 포탄이 숲에 처박힌다.

그러고도 강풍이 휘몰아쳐 독가스들의 방향을 바꾼다.

태풍이 정중앙 눈만 빼고 미친 듯이 회전하는 것처럼.

니케 대평야에서 뿜어지는 바람이 독가스가 밀려 내려오는 곳으로 나아가 회오리치는 것이다.

-끄아아아아아악-!!!

-쿨럭······! 폐, 폐가······! 녹는다······?

-크아아아악-!! 타이탄 영지의 원수······! 그 자가 니케 영지에도 나타났다······!!

니케 산맥을 휘몰아친다.

그곳에서 남몰래 대륙 금지 병기인 독가스를 준비했던 자들이 비명 지른다.

목에 불이 붙은 것처럼 괴로워한다.

바닥에 쓰러지고, 발작을 일으키며, 몇몇은 피부가 새까맣게 벗겨지고, 기침하며, 분비물을 토하고, 호흡을 못 해 발버둥치고, 공포에 질려 벌벌 떠는 것이다.

“······.”

“······.”

그리고 니케아 대평야에 모여있던 3만 명의 병사들은 끝없이 메아리치는 그들의 비명을 듣는다.

모두가 전율해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다.

어쩌면 자신들이 저렇게 됐으리란 공포를 느낀다.

그리고 이 모든 풍경을 주도하는 잔혹한 마신을 올려다본다.

압도적인 힘 차이.

인류라면 도저히 사용하면 안 될 최흉의 병기까지 사용했음에도 옷자락조차 스치지 못하였으므로.

마신 문두스의 악명과 위세를 다시 체감한다.

그렇게 지옥 같은 침묵이 이어진다.

그 당사자인 마신은 무려 3만 명의 대군대를 제 발아래에 두고 내려다본다.

푸른 눈을 번뜩이며 입을 연다.

“내 판결을 따르기 싫은 자가 더 있다면 지금 말해라.”

“······.”

쥐 죽은 듯 고요하다.

강자지존.

오랜 내전 속에 대륙 서부를 지배했던 가치관이 지금 이곳을 지배하고 있으니.

마신 문두스, 황제보다 더 높은 '신'이라는 이명을 가진 자.

그자가 이 전쟁을 끝내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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