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드래곤 블러드 (1)
나는 가이탄 호수가 있는 ‘타이탄’ 영지를 향해 빠르게 날아간다.
용용이의 속도가 원체 빠르기도 했으며, 바람의 길까지 있으니 그 무엇보다 신속했다.
다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황량하군.’
아직 타이탄 영지에 도착한 것도 아니건만.
지상을 내려다보니 황폐한 영지들이 보인다.
몇 해 농사를 완전히 망쳤는지, 논밭은커녕 풀 한 포기 보이지 않아 붉은빛 도는 흙먼지만 날아다니는 영지.
산에 있는 나무들은 죄다 껍질이 뜯겨 있었고, 인간의 손길이 닿은 건물은 하나같이 성한 곳이 없었다.
전쟁에 휩쓸린 흔적들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라이칸 슬로프가 솔직하게 묻는다.
웨어울프들은 숲에서 숨어 살기 때문에 밖으로 잘 나오지 않으니까. 외부 정보에 어두운 모양.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타이탄 영지는 탐욕왕 엘드리치가 지배하는 곳이다. 끝없이 영지전을 벌이니까.”
나는 이유를 알고 있다.
탐욕왕 엘드리치.
욕심이 끝이 없어 탐욕왕이라고 불리는 황금 고블린.
그 존재는 자신의 세력을 넓히기 위하여,
자신의 하수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영지에는 막대한 재물과 흑마법사를 파견해준다.
반대로 프레야 교단을 독실하게 믿는 영지들은 우물에 독을 타고 가짜 소문을 퍼트려서 내분을 일으킨다.
그렇게 된 후, 자신의 충복들에게 영지전을 명령하는 것이다.
‘그 녀석은 마계에서 수백 년간 악마들을 지배하며 알고 있다. 진정한 지배는 하수인들이 스스로 굴복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걸.’
처음엔 주저하던 타락 영주도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무너지는 적들을 보며 안도한다.
넓어진 제 영지를 보며 뿌듯함과 선택받지 못했을 가정에서 두려움을 느낀다. 이는 엘드리치의 위대함을 예찬하는 것으로 번진다.
이후로는 자발적으로 엘드리치의 후원을 받는 영주들끼리 뭉치게 되며, 후원받지 않는 영지를 호시탐탐 노리는 것이다.
그렇게 완벽한 하수인이 되는 것이다.
아마 그 결과가 저런 바싹 마른 농경지겠지.
눈매가 차갑게 식는다.
“용용아. 슬슬 땅으로 내려가자.”
-키야악!
땅으로 내려가 소형화해뒀던 말을 꺼낸다.
목적지가 가까워진 만큼 흔적을 들키지 않기 위함이다.
물론 나와 라이칸은 얼굴이 전 대륙적으로 알려진 만큼 인피면구로 완벽히 변장한다.
을씨년스러운 도시로 들어선다.
‘······다만 생각보다 분위기가 더 심하군.’
다만 도시 분위기는 내 예상보다 더 지옥 같았다.
도시는 침체하여 있었다. 거리에는 여인들과 장애인 남성들밖에 없었고, 창문마다 여인 울음이 메아리친다.
타락 영주야 계속 내전을 벌이면서 큰 이득을 보고 있지만,
강제 징용된 영지민들 입장에서는 계속 아들과 남편이 죽어 나가는 상황이니.
죄 없는 사람만 죽어 나가는 현황이다.
라이칸은 인간들의 상황이 이럴 줄 몰랐다는 듯 묘한 눈빛으로 도시를 둘러본다.
“이제부터 조용히 따라와라. 말하기 전에 신호부터 하고.”
“······.”
내 말에 라이칸은 대답 없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내색은 안 했지만 두 눈으로 이런 현황을 보는 건 다른 일이었기에 가슴이 싸늘히 식는다.
하지만 표정을 굳히고 잠입한다.
결국, 이 모든 악의 근원은 탐욕왕 엘드리치.
그 거악을 제거해야 해결될 일일 터이니.
그의 본거지로 잠입한다.
쥐새끼처럼 파고든다.
***
‘······신비로운 인간이군.’
폭왕 라이칸 슬로프는 네카르를 따라 움직이며 솔직하게 생각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의 움직임은 단 한 순간에도 망설임이 없었으니.
메케한 연기가 가득한 공장을 지나, 5층짜리 백화점에 들어간다. 그리고 진열된 마도공학품과 경비병들을 지나 곧장 지하 2층으로 향했다.
그리고 벽 속에 숨겨진 공간으로 들어간다.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움직임.
이곳을 수없이 오고 보지 않고서야 결코 불가능한 움직임이다.
젊어 보이는 외모에 걸출한 마법 실력이야 반로환동의 대마법사라고 어떻게든 납득한다고 해도 이는 전혀 다른 영역이니까.
‘어떻게 이렇게 다 알고 있는 거지? 혹시 관련자였나?’
머릿속에 불길한 상상이 스멀스멀 차오른다.
물론 네카르를 엘드리치의 하수인으로 오인하는 건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탐욕왕 엘드리치가 자신을 풀어주면서까지 그를 암살하라고 명하진 않았을 테니.
더구나 라이칸은 제 가슴속에 새긴 흉터를 잊지 않았다.
광랑병에 걸린 웨어울프 일족을 구해준 은인.
따라서 라이칸이 생각하는 방향은 다른 방향이었다.
‘혹시 네카르는 탐욕왕 엘드리치에게 붙잡혔었던 흑마법 실험체였는가? 아니면 상품?’
그는 엘드리치의 감옥에 묶여 있으면서 간혹 보았다.
흑마법사들이 끌고 가는 인체 실험체.
그렇다면 저렇게 젊은 데도 강력한 마법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해가 된다.
‘아니, 그렇다기엔 네카르는 본래 동부 사막에서 살던 자라고 했다. 엘드리치에게 원한이 있을 리가 없어.’
하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이 상황을 이해해야 할까?
딱 하나 떠오르는 단어가 있긴 했다.
‘용사······?’
들어본 적 있다.
선과 질서의 프레야 여신. 그녀는 만물의 창조자로서, 제 질서를 파괴하는 이들을 벌하기 위해 신의 대리인을 강림시킨다는 전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토록 강한 실력과 모든 걸 아는 것, 그리고 아무 사욕을 갖지 않는 것까지 모두 설명이 가능하다.
‘훗, 말도 안 되는 가능성이군.’
물론 라이칸은 이를 진지하게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다.
이는 말 그대로 전설일 뿐이니.
네카르를 계속 따라간다.
“······어서 오십시오. 서부 최고의 사교장인 ‘블랙 아지트’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렇게 도착한 건 마법 등불에 시야를 의존하는 비밀 공간이었다.
모든 점원이 검은 양복과 메이드 복을 입고 있는 상회.
드레스코드가 블랙인 이곳은 바닥에 깔린 양탄자부터 천장에 보석처럼 빛나는 유리까지 모두 검었다.
비밀스러운 집회라도 여는지, 긴 복도에 작은 방이 여럿 있는 구조였으며, 각 방에는 귀족들이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이 교양 없다고 여기는지 다들 작게 속삭이는 공간이었다.
“앗, 타이푼 도련님께서 오셨습니까?”
그러자 타이탄 영주의 자식인 줄 알고 오인한 종업원.
아무래도 네카르가 이곳 vip의 얼굴로 인피면구로 변장한 게 틀림 없다.
하기야 얼굴과 의상까지 완벽히 바꿨으니 의심하려야 할 수가 없다.
다른 귀족들처럼 은밀한 방으로 안내된다.
“더 필요하신 게 있으십니까?”
“여기서 가장 높은 자를 데려와라.”
네카르는 음성변조까지 하며 말했다.
종업원은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지배인을 불러온다.
“절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한눈에 봐도 이곳에 최고 관리인인 노인.
부드럽게 웃으며 인사한다.
그러나 네카르는 정색하고 말했다.
“‘가장 높은 저택에서 검은 미사를 드리고 싶다.’”
가장 높은 저택? 검은 미사?
라이칸 슬로프는 전혀 모르는 단어로 구성된 암구호였다.
그러나 그 말에 흠칫 놀라는 지배인.
이번엔 허리를 90° 숙이며 말한다.
“시, 신속하게 모시겠습니다. 도련님······.”
도대체 무슨 주문을 했길래 저 노인이 저토록 벌벌 떠는 걸까?
그러나 네카르는 자신에게 먼저 입을 열지 말라고 했었다.
따라서 조용히 따라가서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로 한다.
히히힝.
지배인은 밖으로 연결된 비밀 통로로 향한다. 그리고 미리 준비된 마차에 자신들을 태우고 어디론가 향한다.
창문 없는 마차라서 도대체 어디로 향하는지는 몰랐으나.
어디선가 익숙한 토양이 느껴진다. 마차 안으로 스며드는 메케한 연기와 귀신이 떠도는 듯 으스스한 마나, 생기 없는 풀까지.
이러한 곳은 아르카나 대륙에서도 거의 없을 테니.
끼익.
“도착했습니다.”
지배인은 반나절 가까이 달려서 마차를 멈춰 세운다.
그렇게 마차 문에서 내리자마자, 라이칸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은······!’
이곳은 미완성 된 고성 앞이었다. 정확하게는 거대한 산에 버금가는 반쪽짜리 성.
이 산에는 수많은 노예와 이종족들이 강제 노동을 하고 있다.
검은 고성에 버금가는 구조물을 건축한다.
이곳은······.
자신이 갇혀있던 감옥이 있던 곳이다.
***
‘······엄청나군.’
나는 최종 목적지에 다다른 채, 감상에 젖었다.
타이탄 산맥 뒤에 숨겨져 있는 비밀 공간.
이곳에는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작은 산 하나에 버금가는 거대한 성이 지어지고 있었으니.
그 크기는 가히 설인왕 이미르에 비할 법했다.
공중요새 라퓨타.
마도 공학품의 최종병기라는 그 병기를 지탱하는 구조물이 지어지는 장관을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다.
‘물론 원작 게임에서 자주 보긴 했지만, 이정도 광경은 아니었으니까.’
당연하지만 게임 그래픽으로 구현될 수 있는 모습은 한계가 있다.
물론 <별들의 전쟁2>는 개발자들의 손목을 아낌없이 갈아 넣는 거로 유명했지만, 아무래도 사진으로 보는 것과 직접 보는 건 감흥이 다른 법이니까.
드래곤 아이로 한없이 바라보아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건축물.
만리장성을 한 자리에 모두 모아둔 것 같은 인류의 거대한 건축물을 보고 소름이 돋을 수밖에 없다.
“······여긴.”
라이칸 또한 이곳을 알아보고 정색한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봉인돼 있었던 모양.
‘저게 내가 파괴해야 최종 목표물이다.’
‘······!’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심히 놀란 표정으로 한참 날 바라본다.
······나를 한결 더 숭고한 존재로 보는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하기야 저 거대한 건축물을 파괴한다면 대단해 보일 수밖에 없긴 하다.
‘물론 지금은 감상에 젖을 때가 아니지.’
나는 표정을 딱딱하게 굳힌다.
이곳은 적의 본거지 중 하나. 작은 실수 하나만으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이곳까지 잠입한 목적을 상기한다.
이곳에 향후 전쟁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보물이 무려 2개나 숨겨져 있다.
용의 유산이 담긴 오색빛깔의 비늘.
그리고 네 번째 마정석 조각.
엘드리치에 맞설 수 있는 궁극의 비기인 ‘드래곤 블러드’와 공중요새 라퓨타 제작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핵심 동력’.
그 두 가지를 모두 챙겨야 한다.
“이쪽으로 들어오십시오.”
지배인은 이미 지어진 건물로 날 안내한다.
정신병동처럼 온통 새하얗게 도배된 공간.
소형화로 내 주머니 안에 있는 흙의 정령 노움이 불길함을 느끼고 오들오들 떨게 되는 공간.
나는 노움을 역소환하고, 한 방으로 들어간다. 지배인은 꾸벅 인사하고 사라진다.
“만나서 반가워. 타이탄 영주 자식이라고?”
보글보글.
방에 들어가자 한 중년 여성이 날 맞이한다.
내가 들어간 곳은 거대 실험실이었다.
최고급 시약과 아티펙트가 즐비한 거대 실험실.
마법사나 연금술사라면 두 눈을 반짝일만한 곳이다.
딱 한 가지만 빼고 난다면.
‘불법 인체 실험이군.’
실험실에는 수십 개의 거대 유리 병이 있었다.
그 안에는 인간, 엘프, 웨어울프, 페어리을 비롯한 다양한 종족이 갇혀있다.
두려움에 질린 눈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체념한 눈으로 주저앉아 있기도 한 상황.
다만 중년 여성은 이곳이 지극히 일상적인지, 무료하고도 따분한 기색이 다분했다.
“제 자식에게 이곳만큼은 비밀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그것도 이젠 아닌가 봐?”
-lv45 흑마법사 간부 마리.
커피를 홀짝이며 말하는 중년 여성.
눈가에 다크 써클이 가득하다. 빨리 일을 끝내고 날 내쫓으려는 듯한 태도.
적의 핵심 본거지 간부인 만큼 레벨 또한 엄청나다.
“아버님께서 원체 바쁘셔서 말이지.”
나는 적당히 거짓말을 지어낸다.
중년 여성은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찾는 거지? 한 번 보고 골라봐.”
흑마법사는 서랍에서 고급스러운 해골 그림이 새겨져 있는 파일을 하나 꺼내서 내게 내민다.
사실 아니지만 일단 받아서 읽어본다.
[블랙 마켓.]
[돈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신비의 가게입니다. 단, 외부 유출을 할 시, 본인은 물론 일가족 모두에게 치명적인 비극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블랙 마켓.
대륙 각지에 자리잡은 암상회 블랙 오아시스, 블랙 이글루, 블랙 아지트 등을 총괄하는 본부.
전 대륙의 검은돈을 지배하는 단체다.
드래곤 블러드와 마정석이 숨겨져 있는 가이탄 호수에 숨겨진 악의 교단 핵심 단체.
제대로 찾아온 게 맞다.
“전쟁 파트는 이쪽이야.”
다만 내가 첫 장부터 정독하려고 하자, 마리라는 흑마법사가 멋대로 페이지를 넘긴다.
[대전쟁용 병기.]
[저희 블랙마켓에서는 ‘대륙 금지 병기’부터 프레야 교단 ‘말살 심판관’이 움직이는 제3의 생명체까지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염산 독가스 : 한 실린더당 5억 페니. (단, 점령할 영지 주민 전체가 사망하니 주의하십시오.)]
[다크 실린더 : 징집병도 초급 흑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병기. 백 개당 10억 페니.]
[키메라 : 시가. (등급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하나하나가 영지 예산에 버금가는 가격.
대륙 최흉의 병기들을 마치 칵테일 바 상품처럼 자랑스럽게 나열해뒀다.
하나 같이 대륙에 파문이 들 법한 무기들.
흑기사와 흑마법사를 동원하는 것 또한 기재되어 있다.
“뭐야, 이런 거에 겁먹는 거야? 전쟁에서 이기려면 무슨 수를 못 써?”
마리는 날 따분한 남자라는 듯 한심하게 바라본다. 마치 자기의 재산과 생명이 걸렸는데 뭔들 못하냐는 듯한 태도.
“들키진 않는 건가?”
나는 순수하게 궁금해서 물었다.
이에 비릿하게 웃는 마리.
“목격자가 전부 죽으니 들킬 일이 없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뒤처리에 자신 있다는 듯. 혹여 잘못돼도 헛소문으로 몰아가면 된다는 듯 말이다.
하기야 ‘뷰 마나 포스’ 같은 마법으로 일대 생명체를 확인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긴 그렇군.”
나는 동의한다는 듯 적당히 고개를 끄덕인다.
“마치 지금처럼 말이야.”
“응?”
파아앙!
즉발로 워터볼을 날려 마리의 머리통을 날려버린다.
시설 자체가 사일런스 마법이 걸려 있으니 소음도 없겠지.
“라이칸.”
“왜 부르지.”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함께 부른 동료를 부른다.
라이칸 또한 결전의 순간이 왔다는 걸 직감하고 눈동자를 세로로 가른다.
“너는 나를 믿는다고 했지.”
라이칸과 눈을 마주치며 말한다.
이제부터 시작할 일은 진짜 미친 짓이니까.
그의 신념을 재확인한다.
“물론이다. 설혹 이곳에서 죽더라도 널 따라온 걸 후회하지 않는다.”
라이칸은 굳은 표정으로 대답한다. 하기야 그의 생명과 명예보다 중요했던 웨어울프 일족을 살려줬으니까.
절대적인 믿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에 나는 그와 미리 합의한 작전을 실행한다.
“지금부터 속전속결이다. 실험실 곳곳을 뒤지며 실험체들을 구해내라. 성 내부를 난장판으로 만들어라.”
“!!”
나는 이후 마리가 입고 있던 하얀 가운을 빼앗아 입으며 말했다.
나는 적들의 옷차림으로 위장한 채 움직이고,
라이칸에게 소란을 피워 적들의 이목을 끌으라고 명한다.
“······너는 정말로 괜찮은 거냐?”
하지만 오히려 날 걱정하는 라이칸 슬로프.
나는 즉답하는 대신,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드래곤 블러드가 담긴 오색빛깔의 비늘.
그리고 마지막 마정석 조각.
이것들이 숨겨져 있는 곳은 단 한 곳이었으므로.
-다음 용의 유산 ‘ㄷ. 드래곤 블러드’는 ‘가이탄 호수’에 숨겨져 있습니다.
-마지막 마정석 조각은 ‘가이탄 호수’에 숨겨져 있습니다.
가이탄 호수.
저 산맥 속에 숨겨진 거대한 호수에 숨겨져 있다.
그리고 그곳은.
-그롸아아아-!!!
-lv??? 키메라 히드라. (측정 불가.)
호수에 몸 담고 있는 거대한 존재.
무려 등급이 샌드 드레이크와 씨 드레이크보다 높은 최상급 대형 몬스터.
키메라 히드라.
이곳 최고 필드 보스가 지키고 있는 곳이니.
더구나 그곳엔 아마 흑마도사인 '그 녀석'도 있겠지.
안면이 딱딱하게 굳는다.
“해보는 수밖에 없겠지.”
그러나 가방에 가져온 성물 아가타의 성배와 붉은 눈의 스태프를 꺼낸다.
호수는 물의 마법사의 권역.
더구나 적들의 공략법을 모두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으므로.
내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