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씨 드레이크 (1)
한편, 물의 명가 크라우드.
동부 사막을 지배하는 패권 가문인 이 가문은 유례없는 번영을 누리고 있었다.
동부의 변 이후, 사막을 좀 먹던 흑마법사 무리를 치워냈으니까.
더구나 최근 북부와 돈독한 관계로 교역 동맹을 맺어서, 만성적으로 부족하던 질 좋은 철과 나무를 공수해왔다.
엡실론과 카나단이 꿈꾸던 ‘동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착실히 도약한다.
“······네카르, 그놈이 진정 유명해지긴 한 모양이군요.”
다만, 둘째 자식이자, 황금 상회의 후계자인 네하드람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다.
동부의 구원자이자 아룡기사 네카르.
그 명성이 전 대륙으로 퍼진 것으로도 모자라, 칩거하던 황제를 움직이게 했으니.
“폐하께서 노하셨군.”
가주 엡실론 또한 고개를 끄덕인다. 충성스러운 가신들도 회의실 탁자에 놓인 서신을 보고 침묵한다.
황제의 소환 명령.
네카르가 대륙 최악의 공적 ‘마신 문두스’와 연루되어 있으니 관계자를 소환한다는 명령이다.
문제는 그 대상이 무려 엡실론. 크라우드의 가주이자, 동부의 지배자였다.
“가시면 안 됩니다! 이미 황제 세실리아는 젊을 적 총기를 잃었습니다.”
“맞습니다. 마신 문두스를 핑계로 황제가 무슨 보복을 할지 모릅니다!”
가신들은 대부분 만류했다.
현재 황제는 오랜 기간 국정을 방치하고 있으니.
폭군이나 다름없는 자를 뭘 믿고 가냐는 뜻이다.
“이미 서부와 남부도 니케아 제국에 등 돌렸습니다. 소환 명령에 거부한다고 한들, 저들이 동원할 힘이 없습니다.”
“설혹 로얄가드가 쳐들어온다고 해도. 베아트리체 공과 힘을 합친다면 능히 막아낼 수 있을 겁니다.”
“······.”
동부 또한 상황을 익히 들었다.
대한파.
설인왕 이미르가 강림해 북부의 변을 일으킬 뻔했다고.
그때 네카르가 마신 문두스의 권능으로 훌륭히 막아냈다고 말이다.
현재 엡실론이 이로 인해 추궁받는 가운데, 당사자인 북부 또한 사정은 다를 리 없으니.
차라리 그들과 힘을 합쳐서 반역이라도 일으키자는 뜻이다.
현재 니케아 제국은 망국의 황제 때문에 이미 힘이 기울고 있으니까.
“아니. 그것은 동부가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선택이 아니다. 최악의 사태일 뿐.”
그러나 엡실론은 고개를 저었다.
어찌 됐든 타지역과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동부에도 큰 타격이니.
“또한, 내가 죽는다고 하여 달라질 것은 없다. 이미 차기 가주도 선출한 상황이니.”
“······!”
최악의 사태를 가정해도 상관없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엡실론은 황제의 소환에 응한다.
다른 가신들의 반발에도 완강하다.
‘더구나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건 오히려 큰 기회다. 그녀는 오랫동안 칩거한 상황이니.’
노련한 그는 역으로 동부를 더욱 중앙과 긴밀히 교류할 계획을 세운다.
설혹 제 목숨에 위협이 가더라도.
오직 동부를 위하여 움직인다.
“그런데 네카르에게는 따로 연락이 왔나?”
마지막으로 가문을 떠난 자식을 찾는다.
현재 물의 명가 크라우드의 번영을 이끈 자이자, 대륙 제일의 자랑이 된 아들. 크라우드의 상징이 된 대표 마법사다.
“예. 현재 베아트리체 공을 도와 북부를 구하고 황제를 피해 대피했다고 합니다.”
“조용히 수련할 테니 가주님의 ‘아쿠아 스톰’ 마법서를 보내줄 수 있냐고 물어보더군요.”
차기 가주 네하린과 가신들이 답한다.
“그 녀석이라면 내 비전 마법을 이어나갈 자격은 충분하겠지.”
엡실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내가 완성한 ‘아쿠아 스톰’ 비전 마법서를 보내줘라. 이는 재능이 있다고 익힐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도전할 기회는 주겠다.”
***
끼룩.
서북부 작은 섬 아르타 영지.
나는 오르비스 군함이 그곳에 정박하자마자 곧장 내린다.
“우욱······. 이번 생은 뱃놀이는 틀렸군.”
-구우움.
페널티 특성 허약한 몸 때문인지 배에 탑승하자마자 뱃멀미로 속을 게워냈으니까.
흙의 정령 노움도 땅을 벗어나니 괴로운지 날 따라서 한참 토하는 시늉을 했다.
진짜로 토하진 않았지만, 어지러운 건 매한가지인 모양.
-크르릉?
물론 하늘에서 날아온 용용이는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용용이는 대형 상급 몬스터 샌드 드레이크.
아무리 초대형 군함이라도 탑승하기 힘들 만큼 거대하니까. 하늘을 날아온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용용이를 타고 오는 건데······.’
굳이 배에 탔던 이유는 나 스스로 이렇게 뱃멀미를 하는 줄 몰랐을뿐더러,
베아트리체가 앞으로의 일을 상의할 게 많다고 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계속 뱃멀미를 하는 바람에 전혀 얘기하지 못했지만······.
별로 아쉬워하는 눈치는 아니니 다행이다.
“다녀왔습니다. 네카르 경.”
잠시 기다리자, 아르타 섬 영주를 만나러 간 베아트리체가 돌아왔다.
언제나 인형처럼 무표정을 유지하다가 내 앞에선 생기를 되찾는 그녀.
“아르타 영주와 대화는 잘 됐나?”
“물론입니다. 아르타 영주가 씨 드레이크 때문에 지원 요청을 한 건 참 오래됐거든요.”
베아트리체는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수십 년 전부터 날아온 지원 요청서를 보여준다.
아무래도 과거 오르비스 영주들은 이득이 되지 않아, 지원 요청을 무시한 모양.
“용의 비늘 따위 마음껏 가져가도 좋다고 하였습니다. 오색 빛깔의 비늘이라고 하니 바로 알아듣더군요.”
베아트리체는 입꼬리를 올린 채 계속 말했다.
하기야 북부의 패권자가 정체 모를 비늘을 넘기라고 한다면, 당연히 시골 깡촌 영주로선 겁에 질린 채 상납할 테니까.
그러한 상황이 자신의 달라진 권세를 실감케 해주겠지.
모든 일이 잘 풀린 줄 알았다.
“다만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뭐가 문제지?”
“그 보물은 작은 섬 창고에 있는 모양인데, 그 섬에 씨 드레이크가 주둔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
아르타 섬은 본섬.
흑해 근안에 있는 가장 큰 섬이고, 그 근처에 자잘한 바위섬이 다소 있었다.
그곳을 창고처럼 이용하다가 씨 드레이크에게 점령당한 모양.
‘‘용헌제(龍獻第)’······. 매해 씨 드레이크에게 제물을 바치는 행사. 이걸 제대로 못 하면 씨 드레이크가 습격한다는 거군.’
나는 베아트리체가 내미는 자료를 받아 읽는다.
최근 몇 해간 제대로 제물을 바치지 못해서 습격했다고.
“쫓아낼 수밖에 없겠군.”
“네, 저도 그편이 옳다고 생각해요.”
베아트리체는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설인왕 이미르를 처치한 후, 북부 전체가 크게 안정화됐으니.
동부와는 이미 교역하고 있으니, 중앙과 서부으로 갈 뱃길만 구하면 된다.
배에 실어서 운송하면 육로보다 훨씬 많은 양을 쉽게 옮길 수 있으니까.
아르타 섬을 장기적으로 안정화할 이유는 충분하다.
굳이 그녀가 직접 오겠다고 한 이유가 아마 이를 위한 발판으로 알맞은지 확인하려 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다만 문제는 황제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믿을만한 군함만 데려왔다는 점입니다. 우리끼리만으론 씨 드레이크를 처치하기엔 위험해요.”
베아트리체는 표정을 굳히며 말한다.
씨 드레이크 같은 해양 몬스터는 바닷속으로 잠수할 수 있는 바.
아무리 강력한 군함이라도 상대하기 매우 까다로운 적이다.
대형 군함이라도 극소수라면 씨 드레이크를 위협하기 힘들다. 역으로 사냥당할 수도 있다.
“일단 내가 조용히 정찰해보지.”
물론 드래곤 피어가 있는 나로선 크게 걱정하는 부분은 아니었다.
과거 용용이의 사례로 볼 때, 아룡족 중 하나인 씨 드레이크도 드래곤 아이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할 게 분명하므로.
‘여차하면 그냥 죽여버려도 되고.’
나는 살벌하게 눈을 뜬다.
“말로만 조용히 다녀오신다고 하는 거 아니죠?”
베아트리체가 눈을 깜빡거리며 빤히 쳐다본다.
여차하면 배 안에 가둬둘 분위기.
아무래도 내가 드래곤 하트 덕분에 마나를 다 회복했다는 걸 알지 못하기에, 아직 마나 고갈 상태라고 걱정하는 모양이다.
다만 굳이 걱정을 끼칠 이유가 없어 적당히 거짓말했다.
“걱정 마라. 그리 급한 일 없으니.”
“그럼 저도 함께 가도 되겠네요?”
“······.”
이에 베아트리체는 싱긋 웃으며 팔짱을 낀다.
마치 모든 게 손바닥 안이라는 듯. 그 말조차 예측했다는 듯 말이다.
나와 함께 군함에 오른다. 꼼짝없이 정찰만 하게 생겼다.
“······잠시만요!”
“?”
그때 뭍에서 한 사내가 달려온다.
“넌 누구지?”
“헉······. 헉······. 저는 아르타 영주의 막내 아들 ‘아빈’이라고 합니다!”
한 젊은 사내가 말한다.
매우 지쳤는지 숨을 헐떡인다. 큰일이 있는지 눈망울까지 글썽인다.
“무슨 일이냐?”
“현재 저희 영지의 장남이 무리하게 어업 활동을 하시다가 실종됐습니다! 혹 실례가 아니라면, 큰 바다로 함께 수색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실종?
안타까운 사고가 있던 모양이다.
하지만 굳이 군함까지 움직여서 도와야 하나 생각이 들었을 때,
“저는 현지인으로서 이곳 바다를 잘 알고 있습니다! 암초에 걸릴 수도 있으니 도와주신다면 길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꽤 매력적인 제안을 한다.
떠오르는 바가 있다.
‘저놈을 이용해서 씨 드레이크 바로 앞까지 가면 되겠군.’
사악한 미소를 짓는다. 선심 쓰듯 배에 태운다.
배에 출항 명령을 내린다.
***
쏴아아아.
오르비스 군함 한 척은 바다로 출항했다.
“암초가 많은 건가?”
“앗, 옛! 다소 멀지만 조금 돌아가면 이런 큰 배도 괜찮을 겁니다!”
바짝 긴장한 아빈.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리 내가 고인물이라도 현실 암초까지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남몰래 속삭인다.
‘실컷 돌아가도 좋다. 그 대신, 최대한 씨 드레이크 근처로 배를 몰도록.’
‘······! 알겠습니다.’
이 녀석도 장남을 구한 일념 하에 열심히 협조한다.
그렇게 밤이 드리운다.
“저기군.”
그렇게 목적지 인근까지 안전하게 도착한다.
씨 드레이크가 머문다는 작은 바위 섬.
바다에서 해류가 밀려 들어오는 길목에 자리 잡은 창고다.
펄떡, 펄떡.
그러나 그곳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수면 위에 수천 마리의 고기들이 바글바글 모여있었으니까.
고오오.
키야악!
심지어 거기에 있는 고기는 일반적인 물고기가 아니었다.
소드 피쉬, 아머 피쉬, 전기 해파리, 상어 등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들.
그들이 서로 지느러미를 부딪치며 가만히 뭉쳐있다. 거대 포식자들이 물고기 떼를 이루고 있다.
“헉, 저게 뭐야.”
“모두 조용.”
나는 놀란 해군들을 조용히 시킨다. 등불을 끄고 돛대를 내린다. 숨죽이고 주위를 둘러본다.
칠흑 같은 어두운 밤이기에 어떤 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을 것 같지만······.
나는 드래곤 아이와 발달된 기감을 가지고 있으니.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어둠에 적응하면 평소 보이지 않던 것이 들리고 보인다.
[헉, 헉! 언제 봐도 신기하단 말이야. 이 작은 장치 하나로 저 괴물들이 꼼짝 못하는 모습은.]
저 멀리서 잡담하는 소리를 듣는다. 소리 나는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곳에는 머리에 금빛 해골 문양이 그려진 해적선과 해적들이 있었다.
그들이 바다에 떼지어 모인 해양 몬스터들에게 먹이를 던져주고 있다.
‘······금빛 해골 해적단. 해적왕 데비존이 이끄는 수하들이다.’
-lv21 금빛 해골 해적단 졸개.
-lv22 금빛 해골 해적단 졸개.
나는 표정을 딱딱히 굳힌다.
해적왕 데비존.
악의 교단 제5군단장 탐욕왕 엘드리치의 수하 중 하나로, 서부 바다의 지배자.
일개 해적 따위가 아니라, 서부 바다 전체에서 적수를 찾아보기 힘든 대해적이다.
대륙에서 가장 부유하지만, 현재 치안이 매우 나쁘다는 서부를 습격하고, 황실로 가는 조운선을 약탈하는 악명 높은 괴한들.
그 해적들이 서북부까지 올라와서 고함치고 있는 거다.
[괜히 건드리진 마라. 저 괴물들이 스트레스 많이 받으면 흑마법이 풀릴 수도 있다고 했으니.]
[알고 있어! 임마. 근데 역시 아룡의 피를 이어받은 놈은 다르긴 한가 봐! 이 ‘암흑 구슬’을 하나 통째로 쓰고 있는데도 제대로 통제가 안 되잖아!]
······암흑 구슬?
나는 해적들이 품에 들고 있는 구슬을 살핀다.
칠흑처럼 어두운 구슬. 사람 머리만 한 구슬을 각각 하나씩. 총 2개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아까 보았던 소드 피쉬와 해양 몬스터들이 바글바글한 곳을 드리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의 암흑 구슬이 검은 기운을 흩뿌리는 곳엔,
-크오오오오-!!!
-lv54 씨(sea) 드레이크. (타락화.)
거대한 푸른 물뱀이 한 마리 있었다.
용두사미(龍頭蛇尾).
머리는 용과 같지만, 몸통과 꼬리는 뱀처럼 생긴 용.
서양의 용이라기보다는, 동양의 용에 가까운 괴수가 붉은 눈을 번뜩이며 포효한다.
어둠의 힘으로 강화됐는지, 평상시 온순하다는 해룡의 특성 없이 매우 포악했다.
머릿속이 괴로운지 거대한 꼬리를 마구 휘두른다. 근처에 눈에 띄는 바위나 나무는 물론, 근처 해적선까지 모조리 내리친다.
쿠과과광-!!
일격에 두 동강 나는 중형 해적선 한 채.
꼬리를 휘두른 것만으로도 해적선을 부숴버린다.
팔딱, 팔딱, 팔딱!
고오오!!
바글거리던 해양 몬스터 떼도 공포에 질려 몸부림친다.
흑마법에 세뇌 당해도 생존 본능은 남아있는 모양. 해룡의 피어에 공포에 질리는 거다.
덕분에 그들을 조종하는 해적들이 더욱 힘들게 검은 구슬에 마력을 쏟아 넣는다.
당장 바다에 떨어진 해적들이 비명을 지른다.
[크아악! 제기랄, 똑바로 감독 못 해? 이러다 다 죽겠어!]
[나라고 대충 하고 있는 거 같냐. 씨팔! 저놈이 억세게 본능이 강한 걸 어떻게 하냐!]
[으아악! 살려줘! 이쪽을 바라본다!]
“······.”
해적들에게 건질 만한 대화는 이게 끝이었다.
저 괴물들로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지는 듣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대략적으로 이 해양 몬스터들의 용도를 알고 있었다.
‘······악의 교단 제5군단장 탐욕왕 엘드리치가 ‘공중요새 라퓨타’를 가동하는 순간, 함께 부리려는 용도였겠지.’
공중요새 ‘라퓨타’.
엘드리치의 최종 병기로, 극히 희귀한 광물과 수천 개의 마력석을 모조리 때려 박은 천공의 요새다.
이론상 최고 화력은 설인왕 이미르 본체에 비견되고, 견고함은 마계의 최고 궁궐 판데모니카에 비유되는 부유섬.
······물론 지금은 원작보다 10년 전.
원작에서도 미완성이었던 최종 병기인 만큼, 지금은 더욱 불완전한 상태지만.
그 사태의 심각성을 체감한다.
만약 하늘에서 공중요새 라퓨타가 강림하고, 바다에서 해룡과 해양 몬스터들이 포위하며, 육지에서 흑기사와 흑마법사가 집단 돌격해온다면?
그야말로 아르카나 대륙의 멸망이 성큼 다가오는 것일 테니.
'해적들이 사고로 통제가 풀려서 아르타 섬이 멸망하는 모양이군.’
원작에서도 들어나지 않은 전후 사정도 유추한다.
내가 플레이한 원작 <별들의 전쟁2>에서 아르타 섬은 사람 한 명 없는 단순한 몬스터 필드였으니까.
최종 보스가 해룡이었고.
그런데 10년 전엔 사람이 살았단 걸 보아, 저 해적놈들이 섬을 망치는 모양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아르타 섬에 있는 모든 사람이 죽겠지.’
표정을 딱딱하게 굳힌다.
비록 아르타 섬은 촌 동네이고, 작은 영지지만 그래도 총인구가 3천 명이 넘는 중소 영지.
북부와 서부, 중앙 모두를 뱃길로 이을 수 있는 풍요로운 어촌 영지니까.
만약 저 몬스터들이 미쳐 날뛴다면 섬에 있는 죄 없는 사람들은 달아날 곳도 없이 깨끗이 전멸하게 될 것이다. 저 빌어먹을 해적 새끼들 때문에.
마침 상대할 방법도 있다.
‘우선 저 검은 구슬을 파괴하고, 드래곤 피어로 제압하면 되겠군.’
사악한 미소를 짓는다.
아무래도 해양 몬스터들은 살기에 매우 민감한 모양이니까.
드래곤 피어로 씨 드레이크부터 제압하고, 조련한다면 오히려 해적들이 부리는 해양 몬스터들을 역으로 부릴 수 있으리라.
향후 북부 교역을 위해서라도.
두 번째 부하 ‘물용이’를 무사히 포획하기 위해서라도.
서북부까지 온 해적들을 일망타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