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마신강림 (魔神降臨) (3)
30분 전,
나는 다크 엘프들의 매복을 물리치고, 레지스탕스 가면을 벗는다.
천년산성 이남을 바라본다.
검은 구름에 뒤덮인 북부 하늘.
횃불을 꺼내도 칠흑 같은 밤처럼 어두컴컴하다. 태양조차 힘을 잃고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빙하기가 찾아온 것처럼 기온이 떨어져 으스스하다.
‘악과 파괴의 교단 제6군단장 설인왕(雪人王) 이미르. 그자가 강림했다······.’
입김을 내뱉으며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곱씹는다.
설인왕 이미르.
대륙 전체를 멸망시키려고 하는 7개의 거악 중 하나.
고대 용족조차 염려한 아르카나 대륙의 적.
홀로 북부 전체를 멸망시킬 수 있는 마계의 7군주 중 하나.
그 존재가 강림한 거다.
-움움······.
흙의 하급 정령 노움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날 바라본다.
정령은 계약자와 감정을 공유하니까.
내 마음속에서 두려움이 스멀스멀 차오른 걸 느끼고 무릎에 쌓인 눈을 털어준다.
그 후, 우트가르다 산에서 훔쳐오라고 했던 보물들을 조심스럽게 넘긴다.
[이름 : 최고급 마나 큐브 (RARE.)]
[효과 : 부술 시, 최대 마나가 일시적으로 증폭된다. (중첩 가능.)]
* 경고! 지나치게 많이 증폭할 경우, 폭주할 수 있습니다!
무려 최고급 마나 큐브 50개.
비록 데힐라칸을 상대했을 때 마셨던 ‘블루 번’ 같은 각성 효과는 없지만, 이 또한 합치면 엄청난 보물이다.
마법 물품들은 하나하나가 부르는 게 값이니까.
안 그래도 무한한 마나를 가지고 있다는 드래곤 하트에 곁들인다면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터.
“고맙다. 덕분에 힘이 난다.”
나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한다.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어보지만, 긴장한 몸은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다.
노움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이 떨린다.
땅이 울리는 소리에 산짐승이 놀라 달아나고, 숨어지내던 이종족들이 황급히 짐을 꾸려서 대피하고 있거늘.
홀로 외로이 정반대 방향으로, 진동의 근원지로 날아가야 하므로.
“?”
그때 보였다.
북부의 기사들이 강철실을 가지고 이미르의 발목을 묶는 모습.
폭주하는 이미르에게 깨강정처럼 박살나 비명을 지르면서도 끝까지 버티고 버티는 모습.
수많은 북부 병사가 동조해 빈자리를 채우는 처절하게 싸우는 장면이 말이다.
'······외로운 싸움은 아니었군.'
나 또한 이에 호응한다.
원래 아룡기사로서, 동부의 구원자로서 싸울 뿐, ‘중력 마법’을 쓸 생각은 없었다.
수천, 수만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마신 문두스의 힘을 사용한다면 당장 대륙 공적이 될 것이 분명하니까.
【중력 제어 lv1.】
하지만 나도 모르게 발동했다.
베아트리체를 비롯한 북부 핵심 군단이 절멸할 위기니까.
만약 저들이 하늘 위로 솟구쳐 땅에 고꾸라져 죽는다면 나 또한 진 엔딩에 도달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나처럼 처절한 싸움을 하는 전사들이니까.
레지스탕스의 빛과 어둠의 가면을 다시 쓴다.
눈보라를 맞으며 초고속 비행한다.
이번 결정 때문에 설혹 죽게 되더라도.
후회하지 않는다.
***
고오오오! 쿠과과광-!!!
성물 기간테스의 힘을 발동한다.
천년산성을 내려다보던 설인왕 이미르를 저 멀리 날려버린다.
거대한 설산에 처박히는 초대형 거인. 그러나 압도적인 덩치 탓일까?
역으로 설산이 무너진다. 설인왕 이미르는 압도적인 체격으로 버텨낸다.
그러나 그 사이, 중력 마법으로 공중에 뜬 북부 용사들을 구해낸다.
[그 힘은, 중력 마법이군······.]
붉은 눈을 형형이 번뜩인다. 온몸을 감싼 사악한 힘이 넘실거린다.
[······마신 문두스. 진정으로, 아르카나 대륙에 돌아온 것이냐.]
뻐드렁니 사이로 차디찬 입김을 내뿜으며 읊조린다. 살기 어린 눈동자.
눈을 마주하니 빨려들어 갈 것 같다.
숨쉬기 힘들다. 드래곤 아이를 가진 나조차 버거운 심연.
드래곤 아이 스킬 레벨이 고작 2인 탓이다.
“으아아······. 저, 저 거인을 무슨 수로 쓰러뜨린단 말인가?”
“마신 문두스라면. 북부의 대재앙이라고 불린 자라면 혹시?”
“자, 잠깐! 저건 아룡기사잖아! 그 젊은 동부의 구원자가 사실 마신 문두스라고?”
“······.”
그 사이 공중에 둥둥 떠다니던 병사들을 지상으로 내려준다.
드래곤 아이가 없는 일반 병사들은 공포에 질린다.
이미 공황상태에 빠진 자들.
가만히 서서 검은 하늘에서 내리는 사악한 눈을 맞는다.
‘마지막 희망은 아마 나겠지.’
보다 정확히는 아룡기사가 아니라, 마신 문두스.
그 위명은 전 대륙에 널리 알려져 있으니.
가짜 마신으로라도 그 희망을 이어 나갈 생각이다.
콰드드득!
따라서 나는 공중에 떠오르며 50개의 최고급 마나 큐브를 모조리 부순다.
초장부터 전력으로 나선다.
-강력 경고! 마나 과잉! 한꺼번에 너무 많은 마나를 흡수하셨습니다!
-일시적으로 추가 마나가 500% 충전됩니다! 이 넘치는 마나는 빠르게 증발할 것입니다.
-폭주 상태에 빠집니다!
.
.
막대한 마나가 내 혈관 속에서 소용돌이친다.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른다.
“크으읏, 하아압!”
그러나 이를 악물고 이겨낸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들은 이보다 훨씬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것들뿐이니.
전신에서 푸른 마나를 뿜어낸다. 마치 푸른 구체가 구름처럼 떠있는 듯 하다.
설인왕 이미르에 버금가는 푸른 마나.
하늘에서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가 돼어 군림한다.
[오랜만에 제대로 싸울 상대를 만났구나.]
그 모습에 설인왕 이미르는 뻐드렁니를 드러내며 웃는다.
진짜 강자라면 마신 문두스든, 아니든 별로 신경쓰지 않는 태도.
그의 인정으로 내가 가짜 마신이라는 의혹은 종결된다.
[전력으로 덤벼라. 그렇지 않으면 부서질 테니.]
“······!!”
이미르는 제 육신을 완전히 삼킨 붉은 마력을 뿜어낸다.
붉은 마력들이 송곳처럼 뾰족해진 채 내게 날아오른다.
솟구친 붉은 에너지 하나하나가 거대한 미사일이 돼서 검은 하늘 아래를 뒤엎는다.
마치 소행성 파편들이 내게 일제히 쏟아지는 것 같다.
지상에 안착한 베아트리체와 북부 용사들이 헉, 숨을 들이마신다.
【바람의 길 lv4.】
쐐애애액! 쿠과과광!
나는 용용이를 타고 바람의 길로 피한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붉은 에너지는 워터 실드로 막아낸다.
와장창, 하늘이 뒤흔들린다.
본래 눈보라의 악마 니키타에게서도 뚫려 피해를 보았었지만.
푸른 마나 덩어리로 각성한 지금의 나는 어떻게든 이 악물고 버텨낸다.
[시시하게 도망만 다니는 것이냐!]
지이이잉-!!
그러자 하늘이 열리고 붉은 아공간 게이트가 생성된다.
존재만으로도 주위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거대 게이트.
저 게이트 속으로 주먹이 내리칠 터다.
그 일격은 가히 운석 소환급. 천년산성 성문을 관통할 파괴력이다.
‘이건, 지금의 워터 실드로도 못 막는다······!!’
【기간테스의 힘 lv1.】
만약 여기서 내가 피하면 천년산성에 모인 모두가 죽게 되겠지.
깊은 푸른 눈에 살기를 번뜩인다. 절대 반지가 뜨겁게 타오른다.
붉은 눈의 스태프를 묵직하게 들어 올린다. 내 마나와 공명하며 악마의 눈처럼 타오른다.
지이이잉-!!
그러자 내 마나는 설인왕 이미르가 열은 아공간 게이트와 마주보는 곳에 또 하나의 아공간 게이트가 연다.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화이트 홀.
그 안에서 적과 대등한 크기의 기간테스 거인의 주먹이 튀어나온다.
나는 오른쪽 주먹을 이미르를 향해 전력으로 내지른다. 나와 똑같은 동작으로 기간테스 거인의 푸른 주먹이 날아든다.
설인왕 이미르 또한 붉은 아공간 게이트에서는 붉은 갑주를 두른 채 주먹을 내지른다.
두 주먹이 충돌한다.
꽈아아아아앙-!!!!!
천지가 무너지는 소리.
두 세계가 충돌한다. 푸른 마나의 공간과 붉은 마력의 힘이 맞부딪힌다.
그 충격파만으로 새하얀 설산 산맥이 눈을 떨구고 갈색 산맥으로 변한다. 부서졌던 천년산성 성벽이 완전히 무너진다.
지상에서 북부 용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프레야 사제들이 펼친 실드가 깨진다. 몇몇 사제가 내상을 입고 쓰러진다.
실로 압도적인 파괴력.
힘의 제왕이라는 제6군단장 설인왕 이미르와 정면으로 맞부딪힌 덕이다.
“큭······!”
나 또한 충격파에 속이 진탕 뒤집혔다.
빛과 어둠의 가면이 반쯤 깨진다. 용용이도 비명을 지른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마나를 느낀다. 몸에 둘렀던 푸른 에너지가 절반 가까이 소멸한다.
[검은 하늘 아래 힘에서 나와 맞먹는 자가 있다니······!]
허나 마계의 지고한 군주 이미르는 그것만으로도 놀라워한다.
[과연. 프로세피나 말대로 아르카나 대륙에 강림한 보람이 있구나······!]
지이이잉-!!
이미르는 제1군단장이자 마계의 지배자 심연왕 ‘프로세피나’를 거론하며 또다시 붉은 아공간 게이트를 연다.
이번엔 무려 3개.
도저히 정면에서 힘으로 막아낼 수 없는 양이다.
‘······그래, 그렇게 나오겠지.’
하지만 내가 바란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과부하.
나는 생성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진 이미르의 아공간 게이트를 바라본다.
아무리 설인왕 이미르가 강대하다고 해도, 지금은 원작보다 약 10년 전.
본체의 힘을 대부분 잃어버린 상태에서 무리하게 계속 싸울 수 없다.
원작에서도 아공간 게이트는 자주 열지 못했으니까.
들끓는 혈기에 무려 3개나 한꺼번에 열었으니, 그 시간은 훨씬 오래 걸릴 것이다.
‘더구나 최고급 마나 큐브라도 지속시간에 한계가 있다······! 지금 승부를 봐야 한다!’
마나 큐브.
전에 마셨던 흑마법의 비약 ‘블루 번’보다 지속 화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블루 번은 30분간 최대 화력이 50% 증폭되지만, 마나 큐브는 비교적 안전한 대신, 마나를 소모할수록 추가 화력도 빠르게 줄어드니까.
“루크레치아 예하! 아직 멀었습니까!”
따라서 나는 계속 침묵하고 있는 전투 성녀 루크레치아에게 작전을 호출한다.
그러자 통신 구슬에서 들리는 장미처럼 고고한 목소리.
[네카르. 네가 어떻게 마신 문두스의 권능을 빌려 쓰고 있는지는 나중에 묻겠다.]
이단 심문관답게 냉엄하면서도 살벌한 목소리.
그러나 현재 무엇이 더 중요한지 안다.
샤아아아아-!!
완전히 박살 난 천년산성에서 태양 같은 광원이 생성된다.
성녀 루크레치아가 찬연한 빛을 뿜어내며, 성문만큼 ‘거대한 프레야 여신 석상’을 한 손으로 끌고 달려온다.
“감정!”
[이름 : 프레야 여신의 고대 석상 (ANCIENT.)]
[설명 : 프레야 여신이 성스러운 창 ‘롱기누스’를 든 모습의 고대 석상. 신도들을 보호하려는 여신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특수 효과1 : (미해금).]
[특수 효과2 : (미해금.)]
프레야 여신의 고대 석상.
루크레치아처럼 화려하고도 티 한 점 없이 아름다운 프레야 여신이 거대한 창을 번쩍 들어 올리고 있는 모습의 석상이다.
고대의 성물치고 기본 효과가 없어 매우 심심한 편이다.
그러나 이 고대 성물의 진가는 사제들의 기도 이후 발휘된다.
이 고대의 성물은 특별한 권능이 무려 두 개나 숨겨져 있었으니.
“아아, 아아.”
루크레치아의 명령으로 일제히 합창하는 프레야 사제들.
성가대를 중심으로 수많은 사제가 아름다운 화음을 이룬다.
천국처럼 추상적인 신성력과 지상처럼 물리적인 목소리가 한 곳에 어우러진다.
그 하모니는 피로 물든 전장에 공명한다. 모두의 상처를 달랜다.
번쩍-!!
그 순간 빛나는, 성창을 든 프레야 여신 석상.
화르르륵-!!
자비롭게 바라보던 시선이 맹렬하게 뒤바뀐다.
들고 있던 ‘성스러운 창’이 활화산처럼 타오른다.
-고대 성물, 프레야 여신의 석상에서 첫 번째 특별한 힘이 깨어납니다!
-성창 ‘롱기누스’ 인근에 있는 모든 프레야 신도에게 ‘성스러운 불’을 부여합니다!
성화(聖火).
사람도, 나무도, 기름마저 태우지 않는 새하얀 불이다.
이 불이 모두의 무구에 옮겨붙어 축복한다.
이는 오직 악마에게만 절대적인 힘을 내뿜으니.
[바보 같은 것. 그까짓 돌덩이가 너흴 지켜줄 것 같으냐?]
그 모습에 설인왕 이미르는 붉은 눈을 더욱 번뜩인다.
그 또한 내가 승부수를 던졌다는 걸 직감했는지, 사악한 마력을 더욱 거세게 뿜어낸다.
쿠고고고고-!!
설인왕 이미르가 우상숭배를 비웃으며 주위에 널린 설인 시체를 흡수한다.
만년설의 악마 아우둠라의 힘이 깃들어 있는 존재들.
콰아아아아!
그러자 요툰모드로 전신을 검붉게 변한다. 덩치가 더욱 커지고 완전히 검게 변한다.
지이잉. 고오오오오-!!!!
대파괴 주문을 발동한다.
3개의 거대한 아공간 게이트가 아까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로 생성된다.
그 뒤에 5개의 아공간 게이트가 추가로 생성되기 시작한다.
‘저게, 발현되는 순간, 천년산성 모두가 죽는다······!!’
오싹,
식은땀이 돋는다. 수초 안에 나와 베아트리체를 비롯한 수많은 목숨의 운명이 걸렸으니.
【기간테스의 힘 lv1.】
막기 위해선 먼저 죽이는 수 밖에 없다.
나는 남은 푸른 에너지를 모두 끌어모아 절대 반지로 현현한다. 깨질 듯 검은 연기가 타오른다.
콰아아아앙-!!!
설인왕 이미르에게 작렬하는 기간테스의 거인 손.
우트가르다 산을 통째로 무너뜨린 일격을 재현한다.
그러나 아직 스킬 레벨이 1이기에 일격에 처치할 순 없었다.
더구나 현재 설인왕 이미르는 검은 갑주로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으니.
충격을 흡수한다.
[고작 이 정도냐······. 간지럽도다······!]
저 멀리까지 땅이 무너질지언정 일격에 쓰러지진 않았다.
하지만 이 정도는 나도 알고 있는 일이다.
“루크레치아! 프레야 여신의 석상을 들어 올려라!”
【중력 제어 lv1.】
악착같이 남은 마나를 긁어모아 중력 마법을 시전한다.
그렇게 들어 올린 건 프레야 여신의 고대 석상.
성스러운 창 ‘롱기누스’를 들고 있는 여신의 석상이다.
쿠고고고······!!
하늘 높게 솟구치는 여신의 석상.
석상답게 무시무시한 질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활화산처럼 성화가 타오르고 있는데도.
통째로 중력 마법으로 들어 올린다. 구름 위로 들어올린다.
"모두! 석상을 향해 남은 신성력을 모두 전달해라!"
“프레야 여신을 위하여!”
샤아아아아-!!!
성녀 루크레치아가 명령한다. 살아남은 사제들이 모든 신성력을 발산한다. 붉은 기 깃든 금발이 산발한다.
그 신성력은 별처럼 상공에 떠있는 프레야 여신 석상에게 향한다.
덕분에 석상이 광원이 돼서 태양처럼 빛난다.
샤아아.
쓰러졌던 북부 기사들도 각자 힘을 하늘 높이 보낸다.
한 줄기 한 줄기는 약했지만, 한 곳에 모인 성스러운 창 롱기누스는 활화산처럼 거세게 타오른다.
검은 하늘을 더욱 밝게 드리운다.
“그만, 사라져라. 이미르······!!”
【중력 제어 lv1.】
나는 과부화된 몸을 억지로 움직인다. 혈관이 터져나간 오른손을 무겁게 끌어내린다.
추위에 입김 대신 푸른 마나가 뿜어진다.
쐐애애액, 콰아아아아아-!!!!
내 손짓에 검은 하늘 높이 떠 있던 프레야 여신의 석상이 설인왕 이미르를 향해 내리꽂힌다.
마치 운석처럼 거대한 열을 뿜어내며 이미르의 ‘심장’을 노린다.
데몬 하트.
악마들의 본연적인 약점. 본체로 강림한 이미르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부위를 향해 강림한다.
[--!!]
태양이 지상으로 떨어진다.
빛이 온 세상을 드리운다.
그 어떤 공격에도 끄떡없던 이미르조차 이 공격만큼은 고통스러웠는지 외마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피하려고 해도 절대 반지 ‘기간테스의 힘’이 붙잡고 있었기에 그럴 수 없었다.
꽈드드득······!!
프레야의 성스러운 창이 이미르의 가슴에 꽂힌다.
요툰모드의 검은 갑주를 깨고 들어간다.
[과, 연······. 마신, 문두스······. 교단의 가장 큰 적인가······!]
“······!!”
그런데도 설인왕 이미르는 아직도 힘으로써 버텼다.
압도적인 체격.
무시무시한 질량으로 떨어지는 프레야 여신의 석상을 양손을 희생해서 붙잡아 막은 것이다.
‘조금만, 더······. 가면 되는 데······.’
【중력 제어 lv1.】
나는 피를 한 움큼 토하며 몸을 떨었다.
성스러운 창 롱기누스가 검은 갑주와 흰 털의 근육을 뚫고 갈비뼈까지 도달했으니까.
갈비뼈 속 데몬 하트가 희미하게 엿보인다.
말 그대로 이미르로서도 가까스로 버틴 것이다.
하지만 이미 한계까지 끌어낸 몸은 더이상 중력 마법을 강하게 시전하지 못했다.
“아아······.”
샤아······.
기력이 소진된 건 프레야 사제들도 마찬가지.
이미 마지막 남은 한 올까지 신성력을 부여했는지 더는 힘을 내지 못한다.
[준비한, 것은······. 여기까지, 인 모양이구나······. 참으로, 만족스러운, 결투였도다······.]
이에 설인왕 이미르는 뻐드렁니를 드러내며 웃는다.
입가에서 붉은 피가 폭포수처럼 흐르면서도 무너지지 않는다.
괴물 같은 신체 능력으로 제 가슴에 박힌 프레야 석상을 밀어낸다. 중력 마법을 억지로 더해봐도, 점차 밀려난다.
“베아, 트리, 체······!”
하지만 나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마지막 카드를 부른다. 정신이 혼미하다. 용용이도 힘이 다해 땅으로 추락한다.
우와아아아-!!!
투두두두두.
그러자 천년산성을 지키던 일반 병사들.
아직 살아남은 자들이 달려온다.
공중에 날려가 개미 떼처럼 죽을 상황에서 내가 중력 마법으로 구해준 자들.
베아트리체가 그들을 이끌고 달려온다.
"모두 당겨라! 강철실을 잡아당겨!"
"우리가 할 수 밖에 없다! 남은 건 우리 뿐이다!"
강철실을 잡아당긴다. 쿠웅, 이미르가 한쪽 무릎 꿇는다.
[크헉······! 기껏해야 개미 떼 주제에······!!]
콰아앙! 콰앙! 쾅!
물론 이미르는 나머지 한쪽 발을 구른다. 양팔이 프레야 석상을 막느라 소멸했을 뿐, 두 다리는 비교적 멀쩡하므로.
힘없이 휩쓸려가는 일반 보병들. 깨강정처럼 짓밟혀 죽는다.
그러나 끝까지 강철실을 놓진 않는다.
이곳은 인류의 최전선.
그들의 패배는 곧 인류의 패배이자, 북부의 멸망이므로.
북부의 전사라면 죽음으로서 지켜야 할 네 가지 가치.
'가족', '동료', '명예', '신앙'을 위하여 제 목숨을 바친다.
지켜보는 모든 이의 마음이 뜨겁게 운다.
고오오.
그 노고를 보고 있던 건 인간 뿐만 아니다.
설인왕 이미르 가슴에 반쯤 박혀 있던 프레야 여신의 고대 석상이 다시 한번 눈 뜬다.
마지막 조건이 충족됐다는 증거.
"아직, 한발 남았다······!"
나는 품에 있던 성수 한 병을 성창으로 집어 던진다.
쨍그랑, 깨지면서 신성력이 성창을 적신다.
성물 프레야 여신의 석상은 특수 능력이 무려 2개나 있으므로.
최후의 일격.
마지막 조건을 충족한다.
한 뜻으로 모인 인류의 소망을 기적으로 실현한다.
-두 번째 특수 스킬 ‘프레야 여신의 기적’의 모든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인류애, 마법, 검기, 신성력.)
-성창 롱기누스에 깃든 성화가 2차 폭발합니다! 사악한 모든 것을 물리칩니다!
-궁극의 스킬 '신화 재현'이 발동합니다!
선과 질서의 여신 프레야.
그 존재는 비록 극단적일지라도, 자신을 믿고 따르는 신도를 가엽게 여기고 얼마 남지 않은 신력(神力)을 쥐어짤 만한 선한 신이었으니.
콰아아.
성창이 2차 폭발한다.
[그어억······! 이, 이 빛은······!!]
온 세상을 집어삼키는 빛.
마계의 7군주 중 하나, 설인왕 이미르조차 그 거룩한 빛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다.
파츠츠츳······.
데몬 하트가 처연히 소멸한다.
막대한 힘에 정말로 시간이 멈춘다.
하늘에서 내리는 함박눈조차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눈이 녹듯 스르륵 사라지는 악마의 육신.
모두가 하염없이 바라본다.
-북부 설산을 지배하던 설인들의 왕 이미르를 물리치셨습니다.
-거인 계열 정점, 서리 거인 왕을 퇴치하셨습니다! 이는 4써클 마법사로 결코 불가능한 일입니다!
-악과 파괴의 교단 디메토르의 제6군단장 이미르를 본체로 물리치셨습니다! 그의 영혼은 두 번 다시 안식을 찾지 못할 것입니다!
-프레야 교단의 영웅! 당신은 동부는 물론, 북부까지 구원하셨습니다! 역사서에 길이 남을 위인으로 기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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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수없이 나타나는 시스템 창.
대륙 북부 전체를 멸망시키려고 했던 거악 이미르.
마계에서도 힘으로 이길 자가 없다는 그 악마를 처치했노라는 선언이다.
-아쿠아 lv4가 lv5로 오릅니다!
-워터 실드 lv4가 lv5로 오릅니다!
-윈드 마법이 lv1에서 lv4까지 3단 승급 합니다!
-파이어 마법이 lv1에서 lv4까지 3단 승급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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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피어 lv2가 lv3로 오릅니다!
-중력 제어 lv1이 lv2로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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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하게 울리는 보상.
그토록 레벨이 오르지 않던 용의 권능들까지 스킬이 오른다.
이후로도 수많은 시스템 창이 울리고.
쩡!
-써클에 막대한 경험치를 얻습니다!
-5써클의 벽을 뚫었습니다! 5써클 1티어에 도달합니다! 상급 마법 경지에 도달합니다!
5써클.
드디어 대륙 공식 대마법사에 도달한다는 문구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