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종결급 특성으로 대마법사-74화 (74/140)

74. 대한파 (4)

천년 산성.

이곳은 현재 태양이 보이지 않았다.

하늘이 무너진 듯 내리는 눈발에 가려지기도 했지만, 이는 궁극적인 이유가 아니다.

꿍! 콰아앙!

끝없이 흔들리는 진동.

설인이 날뛸 때마다 성벽 주위가 와르르 무너지며, 울림이 전해진다.

기사가 검기를 뿜어낼 때도 진동이 울린다.

잠깐 한눈을 팔면 즉사하기 때문에, 감히 태양을 올려다볼 시간이 없는 것이다.

‘이 정도면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 네카르 경이 돌아올 때까지 버틸 수 있음이야.’

베아트리체는 숨을 몰아쉬면서 생각했다.

네카르가 남긴 비책.

이를 통해 적의 예봉을 꺾었으니.

투두두두.

-크오오오!

더구나 천년산성 후방을 기습하려던 늑대 무리를 소탕한 것도 컸다.

늑대왕 펜리르.

그 덩치가 무려 천년산성 성문보다 거대한 대형 몬스터.

만약 대비하고 있지 않았다면, 후방이 무너져내리는 대참사가 벌어졌을 테지만.

“네놈이 늑대왕 펜리르로구나.”

콰직, 푸화아악-!!!

후방에 매복해있던 설산검 레오파드가 늑대왕 목에 칼을 꽂는다.

목을 가르고 심장까지 도려낸다. 초대형 늑대가 천년산성이 떠나가라 비명을 지른다. 붉은 피가 흰 눈을 가득 더럽힌다.

네카르의 비책.

기동력 좋은 거대 늑대들이 천년산성의 후방을 노릴 것이라 미리 말했기에, 역으로 기습한 것이다.

“그다음은 너다. 세미 리치.”

고오오오!

이후 설산검 레오파드는 싸늘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다.

보검을 들어 올리고 황금빛 검기를 구름까지 뿜어낸다.

하늘 높이 들어 올린 검을 온 체중을 실어서 전력으로 내리친다.

콰아아아아-!!!

그와 동시에 황금빛 파도가 몰아친다.

후방을 가득 메운 눈보라와 거대 늑대 따위 깨끗하게 지워버리고 흙바닥을 드러내는 검기 파동.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가는 설인들. 일검에 수백 마리의 설인들이 두 동강 난다.

저 멀리 떨어진 작은 산의 봉오리도 쪼갠다.

단 일검으로 전투를 종결짓는다.

“우와아아아! 과연 6클래스의 기사! 전대 로얄가드의 수장이시다아!”

“설산검 레오파드 공!! 북부 최강검이 나서신다아아-!!”

병사들은 살았다는 듯 극적인 함정을 내지른다.

아무래도 체격적으로 인간을 압도하는 설인들이 수없이 들이닥친 상황이니까.

천년산성과 함께 무덤이 될지 모른다는 공포가 잠식됐는데, 이것이 해소된 것이다.

[과연······. 이것이 우릴 1천 년이나 차디찬 얼음 산속에 처박았던 인간인가.]

뼈가 산산이 조각난 채 눈바닥에 쓰러진 세미 리치 데라한이 힘겹게 턱뼈를 달그락거렸다.

[······라고 말해주길 기대했느냐?]

그러나 데라한은 흑마법에서도 경지를 이뤘다는 세미 리치.

불사왕 데힐라칸의 지고한 경지에 비하면 고작 절반의 수준에 도달한 수준에 불과하지만, 인간계에서는 고작이 아니다.

성검이 아니고서야 아무리 부숴도 끝없이 부활했다.

더구나 데라한은 설인왕 이미르가 다스리는 수많은 악마와 충복 중에서도 단연 압도적인 마력과 권능을 가졌으니.

뿌두두두둑-!!

저 멀리서 강력한 흡입력으로 전장에 버려진 뼈들이 재조립된다.

그리고 산산 조각난 세미 리치 시신에 검보랏빛 불이 꺼지고, 재조립된 시신에 불이 들어온다.

[보아하니, 역시 설산검 레오파드. 네놈만 조심하면 될 것 같구나.]

세미 리치 데라한은 레오파드에게서 물러나며 말했다.

[스켈레톤 게이트.]

쿠구구궁.

그리고 천년 산성 쪽에는 스켈레톤 게이트를 추가한다.

남은 뼈를 모아 계단을 만든다.

불사왕 데힐라칸과 달리 막강한 언데드 군단으로 설산검 레오파드를 제압할 수 없으므로.

[가라. 설산검 레오파드를 피해서 천년산성을 공략하라.]

쿵, 쿵, 쿵.

-크워어어!

그를 버려두고 나약한 인간들을 노린다.

아직 살아있는 설인들은 뼈로 된 계단을 밟고 성큼성큼 천년산성 성벽으로 오른다.

아까와 달리 안전하고도 순식간에 올라오는 적들.

아무리 네카르가 비책을 남겼다고 한들, 절대적인 전력 차가 원체 심한 것이다.

천년산성 성벽에서 인간 비명 소리가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늘어난다.

천년산성 측 영주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이, 이건!”

“베아트리체 공! 이럴 땐 어떻게 합니까?”

“······.”

처음엔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신하던 영주들이 어느새 베아트리체만을 의지한다.

그녀는 한참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

“조금만 버티십시오.”

“예? 하지만······.”

“그분이 곧 도착하실 거에요.”

그분이라는 말에 북부 영주들은 잠깐 눈알을 굴리다가 이내 간신히 웃는다.

식은 땀을 흘리면서 웃는다.

“그렇군요! 이제 곧 프레야 교단의 성기사단이 지원 오시지요!”

“프레야 교단 총사령관 ‘루크레치아’ 예하! 성검 듀란달까지 가지신 그분께서 거의 도착하셨다 들었습니다!”

“······.”

그러나 베아트리체는 성녀 루크레치아의 합류가 언급되도 그리 기쁜 기색은 아니었다.

‘물론 루크레치아 예하의 구원군은 언데드에 약한 북부로선 가뭄의 단비 같지만······.’

오히려 눈보라 속에 가려진 저 멀리 요툰헤임 산맥을 바라본다.

저 많은 설인. 그리고 '그들의 왕'까지 막아낼 압도적인 전력은 아니니까.

북부의 구원자.

머나먼 변방에 작물마저 얼어버려 쓸모가 없는 혹한의 땅. 니케아 제국과 황제마저 잊어버린 드넓은 땅을 진정 잊지 않은 자는 따로 있노라니.

‘조금만 기다려라. 북부의 용사들아. 진정한 구원자가 곧 돌아올 테니.’

그자의 귀환을 기다린다.

***

우트가르다 산.

나는 얼음층이 붕괴하는 걸 보고 아쿠아 스톰이 제대로 적중했다고 생각했다.

-lv??? 성물 기간테스의 힘. (타락화.)

-lv21 3써클 흑마법사 다크 엘프 다니엘.

“······!”

그러나 시스템 창에서 다크 엘프들은 건재했다.

성물 기간테스의 힘을 담은 수레도 전혀 타격이 없었다.

펄-럭. 고오오오.

용용이가 날개를 펄럭여 얼음 연기를 날려버린다.

다크 엘프와 절대 반지가 검은 막으로 보호받고 있다.

-음--머-어-어-!!

-lv55 만년설의 악마 아우둠라. (화신체.)

다크 엘프들에게 사악한 베리어를 펼친 건 얼음으로 된 암소 악마 아우둠라.

기괴한 음역대로 날 비웃듯 울음을 흘린다.

설인왕 이미르의 수하로서 기간테스의 힘만큼은 지켜낸 것이다.

투콰과광! 쐐애애액-!!

더구나 암소 등에 붙은 새까만 가시를 뿜어낸다. 마치 유도 미사일처럼 날 추격해온다.

‘이건, 피할 수 없다!’

【워터 실드 lv3.】

나는 용용이를 타고 곡예 비행했지만, 끝없이 꼬리로 달라붙는 가시들.

다급히 실드를 3겹으로 펼쳤다.

와장창. 콰과광-!!

-키야아악!

“큿!”

실드로 몇 겹이나 막았음에도 전해지는 충격. 마지막 실드가 금이 간 채 아슬아슬하게 버텼다.

용용이가 고통스러운지 아우둠라에게 눈을 부라리지만, 나는 고개를 젓는다.

‘만년설의 악마 아우둠라. 저 괴물 또한 마계의 존재다. 일반적인 공격으로 처치할 수 있는 놈이 아니야.’

마계의 악마는 각자만의 권능과 약점이 있다.

먼저 아우둠라의 권능은 ‘얼음 생명체 잉태’.

차가운 마나만 있으면 얼마든지 설인을 잉태할 수 있는 권능이다.

그리고 그렇게 잉태한 생명체를 ‘세뇌’해서 죽을 때까지 조종할 수 있다.

설사 불 속에 뛰어들어 고통스럽게 녹아 죽는다고 해도 거역할 수 없는 권능이다.

‘반대로 말하면 저 아우둠라만 죽으면 설인 군단이 지배력을 잃고 방황한다는 거지.’

비록 세미 리치 데라한이 일으킨 언데드 설인들은 어쩔 수 없겠지만, 불사왕 데힐라칸급 리치가 아닌 만큼 한계가 명확할 테니까.

아우둠라만 처치하면 천년 산성을 위협하는 대부분 설인 군단을 물리칠 수 있다.

쐐애액!

따라서 나는 의미 없는 전투 대신, 악마의 ‘약점’을 찾는다.

계속 부활하는 얼음 악마 소는 내버려 두고, 설인을 양산하는 얼음 홀로 날아 들어간다.

고오오.

그중에는 이제 막 잉태된 300마리의 설인들이 보인다.

300마리 설인은 하나 같이 ‘소의 두개골’을 머리에 부착하고 있다. 사악한 힘이 흘러나오는 소의 두개골. 앞으로 아우둠라가 조종하기 위해 세뇌를 받는 거다.

‘저 ‘소의 두개골’들이 바로 만년설의 악마 아우둠라의 본체지.’

나는 표정을 딱딱히 굳힌다.

아마 저 수백 개의 두개골들은 북부 주민들의 소를 약탈해서 구한 것일 거다.

눈보라가 만년설로 쌓이는 요툰헤임 산맥에서 소들을 기를 수 없을 테니까.

가축이 귀한 북부에서 설인들이 저 많은 두개골을 모으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마을을 학살했을까?

나조차 상상이 가지 않는다. 차갑게 명령한다.

“물어.”

후우웁. 콰아아아-!!!

내 명령에 기다렸다는 듯 숨을 들이켜 내뱉는 용용이.

일전 탈피를 통해 덩치가 커진 만큼, 더욱 강력한 극독을 내뱉는다. 쏟아내는 액체가 크게 증폭됐다.

치이이익.

-크워어어-!!

막 태어난 설인들이 뼈째 녹아 죽는다.

비명이 얼음 성채 내에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차가운 피가 흩뿌려진다.

-그흐흐흐.

그러나 그런 날 비웃는 아우둠라.

고오오.

-만년설의 악마 아우둠라의 그릇 ‘소의 두개골’을 파괴하셨습니다. (2/300.)

아우둠라의 그릇은 원체 단단한 강도로 인해, 용용이의 숨결로도 거의 파괴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소의 두개골을 무려 300개나 박살 내야 한다라.”

무려 목숨이 300개나 있는 셈. 이마에 식은땀이 흐른다.

“생각보다 훨씬 쉽겠군.”

【바람의 길 lv3.】

약간의 허세와 동시에 집단 마법을 발현한다.

두개골은 부수지 못했지만, 막 태어난 설인들은 충분히 학살했으니까.

덩그러니 남은 298개의 두개골을 한 자리에 모은다.

‘결국, 소의 두개골은 평범한 뼈. 뼈 안쪽에 붙인 흑요석이 핵심인 흑마법 아티펙트일 뿐이다!’

아티펙트를 고장 내는 법.

이는 마나 과부하로 박살 내면 되는 일이니. 해답은 간단하다.

쿵, 쾅, 쿵, 쾅, 쿵!

한 자리에 모은 298개의 소 두개골에 막대한 마나를 뿜어낸다.

감히 악마의 매개체조차 감당할 수 없는 바다처럼 끝없는 마나.

콰앙! 와장창!

-······!

이윽고 두개골들을 터트린다. 내부 흑요석이 폭발하자, 그렇게 단단하던 머리뼈들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산산이 조각난다.

외부가 단단해서 파괴할 수 없다면 내부에서 자폭시킨 거다.

-음--머-어-어--!!!

그제야 악마의 암소가 공포에 질려서 사악한 마력을 발산하지만, 모두 피하고 막아낸다.

쩌저적!

-만년설의 악마 아우둠라의 그릇 ‘소의 두개골’을 파괴하셨습니다. (300/300.)

이윽고 머리뼈들이 모두 파괴되고.

-마계의 악마가 중간계에 머물 그릇이 모두 파괴됐습니다!

-아르카나 대륙은 프레야 여신의 가호가 서린 곳입니다! 그릇 없는 마계의 영혼은 방출력을 견디지 못하고 강제 귀환 됩니다!

만년설의 악마 아우둠라 또한 형상을 잃고, 마계로 강제 퇴출당한다.

비통한 울음소리와 함께 마계의 영혼이 빠져나가고, 싸늘한 얼음 동상만 남는다.

“헉······. 헉······. 이거 다시 못 할 짓이군.”

-크워어!

나는 숨을 헐떡거리며 설인을 피해 비행한다.

아무리 마나가 무한해도, 이를 사용하는 육체는 뜨겁게 과열돼 터져버릴 것 같으니까.

-만년설의 악마 아우둠라를 처치하셨습니다!

-설인들이 통제를 잃고 폭주합니다! 북부 멸망 계획에 중대한 차질을 겪습니다!

하지만 그런 가슴을 식혀주는 수없이 많은 시스템 창.

-아쿠아 lv3가 lv4가 됩니다!

-워터 실드 lv3가 lv4가 됩니다!

-바람의 길 lv3가 lv4가 됩니다!

당장 있을 설인왕 이미르와의 결전에 도움되라고 스킬 레벨도 높여 준다.

-4써클 5티어에 도달합니다!

마지막으로 5써클의 벽에 도달한다.

대륙공인 대마법사. 상급 마법을 정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경지가 목전이다.

‘설인왕 이미르가 이 자리에 없다······. 이는 이미 천년산성으로 쿵쿵 걸어가고 있다는 뜻이겠지.’

-크워어어!

나는 우트가르다 얼음 성채 내부를 둘러본다.

홀로 북부를 멸망시킬 수 있는 거악은 이 자리에 없었으니.

천년산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떠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금쯤 거의 당도했을 거다. 그 전에 빨리 정리하고 돌아가야 한다.’

따라서 서둘러 다크 엘프들을 처치하고 성물 ‘기간테스의 힘’을 탈취한다.

이후 수레에 담겨 있던 절대 반지를 탈취하고 다시 천장으로 날아오른다.

“감정.”

[이름 : 기간테스의 힘. (ANCIENT.)]

[설명 : 고대 대륙을 재패했다는‘기간테스’ 일족을 봉인한 반지. 마나를 불어넣으면 그 일족의 힘을 일부 끌어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무슨 연유인지 사악한 기운이 감싸고 있다.]

[특수 효과 : 마나를 불어넣은 만큼, 봉인된 거인의 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현재 사악한 힘이 맴돌고 있습니다! 정화가 필요합니다!

무려 고대급 성물.

위대한 세대라고 불린 고대 시대에 만들어진 성물답게 현재 성물들보다 압도적인 위력을 가진 성물이다.

본래 설인왕 이미르가 전 대륙을 멸망시키기 위해 타락화하던 아이템.

그 성물이 내 손에 들어왔다.

“진품이 맞군.”

-키야아악!

나는 절대 반지를 챙긴 만큼 창문을 통해 얼음 성채를 빠져나온다.

잠입한 목표는 오직 성물 기간테스의 힘.

이를 챙긴 만큼 더는 얼음 성채에 미련 없으니.

가방 속 성수와 세계수의 이슬을 꺼내 콸콸 쏟아낸다. 과거 베아트리체와 레지스탕스 대원들을 구하면서 선물 받은 아이템. 그 배합수를 붓는다.

-성물 '기간테스의 힘'에 깃든 사악한 힘을 정화했습니다!

치이익, 연기와 함께 정화된다.

우우웅!

[네카르 경! 레지스탕스입니다. 우트가르다 산을 무너뜨릴 시공을 완료했습니다!]

마침 통신 구슬이 울린다.

나는 레지스탕스 대원들에게 고생했다고 치하하며, 대피하라고 명한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곳도 작별이군.”

【어스 lv3.】

쿠구구궁.

나는 구름 위에서 얼음 성채를 내려다보며 어스 마법을 발현한다.

집단 마법.

여러 가지 마법을 복합적으로 발현하여 그 위력을 수십 배로 증폭하는 방식.

나는 스킬로 마법을 시전하는 만큼, 즉발로 마법을 사용하기에 혼자서도 재앙류 상급 마법 ‘어스 퀘이크’를 시전할 수 있었으니.

-우우우움-!!

거기에 흙의 정령 노움까지 손을 보탠다. 아직 등급은 하급이지만, 나와 함께 하며 상급 정령의 힘까지 발휘할 수 있는 노움이 전력을 더한 결과,

쿠구구궁······.

북부 최대 규모 산맥 요툰헤임이 흔들리고.

쿠과과과-!!

그중에서도 우트가르다 산 일대 지하 기반이 먼저 무너지더니.

쿵, 콰아아아아아아-!!!

어느 순간, 싱크홀이라도 일어났는지 거대한 산이 지하 속으로 와르르 빨려들어가는 것이었다.

와장창! 쨍그랑! 쿠과광-!!

-크워어어어-!!

-그아아아!

그 결과, 얼음 성체 속 홀에 갇혀 있던 수많은 설인이 비명을 지르며 우트가르다 산과 함께 지하로 빨려 들어간다.

마치 블랙홀에 끌려 들어가는 것처럼 비명을 지르는 설인들.

아닌 게 아니라, 현재 해발고도 6,000m가 넘던 우트가르다 산이 4,000m 가까이로 줄어들고 있으니까.

상식을 초월한 스케일.

집단 지진의 막대한 충격에 얼음 성채 속에 뚫어 놓은 빈공간이 깨져나가면서 높이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그 속에 갇힌 설인들이 살아남기 위해 발악한다. 몇몇 괴물들은 몸을 웅크리고 살아남으려고 한다.

“미안하지만 그건 안 되지.”

나는 하늘 위에서 그 장관을 내려다보며 마지막 마나를 쥐어짠다.

저 수많은 설인이 살아남으면 그만큼 북부에 사는 주민들이 약탈 당할 터이니.

이미 만년설의 악마 아우둠라와의 전투와 집단 어스퀘이크로 인해 드래곤 하트가 텅 비다 못 해 팽창한 것 같지만. 드래곤 하트는 무한한 마나가 깃든 심장.

결코, 완전히 마르는 법이 없으니.

품에 안고 있는 절대 반지를 발동한다.

치링.

절대 반지가 뜨겁게 빛난다. 그와 동시에 거인의 손가락에 맞던 크기가 내 손가락에 딱 맞도록 조절된다.

나는 오른손 약지에 절대 반지를 끼운다. 이후 막대한 양의 마나를 불어넣는다.

고오오오-!!

그와 동시에 하늘이 열린다. 우트가르다 산 위에 구름이 있던 자리에 공간이 일그러지며, 화이트홀이 생성된다.

거대 아공간 게이트.

이는 가히 일전 하르모르 산에서 설인왕 이미르가 열었던 공간 게이트에 비견될 크기다.

【기간테스의 힘 lv1.】

지이이잉! 고오오오!

그 안에서 푸른 손이 등장한다. 요툰헤임 산봉우리에 필적하는 크기. 그 손가락 하나가 거대 몬스터인 용용이에 맞먹는다.

내가 불어넣은 마나만큼 현현하는 거인의 손이다.

꽈악.

나는 오른손을 힘껏 주먹 쥔다.

그러자 거인의 손도 주먹을 꽉 쥔다. 주먹의 그림자가 우트가르다 산 전체를 드리운다.

나는 무너지는 우트가르다 산을 내려다보며 그 속에 있는 설인들을 향해 읊조렸다.

“살아남을 생각 말아라.”

쐐액, 쿠과과과과광-!!!!!

푸른 주먹이 우트가르다 산을 내리친다.

뾰족한 산 정상부터 얼음 성채 내부까지 스트레이트로 꿰뚫고 들어간다. 얼음들이 와장창창 깨져나간다.

안 그래도 무너지던 산이 완전히 짓뭉개진다.

마치 오르비스 대학살 때 화이트 드래곤이 산 정상을 파버린 것처럼.

요툰헤임 산맥 최고 고도 산이 가장 낮은 산까지 함몰된다.

“파괴력 하나는 끝내주는군.”

나는 희열이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특히 본래 이미르의 것이었기에 더욱 짜릿했다.

드디어 설인왕 이미르와 견줄 수 있는 궁극의 권능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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