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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결급 특성으로 대마법사-68화 (68/140)

68. 가짜 마신 (魔神) (1)

나는 용용이를 타고 북부 각 도시 영공을 가로지른다.

천년 산성부터 아르펜 영지, 스코틀린 영지, 글래스드 영지 등.

하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았을 땐, 사방을 가득 메운 눈밭에서도 고고하게 제 자리를 지키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드래곤 아이로 바라보니 그렇지 않았다.

“이곳에 레지스탕스의 협력자가 있다고 한다! 찾아라!”

“레지스탕스가 뭐 하는 조직입니까?”

“나도 모른다. 단지 영주님께서 체포하라고 하셨으니 일단 모두 잡아 들여라!”

북부 기사들이 민가를 기습해서 사람들을 체포한다.

“이거 놓으세요! 저흰 정말 아니라니까요!”

-lv1 선술집 주민 크리스틴.

-lv1 여관 주민 나샤.

하지만 시스템 창으로 보니, 그들은 레지스탕스 대원들이 아니다.

애초에 레지스탕스는 비밀 결사.

이미 낌새를 맡고 지하로 잠적했으니.

“······선배님. 이거 정말 맞는 겁니까? 아무래도 오해가 있었던 게.”

“제기랄, 난들 알아? 지금 영주님께서 반란 모략 계획을 발견하셨다고 길길이 날뛰신다. 까라면 까야지.”

애초에 북부 기사들도 이것이 옳은 건가? 의구심이 많은 상태였다.

그저 기사도의 중요 가치 중 하나가 ‘충(忠)’이었기에 따를 뿐.

타락한 북부 영주들이 잡아 들이라니, 일단 주민들을 체포해 조사할 뿐이었다.

‘북부 기사들은 중립적인 검이다. 누가 잡느냐가 중요할 뿐.’

북부 기사와 주민들은 아직 악의 교단이 창궐했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 때문에 현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북부 거의 모든 영주가 레지스탕스를 잡고 있으니, 옳은 거겠지.’ 생각하고 있을 뿐.

타락한 북부 영주들을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근거 중 하나다.

‘고대 용이 동부의 변을 막은 게 왜 나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는지 알겠군.’

자칫 잘못하면 민란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

어쩌면 북부가 두 세력으로 쪼개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이 상황을 끝내려면 역시 베르너 공작을 죽이고, 베아트리체를 차기 공작으로 즉위시켜야 한다.’

나는 현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 판단한다.

적들이 10년이나 이르게 거사를 일으켰다면, 이쪽 또한 10년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베르너 공작을 필두로 하는 타락한 북부 귀족들.

그들을 처리해야 북부의 검들이 검 끝을 바로 가리킬 것이다.

그래야 향후 대한파 때, 악의 교단 설인왕 이미르를 상대할 가능성이 생길 터.

‘하지만 어떻게?’

아직 레지스탕스를 비롯한 반란군 세력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상황.

무엇보다 프레야 교단의 지지를 아직 끌어내지 못했다.

원작 <별들의 전쟁2>에서는 베르너 공작이 악의 교단과 결탁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제보해서, 성기사단을 주축으로 강력한 군대를 얻었거늘.

아무리 루크레치아를 통신할 수 있다고 해도, 북부의 패자인 베르너 공작을 증거 없이 몰아내자고 할 수는 없다.

“결국 방법은 하나뿐이군.”

나는 중저음 목소리로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진짜 미친 짓’.

어쩌면 북부의 적은 물론, 대륙적인 공적이 되어 평생 뒤쫓기다 죽을지도 모르는 미친 짓이지만······.

······만약 일이 잘 풀리면 북부를 구원함과 동시에, 칩거한 황제까지 깨울 수 있는 실마리가 될 방법이니까.

‘하지만 나라면 정말 가능할지도 모른다.’

심장이 불길함을 감지하고 쿵쾅쿵쾅 뛴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알았다. 오직 나만이 가능한 방법.

이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이 없음을.

또한, 이것이 내 유일한 살길임을 직감한다.

이대로 북부가 무너지고, 설인왕 이미르가 부활하여 기간테스의 힘을 깨운다면 전 대륙이 멸망하게 될 테니까.

미친 짓 중에 미친 짓이라도 해보는 수밖에 없다.

“저기군.”

-lv46 흑기사 단장 다네스.

-lv32 고위 흑기사 다베.

-lv33 마탑 흙의 마법사 교수 크라드.

.

.

그렇게 쉬지 않고 날아서 셔우드 산 인근에 도착한다.

레지스탕스 근거지인 알바헤임.

그곳을 포위하고 마탑 마법사들을 초빙한 흑기사들을 발견한다.

‘마침 베르너 공작도 있군.’

-lv49 배교자 베르너 폰 오르비스.

상황도 딱 맞아 떨어진다.

흑기사와 마탑 마법사를 지휘하는 북부 타락 영주들.

쿠과과광-!!

그들은 셔우드 산 일대를 흙 마법으로 통째로 무너뜨리고 있었다.

이미 주위가 황폐해졌다.

집단 마법.

마탑 흙의 마법사들이 20명이나 모여서 ‘지진 마법’을 시전한다. 흙을 무너뜨리며, 일대 전체를 무너뜨린다.

자연경관을 무너뜨리는 대재앙이 일어난다. 천지가 진동한다. 싱크홀처럼 땅속 깊이 꺼진다.

그 모습을 셔우드 산 인근 민간인들이 몰려와 겁에 질린 채 바라보고 있다.

“용용아. 고생했다. 여기서 기다리면서 쉬고 있어.”

-크릉?

가까운 또 다른 산에 용용이를 숨겨두고 몰래 찾아간다.

혹여 일이 잘못돼 내가 죽더라도, 용용이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철컥.

흑과 백으로 나뉜 레지스탕스 가면을 쓰고 홀로 걸어나간다.

고작 가면 하나.

준비물은 그게 전부였다. 더 필요한 건 압도적인 힘과 새빨간 거짓말뿐이니.

“시작해볼까.”

【드래곤 윙즈 lv1.】

새로 얻은 권능을 발현한다.

드래곤 윙즈.

이는 드래곤의 육중한 몸조차 들어 올리는 강력한 마나의 날개다.

콰아아.

내 등 쪽 두 날개뼈에 고대 마법진이 펼쳐진다.

현재 해석할 수 없는 글자가 가득한 푸른 마법진에 푸른 마나가 뿜어진다.

마치 실타래처럼 얇고 긴 마나 실들.

2m가 넘는 실들이 수십 개씩 모여 양쪽 날개를 형성한다.

펄럭.

자유자재로 하늘로 올라온다. 날개뼈와 마나 실이 공명해서 새 신경을 만드는지 간질간질하다. 없던 감각이 생기는 기분.

그 상태로 베르너 공작과 흑기사들을 향해 날아든다.

고오오.

마신 문두스가 사용했다는 전승이 있는 붉은색 마력 3개가 박힌 스태프까지 꺼내면서.

【중력 제어 lv1.】

오르비스 대학살 때 작렬했다는 중력 마법을 시전한다.

북부의 악몽을 재현한다.

***

레지스탕스 임시 지하 벙커.

거듭된 지진 마법으로 크게 뒤흔들린다. 천장의 흙이 투둑, 투두둑 끝없이 떨어진다.

꾸우웅! 쿠과과······!

“꺄아악!”

더욱 강도 높아지는 지진 마법. 벙커 일부가 와르르 무너진다.

엘프와 드워프 꼬마들은 비명을 지르며 베아트리체 품에 안긴다.

베아트리체는 임시 벙커 속에서 그나마 가장 단단하게 지어진 식량 창고로 대피시킨다.

‘기어이 이렇게 되는 건가······.’

베아트리체는 아이들을 끌어안고 흙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무너지는 지하 벙커.

근거지였던 알바헤임 지하에 뚫은 비상용 공간.

이는 알바헤임 또한 완전히 무너졌음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니.

수년간 노력해 만든 보금자리를 잃어버렸다는 뜻이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불가능한 목표였을지도 모른다······.’

북부 전체를 장악한 귀족 인간의 연합.

그들을 소수부족들만으로 상대한다니.

베아트리체는 자조 어린 쓴웃음을 지었다.

손에 힘이 빠진다. 거추장스럽고 무겁게 느껴지는 팔다리.

겁에 질린 아이들 앞에서 무표정을 유지해야 함을 알지만, 스르륵 흙바닥에 주저앉는다. 눈망울이 공허하다.

‘알바헤임······. 이곳을 처음 건설할 때만 했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이 곧 돌아올 줄 알았는데······.’

그녀는 처음 지하 공간을 건설했을 때를 떠올린다.

베르너 공작의 이종족 차별 정책에 반대하던 엘프와 드워프를 모은 연합.

또한, 친아버지를 따르던 충신들 또한 은밀히 도와주겠다고 전언을 보내던 상황.

얼마 지나지 않아 거사를 일으키고, 친아버지의 복수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헛된 꿈이었지.’

그러나 현재 보면 가당치 않은 꿈이었다.

엘프와 드워프는 연합해도 형편없이 밀려났고,

친아버지를 따르던 충신들은 어느 순간 암살되거나, 베르너 공작 편으로 넘어간 배신자가 되었으니.

남아있는 건 천년 산성에서 쓸쓸히 버려진 설산검 레오파드와 알바헤임에 남은 피난민들.

그리고 몇 안 되는 레지스탕스 대원이 전부였다.

‘아버지. 저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아니, 방법이 있었긴 했나요······?’

치링.

베아트리체는 아이들과 함께 설화검을 끌어안고 머리를 맞댄다.

두 눈을 감고 검에서 새어 나오는 한기를 느낀다.

설화검.

친아버지의 유품.

역대 오르비스 가주의 차디찬 마나가 담긴 검이니까.

어릴 적, 귀찮다고 칭얼거리던 자신에게 허허 웃으며 머리를 빗겨주시던 아버지가 떠올랐으므로.

홀로 항거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그 바람의 소리를 고요히 듣고 있는 것이었다.

콰아앙! 와르르르!

또다시 일어나는 지진.

이제 임시 벙커가 거의 다 무너졌다. 남은 건 베아트리체와 아이들이 있는 한 뼘의 공간뿐.

쩌저적······.

하지만 그곳마저도, 천장에 큰 균열이 생겼다.

아마 저 균열이 완전히 무너지면 흙무더기에 깔려서 죽겠지.

쨍그랑.

그나마 빛을 비추던 마법 램프마저 떨어져 깨진다.

벙커가 어둠으로 뒤덮인다.

깜깜한 어둠 속에 보이는 건 오직 설화검의 푸른 서리빛 뿐.

“다, 단장님······. 저, 저희 정말 이대로 죽는 거예요······? 정말로······?”

“······.”

평소 겁 많던 아이가 제 운명을 직감했는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베아트리체 바짓가랑이를 붙잡는다.

다른 아이들도 슬슬 공포가 전염됐는지 우는 아이가 태반이다.

다들 어찌해야 할지 몰라 바르르 떨고만 있다.

“······.”

만약 침몰해가는 배의 선장이라면 이런 기분일까?

여기서 어른은 베아트리체뿐.

사실 그녀 또한 성인식을 치른 지 얼마 안 된, 아직 앳된 소녀에 불과하지만.

이미 마음이 거무튀튀하게 물들어 위로받고 싶은 심정이지만.

아이들을 달랠 사람은 그녀밖에 없기에, 이 모든 사안을 책임질 자이기에.

애써 속마음을 삼키고 달랠 말을 꺼낸다.

“······일전에 바깥세상에 낮과 밤이 궁금하다고 했었지.”

겁 많은 아이.

드워프는 낮에 햇빛을 보면 정말 돌이 되냐고 물었던 아이에게 속삭인다.

최대한 담담하게 목소리를 고른다.

“이게 밤이란다. 이만 잘 시간이야······.”

목이 잠긴다. 목소리가 어둠에 스며든다.

가슴 속에 덩어리진 음의 감정이 느껴진다.

쿠과광!

강한 진동이 내려친다.

마지막 천장이 무너진다.

쌓이고 쌓인 바위와 흙 무더기가 머리 위로 쏟아진다.

모두가 고개를 쳐들고 천장을 올려다본다.

저것이 닥치는 순간 목숨을 잃겠지.

그나마 마지막으로 희망적인 내용이라면 고통 없이 끝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누군가는 눈을 질끈 감고, 누구는 초점 없이 바위 더미를 바라보았을 때,

쿵.

머리맡에서 갑자기 바위가 멈췄다.

고오오오오-!!!

서서히 무너진 잔해들이 하늘로 올라간다.

무거운 물체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는 당연한 자연의 이치.

이를 거스르고 바위들이 하늘 위로 올라간다.

“엇······?”

“어어······?”

아이들은 물론, 베아트리체조차 멍하니 그 기적을 올려다봤다.

혹시 죽음을 앞두고 환각을 보는 걸까?

쿠고고고고-!!!

하지만 이 감각은 너무나 생생했다.

흙먼지는 얼굴로 투두둑 떨어지고 있었으니.

사람을 덮치려던 큼지막한 바윗덩어리만 위로 올라가서 사방으로 치워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임시 벙커에만 적용되는 일이 아닌지, 한참 위에 있을 근거지 알바 헤임이 올려다보인다.

심지어 알바헤임 또한 천장이 활짝 열려 지상까지 연결된다.

바위와 흙이 공중에 두둥실 떠 있다. 공간이 넓게 확장된다. 솟구친 바위틈에서 한 줄기, 두 줄기씩 빛이 들어온다.

“!!”

이윽고 하늘에서 눈 부신 빛이 드리운다.

손차양하며 지상을 올려다본다.

보이는 건 푸른 하늘. 태양이 정오 자리에 있는 낮이다.

그 곁에는 흑기사들이 가득 자리를 메웠다.

베르너 공작을 비롯한 레지스탕스의 숙적들.

베아트리체는 숨을 헉 들이마신다.

“저, 저기! 레지스탕스 가면을 쓴 자가!”

“네놈은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그러나 흑기사들은 베아트리체가 있는 곳을 내려보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고함치는 흑기사들.

그 모습은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마치 겁에 질린 투견처럼 사납게 짖는 모습.

흑기사 곁에 있던 흙 마법을 쓰던 마탑 마법사도, 주위에 구경 온 민간인들도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나 같이 압도당해 침을 꿀꺽 삼키는 모습.

베아트리체를 비롯한 아이들 또한 그 시선을 따라 자연스레 하늘을 올려다본다.

고오오.

그곳에는 단 한 명이 있었다.

빛과 어둠이 반으로 나뉘는 레지스탕스 가면을 쓴 자.

등에는 푸른 마나 날개를 펼치고, 마신 문두스만이 사용한다는 붉은색 스태프를 들고 있는 자.

······왜인지 어딘가 익숙한 황금빛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를 가진 자.

그자는 태양을 등지고,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읊조렸다.

“마신 문두스.”

젊은 사내의 중저음 목소리.

정체를 밝히라는 말에 가면을 쓴 자는 스스로를 그렇게 소개한다.

북부에서 그 이름을 사칭하다니. 어지간히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그 말 한마디에 아무도 광인이라 손가락질하지 못했다.

쿠고고······.

지금 바로 눈앞에 바위와 흙무더기가 중력을 거스르고 공중에 떠 있으니까.

지금 그가 발현한 권능은 분명 ‘중력 마법’.

오직 마신 문두스만이 가능하다는 시그니쳐 마법.

북부의 역사를 30년 이상 후퇴시켰다는 오르비스 대학살을 자행한 권능이었으니.

그저 모두가 눈가를 비빈다. 깔딱거리는 목젖. 풀려 있는 입가.

자신을 내려다보는 신적인 존재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 한다.

이에 자신을 마신 문두스라고 소개한 사내가 입을 연다.

“황제에게 전해라.”

깊은 눈을 번뜩인다. 푸른 마나를 형형이 번뜩인다.

꽈르릉! 쏴아아.

어둠이 다시 몰려온다. 비구름이 몰려오며, 천둥 번개가 친다.

기상과 날씨를 바꾸는 기적.

마신 문두스의 권능 중 하나라는 기적을 아무렇지 않게 실행하며 선언한다.

“너희들의 신이 돌아왔노라고.”

콰아아앙!

하늘에 떠올랐던 바위와 흙더미들이 내리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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