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종결급 특성으로 대마법사-67화 (67/140)

67. 중력 마법 (3)

나는 중력 마법으로 아이스 웜들을 일거에 고꾸라뜨리고, 용용이 등에 올라탄다.

아이스 웜은 땅속에 서식하기에 활용 가능한 비밀병기일 뿐.

설인왕 이미르의 주력 군대는 아이스 웜이 아니었으니.

투두두두두두-!!

쿵, 쿵, 쿵, 쿵!

요툰헤임 산맥이 움직인다. 흰 눈으로 뒤덮인 산들이 일제히 진동하며 내게 다가온다.

설인(雪人).

평균 신장이 3m에 온몸이 근육으로 되어있는 북방의 종족. 설인왕 이미르의 권능으로 탄생한 마계의 존재다.

그들이 군단이 되어 하르모르 산으로 달려온다.

“용용아.”

-크르릉.

용용이는 오히려 호승심이 불타올랐는지, 매섭게 경계한다.

마치 나처럼 맞서 싸우겠다는 듯.

“뒤돌아보지 말고 달려라.”

물론 나는 객기 부릴 생각 없다.

하늘로 날아오른다. 전속력으로 도주한다.

펄-럭! 쐐애애액-!!

바람의 길을 타고 미친 듯이 비행한다. 고도를 높인다.

그러나 아직 저공일 때, 앞쪽 산에서 달려오던 소수의 설인이 뛰어오른다.

-쿠오오오!

콰앙!

오싹,

순간 소름이 돋았다.

덩치가 무려 3m짜리인 거인들이 땅을 박차고 나무 위 공중에 있는 내 머리맡까지 일제히 튀어 올랐으니.

오직 힘.

근육양이 엄청나서 다리 근육만으로 마치 개구리처럼 나무보다 높게 뛰어오른 거다.

탄성 있게 온몸을 활짝 펴며, 내 머리 위로 커다란 뼈 몽둥이를 내리친다.

【중력 제어 lv1.】

나는 그들을 향해 양손을 뻗는다.

심장에서 막대한 양의 혈액이 빠져나간다.

쐐액! 쾅! 콰아앙!

그러자 순간 발에 천근추라도 부착된 듯 쑥 떨어지는 10여 마리의 거인들.

-크아아악?!

숲 아래에서 비명이 울려 퍼진다. 용용이는 그 틈에 구름 위로 날아오른다.

“와. 이게 진짜 되네.”

나는 실제로 이것이 될지 몰랐기에 매우 놀랐다.

중력 마법.

마나만 뒷받침해준다면 공격도, 방어도, 그 외 활용도도 무궁무진한 궁극의 마법.

왜 마신 문두스가 이 마법을 시그니쳐 마법으로 활용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러나 방심할 때는 아니다.

‘윽.’

심장이 아프다. 이론상 무한하다는 드래곤 하트로도 감당하기 힘든 마나 소모.

비록 마나를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재생하고 있지만, 이미 절반 넘게 소모됐다.

더구나 아직 하르모르 산을 빠져나간 것도 아니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

쩌저적!

쿠고고고고!

내 한참 앞에 공간이 갈라진다. 거대한 타원형 게이트가 생성된다. 한눈에 봐도 사악한 힘이 넘실거린다.

[아룡기사 네놈······! 내 직접 으스러뜨려주마!]

공간 게이트 속에서 설인왕 이미르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악과 파괴의 교단 디메토르의 제6군단장 설인왕 이미르.

그 거악이 이곳으로 직접 넘어오고 있는 거다.

‘늦으면 죽는다······.’

【바람의 길 lv3.】

내가 아무리 강해졌어도 홀로 악의 교단 군단장과 결전을 벌이는 건 자살행위다.

일전 불사왕 데힐라칸을 처치한 것은 신성력에 극도로 취약한 리치라는 점과 라이프 베슬의 위치와 파훼법을 알았기에 가능했을 뿐.

만약 정면 승부했다면 지금쯤 나도 싸늘한 주검이 돼서 언데드 군단에 합류해 있었으리라.

따라서 공간 게이트를 피해서 최대한 빨리 천년산성 아래로 전속력으로 비행한다.

그때,

-삐야아아악-!!!!

등 뒤에서 뾰족한 울음을 터트리며 초고속으로 날아드는 새가 있었다.

빙조 흐레스 벨그.

무려 하르모르 산의 필드 보스이자, 용용이와 동급인 몬스터.

설인왕 이미르에게 암흑의 힘을 받고 더욱 냉랭한 마나를 뿜어내는 존재다.

제 새끼를 죽인 것을 확인하고 분노해서 쫓아온 것이다.

-퍄아아악-!!

쏴아아아! 쩌저저적!

용용이 꼬리를 향해 서리 광선을 토해낸다. 날개로 눈보라를 몰아친다.

대충 넘어갈 생각이 없는지, 바람의 길로 뿌리치려고 해도 집요하게 쫓아온다.

부리 하나가 나보다 거대한 새. 당장이라도 날 삼킬 듯이 탁탁 부딪힌다.

“······이건 어쩔 수 없겠군.”

-크롸아아-!!

나는 뒤를 노려본다. 얼굴 근육을 딱딱하게 굳힌다.

용용이도 전투를 예감했는지 거칠게 콧바람을 내뿜는다.

공간 게이트가 완전히 열리기 전에 달아나야 하는 상황이지만.

아무래도 최소한의 전투는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

헉······. 헉······.

베아트리체는 땅에 박아둔 설화검에 몸을 의지하며 숨을 몰아쉰다.

사람을 얼마나 벴을까?

양팔의 소매가 새빨갰다. 얼음꽃처럼 흩날리는 푸른 머리카락조차 반쯤 새빨갰다. 분명 전투 시작 전에, 단단히 묶어뒀거늘.

차디찬 기운을 뿜어내는 설화검(雪花劍)으로 뚝뚝 흐르는 소매의 핏물.

그 핏물은 설화검을 타고 셔우드 숲 흙바닥에 있는 흑기사들에게까지 이어진다.

토막 난 시체는 즉시 빙결 마법으로 보존한 듯 피 한 방울 흐르지 않았다.

챙! 쨍! 창!

크아악!

산 아래는 아직 전투하는 곳이 있었다.

흑기사들의 대대적인 소탕 작전.

수정 구슬을 들어보니, 북부 다른 지부 또한 비슷한 상황이라고 한다.

북부 기사들이 지하에 숨어 있는 레지스탕스를 영지 반란군이라며 대대적인 소탕 작전에 들어갔다고.

현재 숨어 있느라 근거지를 도울 여력이 없다고 한다.

‘베르너 공작······. 이번엔 정말로 작정했구나······.’

흑기사들이 몰려온 셔우드 산 아래를 바라본다.

셔우드 산.

본래 푸른 숲과 바위가 많은 평화로운 숲이다.

안개가 자주 끼고 추위로 으슬으슬하기에 인적이 드문 숲.

그래서 오히려 수풀이 우거지고, 동물들이 숲의 주인으로 자리 잡은 곳이다.

그 덕분에 레지스탕스가 근거지로 삼은 것이고.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안개와 추위는 여전하지만, 수많은 침입자가 셔우드 산 전체를 가득 메웠다.

원래 숲의 주인이었던 동식물과 몬스터들은 이미 대부분 숨이 끊어지고 없다.

덜컹.

저 멀리 땅굴에서 레지스탕스 드워프 대원 하나가 튀어나온다.

“단장님! 무사하셨습니까!”

“······현재 상황은?”

베아트리체는 여전히 설화검에 몸을 기대며 물었다.

드워프 대원은 지친 베아트리체를 보고 요점만 간단히 말했다.

“앗! 예. 다행히 지하 지부와 연결되는 비상용 통로 하나를 뚫었습니다! 하지만 곧 흑기사들이 몰려올 테니, 다시 나오는 건 힘들지도······.”

“가지.”

지친 리더를 보고 한층 경직되고 눈치보는 모습.

이에 베아트리체는 무표정을 유지하며 근육이 비명 지르는 몸을 억지로 일으킨다.

지금은 레지스탕스 대원들이 시간을 벌기 위해 희생하는 상황.

정말 시간이 없으니.

‘설마 흑기사가 1천 명이나 되는 초대형 조직으로 있을 줄이야······.’

북부 최대 도시 오르비스의 정식 기사가 1천 명이 채 되지 않거늘.

그보다 강한 흑기사가 그토록 많다니.

암중에 건설된 블랙 이글루가 얼마나 번성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임시로 만든 땅굴로 들어간다.

초대형 지하도시이자 레지스탕스의 근거지 알바헤임으로.

“에구구, 공녀님. 이게 무슨 일이에요? 일단 짐은 꾸렸는데······.”

“설명해드릴 테니 집결부터.”

알바헤임에는 3천 명의 이종족이 가방을 멘 체 불안하게 주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흙 속을 파고 기름 먹인 엘프목과 벽돌로 꾸민 레지스탕스 근거지 ‘알바헤임’.

인간들의 계속된 영토 확장과 노예사냥으로 살 곳을 잃고 쫓겨난 사람들의 보금자리였으니.

확성 마법이 부여된 돌을 가지고 곧장 전한다.

“현재 흑기사들이 대대적인 이종족 사냥을 시작했습니다. 그 규모가 엄청나 지금으로선, 도저히 탈출로를 구할 수 없습니다.”

“······!”

“따라서 마을 내부에 만든 ‘간이 벙커’에 들어가 계십시오. 적들의 공세가 약해지면 그때 다른 대피소로 모시겠습니다!”

결국, 베아트리체는 탈출을 포기했다.

현재 흑기사만 1천 명.

그들이 흑마법 아티펙트까지 사용하고 있다.

도저히 수천 명이나 되는 대규모 인원을 들키지 않고 탈출할 수 없으니까.

차라리 지하에 더 숨는 방식을 택한 거다.

마치 개미굴처럼 지하에 수많은 집을 추가로 지은 거다.

그러나 사람들은 불안한 듯 웅성거린다.

“그, 그럼······. 얼마나 기다려야 구조대가 옵니까? 대략적으로라도요!”

“벙커로 들어가면 안전한 건 맞나요?”

“설마, 저흴 버리시는 건 아니죠? 그쵸?”

“······.”

베아트리체는 침묵했다. 그녀조차 확답할 수 없으므로.

“어서 대피하시죠. 언제 이곳까지 흑기사가 들이닥칠지 모릅니다.”

그저 최선의 답을 내릴 뿐.

단지 그들을 버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듯, 레지스탕스 드워프 대원들도 벙커에 함께 했을 뿐이다.

‘이번엔 마탑에서 흙의 마법사들을 초빙해왔다지.’

베아트리체는 마지막 남은 벙커. 아직 지어지지 않은 방에서 대기했다.

세상에서 버려진 자들이 모인 알바헤임.

그곳에서도 연고자 없이 버려진 엘프와 드워프 고아들을 데리고서.

‘만약 집단 마법으로 지진 마법을 시전하면, 아무리 드워프가 만든 지하 벙커라도 2/3 가까이 무너질 거다.’

설혹 무너진 벙커에서 살아남아도 지진 난 길을 따라 내려온 흑기사들에게 학살당하겠지.

그리고 이는 이들처럼 급히 지어진 지하 벙커일수록 당할 확률이 높고.

베아트리체는 아직 어려서 현재 상황을 잘 모르는 고아들을 살핀다.

“어, 언니······. 우리 대피하는 거예요? 이거 선생님한테 많이 들었는데. 우리 진짜로 죽어요······?”

“바보야······. 안 죽으려고 지하 벙커로 대피한다잖아. 겁쟁이 자식. 드워프 기술은 세계 제일인 거 몰라?”

“산모르, 너도 떨리면서 허세 부리긴.”

“뭐, 뭐라는 거야! 난 하나도 안 무서워!”

“······.”

아이들은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베아트리체를 바라본다.

이들의 미래를 도저히 말해줄 수 없다.

‘만약 네카르 경이 있었다면 집단 마법으로 지진을 일으키는 것만큼은 막아보겠지만······.’

오늘만 통신 구슬로 10번이나 연락해봐도 받지를 않는다.

어제까지만 해도 곧잘 통신을 받았거늘.

어쩌면, 아니, 확실히.

‘이번에도 버림받았을지도 모른다······.’

마치 북부 귀족들이 아버지의 독살을 애써 외면하고, 자신을 모른 척했던 것처럼.

하기야 당연할지 모른다.

황제가 칩거한 이상, 귀족 사회는 철저한 야생.

서로 협력을 한다고 해도,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협력하는 것.

당장 리턴보다 리스크가 훨씬 높아진 상황에서 굳이 계속 동맹할 이유가 없으니.

막말로 북부에 있는 베르너 공작과 적대하는 건 프레야 교단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한 마디로 아쉬운 건 오직 이쪽뿐이다.

‘오직 우리 힘으로 헤쳐나가야 하지만. 이대로는 힘들다.’

희망을 잃어간다.

현실의 벽을 느낀다.

그때 겁 많은 아이 하나가 베아트리체 손을 꼭 붙잡고 말했다.

“그, 그래도 안심이네요······. 선생님께서 드워프는 햇빛 보면 돌이 된다고 해서, 밖으로 도망치기 무서웠는데······. 단장님이랑 함께 지하 남아서······.”

“······!”

별생각 없이 내뱉은 말.

드워프가 햇빛을 보면 돌이 된다는 건, 그저 인간들이 지어낸 민담에 불과한 이야기다.

실제론 눈 부신 빛도 금방 적응한다.

그러나 베아트리체는 순간 무표정이 깨졌다.

‘······이 아이들은, 이 좁은 공간을 평생 벗어나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건가?’

인간들에게 들킬까 봐 지하 동굴 알바헤임 속에서 평생 갇혀 살았다는 걸 깨달았으므로.

그 모습은 마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암살당할까 봐 오르비스 성에 갇혀 살았던,

살아남기 위해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던 웃어른 설산검 레오파드의 손에 꽉 매달렸었던,

어릴 적 그녀와도 같아서.

와락.

자기도 모르게 꼭 끌어안아 버린 것이다.

“단장님······?”

당황해서 베아트리체를 올려다보는 고아들.

이에 그녀는 속삭인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이번에도 꼭 살아남아서, 보란듯이 이겨낼 테니까······.”

이는 아이를 위한 속삭임이 아니었다.

과거의 자신과 무너지는 현재 자신.

그들 연민하는 속삭임이었다.

***

-삐야아악-!!

빙조 흐레스 벨그는 내가 타고 있는 용용이 꼬리를 향해 맹렬히 날아든다.

입에서 푸른 광선을 쏘아낸다.

용용이는 곡예비행으로 피해낸다. 허공에 얼음 기둥이 생성된다.

‘어지간한 공격은 안 통한다. 한 번에 끝내야 해.’

나는 각오를 다잡는다.

어지간한 살상 마법으로 폭격해봤으나, 빙조 흐레스 벨그의 거대한 몸뚱이를 뚫고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하지만 마나가 큰 마법을 사용하니, 잽싸게 눈치채고 재빠르게 피해버린다.

그렇다면?

“떨어져라. 철거머리.”

【중력 제어 lv1.】

나는 가까운 바위산으로 초저공 비행한 후, 중력 마법을 시전한다.

흐레스 벨그는 뒤따라서 저공 비행하다가 바위에 처박힌다.

쿠과광!

-삐에에엑?!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흐레스 벨그.

급히 다시 일어나려고 하지만, 짓누르는 중력에 버둥거리지도 못한다.

나는 온몸의 굵은 핏줄을 곤두세우며 소리쳤다.

“물어!”

흐우웁, 쏴아아아아-!!!

작렬하는 에시드 브레스.

지상에 고정된 흐레스 벨그에게 온전히 들어간다.

극독으로 되어있는 산성 브레스에 어지간한 마법은 다 튕겨냈던 푸른 깃털조차 녹아 들어간다.

산맥에 메아리치는 빙조의 비명.

이윽고 흐레스 벨그가 반쯤 녹은 핏덩이로 변모했을 때,

-놀라운 업적! 하르모르 산 필드 보스 ‘흐레스 벨그’를 처치했습니다!

-이는 설인왕 이미르의 ‘다섯 손가락’ 중 하나이며, 훗날 북부 대침공 때 활약할 비밀병기였습니다!

-역사가 살짝 바뀝니다! 막대한 써클 경험치를 얻습니다!

시스템 창이 미친 듯이 나타난다.

그리고 한 줄이 추가된다.

-4써클 3티어에 도달했습니다.

······5써클까지 더럽게 오르지 않는다.

그렇게 안도를 하고 있을 때,

쩌어억. 쿠고고고!

[아룡기사······! 기어이!]

설인왕 이미르가 생성한 공간 게이트가 임시로 열린다.

공간 게이트에서 거대한 주먹이 날아든다.

쿠과과과과광-!!!

흐레스 벨그가 녹아내린 바위산을 일격에 부숴버린다.

다행히 용용이가 특유의 전투 본능으로 피했지만, 소름이 돋는다.

저 주먹에 당한다면 스쳐도 즉사일 터이니.

츠츠츳······.

‘공간 게이트는 취소되는 모양이군.’

하지만 방금 일격이 마지막 시도였는지, 공간 게이트가 서서히 닫힌다.

아무래도 아직 완전히 부활한 게 아닌 상태에서 남하하여 ‘대한파’를 일으키는 건 부담스러웠겠지.

살아서 천년산성 이남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게 희망적이다.

나는 더는 방해물도 없는 만큼 편안히 비행한다.

우우웅! 우우웅!

“?”

이후 가방에서 뜨거운 느낌이 들어서 확인해보니, 긴급 통신 구슬이 과열돼 있다.

베아트리체에게 10번이고 통신이 온 모양.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무슨 일이 있나 보군.”

전투 중이라 눈치채지 못했다.

다시 연락해보지만 ‘치지직.’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 아무래도 통신 방해 마법진이 펼쳐진 곳에 있는 것 같다.

혹시 베아트리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만약 그녀가 베르너 공작에게 당한다면, 북부 계획이 전반적으로 뒤틀려버린다.

‘아냐. 괜찮을 거다. 베아트리체는 강한 녀석이니까.’

나는 원작 <별들의 전쟁2> 스토리를 상기한다.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서브 퀘스트들.

서브 퀘스트에 실패할 때마다 북부 조연들이 죽는다. 레지스탕스 간부와 아린 유모까지.

하지만 메인 퀘스트만 클리어하면 조연들이 전부 죽어도 북부 스토리는 정상 진행된다.

······비록 베아트리체가 눈에 초점을 잃고 대혁명을 일으켜서 귀족이란 귀족은 다 단두대로 처형하긴 하지만.

어찌 됐든 플레이어와 협력해서 ‘대한파’를 저지한다.

감정을 잃어버린 괴물이 될지언정, 무너지진 않는단 말이다.

‘잠깐. 그건 10년 후 베아트리체잖아? 지금은 원작보다 10년 전이니까.’

그러나 변수가 있다.

원작에서 베아트리체는 29살.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고, 레지스탕스 대원들의 죽음을 숱하게 지켜본 성숙한 지도자다.

하지만 현재 베아트리체는 19살.

이제 막 10대를 벗어나려고 하는 나이. 간신히 레지스탕스 조직을 만들고, 서서히 외부 활동을 시작할 시기다.

아직 동료들을 별로 잃어보지 않은, 어린 소녀.

그것도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 상태다.

그나마 한 명 있는 설산검 레오파드조차, 천년산성에서 설인들을 막느라 곁을 비우고 있으니까.

어쩌면, 정말로 어쩌면.

이대로 동료들을 일찍 잃을 경우, 원작보다 훨씬 더 절망적으로 무너질지도 모른다.

최악의 경우, 완전히 희망을 잃고 삶을 포기할지도 모른다.

“······야단났군.”

쐐애애액!

나는 보통 심상치 않은 사태라는 걸 직감한다.

쏜살같은 속도로 인류의 장벽 천년산성을 넘는다.

베아트리체를 찾아 초고속으로 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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