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종결급 특성으로 대마법사-64화 (64/140)

64. 용족의 후예, 질서의 수호자

나는 무너진 미궁을 헤매며 얼음 창고를 찾았다.

굳이 눈보라의 악마 니키타를 노린 이유.

그곳에 다음 용의 유산인 ‘용의 보주’가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용의 보주. 용의 유산과 관련된 보물이었지.’

용의 유산.

고대 시대, 용족들이 먼 훗날 강림할 악과 파괴의 교단 디메토르를 막기 위해서 남겨둔 유산.

내가 애용하는 ‘드래곤 피어’와 동급인 보상이다.

결코, 놓칠 수 없는 보물이다.

‘곧 레지스탕스가 갱도를 만들겠지만, 그때까지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까.’

아마 레지스탕스는 탄광을 중심으로 갱도를 건설할 테니 내가 혼자 다녀오는 게 맞았다.

얼음 창고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지 않는가?

-아움! 아움!

쿠당탕!

흙의 하급 정령 노움이 자신이 나설 차례가 됐다며 양팔 번쩍 들며 무너진 길을 뚫는다.

마치 스파르타인처럼 바위와 벽돌을 번쩍 들어서 저 멀리 던져버리는 녀석.

······그래봤자 키가 조그마해서 귀여울 뿐이지만.

미궁이 더 무너질까 두렵지만, 믿고 따라간다. 저래 봬도 흙의 정령 아닌가?

“여기군.”

그렇게 노움의 안내를 받으며 얼음 창고에 들어왔다.

석빙고처럼 한기가 가득한 동굴. 눈보라의 악마가 사라졌음에도 냉기가 보존됐다.

“찾았다.”

[이름 : ■■.]

[설명 : ■■.]

[효과 : ■■.]

내부 창고에서 정체불명의 구슬을 발견한다.

시스템 창으로 해석되지 않는 구슬.

하지만 나는 함박웃음을 짓는다.

[이름 : 용의 구슬 #2. (MASTER.)]

[설명 : 고대 시대 만들어진 용의 유산 중 하나. 모든 구슬을 모으면 특별한 일이 벌어질 것 같다.]

[효과 : 현재 봉인된 상태입니다.]

-용의 구슬을 모으셨습니다. (2/3).

드래곤 아이로 바라보자 못 읽던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됐으니까.

“이제 하나만 더 얻으면 되는군.”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만족스럽게 올라간다.

그럴 수밖에 없다.

분명 시스템에 의하면 다음 용의 유산은 ‘ㄴ. 드래곤 윙즈.’라고 했다.

그것에 깃들어 있는 힘은 ‘중력 마법’.

그 가치를 모르는 자는 절대로 <별들의 전쟁2> 매니아라고 할 수 없다.

심지어 마지막 구슬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고 있으니까.

-구슬에 기록된 글자를 읽으시겠습니까?

이전과 마찬가지로, 용의 구슬에는 숨겨진 메시지가 있었다.

망설임 없이 읽는다.

-어린 용이여, 설마 그대는 프레야가 만든 인과율을 깨고 드넓은 동부 사막을 구해낸 것인가?

일전 동부 사막을 구할 수 없으니 달아나라고 예언했던 고대용의 목소리가 들린다.

인과율.

세계의 질서이자, 원인과 결과를 말한다.

아무래도 이는 고대용조차 예측하지 못한 모양.

‘하기야 예언 마법도 미래의 단편적인 장면을 엿보는 것뿐이니.’

미래의 모든 것을 예측하는 절대 예지 능력자는 내가 아는 한, 단 한 존재밖에 없다.

예언 능력을 가진 고대용이 놀라는 것도 이해할 법하다.

-그대의 영웅적인 면모는 당연히 찬사를 받을 법한 일이지만······. 이는 프레야 여신이 만든 질서에서는 불가능한 일. 무질서에 해당하는 영역이다.

아무래도 내가 원래 다른 세계에 빙의한 존재이기 때문에 발생한 변수인 모양.

-이로 인해 세상이 또 한 번 변할 것이다. 이는 그대의 노력 여하에 따라 선이 될 수도 있지만, 더 큰 혼돈이 될 수도 있다.

나는 고대 용의 전언을 듣고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나비 효과가 일어난다는 거군.’

나비 효과.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다른 지역에 태풍을 일으킬 만큼 인과율은 섬세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 나는 나비 따위가 아니라, 대륙 동부 전체를 되살려버렸으니 그 여파가 엄청날 거란 뜻이다.

-따라서 그대는 더 빨리 선택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북부 베르너 공작과 흑기사가 원작보다 10년이나 이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용족의 후예로서, ‘질서의 수호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마신(魔神)의 길’을 따라갈 것인지.

그 말을 동시에 구슬에 담긴 예언이 끝난다.

다만 나조차 모를 의미심장한 말에 불길함을 감지한다.

‘······선택? 그게 무슨 소리지?’

질서의 수호자? 마신의 길?

나는 이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었다.

-진행 중인 퀘스트 창을 확인하시겠습니까?

그러자 시스템 창이 나타난다.

내가 긍정하자, 퀘스트 창이 나타난다.

-히든 퀘스트 ‘용의 후예, 질서의 수호자 (1)’를 진행 중입니다.

-용족은 성인식을 치르면 자연의 소중함을 체감하기 위하여, 전 대륙에 있는 다양한 마나를 수집합니다.

-만약 이 통과의례에 통과한다면, 질서의 수호자로서의 힘을 이어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불 속성 : 0%.

-바람 속성 : 1%.

-물 속성 : 5%.

-흙 속성 : 0.5%.

* 보상 : ■■■■ (MASTER.). 다음 퀘스트 해금.

무려 서브 퀘스트 하나가 마스터급 보상을 주는 세계관 종결급 히든 퀘스트.

‘호오?’

나는 퀘스트를 보면서 피식 웃는다.

아무래도 각 속성을 모아야 하는 퀘스트 같은데 내 서브 특성은 ‘엘리멘틀 마스터.’

다른 누구보다 쉽게 4대 속성을 모을 수 있었으니까.

‘요구치가 매우 높지만 해볼 만하군.’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언젠가 반드시 클리어할 퀘스트.

고작 이 정도로 마스터급 무언가를 받는다니. 입꼬리가 절로 올라간다.

하지만 히든 퀘스트는 아직 다 끝난 게 아니었다.

-히든 퀘스트 ‘마신(魔神)으로 다가가는 길 (1)’ 퀘스트를 수행 중입니다.

-용족은 만능의 영장이자, 질서의 수호자로서 아르카나 대륙을 수호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악을 멸하려는 용족의 파괴적인 본능과 충돌하는 영역입니다. 본능을 부정하는 꽉 막힌 가치관이 당신을 옥죄고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 것입니다.

-용의 권능을 통해 모든 것을 파괴하십시오!

-모든 이성을 포기하고 완전히 본능과 무질서에 몸을 맡기는 ‘악룡(惡龍)’이 된다면, 그 누구도 당신을 막아설 수 없는 궁극의 힘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현재 파괴 본능 : 0.3%.

* 용의 권능을 강하게 사용할수록, 파괴 본능이 증가합니다!

* 파괴 본능이 강해질수록, 용의 권능이 더욱 강해집니다.

* 100% 모을 경우, 특별한 일이 발생합니다. 단, 이것에는 불길한 예감이 흐릅니다······.

* 질서의 힘을 모을수록, 파괴 본능이 감소합니다.

“!!”

다른 하나는 악룡이 될지 모른다는 공포스러운 퀘스트였다.

‘이런 시발.’

나는 그제야 이 두 가지의 히든 퀘스트를 발견한다.

시스템 창을 올려서 타임라인을 살펴보니,

아무래도 제6군단장 데힐라칸을 처치하고 정신을 잃었을 때, 보상으로 강제 수락된 퀘스트인 모양.

나는 소름이 돋는다.

‘악룡이라면······. 어떤 녀석인지 아는 녀석이 있다.’

악룡 니드호그.

원작 <별들의 전쟁2>에서 종결급 레이드 보스로 강림했던 존재.

너무나 강대한 힘에 레벨조차 제대로 표기되지 않은 놈이다.

오직 살육을 위해 폭주하며, 하이 랭커들을 벌레처럼 죽여버린 존재.

최고 고인물이었던 나조차 힘겨웠던 최종 보스 중 하나다.

‘······차라리. 일부러 악룡의 힘을 얻어서, 악과 파괴의 교단 디메토르를 침공한다면 어떨까?’

만약의 가능성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세계 대종말과 연결된 ‘진 엔딩’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아니다. 악룡이 강대한 건 맞지만, 결국 수많은 플레이어와 NPC들이 힘을 합쳐 토벌한 존재니까.’

고심 끝에 고개를 젓는다.

적어도 진 엔딩은 단순히 혼자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더구나 악룡이 되면 완전히 이성을 잃고 폭주한다고 하니까.

‘이 짓거리도 다 나 살자고 하는 일인데 남 좋은 일 해줄 순 없지.’

설혹 가능하다고 해도 그런 선택 따위 할 수가 없다.

“결론은 정해졌군.”

애초에 선택지 따위가 존재하지 않았다.

아르카나 대륙을 멸망시키려는 악과 파괴의 교단을 막아내고 살아남기 위해선, 전 대륙에 흩어져 있는 종족과 세력을 연합해야 하니까.

질서의 수호자.

호칭이 딱히 내 취향이 아니긴 하지만, 받아들일 뿐이다.

‘수치를 보아하니, 아직 천천히 생각해야겠지.’

애초에 악룡이 될 위험이 있더라도 용의 유산은 꼭 얻어야 한다.

대한파가 발생하기 전에, 베르너 공작과 타락 북부 귀족들을 처단하긴 위해선 중력 마법이 꼭 필요했으니까.

몰려들 수많은 북부 기사를 상대하려면, 막중한 갑옷을 입은 만큼, 중력으로 무릎 꿇릴 수 있으니.

나는 용의 구슬을 가방을 넣고 얼음 창고에서 빠져나온다.

***

“아, 네카르 경. 찾으셨던 물건은 찾으셨······. 헉?”

레지스탕스 지부에 돌아와보니 베아트리체가 마중 나와 있었다.

그녀는 나를 발견하고 대단히 놀라서 다가온다.

“······다치신 겁니까? 이런 몸으로 얼음 던전에 들어가시다니.”

베아트리체는 내 양팔에서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을 살폈다.

나도 상황이 급박하다보니 몰랐는데 눈보라의 악마에게 당한 상처가 덧나고 있던 모양.

꼴꼴꼴.

레지스탕스 지부에 있는 소독약을 붓고 붕대를 감아준다. 아무래도 보급용 구급상자 다 보니 상처가 쓰라리다.

‘가방에 성수가 아직 남아있는데.’

더구나 황금상회에서 준 최고급 붕대도 있다.

호의를 사양하고 싶다.

“아, 저는 괜찮······.”

“가만히 계십시오. 뼈가 잘 못 붙을 수 있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가만히.”

“······.”

그런데 베아트리체는 내 말을 묵살한 채 치료해준다.

무표정을 유지하지만, 묘하게 내 안위를 걱정하는 듯한 눈치.

하기야 그녀로서도 내가 살아있어야 베르너 공작과 맞설 희망이 생기겠지.

어차피 향후 협력해야 하는 상대인 만큼 괜히 무안 주지 않고 그냥 호의를 받는다.

“다 됐습니다. 이제 좀 괜찮으십니까?”

“······다행히요. 그보다 다른 분들은 무사하십니까?”

“덕분입니다. 네카르 경 덕분에 아무도 죽지 않고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그 옆에 다른 레지스탕스 대원들도 말했다.

“마, 마계의 악마를 상대로 이런 기적적인 결과라니!”

누군가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기함하기도 했고.

“이제 스코틀린 광산은 오롯이 우리 몫입니다!”

누군가는 실로 희망적인 앞날에 기뻐하기도 했으며.

“맞습니다! 네카르경 덕분에 조직의 위기도, 자금난도, 드워프들의 성지까지도 한꺼번에 구한 겁니다!”

종지부에는 헤아릴 수 없는 감격의 눈물을 보이는 이도 있었다.

공통점이라면 모두가 한껏 입가에 그린 미소 정도.

스코틀린 영지 지하의 탄광.

이곳은 고대 드워프의 왕궁이 자리 잡을 만큼 자원이 극도로 풍부했으며, 눈보라의 악마가 군림했기에 보존도 잘 돼 있었으니까.

정말로, 향후 레지스탕스 조직 활동을 하면서 큰 탄력을 받을 것이다.

“물론 가장 큰 공을 세우신 네카르 경에게도 큰 몫을 할당해드려야겠지만요.”

베아트리체는 냉정히 계산한다.

당장의 이익보다도 앞으로의 관계를 더 중히 여기는 모양.

“내 몫은 차후 받겠다. 나중에 네가 차기 가주가 되고 나서 받도록 하지.”

“······!”

나는 통 크게 양보하며 말했다.

어차피 네하드람에게 받은 백지 수표가 아직 몇 장 남았기에 돈이 부족한 건 아니니까.

더구나 베아트리체가 차기 공작이 된다면 북부 전체의 힘을 빌릴 수 있으니까.

향후 악과 파괴의 교단 디메토르와 대규모 전쟁을 벌일 때, 큰 힘이 될 것이다.

물론 베아트리체는 다소 놀란 눈치지만.

“너희는 스코틀린 탄광을 수복하고 있도록.”

“어디 가십니까?”

“나는 아직 할 일이 남았다.”

나는 레지스탕스 스코틀린 지부를 빠져나온다.

이윽고 숲속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노예 마부에게 돌아간다.

‘역시 이럴 땐 용용이가 없는 게 참으로 아쉽군.’

만약 상급 대형 몬스터인 샌드 드레이크가 있었다면, 순식간에 타고 다녀올 수 있을 텐데······.

용용이는 사해(沙海)에 두고 왔다.

애초에 데려왔어도, 차디찬 북부 바람을 가르며 날 수는 없는 거다.

‘일전엔 운 좋게 호루라기를 부니 날아왔는데, 설마 이번엔 안 오겠지.’

일전에야 나를 미행했다고 쳐도, 이곳은 북부. 혹한의 땅이다.

한평생 뜨거운 동부 사막에서 살던 녀석이 오면 감기나 걸리지 않으면 다행일 터.

삐이이익-!!

하지만 호루라기 한번 불어나 본다.

혹시나 해서, 아니, 오랜만에 그 녀석이 보고 싶어서 괜히 말이다.

***

노예 마부 ‘커프’는 새 주인 네카르를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블랙 이글루에서 하찮은 노예 따위에게 물 쓰듯 돈을 쓰는 것,

굳이 비싸게 산 노예를 빼앗기려고 레지스탕스가 자주 출몰하는 셔우드 숲으로 간 것,

기껏 제압한 레지스탕스에게 고액의 노예들을 넘긴 것

등등이었다.

‘하지만 이건 도대체······.’

하지만 다른 것들은 다 제쳐두더라 다도, 가장 두려운 것은 따로 있었다.

콰아앙!

하늘에서 운석 같은 거대한 존재가 눈길 위로 들이닥친다. 정상적으로 착지했음에도 무시무시한 굉음과 눈발을 날리는 존재.

-키야아악-!!

샌드 드레이크.

황금빛 비늘을 가진 초대형 몬스터가 그의 곁으로 강림해서 포효한다. 실제로 보니 샌드 드레이크는 덩치가 훨씬 컸다.

샌드 드레이크의 검은 눈과 마주친다.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것 같아 두렵다.

“히이익······.”

그러나 샌드 드레이크가 자신을 먹는 일은 없었다.

샌드 드레이크의 몸에 부착된 ‘용용이’라고 적힌 말 안장.

그 위에는 새 주인이 앉아있었으니.

“달아나지 않았군.”

“아, 예예······. 당연하지요.”

동부의 구원자 네카르 폰 크라우드.

자신보다 20살은 어리지만, 결코 얕볼 수 없는 존재. 귀족의 우월함을 엿볼 수 있는 존재다.

그 존재가 아룡기사라는 이명에 걸맞게 아룡을 불러서 곁으로 내려왔다.

“너는 먼저 오르비스 도시로 돌아가라.”

“예? 그럼 주인님은 어떻게 돌아가시······.”

그는 그렇게 묻고는 바보 같은 질문이라는 걸 알았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은 자신이 주인의 발이 되었으나.

-크르릉.

저런 괴물이 이제는 주인의 발.

아니, 날개가 되어준다면 자신은 필요 없을 테니.

샌드 드레이크 정도 되는 탈것이라면, 마차 따위보다 수십 배 빠를 테니.

도대체 저런 괴물을 어디에서 구해서 어떻게 길들였단 말인가?

펄럭! 고오오!

그러거나 말거나 하늘 높이 올라가는 제 주인. 저 멀리 날아간다.

찬연한 태양에 가려져 사라졌다.

***

쐐애애액.

나는 용용이를 타고 북부 하르모르 산으로 날아간다.

말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빠르게.

다만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다.

“용용아. 넌 춥지 않냐?”

-크릉?

【바람의 길 lv3.】

비록 지금은 바람의 길로 찬 기류를 막아주고 있다지만, 여기까지 어떻게 쫓아왔지?

사막의 포식자가 추위를 타지 않는 건가?

-크르릉.

고오오.

그러자 용용이가 대답하듯 심장에 있는 마나를 발산한다.

겸사겸사 내가 가진 마나까지 대량으로 흡수한다.

촤아악.

그러자 비늘이 새하얗게 변한다. 비늘이 한 꺼풀 떨어진다.

그 안에는 더욱 커다란 표피가 자리 잡았다.

탈피.

파충류는 자신의 한계 이상으로 성장할 때나 제 피부를 벗겨내고 성장하니까.

샌드 드레이크 또한 나와 함께 각종 전투를 치르고, 대량의 마나를 흡수하면서 한 단계 이상 성장한 것이다.

아무래도 이 덕분에 추위도 극복해낸 모양.

“허.”

나는 기존보다도 한 단계 더 커진 용용이를 보면서 혀를 찼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데려오는 건데.

아쉬움이 차오른다.

하지만 샌드 드레이크는 원작 <별들의 전쟁2>에서 포획 자체가 불가능했던 사막 필드 보스. 내가 전혀 알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앞으로 할 일이나 잘 해야지.’

나는 마지막 용의 구슬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다음 용의 유산은 북부 ‘하르모르’ 산에 있다.】

고대의 석판을 모두 모으고, 들려온 시스템 음성을 상기한다.

하르모르 산.

북부 끝에 있는 산맥 요툰헤임. 그 산맥 속 산 중 하나.

그 산에 마지막 용의 구슬이 남겨져 있다.

‘······문제는 요툰헤임은 설인왕 이미르가 거주하는 산맥이라는 건데.’

요툰헤임 산맥.

이곳은 북부에서도 최북단으로, 거리가 대단히 먼데다가,

악과 파괴의 교단 디메토르에서 북부를 멸망시키기 위해 ‘설인(雪人) 대군’을 결집한 장소.

적의 본거지 중 하나다.

다음 용의 유산을 얻기 위해선 그곳에 다녀와야 했다.

‘심지어 그곳은 빙조(氷鳥) ‘흐레스 벨그’가 지키고 있는 곳이었는데.’

흐레스 벨그.

하르모르 산에 거주하는 초대형 새다.

그 덩치가 무려 괴조 카디악에 버금가는 존재.

하지만 카디악보다도 훨씬 레벨도, 악명 높은 존재다.

‘그 괴물 새는 눈보라의 악마 니키타처럼 얼음 마법을 쏟아내니까.’

제6군단장 설인왕 이미르에게 혹한의 결정을 받은 만큼 단순한 물리 공격뿐만 아니라 얼음 폭격에도 능했다.

더구나 지나치게 소란스러워지면 침략의 날을 기다리며 잠들어있는 설인 군단과 제6군단장 이미르에게 들킬지도 모른다.

‘미친 짓을 또 해야 할 때가 왔군.’

하지만 대한파 이전에, 중력 마법을 얻고, 베르너 공작과 타락 귀족들을 처단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북부 전체가 멸망할 테니.

긴장감과 흥분, 잔혹함 등 온갖 감정이 머릿속을 휘몰아친다.

나로 인해 10년이나 앞당겨진 대한파.

그 안에 해결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방법이 떠오른다.

‘적 본거지로 초고속으로 단독 돌파한다.’

정면 돌파.

샌드 드레이크의 초고속 비행을 믿고 적 본거지로 일직선 돌진한다.

설혹 들켜서 설인 군단의 반격이나, 빙조의 추격을 받더라도 힘으로 극복할 요량으로.

제6군단장 설인왕 이미르가 깨어나는 것을 각오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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