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새장 속 공녀 (1)
“그럼 저도 이만 일어나보겠습니다.”
베아트리체는 네카르가 떠난 후, 만찬에서 일어났다. 거의 음식을 먹지도 않은 채.
베르너 공작은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허허, 검술 훈련을 하느라 힘든가 보구나. 어서 방으로 에스코트해주거라.”
그러자 철컹철컹 소리와 함께 다가오는 베르너 공작의 친위대 기사 둘.
실상은 그저 흰색으로 갑옷을 도색한 흑기사지만.
그 둘은 베아트리체의 등 뒤를 따라붙는다. 호위한다는 목적으로 감시한다.
또각또각.
베아트리체는 제 방으로 복도를 거닌다.
거닐면서 만나는 수많은 하인과 시종.
수많은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본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굴욕감이 든다.
우뚝,
그녀는 흑기사와 자신만 있는 복도 코너에서 멈춰선다.
찰나뿐이지만, 단, 셋이 있는 공간.
“무슨 일 있으십니까? 공녀님.”
“······.”
흑기사가 물어본다.
‘만약 이 두 기사를 동시에 베어낸다면, 과연 나는 탈출할 수 있을까?’
그러나 베아트리체는 눈을 감고 상상해본다.
자신의 허리춤에 묶은 애검 ‘설화검(雪花劍)’.
친아버지의 유품이었던 명검을 뽑아 횡으로 베어 가르는 모습을.
상상 속에서 자신은 푸른 장검을 뽑아 차디찬 서리 검기가 흩뿌린다.
-깡!
하지만 머릿속에서 흑기사들은 특유의 갑옷으로 기습을 버티고, 협공해 들어온다.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는 상상 속 베아트리체. 이후 우르르 또 다른 기사들이 몰려온다.
‘······아니, 불가능하다. 설산검(雪山劍) 레오파드 공께서도 아직 나 혼자서 친위대 기사 둘은 무리라고 하셨어.’
한숨을 쉰다.
설산검(雪山劍) 레오파드 폰 랭커스터.
베아트리체가 믿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으로, 그녀의 검술 스승이자, 북부 최고 검객이다.
니케아 제국 최강 기사단인 ‘로얄가드’의 수장을 한때나마 맡았던 인물.
그가 직접 말한 만큼 틀림없을 터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실망감을 감추며 다시 복도를 거닌다. 자신의 방으로 향한다.
“그럼 좋은 하루 되십시오.”
쾅.
흑기사들은 그녀를 방에 가둬놓고 방문을 닫는다.
새장 속에 갇힌 것만 같은 기분.
제 침대 위로 올라와 양쪽 무릎을 껴안는다.
‘어서,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해야 하는데······. 복수는커녕 기껏 모은 조직도 간수하기 힘드니······.’
베아트리체는 뼈저리게 깨달았다.
현실의 벽 앞에서 홀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음을.
하다못해 베르너 공작에게도 거리낌 없는 제3의 존재.
판도를 바꿀 조커라도 있다면 어떻게든 해보겠지만······.
그런 강자가 무엇을 위해 자신을 돕겠는가?
풀리지 않는 문제를 생각하며 침대 위에서 양팔로 양쪽 무릎을 끌어안는다.
그렇게 몇 시간 째 고민한다.
그때,
쐐애애액! 고고고고고!
“······읏?”
난데없이 창가에서 무시무시한 돌풍이 분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푸른 머릿결과 발목까지 오는 치맛자락이 사방으로 흩날린다.
붙잡은 침대와 책상이 들썩이고, 무거운 옷장이 무너지는 수준의 태풍.
그러한 바람이 수십 갈래가 들이닥친다.
파아앙! 와장창창창-!!
5층까지 있는 오르비스 영주성의 모든 창문이 깨져나가면서 강풍이 성안으로 들이닥친다.
그리고 그 바람은 회오리쳐서 하나의 길을 형성하더니 일직선으로 쓸어버린다.
바로 베아트리체가 있는 3층 복도에서.
‘······괴한의 습격이다!’
채앵! 치링.
베아트리체는 당장 설화검을 뽑아 들며 방문을 경계했다.
베르너 공작이 지방 귀족들에게 정치적으로 아직 확고히 자리 잡지 못해서, 그녀를 살려두곤 있지만 언제든 태도가 돌변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지방 귀족들 또한 충성 맹세를 했기에 겉으로 의리를 보일 뿐, 실상 북부 패권자에게 맞서고 싶어 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검집을 버리며 자세를 바로한다.
베아트리체의 아군은 없으니.
혹 패배하더라도 제 아버지의 명예를 위해 홀로 끝까지 싸우다 죽을 생각이었다.
“······?”
그런데 죽음을 각오하고 한참을 서 있는데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달칵.
30여 분간의 침묵 끝에, 끝내 방문을 연다.
복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
그때 베아트리체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툭, 투둑······.
‘······피?’
천장에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진다.
한두 방울이 떨어지는 게 아니다. 마치 붉은 비가 내리듯, 무려 3층 천장 전체가 피로 물들어있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본다.
설화검으로 천장을 일부 열어서 정체를 확인해본다.
쿵.
“······!”
묵직한 것이 복도로 떨어진다.
천장에서 떨어진 건 베아트리체도 아는 것이었다.
흑기사의 시체.
그들 외에도 시체가 수없이 많았다.
‘이 많은 흑기사를······. 누가······?’
북부 오르비스 영지의 직계 혈통인 그녀로서도 둘 이상 상대하기 힘든 적.
이들이 도망치지도 못하게 한꺼번에 처리하다니.
북부에서 흔치 않은 거물급 존재가 나선 것이 분명했다.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
‘운이 좋았군. 마침 수면 가스를 옮기고 있었다니.’
나는 손에 묻은 피를 털었다.
천장 속 암살자들을 처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무래도 정면승부는 어려우니 내 방으로 수면 가스를 옮기던 모양인데, 터트리고 바람의 길로 몰아치는 것으로 끝났다.
흑기사라도 수면 가스로 비틀거리는 상태에선 워터 소드로 급소를 손쉽게 찌를 수 있었다.
눈보라로 다른 창문들을 막아놨으니, 민간인 피해도 안심이다.
‘문제는 그다음이군.’
쿵.
나는 3층 천장에서 복도로 뛰어내린다.
흑기사 시체를 하나를 질질 끌고 천장에서 나왔다.
득, 드륵, 드르륵······.
복도에서 맞닥뜨리는 하인들이 헉, 소리를 냈지만 상관없다. 애초에 보라고 끌고 오는 것이니.
“베르너 공작 저하와 베아트리체 공녀를 불러와라.”
쿠당탕.
식당 바닥에 흑기사를 내던지며 말한다. 황급히 허리 숙이며 움직이는 하인들.
잠시 기다리자 식당으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오, 네카르 경. 무슨 일이······?”
“······!”
반가운 연기를 하다가 바닥에 쓰러진 흑기사 시체를 보고 정색하는 베르너 공작.
베아트리체 또한 놀람과 동시에 경악한다.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손님 대접이 화려하군요. 무려 공작령에 이 정도 숫자의 암살자들이 들어오다니.”
공작과 대놓고 각을 세운다.
베아트리체에게 내가 공작과 우호적이지 않다는 걸 은연 중에 알리기 위함이다.
“······이거 미안하게 됐군. 설마 흑마법사 잔당들이 남아있을 줄이야.”
베르너 공작은 노회한 귀족.
겉으로는 흑기사를 전혀 모르는 척,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아직도 흑마법사가 대륙에 남아있다니. 심지어 내 공작령에 잠입하다니. 이는 네카르 경을 위협한 것이기도 하지만, 내 명예를 실추시킨 것이기도 하네! 내 반드시 이번 일의 진상을 파헤쳐서 처단하겠음이야!”
오히려 자신이 분통이 터진다는 듯 역정까지 낸다.
마치 자신은 전혀 무관하다는 듯. 되려 엄벌하겠다는 듯 말이다.
‘뭐, 실상은 별로 조사도 안 하겠지만.’
베르너 공작이 흑기사와 블랙 이글루의 최고 후견인이니까.
다 같은 한통속인데 제대로 된 수사를 할 리가 없는 것이다.
물론 나 또한, 아직 공작이 연루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으니 이를 기대하진 않았다.
내가 의도한 건 다른 부분이었다.
“‘보름달이 뜨는 날, 어둠을 물리쳐서 다행이군요.’”
공작가 일가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읊조린다.
언뜻 들으면 평범하게 들리는 말. 실제로 베르너 공작도 창밖 보름달을 보고 대충 고개를 끄덕인다.
“!!”
그러나 항상 무표정을 유지하던 베아트리체가 순간 눈을 부릅떴다.
어둠을 물리치는 보름달.
사방이 적인 베아트리체가 만개하여 차기 가주가 된다는 비유.
이는 레지스탕스의 암구호였으니까.
“그럼 저는 이번엔 ‘남들의 발길이 닿으면 안 되는 숙소’로 가야겠군요.”
“······!”
나는 설마 싶은 베아트리체에게 쐐기를 박아준다.
남들의 발길이 닿으면 안 되는 숙소.
북부에 숨어 있는 엘프와 드워프를 납치해서 노예로 팔아버리는 불법상회 ‘블랙 이글루’를 뜻하는 단어다.
‘이 정도 말해주었으면 알아서 따라오겠지.’
베아트리체는 레지스탕스의 수장.
레지스탕스대원을 습격하는 흑기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악의 교단 디메토르까지 연결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베르너 공작과는 연결돼 있다는 걸 아는 만큼 일단 대화해 올 것이다.
내가 흑기사들을 전멸시킨 채, 이러한 말을 남겼다는 건 협력의 표시일 지어니.
베아트리체와 협력하여 배교자 베르너를 죽이고 북부의 미래를 도모할 것이다.
‘더구나 나도 베아트리체 뿐만 아니라 레지스탕스에게 원하는 게 있으니.’
나는 가방 속 ‘용의 보주’를 인지한다.
용의 유산 드래곤 윙즈.
드래곤 피어가 담긴 드래곤 아이, 그다음 단계의 마스터급 특성.
마신 문두스의 시그니쳐 마법인 중력 마법의 힘이 담긴 특성을 얻을 수 있는 파편 조각이다.
그것을 얻기 위해선 드워프들의 도움이 꼭 필요하니.
스스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만 가지.”
나는 제나와 제논을 비롯한 은빛 늑대 용병단을 데리고 밖으로 빠져나온다.
“맥스, 블랙 이글루 약도와 티켓은?”
“아, 미리 준비해뒀습니다!”
맥스와 함께 한 이유를 잊지 않는다.
종이를 받은 후, 최대한 빨리 공작령을 벗어나라고 명령한다.
‘슬슬 가볼까.’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맥스가 준 약도를 따라간다.
불법상회 블랙 이글루에 잠입하러.
훗날 북부의 패자가 되는 베아트리체의 마음을 얻으러 말이다.
***
베아트리체는 방으로 돌아가서 침대에 풀썩 주저앉았다.
시종일관 유지했던 무표정이 잠시나마 깨진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차분히 심호흡한다.
‘아룡기사······. 동부 출신인 자가 우리 레지스탕스 암구호를 읊조리다니······. 어떻게 정보가 새어나간 거지?’
혹시 대원 일부가 배신이라도 한 걸까?
아니다. 그렇다면 당장 베르너 공작이 레지스탕스 대원들을 일망타진했겠지.
애초에 베르너 공작의 흑기사를 쳐 죽이지 않았는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한다.
‘잠깐. 어쩌면, 나와 베르너 공작의 사정을 알고 날 이용하려고 왔을지도 모른다.’
마음이 차갑게 식는다.
네카르가 동부의 구원자인 건 익히 들었다. 거악을 무찌른 자. 프레야 교단에게 백금 배지를 받은 공헌자라고.
하지만 그건 동부에서 얘기. 귀족이란 작자들은 제 가문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지역 가문을 이용할 수도 있으니까.
······어쩌면 이건 협박일지도 모른다.
부모의 복수를 도와줄 테니 각종 이권을 내놓으라는 악마의 제안.
거절한다면 당장 베르너 공작에게 불어버리겠다는 협박.
만약에, 정말로 그런 제안이 들어온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똑똑.
“······누구십니까?”
“저에요! 아가씨. ‘아린’ 유모요!”
그때 아린 유모가 시녀들을 이끌고 베아트리체 방에 찾아온다.
설산검 레오파드와 마찬가지로, 베아트리체가 믿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귀족 영애 출신이었기에 계산이 익숙해, 레지스탕스 업무를 일부 맡긴 대리인이었다.
그들이 다급한 표정으로 필기한다. 혹여 도청될 수 있으니까.
-큰일 났습니다! 베르너 공작이 기어이 인근 강물을 끌어다가 오고 있습니다! ‘땅굴 마을’ 전체를 얼음물로 수몰시키려는 모양입니다!
“······!”
보고는 충격적이었다.
레지스탕스의 주 활동지인 땅굴 마을 ‘알파헤임’.
드워프들이 서식하는 지하 왕국이다.
드워프 특유의 압도적인 땅굴 개발 실력으로 지하 깊숙이 숨어들었기에 그동안 들키지 않았지만······.
베르너 공작도 슬슬 열이 받았는지, 아예 일대 전체를 강물로 수장시키려 한다는 보고다.
“······.”
베아트리체는 두 눈을 감고 한참 침묵한다.
땅굴 마을 알파헤임은 레지스탕스의 근거지.
일반 주민들도 3천 명이나 거주하는 만큼, 도저히 다른 거주지를 마련할 수 없다.
혹한의 땅에서 길거리에 버려진다면 아사자와 동사자가 속출할 일.
결단을 내린다.
-지금 당장 부를 수 있는 대원들을 전부 블랙 이글루로 보내십시오.
-어떡하시려고요?
-······따로 직접 만나볼 사람이 있습니다.
베아트리체는 고위 귀족답게 흐트러짐 없는 필체로 적었다.
그러나 유모는 화들짝 놀란다.
-설마 직접 가시려고요? 안 되요! 너무 위험합니다! 함정일지도 모릅니다!
당연히 부정적인 반응.
베아트리체는 몇 안 되는 충신들과 설산검 레오파드의 지지만으로 이종족들을 화합해, 레지스탕스를 결성하고 운영한 인물.
그녀가 붙잡히게 된다면 엘프와 드워프들도 구심점을 잃고 뿔뿔이 흩어질지도 모른다.
“아뇨, 가야 해요.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요.”
다만 베아트리체는 확고했다.
이미 베르너 공작의 마수가 제 목을 졸라오고 있었기에.
제 인생과 북부의 운명을 건 승부수를 던진다.
스르륵.
베아트리체는 엘프의 마법이 담긴 인피면구를 썼다.
그러자 겉모습이 주름이 자글자글한 아린 유모의 모습으로 바뀐다.
“다녀오지요.”
이후 드워프가 만들어준 비밀 통로로 밖으로 빠져나간다.
네카르가 갔다는 ‘남들의 발길이 닿으면 안 되는 숙소’.
블랙 이글루로. 일반 가게로 위장된 지하 암시장으로 들어간다.
안으로 들어가서 가짜 신분증을 내미니, 입구의 바니걸 상인이 가면을 하나 건네준다.
“어서 오세요~! 안 되는 것도 다 있는 블랙 이글루입니다~!”
“······.”
베아트리체는 가면을 쓰고 계단을 타고 내려간다.
우와아아아!
그 안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건 피를 튀기는 검투사들의 결투다.
남성미를 뽐내려던 듯 짧은 바지를 제외하곤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검투사들.
푸확! 커헉!
서로 창칼을 휘둘러 내장을 쏟으며 승자를 가린다.
“우웁······! 읍······!”
“천벌, 받을······. 인간 놈들······. 천벌이 두렵지도 않으냐······!”
“조용히 있어! 이년아!”
짜악!
무대 아래에는 쇠창살에 갇힌 노예들이 가득하다.
추위에 떨던 빈민부터 코볼트 같은 몬스터와 엘프와 드워프까지 다양하다.
‘······.’
베아트리체는 가면을 쓴 채 그들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들 중에는 자신의 동지들도 있었으니.
지도자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만약 돈이라도 충분했다면 이들을 사들였겠지만······.’
드워프 대원들이 발굴했던 은광도 이제 슬슬 고갈.
이런 곳에 거금을 쓸 돈은 없다.
“자~! 신사숙녀 여러분! 그럼 지금부터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
경매가 시작됐다. 끈적하게 달아오르는 블랙 이글루.
온갖 종류의 범죄자와 도박쟁이, 미치광이들이 모이는 곳인 만큼 사람을 사고파는 일이 가장 큰 자극이었으니.
베아트리체는 가만히, 그저 가만히 제 부하들이 남의 노예로 팔리는 걸 지켜본다.
‘······네카르, 그자는 어디에 있는 거지?’
모두가 가면을 쓰고 있는 암시장.
그 상태에서 자신을 굳이 이런 곳으로 끌고 온 네카르를 찾는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리 찾기 어렵지 않았다.
“네, 112번 고객님! 낙찰되셨습니다.”
“오오! 112번 고객님! 어린 엘프에 이어 어린 드워프까지 구매하였습니다!”
“······과연 112번 고객님! 무려 상한가가 10배나 오른 상태에서도 낙찰하셨습니다!”
“오오오오! 무려 1만 페니! 이깟 어린 엘프를 무려 1만 페니나 주고 구매하셨습니다! 정말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이번 암시장에서 당연히 눈에 띄는 자.
112번 금발 머리의 훤칠한 비율의 청년.
젊은 나이에 얼마나 부자인지 땅바닥에 끝없이 쌓아둔 은화 가방만 5개에, 그 위에 황금 상회를 비롯한 전국 10대 상회의 백지 수표를 모두 올려놓은 자가 있었으니.
말 그대로 블랙 이글루에 쌓여있는 모든 노예를, 제 부하들을 쓸어 담고 있었다.
항상 무표정을 유지한 베아트리체조차 멍하니 풀린 눈으로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