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사라진 마을 주민 (2)
나는 동굴 속에서 길을 찾는다.
드래곤 하트를 얻은 이후, 발달한 마나의 기감으로.
마계의 괴물 비홀드가 장악한 동굴답게, 짙은 마력이 깔렸었기 때문이다.
졸졸졸······.
그리고 물 흐르는 방향을 느낀다.
내 전문 속성인 만큼, 가장 예민하게 느낄 수 있다.
‘이쪽이다.’
【바람의 길 lv2.】
길을 찾은 후엔 망설이지 않고 달려간다.
굳이 시간 끌면서 천천히 갈 이유가 없으니까.
“으으······.”
“으어어······!”
-lv13 마을 주민 (세뇌, 강화).
-lv14 마을 주민 (세뇌, 강화).
다만 그렇게 쾌속 전진할 때마다 동굴 곳곳에서 무기를 쥔 마을 주민들이 튀어나왔다.
비홀드에게 조종당하는 사람들. 본래 선량한 사람들이다.
【어스 lv1.】
쿠구궁.
나는 그들을 흙 속에 묻어버린다.
머리만 남기고 묻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그렇다고 다치게 할 수도 없으니까.
‘이게 마계의 괴물들이 특히 악질인 이유지.’
비홀드가 특히 악질인 이유.
이런 식으로 주민들을 세뇌해서, 동족상잔의 비극을 일으키니까.
원작에서 동부의 변 때, 동남부 영주들이 제대로 합류하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동남부는 시골이고, 유목 생활을 하는 만큼 다른 영지민들끼리도 서로서로 다 아니까.
가족이거나 먼 친척을 제 손으로 창으로 찔러 죽이지 못하니까.
발록과 비홀드, 그 두 마리의 괴물 때문에 초토화된 거다.
‘확실하게 처리하고 가야겠군.’
입맛이 쓰다.
무고한 사람들이 원치 않음에도 서로를 죽이지 않도록.
동남부 영주들이 동부의 변 때, 별 탈 없이 병력을 이끌고 합류할 수 있도록.
쿵······. 콰앙.
그때 진동이 느껴진다.
동굴 내부에서 전해지는 굉음.
“······전투다.”
불길함을 감지한다. 발록은 비홀드가 조종 중일 테니 멋대로 폭주하지 않을 텐데?
지금 전투가 벌어질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단 하나밖에 없다.
‘미케일라. 그 녀석이 싸우고 있는 거다!’
하지만 아무리 미케일라라도 발록을 이길 순 없다.
더구나 이런 좁은 동굴이라면, 마을 주민들이 포로로 붙잡혀 있는 곳이라면 더더욱.
【바람의 길 lv2.】
쐐애액.
따라서 바람의 길을 켜고 곧장 달려간다.
굉음이 들리는 곳으로 전진한다.
***
미케일라는 세인트 발키리와 동굴 내부를 탐사했다.
그녀들은 고위 사제답게 사비나 영지에 도착했을 때부터 비홀드의 환술을 간파했으니까.
‘저놈이군.’
미케일라는 동굴 종유석에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눈깔 괴물을 찾았다.
비홀드.
마계에서 서식하는 존재로, 남을 현혹하고, 조종해서 괴롭히는 거로 쾌락을 얻는 쓰레기.
왜인지 모르겠지만 동굴 밖을 계속 바라보고 있다. 혹시 자기들을 못 찾은 걸까?
‘기회다.’
미케일라는 그 틈에 동굴 속에 있는 마계의 괴물 비홀드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문제는 마을 주민들이군.’
미케일라는 동굴 속 석순에 몸을 숨기며, 힐끗 내부를 살핀다.
동굴 내부에는 마을 주민이 포로로 붙잡혀 있다. 족히 수백 명이 빽빽이 모여있다.
“으으, 아아······.”
“엄마······. 우리 이제 저 뚱뚱한 괴물에게 잡아먹히는 거야······?”
“아니야······. 프레야 사제님들께서 우릴 구하러 찾아오실 거야.”
“······.”
공포에 질려서 아무것도 못 하는 모습.
미케일라는 그동안 마을은 그대로 남아있는데, 주민들이 계속 사라지는 게 의심스러웠는데, 이제야 그 원흉을 알았다.
-크르르······.
마을 주민들 곁에는 드넓은 동굴 속 천장에 머리가 닿는 또 다른 마계의 괴물이 존재했다.
용암처럼 새빨간 몸에 수소의 뿔, 거대한 박쥐 날개를 가진 악의 괴물.
발록.
미케일라도 저 존재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성서에 나오는 괴물······. 성문을 딱딱한 몸으로 들이박아 일격에 부숴버리는 놈이라고.’
미케일라는 목 젖혀 발록을 올려다본다.
얼마나 포악하게 주위 생명체를 잡아먹었는지 뱃살이 뚱뚱했지만,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있다.
비홀드에게 조종당해서 가만히 있는 눈치.
‘만약 비홀드를 죽인다면 저 괴물이 깨어날 텐데······.’
그렇게 되면 동굴에 갇힌 주민들은 떼죽음 당하겠지.
미케일라는 고심했다. 만약 내가 아무도 다치지 않게 저 발록을 무찌를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었다. 저 엄청난 덩치는 냉병기가 쉽게 통하지 않을뿐더러, 수많은 사람 목숨이 걸려있는데 부정확한 정보로 도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대기.’
결국 미케일라와 세인트 발키리들은 계속 종유석에 숨어서 기회를 엿보았다.
비홀드와 발록이 언제까지고 가만히 있진 않을 테니까.
마을 주민들을 안전하게 구할 타이밍을 기다린다. 장장 6시간 동안 바위 뒤에 숨는다.
초인적인 인내.
바로 앞에서 초대형 괴물이 잠을 자고 있음에도, 숨소리 한번 크게 내지 않고 은신한다.
-그르르······.
그러자 깨어나는 발록.
배가 고픈지 침을 질질 흘린다. 붉은 눈, 데빌 아이를 번뜩 뜨며 마을 주민을 바라본다.
“히익······!”
마을 사람들이 발록와 두 눈이 마주친다. 공포에 질린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 심지어 몇몇은 게거품 물고 기절하기도 한다.
“헉······. 어, 엄마!”
“안 돼. 에이스!”
발록은 한 손을 뻗어 마을 주민 4명을 동시에 집어 든다. 실로 압도적인 크기.
“으아, 으아아아!”
입을 쩍 벌리고 한입에 삼키려는 발록.
붙잡힌 아이는 눈물을 질질 흘리며 비명을 지른다.
소란스러움에 비홀드는 잠깐 발록을 바라봤다가,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다시 동굴 밖을 바라본다.
미케일라는 이를 악문다.
‘제길. 이건 어쩔 수 없다!’
세인트 발키리 대원들과 눈이 마주친다.
한마음 한뜻으로 동시에 움직인다.
쾅.
발록이 주민을 집어들은 손을 놓는다. 쩍 벌린 입을 닫는다. 아이가 눈을 질끈 감은 순간.
파앗.
미케일라는 바람처럼 몸을 날려 공중에서 떨어지던 주민 4명 모두를 구한다.
양팔에 사람들을 한껏 끌어안은 채 부드럽게 착지한다.
아이 엄마와 다른 마을 주민들이 바라보는 앞에서.
“어, 저분들은?”
“우와아아! 전투 사제님이시다! 프레야 교단에서 정말 우리를 구하러 왔어!”
“······.”
드디어 살았다는 생각에 환호성을 지르는 마을 사람들.
동굴 내부가 쩌렁쩌렁 울린다.
다만 미케일라는 아직 표정이 딱딱하다.
-······크릉.
발록이 본격적으로 이쪽을 쳐다보았으니까. 싸움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루시엘라!”
“알고 있습니다!”
미케일라는 품에 안은 주민들을, 같은 세인트 발키리에게 던지고 바람처럼 뛰어든다.
세인트 발키리 중에서 미케일라가 가장 강했으니까. 그녀가 최종적으로 발록을 상대해야 한다.
콰앙!
미케일라가 있던 자리에 발록이 주먹을 내리친다. 산산 조각나는 대지.
덩치만큼이나 괴력이 대단했기에 스치기만 해도 확실한 사망이었다.
힘으론 도저히 상대할 수 없다.
‘······이런. 마을 주민들 쪽으로 피할 수 없다!’
미케일라는 식은땀을 흘렸다.
발록은 덩치가 워낙 비대한 괴물.
지금 동굴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는 만큼, 대충 휘둘러도 마을 주민들이 떼거리로 사망한다.
정면 승부가 안 되는데, 피할 수 있는 폭도 굉장히 좁다.
-우웅.
설상가상으로 비홀드가 이쪽을 바라본다.
새빨간 눈동자를 빛내며 세인트 발키리들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는 녀석.
지이잉! 콰과광!
비홀드의 눈동자에서 빨간 광선이 쏟아진다.
미케일라는 신성력을 담은 방패로 막아낸다.
그와 동시에 날아드는 발록의 주먹.
“······흡!”
부웅.
미케일라는 황급히 자세를 낮춰서 피한다. 발록의 둔한 주먹을 요리조리 피한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 소리만으로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미케일라.
“대원들! 아직 멀었어?”
“······큿! 죄송합니다. 조금만 더!”
다른 세인트 발키리들은 붙잡힌 마을 주민들을 탈출로로 인도한다.
가로막는 벽을 부수고, 비홀드의 눈깔 광선을 방패로 막으면서.
지능 높은 비홀드가 악랄하게도 마을 주민들만 집중적으로 노렸기에, 세인트 발키리들도 날아다니면서 필사적으로 막아야 했다.
“치잇!”
결국 미케일라가 더 활약해주는 수밖에 없다.
심장이 뛴다. 평소보다 더 활발해진 운동신경으로 간신히 무게 추를 맞추며 버티던 때,
-크워어어-!!
쿵, 쿵, 쿵, 쾅!
기어코 발록이 폭주한다.
아슬아슬하게 계속 피하는 미케일라 때문에 분노했는지 동굴이 무너지든 말든 벌떡 일어난다.
거대한 뿔이 천장 종유석을 부순다.
-콰아아아!
“꺄아아악!”
“사람 살려!”
“!”
그리고 짜증 나는 미케일라를 내버려 두고, 대피하는 피난민들에게 포효한다.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
미케일라는 표정이 하얗게 질린다.
‘안 돼······. 이대로 있으면 다 죽고 말 거야.’
그녀는 탁월한 전투 사제.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눈에 선했다.
발록의 육중한 무게 아래 다진 고깃덩이가 되는 주민들.
뒤에 있는 주민들은 그 모습을 보고 공포에 질려, 핏덩이를 밟고 넘어가지 못하겠지.
공포에 질린 주민들과 눈이 마주친다.
길 잃은 어린 양들.
프레야 사제는 목민관으로서, 여신의 대리인으로서, 저들을 구원해줄 의무가 있다.
‘어차피 비홀드를 죽여도, 발록을 죽여야 한다!’
미케일라는 비장하게 달려간다. 지금 프레야 교도들을 지킬 수 있는 건 그녀밖에 없으니.
쾅.
땅을 박차고 바위 위로 오른다. 바위에서 도움닫기 하여 천장에 닿을 듯 높이 뛰어오른다.
샤아아!
그와 동시에 검에 신성 검기를 최대한으로 뽑아낸다. 등을 보인 발록에게 일격에 내지른다.
“악마의 약점은, 심장······!”
푸화악!
전력을 다해 꽂아 넣은 한 손 검. 악마의 질긴 피부를 꿰뚫고 푹 들어간다.
-크워어어어!
고통스러운지 쩌렁쩌렁한 비명을 지르는 발록.
당장 분노해 뒤를 돌아본다.
“칫.”
새빨간 피가 분수처럼 뿜어 새하얀 사제복을 입었던 미케일라를 새빨갛게 물들인다.
‘이 정도로는 죽일 수 없다······!’
미케일라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떠올리며 속으로 신의 이름을 되뇐다.
아무리 베어도 죽일 수 없다.
반면, 자신은 스치면 사망.
-크어어어!
쿵, 쿵, 쿵!
발록이 발을 구르며 다시 미케일라에게 주먹을 휘두른다. 미케일라는 또다시 바위를 도움닫기로 뛰어오르며 피한다.
‘힘줄을 자른다면, 단 몇 분일지라도 시간을 벌 수 있을 터.’
그녀는 최선의 수를 떠올렸다.
발록의 움직임을 봉쇄한 뒤 탈출하는 것.
그녀는 바닥을 구르며, 발록의 다리를 향해 쇄도한다.
힘줄을 자른다면, 단 몇 분일지라도 시간을 벌 수 있을 터.
그런데 그때.
“!”
눈앞에 갑자기 주민 아이 하나가 뛰어든다.
미케일라가 악마의 심장에 칼을 꽂아 넣으려고 할 때,
미케일라는 순간 숨을 흡 들이마신다. 억지로 자세를 틀며 내지른 검을 피한다.
쿠당탕탕!
“커헉······!”
아이를 안아 들고 바닥을 구른다. 가까스로 아이를 칼로 찌르지 않았지만, 억지로 자세를 비트는 바람에 낙법을 취하지 못했다.
미케일라는 바닥에 엎드려 숨을 토해낸다.
‘이 무슨······?’
어린아이가 갑자기 왜 자신을 막아선 거지? 그것도 발록을 위해서?
“······사, 사제님······.”
품에 안은 아이가 울먹인다. 공포에 질렸는지 몸을 벌벌 떠는 게 느껴진다.
와락.
“몸이 말을 안 들어요······.”
“!”
그러면서 미케일라를 꽉 끌어안는 아이. 동공이 반쯤 풀려있다.
미케일라는 소름이 끼쳐 고개를 위로 쳐든다.
비홀드.
마계에서도 악랄하기로 유명한 괴물이 새빨갛게 눈을 빛내며 꼬마를 바라보고 있다.
“미케일라님!”
다른 세인트 발키리라고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녀들 또한 갑자기 반항하는 주민들 때문에 포위돼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칼로 죽일 수야 있지만, 죄 없는 시민을 학살할 수는 없으니까. 애초에 그녀들이 이곳에 온 이유가 주민들을 구출하기 위함이 아닌가?
펄럭!
-그워어어어어-!!!
그 와중에 발록이 박쥐 날개를 활짝 펼치고 포효한다. 아무래도 피를 보고 흥분한 모양.
꿀렁꿀렁.
미케일라가 구멍 낸 등 쪽에서 검붉은 마력이 뿜어진다.
그리고 그 마력이 발록의 온몸을 감싸며 코팅한다.
온몸이 검게 변하는 발록.
덩치도 1.5배 거대해진다.
아무래도 마력 강화를 하려면 예열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콰앙!
그대로 주먹을 내리꽂는다. 미케일라는 방패를 들어 막는다.
그러나 그 충격이 양팔을 타고 흘러들어오며 척추를 부러뜨릴 듯이 뒤흔든다. 무릎이 반쯤 꺾인다.
“커헉······!”
피를 토하며 쓰러진다. 쿵, 쿵. 발록의 그림자가 다가온다.
‘여기, 까지인가······.’
미케일라는 시야가 뿌옇게 변했다.
사실 일전 가뭄의 악마 타비로스를 토벌하러 갔을 때 죽음을 각오했다. 누가 봐도 불가능한 전력이었으니까.
그때 여신님의 가호가 닿아 운 좋게 모두 살아남았을 뿐. 며칠 더 연명했다고 생각한다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저들도 다 죽겠구나······.’
미케일라는 동굴 밖으로 달아나는 주민들의 발소리를 듣는다.
아직 주민들이 대피를 다 하지 못했다.
저 엄청난 덩치를 가진 발록이라면 먼저 달아난 주민들도 순식간에 따라잡을 수 있겠지.
‘여신이시여, 부디 자비를 베푸소서.’
그러나 이미 발록이 주먹을 들어 올린다.
마지막을 예감한다. 기도하며 제 최후를 받아들일 때,
쐐애애액.
그때 저 멀리서 강렬한 바람이 날아든다. 동굴 밖에서 안으로 들이치는 돌풍.
-······크르릉?
갑자기 발록이 멈춘다.
바람이 부는 방향을 바라본다.
그 시선을 따라 비홀드도, 미케일라도 고개를 돌린다. 홀린 듯 그곳에 있는 한 젊은 사내를 바라본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상대는 낯익은 사람이었다.
황금빛 머리카락에 새하얀 피부, 푸른 눈동자를 가진 미남자.
뚜벅, 뚜벅.
자신을 마탑의 마법사이자, 물의 명가 크라우드 소속이라고 소개한 네카르가 다가온다.
모두가 동굴 안 발록에게서 달아나 밖으로 향할 때, 홀로 안으로 들어온다.
번쩍.
푸른 눈이 번뜩인다. 심해처럼 끝없이 깊은 눈.
데빌 아이를 가진 비홀드와 눈을 마주한다.
-······!
그러자 갑자기 무게중심을 잃고 휘청이는 비홀드.
- 으으으으! 머, 마리가 아파!
속수무책으로 땅으로 떨어진다.
-크워어? 크오오오오!
콰광!
발록 또한 갑자기 정신 못 차리고 날뛴다. 제 자리를 방방 뛰며 벽을 친다. 종유석을 부서뜨리고, 대가리를 마구 흔든다.
일시적으로나마 비홀드의 환술이 풀렸으니까.
본래 마계에서의 파괴적인 본능이 깨어난다. 비좁은 동굴에 갇힌 것 자체에 분노한다.
눈에 보이는 것을 모조리 파괴한다.
-······!
-그우우우!
그리고 그 첫 번째 목표는 비홀드였다.
발록은 비홀드가 자신을 조종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발록이 폭주해서 괴력으로 비홀드한테도 주먹을 휘두른다.
비홀드가 기겁하며 발록에게 명을 내리지만, 이미 늦었다.
콰아앙!
망치처럼 내리 찍힌 주먹. 비홀드가 즉사한다.
“아이러니하군. 동족상잔을 즐기는 놈의 마지막이.”
금발 머리의 사내는 바닥에 떨어진 비홀드 눈깔 잔해를 발로 차며 비웃었다.
“네가 먼저 했던 짓이니 원망 마라.”
그리고 고개를 들어 발록을 마주한다.
아직 처치해야 할 적이 하나 더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