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종결급 특성으로 대마법사-44화 (44/140)

44. 사라진 마을 주민 (1)

동부의 변까지 단 일주일.

나는 미케일라와 세인트 발키리들을 먼저 떠나 보낸 뒤, 근처 대도시로 급히 이동했다.

‘통신 구슬을 써야 한다.’

장거리 통신에 특화된 아이템.

대도시마다 통신 구슬이 비치된 연락소가 존재했다.

나는 그곳에서 나와 연이 있는 이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아펠 영주 호세님. 의뢰금을 지급할 테니, 영지의 용병단을 최대한 모아주시겠습니까? 마경에서 대규모 몬스터 움직임이 포착되어서 말입니다.

-물의 학파 아리우스 대표 아라클 씨. 전투 마법사를 최대한 데리고 ‘포르티스 요새’로 와주십시오.

-현자 카나단님. 저 네카르입니다. 현재 흑마법사의 동태가 심상치 않아 연락드립니다.

그리고 아펠 영지의 도둑 길드로 전서구를 보내서 은빛 늑대 용병단에게도 지원을 요청했다.

이제 진짜 전쟁을 앞둔 만큼 이용할 수 있는 자를 총동원한다.

포르티스 요새.

동부 사막에서도 동쪽 끝에 있는 요새로, 끝없이 몬스터가 거주하는 ‘마경(魔境)’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실전 요새다.

다크 로드 자칼과 언데드 군단이 마경에 숨어있다.

그들을 막기 위해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병력을 그곳으로 집결시킨다.

‘어차피 돈은 썩어 넘치도록 있다. 여차하면 네하드람의 황금 상회의 힘을 더 빌려도 되고.’

-움움~!

노움이 악마의 창고에서 훔친 금은보화를 자랑스럽게 내민다.

나는 노움 머리를 쓰다듬으며, 공평하게 황금 상자 하나마다 청포도 한 송이씩 교환한다.

포도라면 환장하는 녀석.

어쩜 저렇게 질리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히히힝~.

이후 나는 프레야 동부 교단 실세인 그린달 주교를 만나러 간다.

가뭄의 악마 타비로스를 처치한 공로를 인정받고, 동부의 변을 막을 지원군을 빌리기 위해서.

흑마법사와 언데드 군단은 프레야 사제가 가장 치명적이며, 적대적 관계인 만큼 최대한 이용한다.

“이게 누구신가? 사람을 구하는 마법사 네카르 경 아니신가.”

기도실에서 주교와 단독 면담한다.

일전보다도 훨씬 호의적인 태도.

아무래도 세인트 발키리 미케일라가 먼저 통신 구슬로 연락한 모양이다.

하기야 동부에서 가장 풍요로운 농경지 중 하나인 타바스 영지를 구원한 만큼 그린달 주교로서도 반길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부끄럽습니다.”

“아니오! 들어보니 악마를 발견하자마자 토벌대를 꾸려서 미궁까지 쳐들어갔다면서. 주민들이 위험할까 봐 지원이 오기도 전에 들어가다니. 그 용기, 존중받아야 하오!”

매우 기뻐하는 그린달 주교.

“그런데 제가 오늘 주교님을 찾아뵌 건 그 때문이 아닙니다.”

“허허, 알고 있소. 내 그럴 줄 알고 미리 준비해뒀지.”

그린달 주교는 품에서 고풍스러운 나무함을 꺼냈다. 반지를 담을 듯 작고 고급스러운 상자.

열어보니 황금빛으로 빛나는 배지가 담겨 있었다.

“프레야 교단에 큰 공헌을 한 자들에게 하사하는 배지라오. 순금으로 만든 장식품이지.”

그렇지.

프레야 여신이 기도하는 모습을 새겨둔 배지.

이는 프레야 교단을 위해 평생 헌신한 사람도 받지 못하고, 수천 명의 사람을 구해야 주어지는 보물이다.

동부 사막에서 이 배지를 받은 사람은 거의 세 손가락에 들 수준으로 귀한 배지.

다른 대륙 어디로 가도 프레야 교단에게 도움받을 수 있는 신분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장 써야 하는 물건이기도 하지.’

성물 ‘아가타의 성배’를 빌릴 수 있는 재화이기도 했다.

동부의 변을 막는데, 꼭 필요한 보물.

금배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때이니 아낌없이 사용한다.

“저, 주교님. 진심으로 감사드리지만, 제가 드릴 얘기는 금배지가 아니었습니다.”

“응? 그럼 무엇인가?”

나는 미리 가져온 데빌 노트 일부를 꺼낸다.

가뭄의 악마 타비로스의 창고에 있었던 서적.

타바스 영지 가신들이 적힌 목록은 미케일라에게 주었지만, 나머지는 그린달 주교에게 보고하기 위해 내가 따로 받아뒀다.

“이건······!”

“악마에게 결탁한 자에 대한 기록입니다. 동부 사막 곳곳에 곰팡이처럼 피어있으니, 철저히 처치해야 합니다.”

“!”

이를 통해 다크 로드 자칼이 언데드 군단을 이끌고 올 때, 동부 내부에서 호응해올 간첩들을 숙청한다.

“허어, 설마 악마와 결탁한 자가 이토록 많았다니.”

“귀족 중에서도 악마에게 제물을 바친 이가 많습니다.”

“정말 고맙소. 설마 프레야 여신님께 반하는 적이 이토록 많았다니. 프레야 교단에서도 명명백백히 밝히겠소.”

그린달 주교는 데빌 노트를 꼭 쥐며 말했다. 그는 신앙심이 투철한 사제니까.

그렇기에 그의 신앙심을 다시 한번 자극한다.

“그린달 주교님.”

나는 방금 그린달 주교가 선물한 금빛 공헌도 배지를 책상에 탁 내려놓는다.

“······왜 그러시오?”

“받자마자 돌려드리게 돼서 죄송하지만,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겠습니까?”

표정을 딱딱하게 굳히는 그린달.

“이미 들으셨겠지만, 동부에서 흑마법사들이 난립하고 있습니다. 세인트 발키들이 추적에 나섰고요. 그리고 아마도 발록까지 동부로 움직이고 있는 모양인 듯합니다. 즉, 악이 모이고 있지요.”

“그게 뭘 뜻하는지, 네카르 경은 예상이 되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동녘이었다.

“동부 마경에서, 대군이 일어날 겁니다. 제국을 위협할 대군이요.”

“!”

한껏 놀란 표정의 그린달.

나는 여기에 MSG 한 수푼을 더 한다.

“크라우드 가문의 정당한 계승자인 제 누이께서, 몇 시간 전에 제게 통신 구슬로 말씀해주셨습니다. 마경에, 마물들이 집결하고 있습니다.”

새빨간 거짓말.

허나 분명한 사실이다.

다크 로드가 수십 년간 악마들과 계약하면서 준비한 언데드 군단.

그 수는 무려 10만이 넘으니까.

동부 귀족 연합 전체가 4만이 가까스로 넘는다는 걸 생각하면 대륙 간의 전쟁, 그 이상의 전쟁이다.

그러나 그린달 주교는 설마 그 정도까지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는지 충격에 빠진 표정을 짓는다.

“그렇게 되면 정말 수많은 사람과 오아시스가 다치겠지요.”

“······.”

“그때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썩은 물도 성수로 바꿔버린다는 성물 ‘아가타의 성배’가 꼭 필요합니다. 금빛 배지로 이를 대여하길 청합니다.”

나는 최대한 내 목적을 포장한다.

내 말에 심각한 표정을 짓는 그린달 주교.

한참이나 고민하다가 말했다.

“······마침 아가타의 성배는 교황청 창고에 보관되고 있으니, 네카르 경을 믿고 내 최대한 노력해보겠소.”

“감사합니다.”

“그런데 네카르 경은 괜찮소? 만약 아가타의 성배까지 빌렸는데,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면 자네는 금빛 배지를 허투루 날리는 거요.”

경고하듯 말하는 주교 그린달.

그러나 나는 눈치챘다. 이 질문이 함정이라는 걸.

프레야 교단이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금욕이니까.

“오히려 저는 제가 착각했기를 바랍니다. 수많은 사람이 다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 게 낫지요.”

나는 그렇게 말한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속 쓰려서 밤잠 못 이루겠지만. 이제 곧 동부의 변이 반드시 터진다는 걸 확실하게 알고 있으니.

“······.”

다만 그린달 주교는 내 진의를 파악하려는 듯 한참 침묵하며 눈을 마주친다.

그린달 주교의 눈동자에 끝없이 깊은 푸른 눈이 비친다.

“······부디 신의 가호가 있으시게.”

그린달 주교는 내게 묵례하며 앞일을 축복해준다.

동부 대륙 최고 사제가 목을 숙이며 하는 예의.

나 또한 허리 숙여 감사를 전하고 갈 길을 떠난다.

***

물의 명가 크라우드.

동부 사막의 패권자이자, 동부 최고 가문인 이곳은 매주 가주 회의가 열렸다.

크로코 지하 수로 때부터 시작된 흑마법사와의 악연.

그 이후로도 점점 심각해지는 흑마법사의 악행에 대책회의를 여는 것이다.

그 전과 달리, 흑마법사의 규모도, 수준도 대단히 위협적인 수준이니까.

‘······하지만 문제는 흑마법사가 정확히 어디에 숨어들었는지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이군요.’

차기 가주인 네하린은 한숨을 쉬었다.

흑마법은 애초에 대륙에서 공인한 금지된 학문.

당연히 흑마법사들은 제 존재를 엄폐하는 것부터 배운다.

더구나 다른 영지 쪽을 추격해서 수사하다간 다른 영주의 반발이 극심하다.

그렇다고 다른 영주가 도움을 요청할 때, 파견 나가면 이미 잠적하고 없다.

답이 없는 상황.

현 가주 엡실론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프레야 교황청의 대주교가 만남을 요청했다. 나와 단독 면담을 하고 싶다는군.”

결국, 엡실론이 직접 중앙 프레야 교단과 만나기로 했다.

다른 영주들도 프레야 교단을 믿으니, 중재자를 부르는 거다.

“네하린.”

“예.”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 크라우드의 가주는 너다.”

엡실론은 무겁게 네하린의 어깨를 짓누른다. 이 무게를 이겨내야 한다는 듯.

“알고 있습니다.”

네하린은 꾸벅, 묵례한다.

그녀와 중신들만 남은 회의. 그러나 이제 익숙해진 회의다.

그들끼리 남은 시간 동안 안건을 회의한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정보를 해석하고, 판단할 때,

“그리고 이건 네카르 도련님께서 보내신 전언입니다.”

현자 카나단이 통신 구슬에 녹화한 내용을 전한다.

-현자 카나단님. 저 네카르입니다. 현재 흑마법사의 동태가 심상치 않아 연락드립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타바스 영지의 4년간 가뭄이 악마 타비로스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이를 해치우고, 남은 자료를 모아 보냅니다.

영상 구슬에서 네카르는 데빌 노트를 펼쳐서 내용을 보여줬다.

-현재 흑마법사들이 각지에서 마경에 서식하는 수천 마리의 마물을 먹일 공물을 보내고 있습니다.

-뭐, 뭐라고요?

-따라서 마경에 가문 마법사와 군단을 보내서 이를 소탕하는 것이 옳을 듯합니다.

-알겠습니다. 차기 가주 네하린님께 말씀드려보겠습니다.

“······.”

영상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군대를 파견해달라. 이는 가문의 군통수권자인 가주 네하린만의 고유 권한이다.

모두의 이목이 네하린에게 쏠린다.

네하린은 잠시 눈을 감고 침묵한다.

‘네카르, 잘 지내고 있나보구나.’

분명 네카르는 말없이 홀로 가문을 떠났을 텐데.

가문의 힘을 빌리지도 않고 이런 고급 정보를 구해오다니.

누나로서 대견스러웠다.

그러나,

“아직 확신할 수 없는 정보로군요.”

차기 가주로선 냉담히 대한다.

군대 파견.

이는 가문 내 수많은 사람이 다칠 수도 있고, 엄청난 군비를 소모하며, 주위 영주들을 자극할 수도 있는 사안이니.

아무리 가문의 형제라고 해도, 말 한마디에 군을 움직일 수는 없다.

“현자 카나단.”

“예, 네하린님.”

“먼저 타바스 영지에 통신하여 진위를 확인해주십시오. 만약 사실로 판단된다면 원로 마법사들을 마경에 조사단으로 파견하겠습니다.”

네하린의 결정이 내려졌다.

통신 결과, 네카르의 발언이 대체로 사실이란 게 밝혀졌다.

위기 단계를 격상하고, 원로 마법사들로 구성된 조사단을 파견한다.

***

히히힝!

나는 주교 그린달을 만나고, 발록의 징후가 발생했다는 동남부 영지로 향한다.

‘사비나’ 영지.

이곳은 다른 사막보다 특히 더우므로 풀이 잘 자라지 않는 곳이다.

땅도 워낙 척박해서 주민 대부분이 농경을 포기하고, 방랑과 유목을 하는 곳.

그 사막 초원지대로 달려간다.

‘아무리 네하린이라도 지금 당장 군을 움직일 수는 없겠지.’

【바람의 길 lv2.】

말을 타고 질주한다. 순풍을 타고, 가속도를 받으면서.

‘하지만 철두철미한 네하린이라면 분명 조사단을 보냈을 거다.’

동부의 변이 일어나기 전에 경각심을 부여하고, 그다음 플랜을 계획하게 하는 것.

그 자체가 내 목표였다.

마경으로 군대를 진짜로 보내게 되면, 오히려 압도적인 수에 궤멸당할 뿐이니까.

원작 스토리와는 다른 방향성.

그것이 내가 구축하고 있는 새로운 동부 스토리였다.

“도착했군.”

그렇게 도착한 사비나 영지.

황량한 초원이 보인다. 시골 마을답게 인적이 드물고, 건물도 적은 마을.

“······.”

좀 더 주위를 둘러본다.

한참 둘러보다가 발견한 건 커다란 발자국이다.

일전 미케일라가 말한 대로 소 발자국 같은 모습이었지만, 크기는 거의 물웅덩이만큼 큰 발자국.

발록의 발자국.

마치 대형 공룡 발자국 화석처럼 거대했다.

‘역시. 발자국이 일직선으로 가는군.’

-움움~!

나는 몰래 노움을 부려 발자국을 살핀다.

울퉁불퉁한 땅에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크기.

‘발록은 파괴와 살육만을 위해 살아가는 마계의 괴물. 이렇게 순순히 이동했다는 건 정상이 아니다.’

애초에 거사까지 일주일은 남았으니까.

사막 동남부를 쓸어버리며, 동남부 영주들이 물의 명가 크라우드에 제대로 협조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선 제대로 된 통제가 필요하다.

‘역시 ‘그 녀석’을 붙여놓은 모양이군.’

떠오르는 놈이 있다.

흑마법사들이 소환할 수 있는 건 마물 발록만이 아니니까.

‘비홀드······. 그 녀석을 같이 소환한 거다.’

비홀드.

박쥐 날개에 거대한 눈깔이 박힌 모습의 마계의 중급 마물로, 환상이나 세뇌에 특화된 마물이다.

발록과 달리 힘은 약하지만, 지능이 높아 매우 악랄한 괴물.

아마 그 녀석으로 발록을 조종하는 거겠지.

나는 계속 발자국을 따라 추격한다.

휘이잉······.

그렇게 발자국을 따라 들어가니, 사비나 마을 중심부에 도착한다.

간간이 박혀있는 유목민들의 집이 보인다. 대부분 1층 집인 허름한 건물들.

그래도 여관과 술집 등 있을 건 다 있다.

저 멀리 사람들도 걸어 다니는 것 같고.

‘이상하군.’

그러나 나는 본능적으로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다.

분명 마을 주민들이 사라졌다고 했는데, 존재했으니까.

일단 술집으로 들어간다.

“어서 오세요. 뭐 필요하세요.”

“······.”

여관 아주머니의 맥 없는 말.

가게 안에는 아주머니와 딸로 보이는 어린 애 하나가 전부다.

다만 눈동자에 생기가 없다. 마치 좀비처럼 혼이 빠진 듯한 얼굴.

“······.”

창밖에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렇군. 그렇게 된 거였어.’

나는 피식 웃는다. 여관 주인에게 주문한다.

“여기 벌꿀술 한 잔.”

“네, 금방 갑니다.”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아주머니. 마치 게임 NPC가 실제로 구현된 것 같다.

나는 벌꿀술을 한잔 따르는 여관 주인에게 말한다.

“혹시 여기 프레야 교단 중년 수녀들이 오지 않았습니까? 무장한 여인들이었는데.”

“아, 수녀님들이요? 아까 영주 성안 쪽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영주님과 무슨 볼일이 있으신 게 아닐까요?”

쟁반에 술잔 하나를 담아와서, 내 앞에 달칵 놓는 여인.

그러나 소름 돋을 정도로 눈동자에 초점이 없다.

“아니.”

나는 마을 주민의 말을 부정한다.

“마을 주민들을 구하러 간 모양이군.”

술집 여관 아주머니와 눈을 마주치며 비웃는다.

너흰 내 손바닥 위라는 듯이.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여전히 소름 돋는 눈동자로 날 바라본다. 이젠 아예 눈썹도 깜빡이지 않는 아주머니.

“날 속이려고 들지 마라. 비홀드.”

파아앙!

나는 움직이지도 않는다.

매직 오브가 스스로 날아올라 워터볼을 날린다. 아주머니를 날려버린다.

스르륵······.

그러자 놀랍게도 먼지가 돼서 사라지는 아주머니.

그와 동시에 선술집을 비롯한 마을 전체가 연기로 사라진다. 환술이 깨진 거다.

-우움?!

화들짝 놀라는 노움.

이곳은 거대한 동굴이었다.

거대한 바위산에 뚫려있는 동굴길.

아까 있었던 마을 전체가 비홀드의 환상이었던 것이다.

‘굳이 이런 곳에 발록을 데려와서 장난질하는 이유는 딱 하나뿐이지.’

흑마법 강화.

거사의 날 직전에, 시골 마을 주민들을 흑마법 제물로 바치는 것이다.

발록을 강화하기 위해 강제 희생시키는 것.

수많은 주민을 일일이 데려오기 힘드니, 발록과 비홀드가 함께 직접 움직이는 것이고.

‘그 말은 반대로 말하면 발록이 아직 강화가 덜 됐다는 말이고.’

어쩌면 주민들도 아직 살아있을 수 있다. 방금 아주머니가 한 말을 보아 미케일라도 무사한 모양이고.

나는 그 발자국을 따라 어두운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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