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종결급 특성으로 대마법사-38화 (38/140)

38. 구휼단 (1)

쏴아아······.

번쩍, 꽈르르릉!

헤비 레인과 썬더 스톰은 괴조를 모두 떨어뜨린 후에도 한참이나 이어졌다.

“프레야 사제들! 신성 보호막을 펼쳐라!”

“성기사들과 용병 모두 방패를 들어라! 불똥이 튈 수 있으니 조심해.”

함께 한 토벌대 또한 곤욕을 치렀다.

비전 마법 중에서도 중급 마법답게 나조차 통제가 되지 않으니까. 심지어 낙뢰가 아군 쪽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역시 무리였나?’

두근두근.

나는 숨을 고르며 침묵한다.

아직도 왼쪽 가슴이 떨렸다.

3써클에 오른 후, 처음으로 전력을 쏟아냈다.

드래곤 하트 속 마나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그걸 견디는 건 오롯이 내 몸이니까.

특성 허약한 몸 때문인지 몇 시간이 지났는데도 몸이 뜨겁고 떨림이 멈추질 않고 있다.

고오오······.

붉은 눈의 스태프도 마찬가지.

지금은 가방에 집어넣었지만, 확실히 느꼈다.

더 힘을 끌어냈다간 마력석이 유리처럼 깨져버릴 것 같았다.

뚝, 뚝······.

그렇게 2시간쯤 지났을까.

점차 빗방울이 멎는다.

그제야 시스템 창을 몰아서 확인한다.

-폭풍의 산 파르티잔에서 악명을 떨치던 흉수!

-괴조 카디악과 그 무리들을 죽였습니다.

-당신의 명성이 아펠 영지와 인근 마을까지 미칩니다! 당신의 이름을 동네 주민들도 알아차릴 것입니다!

먼저 나타난 건 명예에 대한 보상.

나쁜 보상은 아니다. 아르카나 대륙에서는 명성과 명예를 대단히 중요시하니까.

더구나 실질적인 보상은 곧 나왔다.

-이들은 3써클 1티어 마법사 홀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써클이 깨달음을 얻습니다. 3써클 3티어로 진화합니다!

‘오.’

과연 엄청난 성장 속도다.

3써클에 도달한 지 얼마나 됐다고 곧장 3써클 3티어라니.

40여 년간 마법을 연구한 현자 카나단이 4써클이라는 걸 고려하면, 지금 나는 내 예측보다도 훨씬 빠르게 강해지고 있었다.

-악과 파괴의 교단 제7군단장 불사왕 데힐라칸의 흔적을 하나 제거하셨습니다!

-데힐라칸의 부활 마력이 아주 조금 감소합니다! 부활할 때 최대 마력이 0.3% 감소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타난 시스템 창.

다크로드와 계약한 대악마 데힐라칸의 흔적을 하나 지웠다는 내용이다.

괴조 카디악에는 데힐라칸의 검은 문양이 박혀 있었으니까.

‘씨발. 이 괴물 같은 놈을 죽여도 극소량이라고?’

나는 속으로 욕지거리가 나왔다.

괴조 카디악 정도를 제거하면 꽤 효과가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으니까.

이 정도는 거의 타격이 없다고 봐야 했다.

‘······하기야 악과 파괴의 교단 군단장은 세계관 최고 보스급. 그 부하만해도 괴조 카디악을 압도하겠군.’

하지만 곧 차가운 이성을 되찾는다.

동부 사막 흑마법사의 왕 다크 로드 자칼.

그의 계약자이자, 숙주, 대륙 최고 흑막 중 하나가 바로 불사왕 데힐라칸이니까.

이 정도로 무너진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하리라.

‘아냐······. 불사왕이 부활하는 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니까. 그 전에 처치하면 돼.’

결국 불사왕은 계약자인 다크 로드 자칼이 인신 공양해서 부활시키는 거악.

그 전에, 다크 로드 자칼을 없애면 되는 일이다.

아예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동부의 변을 막을 방법으로 고른 ‘헤비 레인’.

이 마법의 진정한 위력은 방금 차고 넘치게 확인해봤으니까.

‘이제 여기에 신성력을 부여할 수만 있다면······.’

자칼의 언데드 군단에게 최악의 한 수를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고민을 마무리하고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제야 주위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무언가에 홀린 듯 멍하게 날 바라보는 사람들.

그 인파를 뚫고 아펠 영주 호세가 다가온다.

“정말로 대단하군······.”

“영주님.”

내가 허리를 숙이자 영주가 곧장 내 어깨를 붙들고 고개를 내젓는다.

“아니야, 네크 경. 자네는 지금 그 누구에게도 허리 숙일 필요가 없다네!”

“감사합니다.”

“설마 크루아 학파가 이 정도였다니······. 덕분에 괴조 토벌이 성공할 수 있었네. 만약 경이 안 계셨다면 우린 모두 새 모이가 됐을지도 모르겠소”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말하는 아펠 영주.

나는 슬슬 본색을 드러낸다.

“호세님, 실은 제가 영주님께 드릴 말씀이 한 가지 있습니다.”

“물론이오! 프레야 교민들을 잡아먹던 괴조를 처치해주셨는데 당연히 들어드려야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내 어깨를 두드리는 아펠 영주.

됐다.

나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흑마법사 에레스를 바라본다.

“무언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괴조 카디악에게 붙어있던 검은 불꽃 반점들. 흑마법의 향기가 납니다.”

“······!”

“더구나 제가 토벌대에 숨어있는 흑마법사를 발견한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 말에 순간 살벌한 눈을 뜨는 성기사단장 알폰소.

“그걸 경께서 어떻게 아십니까?”

“사실 저는 크루아 평민 학파 마법사가 아닙니다.”

“예? 그게 무슨-!”

“마탑 소속 마법사이지요.”

척.

이제 진짜 신분을 밝힌다.

마탑 소속 신분증과 물의 명가 크라우드의 신분증.

그 모든 걸 보여준 후, 말한다.

“제가 이번 토벌대에 참가한 진짜 목적은 흑마법사 추적에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에레스 경?”

“······!”

새빨간 거짓말.

그러나 비오드 바람 학파로 위장한 흑마법사 에레스는 식겁한 눈치로 벌벌 떤다.

‘이 녀석들 덕분에 카디악을 쉽게 찾았지. 어떻게 보면 고마운 녀석들.’

하지만 이제 쓸모가 다했으니 사라져줘야 했다.

깔끔한 마무리였다.

“아니, 사제님들. 억울하다니까요! 저는 흑마법사가······. 아, 씨발! 나라고 흑마법 익히고 싶어서 익혔냐고! 꺄악!”

“마력이다! 저 여자 성수에 반응한다!”

“잡아넣어! 마녀가 내 곁에 있었다니. 소름 돋아······.”

당장 구석으로 끌려가서 성수로 취조당하는 에레스.

아까까지만 해도 너무나 상냥했던 사제들이 흑마법사라는 걸 파악하자마자 살벌하게 돌변한다.

흑마법사 에레스와 비오드 바람 마법 학파는 저항해보지만, 머릿수도, 상성 차이도 심각했기에 순식간에 처형됐다.

‘만약 나도 흑마법을 택했으면 저렇게 됐겠지.’

나는 속이 차갑게 식는 걸 느낀다.

흑마법사 중에는 가난과 혈통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흑마법을 익힌 자들도 있을 텐데 말이다.

새삼 물의 명가 크라우드의 망나니가 된 게 천운이었다는 걸 느낀다.

“무, 물의 명가 크라우드 직계 혈통이시라고······? 헉.”

그 와중에 지레 겁먹고 벌벌 떠는 아리우스 학파 마법사들.

그럴 수밖에 없다. 이들은 크라우드와 공동 마법 연구를 진행하는 하청 가문이니까.

“허허, 마탑 소속 마법사셨다고요. 심지어 물의 명가 크라우드 혈통이셨다니!”

“과연. 저는 보자마자 알았습니다. 이렇게 늠름하시고, 엄청난 마법사님께서 평민 마법사일 리가 없다고요.”

“저, 저희는 흑마법 익힌 적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

내 진짜 신분증을 본 다음에야 경악하는 이들.

그동안 날 괄시했던 게 걱정됐는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아부한다.

나는 적당히 받아줬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 이미 가문을 떠난 몸. 굳이 당신들을 비방할 생각은 없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다만, 마음의 빚이 있으시다면······.”

그들의 눈동자가 잠깐 흔들린다. 내가 무리한 부탁을 할까 봐 두려운 것이다.

“다음에, 제 부탁을 한 번 들어주시지요.”

이에 식겁했는지 안도의 한숨을 쉬는 자들.

“하하! 저희야 크라우드와 연이 더 이어지면 감사할 따름이죠!”

사람들은 역시 물의 명가는 관대하다며 내 인성을 칭송한다.

하지만 나는 속으로 악마의 미소를 짓는다.

‘왜냐하면, 이제 약 2달 후, 동부의 변이고, 그때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수만 마리의 언데드 군단이 쳐들어오는 동부 사막 최대 전쟁. 동부의 변 때는 고양이 손도 필요하다.

저 아리우스 학파라는 곳도 동맹 계약을 파기 안 했으니, 이번 일을 계기로 참전시킬 수 있을 거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둥지를 찾죠.”

이후 괴조의 둥지를 찾아서 뒤진다.

혹여 둥지에 알이 남아있어서, 차기 괴조가 나타나면 안 되니까.

물론 실상 진짜 목적은 다른 거였다.

“찾았습니다! 위대하신 분이여.”

반짝.

다모르 손에서 빛나는 새하얀 보석.

[이름 : 신창 브류나크의 파편 #3. (MASTER.)]

[설명 : 먼 옛날, 천마대전이 끝나고 신창을 봉인할 때, 인간 대표가 간직한 보석. 구슬 같기도 하지만, 홈이 파여 있어서 어딘가에 끼울 수 있을 것 같다.]

[특수 효과 : 파편을 모두 모을 시, 특별한 일이 벌어집니다.]

무려 마스터 등급 아이템 파편이 등장한다.

신창 브류나크.

악과 파괴의 교단 디메토르를 막을 수 있는 비장의 병기.

그 병기를 해방할 열쇠를 하나 손에 넣었다.

비록 완전히 해방하기 위해선 시간이 오래 필요하겠지만······.

이렇게 조각을 모아나가면 언젠가 고대의 석판처럼 모두 모을 수 있으리라.

나는 다모르에게 말했다.

“이제 떠날 건가?”

“예! 최대한 빨리 모든 조각을 모아야지요!”

다모르는 신념에 꽉 차서 말했다.

‘아마 이렇게 믿고 말하는 것도, 날 드래곤이라고 오인해서 그렇겠지.’

용족은 중간계의 수호자.

악과 파괴의 교단 디메토르를 막아내던 가장 대표적인 세력이니.

다행히 서로 신뢰 관계는 잘 쌓은 것 같다.

“위대하신 분이시여.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렇게 씩씩하게 떠나는 다모르. 나는 한참이나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걸로 폭풍의 산 파르티잔.

괴조 토벌을 성공리에 끝마쳤다.

***

이후 일은 일사천리였다.

토벌대는 모두 산에서 내려왔다. 살아남은 용병과 사제들은 막대한 의뢰금을 쥐고 선술집을 가득 채웠다.

축제라도 열린 듯 영지 전체가 시끌벅적해진다.

‘······아마 주된 이야깃거리는 괴조의 크기와 내 활약이겠지.’

나는 페널티 특성 허약한 몸 때문에, 용병들의 무용담을 즐기지도 못하고 여관 침대에서 기절했다.

이후 하루 뒤, 영주의 초청을 받아 특별한 만찬에 참석한다.

“오오, 어서 오시오. 아펠 영지의 영웅이여. 모두 그대만을 기다리고 있었소.”

아펠 영주 호세는 영주성 강당에 화려한 파티장을 열었다.

붉은색이 메인 색상인지, 카펫부터 커튼, 심지어 고기 육즙까지 새빨갰다.

파티장 영애들도 드레스 코드가 레드였다.

“자, 이분이 바로 네카르 경이오. 파르티잔 산맥에 거대한 비와 함께 낙뢰로 괴조 카디악을 물리친 영웅. 심지어 물의 명가 크라우드 소속으로서, 고귀한 혈통인데다, 마탑 소속 마법사라고 하니 실력 또한 훌륭한 사내지. 모두 박수로 환영해주시오.”

짝짝짝짝.

파티에 참여한 귀족들은 일제히 박수쳤다.

또한, 파티가 재개되자 내 곁에 우르르 다가온다.

“네카르 경, 영주님께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이번 토벌에서 엄청난 활약을 하셨다고요?”

“다음번에 이 명찰을 가지고 실버상회를 찾아주십시오. 최고의 서비스로 모시겠습니다.”

신사들은 괜찮은 사업파트너 혹 인맥이라고 생각하는지 온갖 명함을 넘겼다.

반면 귀족 영애들은 날 훌륭한 신랑감으로 생각하는지 눈을 반짝였다.

“와아, 대륙 제일 천재들만 모인다는 마탑 소속 마법사시라니! 마탑은 어떤 곳인가요? 분명 낭만적인 곳이겠죠?”

“헤어는 누구에게 맡기신 거예요? 카리스마 있는 게 잘 어울려요.”

“······.”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쉰다.

······마탑 나도 몰라요. 아가씨. 아직 한 번도 안 가봤어.

그리고 머리는 안 맡긴 거예요. 귀찮아서 몇 시간씩 머리 못 맡겨요.

급속도로 피곤이 몰려온다.

페널티 특성 허약한 몸도 문제지만, 이렇게 이목이 집중 되는 게 익숙치 않다.

‘이러려고 불렀군.’

나는 원망스러운 눈길로 아펠 영주 호세를 바라본다.

호세 정도 되는 대영주가 순수한 호의로, 날 만찬에 초대했을 것 같진 않고, 아마 귀족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라고 부른 거 같다.

혹 인연이 닿아 아펠 영지에 정착한다면, 그렇지 않더라도 아펠 영지 중심으로 내가 활동한다면 영주로서 큰 전력을 얻는 셈이니.

“앗, 네카르 경? 어디 가세요?”

“······아직 마나 고갈이 해결 안 돼서. 테라스에서 바람 좀 쐬고 오겠습니다.”

결국 30분도 되지 않아서 테라스로 도망친다.

미안하지만 나는 도저히 인싸 체질이 아니다.

그렇게 고요한 테라스로 나가니, 익숙한 노인이 기다리고 있다.

“파티는 충분히 즐긴 것 같군.”

그린달 주교.

동부 프레야 교단 최고 실세.

그 또한 번잡한 게 싫은지, 찬 바람을 맞으며 포도주를 음미하고 있었다.

나는 공손하게 인사했다.

“피로는 푹 푸셨습니까?”

“자네만큼 푼 것 같군. 뭐, 노화 또한 여신님의 은총이지. 지혜의 상징 아닌가?”

포도주잔을 돌리며 향을 음미한다.

“그래서 보상은 골랐는가? 성기사단장 알폰소가 의뢰금 말고도 특별 보상을 하기로 한 것 같은데.”

창밖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하는 말.

나는 그린달 주교 곁에 서서 같은 나무를 바라본다.

“아직 정하지 못했습니다.”

“왜지? 우리 프레야 교단의 재력이라면, 어지간한 거라면 전부 구해줄 수 있을 텐데?”

나는 쓴웃음을 흘리며 시선을 멀리 흘린다.

‘그야 제가 바라는 건 정말 터무니없는 거니까요.’

진담을 말할 수도 없고.

속으로는 차분히 생각한다.

지금 내가 필요한 것?

당장 필요한 건 ‘성수(聖水)’다.

성수.

신성력으로 만든 물.

언데드는 녹이고, 다친 사람은 치료하는 신성한 물이다.

다만 문제는 성수가 한두 방울 필요한 게 아니라는 거다.

다크 로드 자칼이 이끌고 올 언데드 군단을 헤비 레인으로 녹여버리기 위해선 무지막지한 양이 필요하니까.

이대로면 바람의 마도서로 중급 마법 ‘헤비 레인’을 얻어봤자, 성수가 부족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하지만 내 공이 아무리 커도, 전쟁터에서 비처럼 뿌릴 만큼 대량의 성수를 받진 못할 거다.’

성수는 대단히 귀한 물건.

사제들이 열과 성을 다해 기도해야 얻을 수 있기에 고가로 거래되는 보물이다.

단순히 값으로 따져 받으면 아무리 후하게 받아도 10병 이상 불가능하다.

성수의 비는커녕 샤워 한 번 하면 그대로 끝날 양.

‘그러니까,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비릿한 악마의 미소를 짓는다.

꼭 성수를 달라고 할 필요가 없다.

성수로 강을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을 빌리면 되잖은가?

‘프레야 교단의 성물(聖物) ‘아가타의 성배’. 그 보물을 반나절만이라도 빌려야 한다.’

성물 아가타의 성배.

그 잔에 담는 물은 전부 성수로 변한다는 프레야 교단 성물이다.

‘하지만 웬만한 신뢰를 쌓았다고 하더라도 성물을 빌려주기란 쉽지 않겠지.’

원작에서는 공적 시스템이 존재했다.

각 조직 별로 공적을 쌓으면 쌓을수록 귀한 아이템을 대여받을 수 있었는데, 프레야 교단의 ‘아가타의 성배’도 그중 하나였다.

따라서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신뢰도 쌓기다.

주교 그린달에게 호감을 쌓는 것.

더 나아가서, 성녀와 프레야 교단 전반의 은인이 되는 것.

어떻게?

‘나는 다 해봤지.’

이 녀석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해본 적이 있단 말씀.

“주교님, 제가 필요한 건 없습니다.”

“네카르 경, 이토록 훌륭한데 검소하기까지 하더니, 모두의 귀감이로군요.”

프레야 교단은 중요한 미덕은 금욕과 절제. 보상을 거절하는 것만으로도 호감도가 확연히 오른다.

그리고 또 한가지.

“하하. 과찬이십니다. 그런데 주교님, 그렇다면 반대로 제가 필요한 곳은 없을까요?”

반대로, 베풂을 행하는 것.

‘2단 콤보 보너스지.’

내 말에 주교의 표정이 사뭇 달라진다.

“음, 네카르 경이 필요한 곳이라······.”

그 순간 주교가 탄식을 내뱉는다.

“타바스 지역!”

“예, 타바스 지역. 주교님의 관할령이지요.”

타바스 지역.

지난 몇 년간 지독한 가뭄에 의해서 말라 비틀어진 남작령.

하지만 실체는 남작가의 지하에 있는 악마가 원흉이다.

“비가 필요할 것 같아서요. 파르티잔에서처럼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