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폭풍의 산 파르티잔 (3)
어찌 됐든 바람의 마도서를 얻었다.
폭풍의 산 파르티잔의 최고 보물.
낡고 삭아 제대로 읽지도 못하는 책들 사이에서도 고고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름 : 바람의 마도서 (SUPER RARE).]
[설명 : 5써클 바람의 마도사 클라인이 고향에서 쫓겨난 뒤, 작성한 필생의 역작.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염원이 담겨있다.]
제대로 찾은 게 맞다.
무려 5써클 바람의 마도사가 직접 저술한 서적.
동부 최고 물의 마법사 엡실론이 5써클이란 걸 되새겨본다면 얼마나 대단한 마법사가 저술한 마도서인지 알 수 있다.
기연이 부족한 동북부에서 최고 마도서로 손꼽히는 책 중 하나.
이 안에는 과연 다른 곳에서는 못 배우는 비전 마법이 깃들어 있었다.
[-1) 바람의 길 (초급 마법, 비전)]
[-2) 헤비 레인 (중급 마법, 비전)]
[-3) 에어 블레스트 (상급 마법, 비전)]
무려 3개의 바람 계열 마법.
과연 바람의 마도서라는 이름에 걸맞게 일반 마법 따위 하나도 없이 전부 비전 마법이다.
‘이 마도서는 마법사가 아닌 직업에서도 필히 구하는 아이템이었다.’
입꼬리가 간질거린다.
비전 마법답게 일반적인 바람 공격 마법 따위가 아니라, 바람 계열 마법만의 특색이 담긴 마법이 가득했다.
‘바람 마법의 특징은 스피드였지.’
빠른 캐스팅으로 상대를 견제하거나, 시전자의 속도를 올려주는 마법.
덕분에 다른 직업 용병들이 가장 선호하는 속성의 마법이다.
[바람의 길.]
[설명 : 돛단배는 순풍이 불 때, 속도가 배가 된다. 바람의 마도사 클라인은 이 점에서 착안해, 시전자 등 뒤에서 강한 순풍을 불어넣어 이동속도를 매우 증가시켰다.]
[효과 : 특정 목적지로 이동 시 속도 증폭.]
바람의 길.
<별들의 전쟁2>에서 처음엔 쓰레기 마법이라고 불렸으나, 내가 너튜브에 활용법을 올린 후, 사기 스킬로 불리며 바람 마법의 상징이 되어버린 마법이다.
초급 마법 주제에 어지간한 중급 마법보다 활용도가 높으니까.
‘마법사의 유일한 단점인 근접전이 약하다는 걸 극복시켜주니까.’
바람의 길은 특정 방향으로 이동속도가 급증하는 마법.
이는 적이 근접해왔을 때, 달아나는 방법으로 주로 사용됐다.
또한, 근접 전투 계열 직업의 유저가 바람의 길 마법만 익혀서 돌진 기술로 유용하게 사용하기도 했다.
‘비록 마나 소모가 극심해서 보통 1회성 위기탈출로만 사용하지만.’
특성 드래곤 하트가 있는 나로선 전혀 해당 사항 없는 일이다.
일상적으로, 전투에서 질풍처럼 이동하며 마법 폭격을 퍼부을 수 있게 됐다.
-바람의 마도서 챕터 1장에 필요한 마나를 100% 주입하셨습니다.
-바람 계열 초급 버프 마법 ‘바람의 길’을 습득합니다.
망설임 없이 즉시 배운다.
바람 계열 최고 효율 마법을 나중에 익힐 이유가 없으니.
그렇다고 다른 마법이 뒤떨어지는 건 전혀 아니다.
다른 마법들 또한 전부 비전 마법이니까.
[헤비 레인.]
[설명 : 바람과 물 속성 듀얼 마법사만이 시전할 수 있는 비기. 날씨를 바꿔 마나 폭풍우를 부른다.]
[효과 : 미공개. (필요조건 : 3써클.)]
헤비 레인.
내가 이번 동부의 변 때, 다크 로드 자칼을 막기 위해 고른 비장의 마법이다.
마나 폭풍우를 일으키면 바람, 물 속성 마법의 위력이 강화될 뿐만 아니라, 특별한 효과를 부여할 수 있으니까.
전장의 판도를 바꿀 비장의 수가 될 것이다.
······비록 아직 3써클에 도달하지 못해서 익히지 못했지만.
‘최대한 빨리 3써클에 도달해야겠군.’
따라서 다음 목표를 3써클로 잡는다.
동부 사막 전체를 걸고 다크 로드 자칼과 벌일 전쟁을 대비해서.
아무래도 내 써클 성장이 얼마나 되느냐가 전쟁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았다.
[에어 블레스트.]
[설명 : 미공개.]
[효과 : 미공개. (필요조건 : 5써클.)]
마도서 마지막에 있는 마법은 아예 건드리지도 못했다.
5써클은 무려 동부 사막 최강자이자, 가주 엡실론의 경지.
아직 거기까지 도달하기엔 멀고도 험했다.
당장 넘볼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일단 ‘헤비 레인’ 마법을 익히는데 집중할 것이다.
팔랑.
“?”
그렇게 바람의 마도서를 챙기고 있는데, 마도서와 함께 꽂힌 일기장이 바람에 휘날려 떨어진다.
-<클라인의 일기>.
필기체로 휘갈겨 썼지만, 시스템 덕분에 알아볼 수 있었다.
[가문에서 추방당 한지 20여 년째, 사람이 사무치게 그립다.]
[그러나 아직도 암살길드에서 의뢰를 수주 중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미련 없이 포기했다.]
아주 평범한 내용.
그냥 대충 덮고 버리려는 데, 무언가 새 그림이 보인다.
[얼마 전에 다리를 다친 참새를 한 마리 주웠다. 불쌍한 녀석. 치료해주니 날 잘 따른다. 외로움이 줄어드는 기분이다.]
[새 이름은 ‘카디악’이라고 지어줬다. 내게 보답을 하려는 듯 지렁이를 물어다 줬다. 기특한 녀석.]
······카디악?
불길하다. 괴조 카디악과 같은 이름이니까.
일단 더 읽는다.
[······카디악이 죽어간다. 하기야 수명이 다해가겠지.]
[내 유일한 친구를 잃고 싶지 않다.]
[방법은 하나뿐. ‘바람의 정령석’을 먹이는 것뿐이다.]
“이런 미친 새끼가.”
나도 모르게 욕지거리가 나왔다.
바람의 정령석.
흙의 정령석과 마찬가지로 바람의 정령과 곧장 계약할 수 있게 해주는 아이템이다.
그만큼 막강한 마나와 바람의 힘이 담긴 아이템.
짐승에게 먹이면 몬스터가 돼버린다.
흠칫,
놀라는 다모르.
“저, 저는 아무 짓도 안 했습니다······.”
자기가 뭘 잘못한 줄 알고 벌벌 떤다.
나는 됐다는 뜻으로 손을 휘휘 젓고 일기를 마저 읽는다.
[그러자 카디악은 살아났다. 문제는 덩치가 내 연구실보다 커졌다는 점이지만.]
역시 괴조 카디악은 이 녀석이 탄생시킨 괴물이었나.
······인간이 미안하다.
그런데 일기가 아직도 안 끝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카디악의 몸에 불꽃처럼 생긴 ‘검은 반점’이 생겼다.]
[대단히 고통스러워하는 카디악. 성격이 대단히 포악해졌다. 당장 눈앞에 나조차 못 알아볼 정도로.]
“······!”
불꽃처럼 생긴 검은 반점.
일기장을 무심하게 훑어보던 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 표식의 주인은 대단히 유명한 존재다.
‘다크 로드 자칼과 계약한 대악마. 데힐라칸의 표식이다······.’
대악마 데힐라칸.
불사왕(不死王)이라고도 불리는 그 존재는, 훗날 대륙 각 지역을 지배하는 7명의 군단장 중 하나다.
네크로맨서의 왕이자 리치로서, 모든 죽은 자를 지배하는 악과 파괴의 교단 디메토르의 제7군단장.
검은 반점은 데힐라칸에게 지속적으로 생명력을 빼앗기는 인장.
그 녀석이 부활하고 있다는 증거다.
‘벌써 데힐라칸의 증표가 나오다니······. 동부의 변만 10년 당겨진 게 아니었던 건가?’
내 눈가가 파르르 떨리는 게 느껴졌다.
예상과 달리, 동부의 변 때 여차하면 불완전한 상태라도 불사왕이 부활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현재 동부 상황이 얼마나 위급한지 체감한다.
일단 일기장을 마저 읽는다.
[숲에 있는 동식물을 무차별적으로 잡아먹는다. 심지어 인근 사람까지 떼죽음 당했다.]
[슬슬 나도 못 알아보는 것 같다. 급히 비명을 지르면 그제야 알아보지만······.]
[아마 얼마 안 지나면 나도 잡아먹히겠지.]
마지막 문구는 피로 적혀있었다.
[부디, 내 마도서를, 발견한 자는, 괴조 카디악을, 죽여다오······.]
일기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죽어가면서 남긴 유언인지, 글자 크기가 대단히 달랐지만.
분위기가 숙연해진다.
<별들의 전쟁2> 때, 등장한 악과 파괴의 교단 디메토르의 7명의 군단장.
그들의 그림자가 서서히 다가오는 게 느껴졌으니.
‘만약, 이게 진짜라면 막을 방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없는데.’
이 세계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 잘 아는 나지만, 해답이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
“일단 확실한 건 아니니까.”
“예?”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탐험가 다모르는 내 눈치를 보다가 은근슬쩍 방을 뒤지며 중얼거렸다.
“······이런. 여기에 없군요? 신창 브류나크의 조각이?”
대단히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짓는 다모르.
아무래도 원하는 물품이 없는 모양이다.
‘이 녀석이 신창 브류나크 조각을 모아야 나도 혜택을 보는데.’
쯧, 혀를 찬다.
일단 무슨 상황인지 들어본다.
“여기에 있다고 확신한 게 아니었나?”
“단서가 이쪽이라서 찾아온 거였지만······. 아무래도 잘못 찾은 것 같습니다.”
단서?
나는 단서가 무엇이냐고 직접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다모르는 자기가 가져온 보자기에서 비석 탁본을 하나 건네주었다.
【폭풍이 머무는 안식처. 그 속에 신창 브류나크의 3번째 조각이 있다.】
“······.”
폭풍이 머무는 안식처.
확실히 폭풍의 산 파르티잔이 떠오르긴 하는데, 안식처라고 하니 집이 떠오른다.
폭풍의 산에 서식하는 생명체의 집.
설마?
“괴조 카디악의 둥지.”
탐험가 다모르 또한 나랑 같은 생각인지 심각한 표정으로 읊조린다.
“폭풍의 산 파르티잔이 아니라면, 역시 남은 곳은 그곳뿐이겠군요.”
그러면서 은근슬쩍 날 쳐다보는 다모르.
은근히 내가 같이 가주는 걸 기대하는 모양이다.
‘······데힐라칸의 표식. 불사왕 데힐라칸가 부활할 생명력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표식이니까. 곧 닥쳐올 동부의 변을 위해서라도 괴조 카디악을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괴조 카디악은 아무리 지금의 나라도 쉬운 상대가 아니다.
무려 중상급 몬스터.
비대한 비계로 물리적 충격에 흘려버리는 대형 몬스터다.
막대한 물을 응축해서 질량으로 때리는 물의 마법으로는 상성이 대단히 불리한 녀석.
심지어 날아다니기에 맞추기도 어려워서, 붉은 눈의 스태프로 쓸어버리기에도 한계가 있다.
‘괴조 카디악을 잡으려면 대규모 토벌대가 필요하다.’
은빛 늑대 용병대를 비롯해서 수많은 용병을 모으면 가능성이 있을까 말까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 정도 대규모 원정을 할 정도는 아니다.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아펠 영지로 돌아가서 고민해보자.
“일단 내려가지.”
나는 챙길 걸 다 챙긴 만큼 아펠 영지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다모르 또한, 괴조 카디악을 토벌시켜준다는 제안을 듣고 뒤따라온다.
“그런데 어떻게 나가실 겁니까? 실례지만 저는 땅굴로 들어와서 정문으로 나갈 줄 모릅니다만.”
“방법이 있다.”
들어올 때는 힘들었지만, 나갈 때는 마음대로다.
왜냐하면.
【바람의 길 lv1.】
바람의 마도서로 익힌 새로운 마법이 있으니까.
바람의 길.
특정 방향으로 바람을 집중시켜서, 엄청난 추진력을 갖게 하는 버프 마법.
“이, 이건 무슨 마법입니까······?”
“힘 빼고 따라오기나 해라.”
후우웅-
다모르는 등에서 밀어오는 바람을 억지로 버티며 물 위의 맥주병처럼 휘청였다.
나는 바람의 길을 타고 던전 밖으로 달려간다.
순풍을 맞는 돛처럼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파아앙.
“!”
“!!”
그리고 칼바람 계곡을 뚫고 밖으로 나간다.
계곡물이 바람의 길을 향해 쏟아진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펠 영지 도둑들은 피하지 못한다.
“푸아아앗?! 어푸, 이 무슨?”
물 폭탄을 맞고 나동그라진 벤텀과 그 수하 도둑들.
간신히 수영해서 물 밖으로 기어나온다.
멍한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실수였다.”
“······.”
나는 별로 미안함 없이 말했다.
그러게 길 안내를 똑바로 하던가.
제대로 했으면 나도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조심스럽게 나왔을 것 아닌가?
“내려가지.”
하여튼 산 아래로 내려간다.
다시 한번 바람의 길을 쓰면서.
올라올 때는 페널티 특성 ‘허약한 몸’ 때문에 대단히 힘들었지만, 내려가는 건 금방이었다.
***
아펠 영지로 돌아온 직후,
우선 도둑들에게 잔금을 처리한다. 어찌 됐든 계약을 하긴 했으므로.
이후 여관으로 돌아가서 뜨거운 물로 묵은 때를 씻어내기로 했다.
나도 산행하면서 계속 노숙했으니까.
오랜만에 따뜻하게 삶은 닭고기를 먹고, 달짝지근한 디저트로 입가심을 했다. 케이크 위에 올라간 딸기가 상큼했다.
“다모르.”
“예!”
다모르는 내 앞에 앉아 있었다.
신창 부류나크의 조각을 찾을 때까지 동행하기로 했다.
‘문제는 영주를 어떻게 설득하냐는 건데······.’
카디악을 잡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토벌이 필요했다.
‘영주로서도 괴조 카디악은 대단한 골칫거리겠지만.’
엄청난 덩치만큼이나 많은 먹이가 필요하기에, 인근 여행자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으니까.
하지만 괴조 카디악을 토벌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막말로 대규모 군대를 이끌고 가도, 거대한 새가 멀리 날아서 달아나버리면 어떻게 할 건가?
닭 쫓던 개가 되는 만큼 확실한 방안이 없다면 거절할 가능성이 컸다.
그렇게 영주를 설득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거대한 행렬이 다가왔다.
히히힝!
“영주님께서 행차하십니다! 모두 비켜서시오!”
갑옷을 입은 기사가 말을 몰고 나오더니 도로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물리친다.
나는 인근 상가로 길을 피한 후, 주민에게 묻는다.
“영주가 여긴 무슨 행차시지? 왜 나오신 거요?”
“그것도 못 들었슈? 계속 여행자들을 습격한다는 괴조 카디악을 토벌하기 위해, 영주님께서 친히 출정하신다잖소?”
“과연 우리 영주님. 프레야 교단에 정식 지원을 해서 지원군을 데려온 모양이에요.”
“······!”
무언가 일이 저절로 잘 풀렸다.
선과 질서의 교단 프레야은 사제와 성기사 등 특수 전력이 있으니까.
마침 그들과 함께 괴조 카디악을 토벌하려는 모양이다.
‘베어켈이 성스러운 돌을 부숴버리는 바람에, 토벌이 빨라진 모양이군.’
원작에서 괴조 카디악은 플레이어가 토벌할 몬스터였다.
하지만 내가 베어켈을 무사히 아펠 영지로 호송해서 심문한 결과, 성스러운 돌을 되찾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터.
그 나비 효과로 괴조 토벌대가 결성된 모양이다.
-lv1. 아펠 영주 호세.
-lv19. 프레야 주교 그린달.
-lv17. 아리우스 학파 아라클.
-lv27. 흑마법사 에레스.
‘?’
그런데 토벌대 행렬에 이상한 자가 몇 명 끼어있었다.
흑마법사.
발각 즉시 사형당하는 대륙 암 덩어리들.
그들이 대놓고 마법사 로브를 입은 채, 영주와 함께 말을 타고 가는 중이었다.
“저 검은 로브를 입은 마법사들은 누굽니까?”
“아, 저자들은 인근 비오드 마법 학파에서 온 자들이오. 바람 계열 마법사로서, 괴조 카디악을 사냥하기 위해 영주님께서 특별 초빙한 현자들이지.”
“······.”
심지어 영주가 직접 초빙한 마법사라고 한다.
바람 계열 마법사들이라고 속인 채로 잠입한 모양.
뭔가 일이 재밌게 굴러가고 있다.
나는 다모르를 데리고, 곧장 말을 몰아 토벌대에 접근한다.
“멈춰라!”
병사들이 막아선다.
“지휘관님을 뵙고 싶습니다.”
그러자 한 노인이 말을 타고 앞으로 나왔다. 영주의 가신으로 보였다.
“그대는 누군데 감히 영주님의 행렬에 접근하는가?”
“지나가던 평민 마법사입니다. 괴조 토벌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참전하려고 하는데 가능하겠습니까?”
그러자 노인과 기사들이 수군거린다.
내 귀에는 그 목소리가 들린다.
‘마법사 숫자가 충분치 않다고 했지?’
‘예, 부단장이 도시 내에서 마법사들을 추가 모집하고 있던 중이기도 했습니다.’
오, 타이밍 좋고.
기사가 나를 쳐다본다.
“마법사라고 했던가?”
“예.”
“음, 어디의 누구인가?”
정체를 숨겨야 한다. 흑마법사들이 나를 알아볼 수도 있으니.
“크루아 학파의 2서클 마법사 네크라고 합니다.”
이를 위한 위조 신분증도 있다. 혹시 몰라서 네하드람에게 가짜 신분증 몇 개를 부탁해놨었다.
“여기, 신분증입니다.”
내 신분증은 기사의 손을 지나서 노인에게로 들어갔다.
안 된다고 할 리가 없다.
마법사는 굉장히 희귀한 전력이며, 괴조처럼 하늘을 날아다니는 적을 상대하는데 필수적인 자니까.
“날 따라오시오. 계약 후 다른 마법사들에게 안내해드리지.”
아펠 가신은 나를 흑마법사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준다.
그렇게 위험한 동행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