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폭풍의 산 파르티잔 (2)
‘이제야 제대로 길 안내를 하는군.’
나는 파르티잔 산을 오르면서 생각했다.
아펠 영지 최고 도둑이라는 놈이라길래 고용했는데, 바위의 길 같은 잘못된 길로 안내했으니까.
처음엔 ‘시기가 10년 전이라 바위가 없었나?’ 싶었지만 역시 함정이었다.
그래도 바윗길을 부순 다음엔 정신 차린 모양이지만.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지?”
“이쪽으로 가는 게 가장 빠릅니다만, 보시다시피 깎아지는 절벽 길입니다. 위험할 수 있으니 돌아가시는 게······.”
휘이잉.
산 아래 절경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절벽.
발 한번 잘못 디디면 떨어지는 절경이 보인다.
“노움.”
쿠구구궁.
나는 노움을 시켜 흙길을 만든다.
“가지.”
“······예.”
확 넓어진 절벽길.
칼바람을 맞으며 산 정상으로 오른다.
걷다 보니 도둑들의 뒷담이 들린다.
‘대장, 뭔가 일이 잘못된 거 같지 않아요······?’
‘저렇게 젊은 나이에 저 정도 경지라니? 아니, 어쩌면 인피면구처럼 가짜 얼굴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 일지도.’
‘만약 수틀리면, 아니, 의뢰가 끝나고 비밀 엄수한다고 저희 다 죽여버리는 거 아니에요?’
다 들린다. 이놈들아.
나야 드래곤 하트로 인해 신경과 기감이 발달한 덕이다.
다행히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고 여기는지 아직 잘 안내한다.
더 정확하게는 지금 달아나다간 다 죽을 거라고 여기는 모양이지만.
“여기로군.”
그렇게 목적지인 칼바람 계곡에 도착한다.
칼바람 계곡은 겉보기엔 평범한 계곡이다.
드높은 높이에서 폭포가 흐르는 계곡.
휘이이잉.
쿠고고고고.
다만 문제가 있다면 계곡에서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광풍이 분다는 점이다.
계곡물이 사방으로 날려서 물보라가 일어나는 강풍.
이 때문에 이 산이 폭풍의 산이라 불리는 것이고.
벤텐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
“큿, 정말 여길 찾으시는 거 맞습니까? 이제 뭘 하시게요?”
이제 곧 닥칠 동부의 변.
그때 쳐들어올 10만에 달하는 언데드 군단을 막기 위해 바람의 마도서를 구한다.
하지만 이를 말해줄 수 없으니, 그냥 무시한다.
“기다려라. 따라오지 말고.”
“따라오래도 안 갑니다. 뭣 하러 죽을 짓 합니까?”
“······.”
나는 몸 자세를 낮추고 계곡으로 다가간다.
노움은 도둑들이 짊어지고 있었던 발광석 가방들을 끌어안고 뒤따라온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 강한 바람이 분다.
【워터 실드 lv2.】
물의 방패를 만들어 막는다.
방패를 기울여서 강풍을 흘려내니 어떻게든 다가갈 수 있었다.
더구나 강풍에 날리는 물을 모으니 질량도 엄청났으니까.
그렇게 칼바람 계곡 안으로 들어간다.
그곳엔 동굴이 있었다.
그 끝이 어디까지 이어졌는지 모를 동굴.
쐐애애액-!!!
그리고 동굴 입구에 마법진이 하나 펼쳐져 있었다.
바람의 마법진.
무슨 이유인지 폭주해서 미칠듯한 광풍을 뿜어내는 상태였다.
‘나만 당할 순 없지.’
나는 그걸 굳이 부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간다.
혹여 누군가 들어올 수 있으니까.
물에 젖어서 추운지 손을 싹싹 비비며 입김을 부는 흙의 정령 노움.
-우움, 움······.
“너도 꽤 추운가 보구나.”
【파이어 lv1.】
일단 마법진 안쪽으로 들어오니 바람 한 점 없다.
그곳에서 모닥불을 피우며 노움과 함께 불을 쬔다.
옷을 대충 말린 후, 안으로 들어간다.
또각또각.
그렇게 안으로 한참 들어가자 미로처럼 생긴 통로가 나타난다.
‘찾았다.’
나는 사람 손길이 닿은 공간을 보고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바람의 마도사 클라인의 연구실.
그곳이 바로 이곳이었으니까.
이제 바람의 마도서만 찾으면 된다.
쿵, 쿵, 쿵. 쾅!
-그워어어!
“?”
-lv25 던전 가디언 골렘. (부식.)
그런데 저 멀리서 벽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던전 가디언 골렘이 난동을 부리는 소리.
혹시 가디언의 함정을 건드렸나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핀다.
그러자 저 멀리서 골렘에게 뒤쫓기는 땅딸막한 드워프 여자가 보인다.
“헉. 헉······. 제기랄. 이놈의 골렘은 무슨 수로 멈추는 거야!”
-lv15 모험가 다모르.
쿠과광!
아무래도 저 드워프가 함정을 잘못 건들인 모양이다.
뭐, 내가 좆 된 것도 아니고, 굳이 구해줄 생각은 없다.
저 드워프가 착한 녀석인지, 내 뒤통수 칠 녀석인지 모르니까.
다만, 그렇다고 아무 이유없이 먼저 죽이기도 뭐하니, 골렘에게 당할 때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잠깐. 다모르?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모험가 드워프 다모르.
그는 원작 <별들의 전쟁2> 문서에서 꽤나 자주 나오는 이름이었다.
왜냐하면
‘탐험왕 다모르? 그 녀석이 왜 여깄어?’
탐험왕 다모르.
10년 후, 전 대륙에 있는 성유물과 보물을 모으는 것으로 가장 유명한 드워프 중 하나였으니까.
'악과 파괴의 교단 디메토르를 막기 위해 장비를 모으는 전설적인 탐험가일 텐데?'
다크 로드 자칼이 소속돼 있는 조직, 악과 파괴의 교단 디메토르.
그들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한 자니까.
따라서 향후 반드시 털어야 하는 보물창고 중 하나가, 탐험왕 다모르의 창고다.
그런데 탐험왕 다모르가 창고에 보물을 아직 쌓기도 전에 벌써 만나버렸다.
***
탐험가 다모르는 던전 골렘에게 뒤쫓고 있었다.
그는 이 악물고 달아난다.
‘이대로 쓰러지면 안 된다······. 악과 파괴의 교단 디메토르를 막을 파편을 반드시 구해야 해!’
다모르는 자신이 왜 바람의 마도사 클라인의 던전에 왔는지 상기한다.
5년 전, 다모르는 탄광을 찾으러 땅굴을 파던 도중, 고대 유적지를 하나 발견했다.
[이 유적을 발견할 미래 모험가여. 들어라.]
[세계에 강대한 위기가 도래하고 있다.]
빼곡하게 글자가 새겨진 유적 비석.
그 비석에는 악과 파괴의 교단 디메토르가 부활하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선 과거 프레야 교단의 비밀병기를 찾으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를 위해 인간, 엘프, 드워프, 천사, 드래곤 등. 아르카나 대부분 종족이 연합했다.]
[그렇게 제작된 비밀병기 중 하나가 바로 신창(神槍) ‘브류나크’.]
[마나가 다 떨어질 때까지 스스로 날아들어 악을 멸하는 병기다.]
물론 고대 유적지엔 비석에 쓰여있는 신창 브류나크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너무나 위험하기에, 모든 전쟁이 끝난 후, 다섯 조각으로 쪼개서 각 종족 수장들이 보관하기로 했다.]
[언젠가 도래할 악과 파괴의 교단 디메토르를 막기 위하여.]
[이를 다시 모아줄 사람은 오직 그대뿐이다.]
유적을 발견한 모험가에게 부탁하는 내용.
아무래도 비석을 제작한 사람은 디메토르 교단에게 이미 당한 모양이었다.
“······전사의 긍지를 가진 드워프 일족으로서, 도저히 못 본 척할 수 없군.”
이후 다모르는 결심했다.
각 종족 수장이 보관했다는 5개의 브류나크 조각을 모으기로.
바로 이것 때문에 전 대륙에 있는 온갖 던전과 미궁을 뒤지고 있던 거였다.
“허억······. 헉······. 역시 마법사 던전은 무리였나.”
그러던 도중, 크로코 지하 수로에서 흑마법사들이 창궐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마법사 던전에 들어왔거늘.
던전 가디언 골렘 하나 뚫지 못해서 짓이겨 죽을 위기였다.
‘그래도 내가 신창 브류나크를 해방할 파편 2조각은 모았으니까······. 후대 사람들이 이를 전해주기를······!’
어떻게 죽어야 가지고 있는 파편 조각이 무사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쐐애액.
저 멀리서 물의 구체가 날아왔다.
콰아아앙!
일격에 파괴되는 던전 가디언 골렘.
다모르가 무슨 수를 써도 흠집도 나지 않던 골렘이, 그토록 공포스러웠던 골렘이, 일격에 힘없이 무너져내렸다.
다모르는 화들짝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 있는 건 젊은 인간이었다.
금발 머리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사내.
흙의 정령과 함께 던전에 들어온 사내였다.
***
나는 던전 가디언 골렘을 무너뜨리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운이 좋았다.
lv25의 던전 가디언 골렘이라면 본래 워터볼 한 번으로 파괴될 시큐리티는 아니다.
다만 워낙 부식되어 있었을 뿐.
물의 질량으로 충격을 가하자, 내부에 부식된 마법진이 무너져 버린 게 분명했다.
“다, 당신은······? 어떻게 골렘을 일격에······?”
물론 상대는 보기 좋게 착각해줬지만.
굳이 정정하진 않는다.
“너는 누구냐. 이곳엔 왜 들어왔지?”
경계를 유지하고 다모르를 위협한다.
사실 상대가 누구이며, 왜 이곳에 왔는지 훤히 다 알지만.
첫 만남부터 다 아는 척을 하면, 어떻게 아는지 설명해야 하기에 굳이 그러지 않는 거다.
“오, 오해요! 나는 보물 도굴꾼이 아니오. 다른 목적이 있어서 왔소.”
“목적?”
눈살을 찌푸리며 못 믿겠다는 태세를 취한다.
그러나 다모르는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하기야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함부로 악과 파괴의 교단 디메토르에 대해 말할 순 없겠지.
어색한 침묵이 이어진다.
그러나 나는 해결 돌파구를 제시한다.
“믿을 수 없다. 노움. 저 녀석을 가둬라.”
“!”
나는 은근슬쩍 흙의 정령 노움을 소환한다.
흙의 정령 노움.
이들은 거짓말을 매우 싫어하며,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자와만 계약하니까.
드워프는 땅속 종족인 만큼 흙의 정령과 유대가 깊은 만큼, 그제야 날 믿는다.
“자, 잠깐! 흙의 정령 노움이라고? 말하겠소. 잠깐만 기다려보시오,”
그렇게 다모르는 내게 비밀을 지켜줄 것을 약속 받은 후, 자신이 온 목적을 모두 말했다.
우연히 악과 파괴의 교단 디메토르에 대해 알게 됐고, 이후 이를 막기 위해 신창 브류나크를 깨울 파편을 찾고 있다고.
물론 이미 다 아는 얘기였다.
“만약 그 신창 브류나크를 깨우면 어떻게 할 거지?”
“그건 본래 프레야 교단의 성물이라지. 그들에게 돌려줄 것이오. 애초에 내가 싸움에 젬병인 건 아까 봤잖소?”
드워프답게 솔직하게 말하는 다모르.
다행이다.
본인이 직접 사용할 생각이 없다니.
그냥 기다리면 알아서 바친다는 것 아닌가?
“아니, 그래도 아직 믿을 수 없다. 네놈이 또 다른 속셈을 숨기고 있을지 모르니.”
다만 겉으론 경계심을 늦추진 않는다.
나야 다모르가 어떤 이인지 원작에서 다 봤다지만, 다모르 입장에선 날 지금 처음 보니까.
처음부터 말을 잘 믿어준다면 오히려 의심을 살 터.
“네가 정말 탐험가면 앞장서서 길 안내를 해라. 그럼 살려서 보내주지.”
거절한다면 죽인다는 말.
사실 겉으로만 위협할 뿐, 이곳에 브류나크의 조각이 있다면 쥐여준 채 보내줄 생각이다.
어차피 내가 성장하는 이유가 악과 파괴의 교단이 전 대륙을 파멸시키는 진 엔딩을 막기 위함이니.
이를 막기 위해선 믿을 만한 자들과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
“······좋소. 나로서도 던전 내부로 더 들어가기 벅차던 참이었으니.”
다행히 다모르 또한 순순히 따라왔다.
다모르는 타고난 탐험가.
길을 헤매지 않고 최단거리로 목적지로 데려다준다.
“이쪽이오. 다만 함정이 있는 모양이니 잠깐 기다리시오.”
-lv15. 석궁 함정 (부식).
-lv14. 쇠창살 트랩. (부식).
긴 통로에 있는 수많은 함정.
다모르는 가방에서 금속 탐지기를 주섬주섬 꺼내서 탐지하려고 한다.
함정을 제거하려는 모양.
물론 함정은 육안으론 찾기 매우 힘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말 그대로 ‘함정’인 만큼, 플레이어의 능력으로도 분간할 수 없는 게 정상이지만······.
‘······드래곤 아이 덕이군.’
드래곤 아이를 얻은 이후, 더 많은 숨겨진 정보를 볼 수 있게 됐다.
【어스 lv1.】
쿠구구궁.
따라서 흙을 끌어와 강제로 묻어버린다.
제멋대로 함정들이 발동한다. 이제야 안전해진다.
“가지.”
“······.”
함정이 나타날 때마다 기다리지 않고 곧장 파괴한다.
굳이 시간 낭비하지 않으니 탐사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저쪽일세. 저 큰 대문. 저기가 최종 목적지인 모양이야.”
그렇게 모든 난관을 뚫고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자 커다란 광장과 대문이 나타난다.
거인이라도 들어올 수 있을 법한 5m짜리 청동문.
-lv30 던전 가디언 골렘. (부식 중.)
-lv30 던전 가디언 골렘. (부식 중.)
던전 가디언 골렘 두 마리가 청동문 좌우를 지키고 있다.
아까보다 레벨이 5개나 더 높은 골렘들.
골렘 앞에는 작은 비석이 하나 솟아있었다.
[이 문을 열려는 자. 광장을 가득 채워라.]
마지막 관문답게 수수께끼 같은 문장이 새겨져 있다.
“이, 이 거대한 광장을 무슨 수로 채워······?”
다모르는 비석 문구를 보고 정신이 아득해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다.
지금 이 광장은 어지간한 성당 기도실보다 거대했으니까.
아치형으로 된 이 광장을 물건으로 가득 채우려면 산 정상에 있는 나무를 모조리 깎아야 할지도 모른다.
“네카르라고 했나? 혹시 강제로 저 문을 열 순 없나? 히익?”
-······.
쿠구궁.
우리가 다가오자 흉흉하게 눈빛을 빛내는 던전 가디언 골렘.
오랫동안 방치돼 먼지가 케케묵었음에도 상당히 건재한 모양이다.
‘싸우려면 싸울 수 있겠지만······. 그러다 중요한 물품이 부서지면 큰일이겠지.’
레벨 30짜리 골렘은 쉬운 적이 아니다.
블랙 오아시스의 시큐리티였던 청동 골렘이 31이었으니까.
그런 골렘이 2마리나 있는 거다.
그것도 마법 방어에 특화된 골렘을 파괴하기 위해선 붉은 눈의 스태프로 일대를 쓸어버리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 바람의 마도서까지 박살 나면?
너무 위험하다.
‘집주인 클라인은 바람으로 공간을 가득 메웠겠지.’
설마 집주인이 안팎을 돌아다니는데 불가능하진 않았을 터.
바람의 마도사답게 막대한 공기를 모아 질량으로 찍어눌렀겠지.
그편이 보안상으로도 안전하고, 집주인에겐 편했을 테니.
나 또한 특성 드래곤 하트에 간직된 막대한 마나로 ‘윈드’ 마법을 시전할 수는 있지만······.
아직 바람 계열 마법은 컨트롤이 익숙지 않아 그 정도 바람을 몰고 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상관없다. 다른 파훼법을 미리 준비해왔으니.’
나는 노움이 가져온 가방을 꺼낸다.
“응? 뭘 하는 거냐?”
“돕기나 해라.”
가방 가득 담긴 발광석을 광장 곳곳에 세워둔다.
가방 개수만큼이나 한가득한 발광석.
광장을 가득 메워버릴 만큼 빼곡하다.
“발광석?”
“빛으로 채운다.”
그 말에 다모르는 잠깐 감탄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당황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잠깐. 발광석은 마나 먹는 괴물 아닌가? 아무리 자네가 뛰어난 마법사라도 이건 위험할세!”
나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다모르는 진심 어리게 만류했다.
지나친 만용이라고.
1/5도 못 채우고 마나 고갈될 거라고.
틀린 말 아니다.
발광석을 켜기 위해선 최소 마나가 있으니까.
애초에 마나 대비 효율이 낮아서 마법사들조차 발광석 대신 횃불을 쓰는 것이다.
“가만히 지켜보기나 하시지.”
눈을 감고 심장 속에 잠들어있는 마나를 깨운다.
푸른 바다처럼 끝없이 깊은 마나의 바다.
쿵, 쾅, 쿵, 쾅.
그 마나가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한다. 마나의 바다에 미묘한 진동이 시작된다. 이윽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더니, 용암처럼 타오른다.
고고고.
그리고 공명하는 마나.
화산처럼 분출된 뜨거운 마나는 거대한 강당을 가득 채운다.
번쩍.
그리고 빛나기 시작하는 발광석.
팟, 팟, 팟, 팟!
빛을 잃어버린 돌들이 다시 뜨겁게 빛난다.
하나둘씩, 빛이 타오른다.
시계방향부터 빠르게 번쩍이는 발광석들.
“--!”
이윽고 쌓아둔 발광석이 전부 빛난다.
총 41개의 발광석.
바닥에 깔아둔 발광석부터, 흙더미 위에 올려둔 발광석, 던전 가디언 골렘 머리 위에 올려둔 발광석까지.
광장 전체가 빛으로 가득하다.
던전 속 세상이 빛의 세계로 변모한다.
쿠구구궁.
끼익.
그제야 진동하며 열리는 던전 문.
나는 발광석과 연결된 마나의 흐름을 끊었다.
그러자 다시 세상이 어두워진다.
“······세상에나, 자, 자네는 도대체 뭘 하는 사람인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다모르.
“지나가던 마법사지.”
“내가 그걸 몰라서 묻는 건 줄 아나? 이, 이 정도 마나를 운용할 수 있는 건 내가 알기로는 마신 문두스, 아니면 드래곤 밖에······ 헉!”
다모르가 날 보며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아무래도 무언가 오해한 모양.
그러나 굳이 정정해줄 이유는 없기에 피식 웃고 지나간다.
안쪽은 허름한 연구실이었다.
너무 오래돼서 삭아버린 책장과 연구서적.
그 속에서 목표물을 찾는다.
[이름 : 바람의 마도서 (SUPER RARE).]
[설명 : 5써클 바람의 마도사 클라인이 고향에서 쫓겨난 뒤, 작성한 필생의 역작.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염원이 담겨있다.]
드디어 찾았다.
바람의 마도서.
다크 로드 자칼을 물리칠 수 있는 물과 바람의 듀얼 속성 마법 비기 ‘헤비 레인’.
그것이 담긴 마법 서적이다.
그 외에도 실전(失傳)되거나, 바람의 마도사 클라인이 직접 개발한 비전 마법도 담겨있는 최상급 마도서.
마법서만 있으면 마나로 즉시 익힐 수 있는 내가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방랑에 떠난 첫 번째 목표에 달성했다.
“다모르, 이건 내가 가져도 되겠지.”
그러자 다모르가 별안간 넙죽 엎드렸다.
“예, 예! 드래곤님. 마음대로 하십시오!”
“······.”
무언가 단단히 오해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