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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결급 특성으로 대마법사-31화 (31/140)

31. 방랑 (4)

나는 맥스가 더 위험해지기 전에 나섰다.

아쿠아 스톰.

일대 숲 전체를 쓸어버리는 상급 마법의 재현이었다.

“무, 무슨······?

“이게 2써클 마법사가 쓸 수 있는 마법이라고······?”

나를 바라보는 용병들의 시선이 사뭇 달라져 있었다.

특히나 제나.

나를 세상 물정 모르는 애송이 마법사로 여기고 있던 그녀의 표정은 꽤 볼만 했다.

당혹감, 놀라움, 한편으로는 감탄.

복잡미묘한 표정이다.

나는 숲속을 바라보며 말했다.

“맥스.”

“······?”

“마차 감옥을 열어둬라. 처넣어야 하는 흑마법사들이 더 있는 것 같으니.”

-lv15 다크 드루이드 프로돈.

-lv18 다크 드루이드 차킨.

-lv24 다크 드루이드 사라딘.

.

.

숲속에서 곳곳에서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 분명 잘 숨었지만 내겐 의미 없는 일이다.

시스템 창이 위치를 다 표기해줬으니까.

다크 로드의 2번째 제자 베어켈을 구하기 위해 나타난 다크 드루이드들.

들켰다는 걸 깨닫자 4명의 다크 드루이드가 기어 나왔다.

“귀족 도련님 같은데 제법이군. 어떻게 안 거지?”

먼저 움직인 건 다크 드루이드들이었다.

그들은 인간이었음에도 마치 표범처럼 네발로 땅을 짚으며 달렸다.

동서남북으로 찢어져서 달려온다.

그 속도가 빨라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

‘······이런. ‘샤먼 오브 파워’까지 익힌 놈들이었나.’

나는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에 등골에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샤먼 오브 파워.

드루이드의 마법 중 하나로, 동물의 형상을 빌려 그 힘을 따라하는 기술이다.

딱히 알았어도 대비하진 못했을 놈들.

우우웅.

그러나 나는 동시다발적으로 덤벼드는 적을 상대할 수 있는 마법 병기가 있다.

매직 오브.

스스로 떠올라 자동으로 마법을 영창하는 호화 병기.

촤아앙, 파앙! 파아앙!

날아드는 다크 드루이드에게 워터볼을 폭풍처럼 연사한다.

이에 다크 드루이드 하나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고꾸라진다.

-우우움!

쿠구구궁. 콰앙!

흙의 정령 노움 또한 한 방향을 막는다.

묵직한 바위 팔을 마구잡이로 휘둘러 다크 드루이드 한 놈을 다진 고기로 만든다.

그러나 놈들은 멈추지 않았다.

애초에 목표가 내가 아니었다.

쐐액!

늑대인간처럼 날카로운 손톱을 앞세워 베어켈이 갇힌 나무 창살로 향한다.

구속구를 잘라주기만 하면 베어켈이 움직일 수 있게 될 테니.

“아니, 그건 안 되지.”

“!”

【스파크 lv1.】

파치지직!

그러나 나라고 가만히 있는 건 아니다.

손에 전격을 두르고 다크 드루이드의 정면을 차단.

전격으로 다크 드루이드의 가슴을 베어버린다.

푸확!

깔끔하게 갈라지는 다크 드루이드.

털썩, 힘없이 바닥으로 두 동강 나서 떨어진다.

이것으로 움직이는 놈들은 모두 처치했다.

“움직이지 마라. 금발 머리.”

“!”

그런데 아직 마지막 다크 드루이드가 살아있었다.

베어켈을 구하려고 나서지 않은 녀석.

그 녀석은 땅에 양 손바닥을 대고 주저앉아있었다.

“커헉······!”

“제논!”

그러자 땅바닥에서 나무 덩굴이 자라나더니, 마차 곁에 있던 제논이 붙잡혔다.

13살 청소년 제논의 목을 조르는 나무 덩굴.

“자, 이 아이를 살리고 싶으면 나무 창살 속에 계신 베어켈님을 꺼내드려라. 그렇지 않으면 죽이겠다!”

“······.”

내 실력을 알아보고 정면으로 뚫을 생각을 포기한 채 인질을 잡는 모양이다.

맥스를 비롯한 은빛 늑대 용병단의 표정이 굳는다.

만약 베어켈의 구속구가 풀린다면 이곳에 있는 모두가 죽게 될 테니까.

그렇다고 십여 년간 함께한 제논을 죽게 내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우두커니 서 있다.

누군가의 결심이 필요했다.

“웃기는군.”

나는 한걸음 앞에 나서며 읊조렸다.

“죽을 거면 혼자 곱게 죽어.”

【드래곤 피어 lv1.】

이에 나는 악마의 미소를 지으며 다크 드루이드를 노려본다.

마스터 등급 특성 ‘드래곤 아이’가 담긴 눈으로.

그 순간.

쿵.

“······!”

쿠당탕탕!

힘을 잃고 흙바닥에 쓰러지는 마지막 다크 드루이드.

‘아껴두길 잘했군.’

세 명을 동시에 멈춰 세우는 건 무리일 수도 있기에, 무작정 사용하지 않았던 비기다.

끄으으으.

녀석은 마치 맹수 앞에 선 토끼마냥 공포에 질려 아무것도 못 한다. 몸을 벌벌 떨며 경직된다.

흑마법사 데이아를 상대했을 때보다 더 격한 반응.

아무래도 샤먼 오브 파워 주술을 통해 짐승의 힘을 빌려 쓰고 있다 보니, 드래곤 피어의 영향도 더 받은 모양이다.

“이, 이건······?”

서걱!

혹여 정신 차리기 전에 제논의 누나 제나가 달려들어 곧장 척살한다.

마지막 다크 드루이드의 목이 떨어진다.

하기야 아직 드래곤 피어 스킬 레벨은 고작 1.

금세 풀려날 수 있으니까.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스르륵.

“······엇?”

“어둠이 걷혔다! 악몽에서 해방이다!”

“우와아아!”

다크 드루이드들이 전부 죽자 숲을 뒤덮었던 어둠이 사라진다.

그제야 환각에서 벗어나 용기를 되찾는 용병들.

날 보는 시선 속에 경외감과 놀라움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와락.

제나는 목 졸렸었던 제 동생에게 달려간다.

그리고 제 동생을 가슴에 꽉 파묻는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덜덜 떨리는 손.

동생 제논이 숨 막혀 하지만 손에 들어간 힘은 줄어들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기야 지금 이 숲은 그녀에게 악몽 같은 상황이었을 거다.

그녀의 오빠 제드를 죽인 흑마법사의 습격.

그리고 눈앞에서 동료들과 하나 남은 가족 제논이 죽을 뻔했으니까.

감정이 북받치는 건 당연하리라.

“······.”

“······.”

그렇게 감정을 추스르는 걸 기다려주니, 어색하게 눈이 마주친다.

슥슥 손등으로 굵은 눈물을 닦는 제나.

“이게, 내가 구해줬던 마법사라고······?”

아직 사고가 덜 돌아왔는지 멍한 표정.

이제는 알 것이다.

지난날, 리자드맨으로부터 자신들이 구해줬던 일이 쓸데없는 참견이었음을.

······아니, 날 만난 게 이들에게 엄청난 천운이었음을.

제나는 무슨 자신감으로 혼자 다니냐며 잔소리했던 게 생각났는지 귀까지 새빨개진다.

“저기, 그 있잖아······. 그······.”

말까지 떠는 제나.

“고마워······. 내 동생을 구해줘서, 정말로······.”

그래도 성격이 괄괄한 만큼 할 말은 한다.

“······.”

그 옆에 13살짜리 청소년 제논.

그는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날 빤히 쳐다본다.

아 맞아.

이 녀석 꿈이 마법사라고 했었던가?

뭐, 별로 관심 있는 일은 아니다.

“호오? 신기한 환술을 쓰는구나.”

“······.”

마지막으로 나무 창살 속에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베어켈.

다크 로드의 2번째 제자이자, 흑마법사의 비밀 병기라고 불리는 그는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지금 자신을 구하러 온 모든 이들이 죽고, 환술이 풀렸음에도 전혀 두려움 없어 보이는 모습이다.

“적어도 당신이 우리 안의 돼지 꼴이라는 건 환술이 아니야.”

다크 로드의 2번 제자 베어켈.

‘지금 죽여야 할까?’

아니. 아니지.

베어켈은 부활의 권능을 가진 중간 보스 몬스터. 게임 속에서는 그런 설정을 바탕으로, 필드 보스 몬스터로 구현되어서 자주 마주치게 된다.

이놈을 완전히 죽이기 위해서는 프레야 교단의 축복이 필요했다.

나는 미련 없이 뒤돌아선다.

“가시지요.”

“······앗, 옙!”

히히힝!

곧장 아펠 영지로 출발한다.

***

아펠 영지는 생각보다 실속있는 도시였다.

성곽도 넓고, 벽돌로 튼튼히 지어져 있었으며, 사람은 많아서 왁자지껄한 소리와 온갖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나와 은빛 늑대 용병단은 통행세를 내고 정식으로 아펠 영지로 들어왔다.

그리고 프레야 교단 지부로 달려가 포상금 신청했다.

베어켈의 신상 정보와 심각성을 전하면서.

“이 자가 정말 그 정도 흑마법사 거물이라고요?”

“마탑의 명예를 걸고 보증하겠습니다.”

“음, 이 신분증이라면 믿을 수 있지요. 문제가 생겼을 경우는 마탑에서 책임을 져준다는 뜻이니까요.”

니콜라스에게 받은 마탑의 신분증을 보여주자, 곧장 믿는 성기사단.

나는 베어켈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화형시킨다. 혹시 모를 사태까지 대비해 성수까지 부어 놨으니 안심이다.

“정말 감사합니다! 네카르 경. 덕분에 목숨을 건지게 됐습니다!”

은빛 늑대 용병대장 맥스가 내게 감사를 전한다.

용병들도 죽다 살아나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날 매우 반긴다.

다만 뒤에 있던 제나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왜 쳐다봐.”

어제 울면서 고맙다고 한 일이 부끄러운지, 앙칼진 모습.

나는 피식 웃고 헤어지려고 했다.

그때 누군가 내 옷깃을 잡아당긴다.

꾹, 꾹.

“?”

고개를 내려보니 13살짜리 청소년 제논이다.

제논은 무언가 결심했는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저기요. 네카르 아저씨.”

“아저씨 아니다.”

“······네카르 형. 부탁이 있어요.”

“뭔데?”

그동안 함께 한 정이 있으니 부탁을 듣긴 할 거다.

들어줄지는 모르지만.

“제가 정말 마법 재능이 있는지 한번 확인해주세요.”

“······.”

“만약 아저씨가 보기에 제가 마법 재능이 없다면 미련 없이 포기하겠습니다.”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제논.

하기야 이 녀석, 꿈이 마법사라고 했었지?

뭐, 재능을 봐주는 건 어렵지 않으니 한번 봐준다.

“이 종이에 피를 몇 방울 떨어뜨려 봐라. 짙은 푸른색일수록 재능이 뛰어난 거다.”

나는 황금상회에서 마련해준 흰 종이를 한 장 꺼낸다.

마나 리트머스 종이.

혈중 마나를 체크해서 몸 상태를 확인하는 아이템이다.

단순 무식하지만, 마법사들이 전투 때, 자기 마나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다.

제논은 단검으로 제 손가락에 상처를 내고 흰 종이 위에 떨어뜨렸다.

파사삭.

“?”

“······!”

그런데 제논의 피가 닿은 부분은 푸른 빛이 아니라 새까맣게 변해버렸다.

아예 구멍이 뚫릴 만큼 흐물흐물해진 모습.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뭐, 뭐죠? 이 경우는 뭐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잠깐 기다려봐라.”

설마 황금상회 물품인데 불량인가?

나 또한 당황해서 내 손가락에 상처를 내본다.

불량인지 아닌지 내 마나로 체크해보는거다.

파사사삭!

“!”

내가 피를 한 방울 떨어뜨리자, 흰 종이 전체가 새까맣게 변해서 공중에서 완전히 소멸해버린다.

과연 특성 드래곤 하트.

내 몸속에 깃든 마나는 감히 마나 리트머스 종이 따위가 감당할 수 없는 모양이다.

마나가 짙어 푸른색이다 못해 새까맣게 변했다는 뜻이니까.

“역시. 저는 재능이 없는 건가요?”

“······.”

다시 제논의 종이를 본다.

나처럼 종이 전체가 소멸하진 않았지만, 피가 닿은 일부분이 새까맣게 탄 종이.

설마?

“제나.”

“?”

“너도 한번 체크해봐라.”

만약의 가능성이 떠오른다.

왜인지 제나와 제논이란 남매 이름이 익숙했으니까.

제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동생의 적성 테스트란 말에 순순히 손가락을 쨌다.

파르르.

“!”

짙은 군청색으로 변하는 흰 종이.

역시 황금상회 물품.

마나 리트머스 종이엔 문제가 없었다.

‘군청색이면 장녀 네하린이 보였던 반응인데. 설마?’

이상이 있다면 저 용병 남매가 지나치게 마나가 많았다는 점뿐.

둘째 네하드람이 아주 옅은 푸른빛 사이였고, 네하린이 뚜렷한 군청색이었다.

확실했다.

저들이 가진 마나가 엄청나다는 걸. 최소 네하린급 마나 량.

비록 나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지만, 이건 1써클조차 못 오른 마법사의 마나 양이 결코 아니다.

······설마?

확인차 제논에게 묻는다.

“너희 설마. 모나크 영지 출신 용병이냐?”

“어라? 어떻게 아셨어요? 저희 출신 지역은 말씀드린 적 없는데?”

“!”

모나크 출신 용병 제나와 제논.

이는 원작 <별들의 전쟁2>에서 대단히 유명한 자들이었다.

‘매직 크래프트 제나, 제논. 용병왕 산티아고 바로 다음 가는 용병들이다.’

매직 크래프트 제나, 제논.

원작에서 흑마법사를 상대하는 일이라면 업계 최고로 쳐주는 마법사들이다.

용병 출신이라 제대로 마법을 배우지도 못했으면서도 제논은 4써클, 제나는 3써클에 오르는 천재 괴물들.

20여 년간, 마법을 익힌 네하린이 현재 3써클이었으니, 그 천재성은 이루어 말할 수 없다.

아무래도 내가 미래의 엄청난 거물들을 만나고 있는 것 같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마음의 준비는 끝났으니 재능 없다고 말씀하셔도 상처받지 않겠습니다.”

“······.”

나름 의젓하게 말하는 제논.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비릿하게 웃는다.

“재능이 없진 않군.”

“!”

다만 너무 과하게 칭찬하면 혹여 자만에 빠질까 염려한다.

물론 이 정도로 제논은 뛸 듯이 환하게 웃었지만.

나는 가방에서 마법서 한 권을 꺼냈다.

“받아라.”

“?”

“바람의 기초 마법서다. 네게 필요할 테니 익혀라.”

“······!”

마법서를 주겠다.

그 말에 제논을 비롯한 은빛 늑대 용병단 전체가 경악했다.

마법서는 대단히 귀한 물건.

기초 마법서라도 한 권에 수천 페니에 거래되는 보물이니까.

한 권, 한 권이 평민 집 한 채 값이다.

제논은 책을 받고 멍하니 날 올려다본다.

반면 누나 제나는 현실감각이 있는지 조심스럽게 말한다.

“······목숨을 구해준 은인에게 이리 귀한 선물을 무료로 받을 순 없죠. 돈 내고 사겠습니다. 얼마죠?”

“너희가 돈으로 살 수 있는 가격이 아니니까 그냥 받아라.”

“!”

나는 담담히 단언한다.

웬만한 마법서는 집 한 채 가격은 한다.

괜히 마법사들을 천문학적인 돈을 잡아먹는 하마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4대 속성 마법이 귀족들을 중심으로 발전하는 덴, 다 이유가 있는 거다.

내가 돈이 아쉬운 것도 아니고.

‘미래를 위한 투자지.’

제나와 제논은 10년 후에도, 흑마법사라면 이를 가는 자들.

따라서 빚을 쥐여준다면, 나중에 흑마법사들을 상대할 때, 고용할 수 있을 거다.

사람의 가장 효율적인 투자는 힘들 때 도와줘서, 잘 나갈 때 뽑아먹는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더구나 당장 3달 후면, 동부의 변.

다크 로드 자칼이 직접 동부 사막에 강림한다.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이런 재능 있는 용병들을 계속 모은다면······. 판도가 바뀔지도 모른다.

그러나 왜인지 제나는 표정을 굳혔다.

“우린 지나가는 삼류 용병일 뿐이에요. 이런 귀한 물건을 받을 순 없어요.”

“공짜는 아니야.”

“네?”

“나중에 갚아. 이자까지 쳐서.”

제논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마법사를 곧장 펼쳐보았다.

제나는 그런 자신의 동생을 바라보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표정이다.

나는 피식 웃고는 두 남매를 지나쳤다.

“······이번에 신세 진 거, 꼭 갚을 테니까 어디에다가 내 이름 적어 놔요.”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이자까지 쳐서.”

내 대답에, 풀이 죽어 있던 제나가 다시 씩씩거리 시작했다.

“네! 그것도 적어 놔요! 나는 빚지고는 못 살아요!”

“형 고마워요! 꼭 마법사가 될게요!”

그렇게 은빛 늑대 용병단과 헤어졌다.

은빛 늑대 용병단은 함께 온 상단을 돌려보내고, 용병 길드에서 새 임무를 찾으러.

나는 동부의 변 때, 판도를 바꾸기 위해 바람의 마도서를 구하러 떠난다.

바람의 마도서에 기록된 '헤비레인'을 통해서 '성수'를 쏟아내 언데드 군단을 쓸어버리기 위해서 말이다.

“아, 참! 폭풍의 산 파르티잔에서 뭐 찾아야 한다고 했죠?”

그때 제나가 뛰어와서 말했다.

“칼바람 부는 산에서 도대체 뭘 찾으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넓은 땅을 혼자 다 뒤질 게 아니라면 도둑 길드를 고용하는 게 좋을 거예요.”

그러면서 내미는 약도.

아펠 영지 지도와 함께 정보 길드가 숨겨진 곳이 적혀 있었다.

“도둑 길드는 은폐돼 있으니까 당신 같은 외지인은 모르겠죠. 그대로 따라가세요. 처음 본 사람에게 의뢰를 받아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추천해서 왔다고 하면 받아줄지 몰라요.”

원래 안 파는 종이인데, 특별히 주겠다는 제나.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인데······.’

물론 나는 고인물로서, 도둑 길드 위치를 훤히 다 알았다.

하지만 호의도 호의인 만큼 거절하지 않는다.

“음, 이자를 조금 빼주지.”

“됐어요. 다 빠짐없이 달아놔요! 나 빚지고는 못 산다니까요.”

제나는 그렇게 말하고 총총 돌아간다.

***

나는 제나가 전해준 약도를 따라 정보 길드로 향한다.

‘여기군.’

도착한 곳은 광장 정중앙에 있는 카지노였다.

창문도 없는 술주정뱅이들의 천국.

나는 1층에 있는 카지노를 두고, 지하로 내려갔다.

“죄송하지만 손님. 이곳은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입니다.”

“의뢰하러 왔다.”

웃으며 길을 막는 딜러에게 도둑 길드를 알고 찾아왔음을 전한다.

그러자 길을 비켜주는 딜러.

지하에는 조용한 선술집이 자리 잡고 있었다.

카지노에서 들리는 왁자지껄한 소리를 백색소음 삼아 즐기며 쉬고 있는 도둑들.

“야, 이거 진짜 100페니 맞아? 은의 함량이 다른 거 같은데?”

“아, 글쎄. 맞다니까. 날 그렇게 못 믿어?”

“그럼 바람난 마누라 말을 믿지, 널 믿겠냐?”

“······.”

몇몇은 저울에 100페니짜리 은화를 저울질하며 거래를 하기도 했다.

‘바람의 마도사 클라인의 은거 동굴. 그곳을 찾으려면 이들과 계약해야겠지.’

게임 속에서 가는 길을 다 알고 있지만, 현실과 게임은 다르니까.

게임은 플레이어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길이 상당히 단축되어 있다.

동부의 변이 코앞.

동부가 멸망할 위기인데 이를 막을 수 있는 바람의 마도서를 얻는데 길을 해멜 수 없다.

어차피 돈은 썩어 넘치는 만큼 아끼지 않고 쓸 생각이다.

나는 선술집 정중앙에 들어서서 말했다.

“폭풍의 산 파르티잔 일대를 가장 잘 아는 자가 누구냐. 그를 고용하고 싶다.”

의뢰 제안에 일제히 날 쳐다보는 도둑들.

“누가 여길 알려줬지?”

“은빛 늑대 용병단이 말해줬다.”

일단 제나 말대로 말해본다.

이에 박장대소하는 도둑들.

“푸하핫! 이야, 우리 길드도 참 수준 낮아졌네. 이젠 하다 하다 애송이 용병단 추천도 받고 오는 거야?”

“아이고, 귀공자님~. 죄송한데 여긴 어중이떠중이가 올 만한 곳이 아니거든요. 저기 우유 있으니까 한잔하시고, 나가주시겠습니까?”

“······.”

대놓고 날 무시하는 도둑들.

그러나 나는 이조차 상술임을 안다.

돈 많고, 신분 높은 의뢰인은 고까울 수 있으므로 기선 제압하는 거다.

이를 알고 있기에 대꾸도 하지 않는다.

쿵.

그저 테이블에 묵직한 돈주머니를 올려둘 뿐.

“하루 일당 100페니다. 선금으로 1,000페니를 주고 시작하지.”

“······!”

선금만 1,000페니.

한화로 약 500만 원 정도의 돈이다.

고작 길 한번 찾는데 쥐여주는 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큰 액수였다.

그제야 눈빛이 달라지는 도둑들.

나는 그들에게 말한다.

“폭풍의 산 파르티잔 정상 부근에 있는 칼바람 계곡을 아는 자가 있나? 최단거리로 갈 수 있는 자를 고용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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