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종결급 특성으로 대마법사-22화 (22/140)

22. 카넬과 데이아 (2)

쏴아아아! 꽈아아앙!

푸른 물결과 검은 물결이 뒤엉켜 서로를 물어뜯는다.

크라우드를 상징하는 물의 파도, 그리고 가문을 배신한 검은 물.

두 이질적인 속성이 마법 연무장에서 정면에서 충돌한다.

-lv31 4써클 자칼의 여덟 번째 제자 데이아.

‘······조금 늦었군.’

앞으로 나아간다. 그와 함께 나의 힘. 물의 파도가 진격한다.

데이아가 내뿜은 검은 파도가 좌우로 갈라지고, 그사이에 쓰러져 있는 두 혈육이 눈에 띈다.

-lv21 3써클 중급 마법사 네하린.

-lv16 2써클 초급 마법사 네하드람. (기절.)

‘분명 원작 카넬은 혼자 돌아왔었는데.’

아마도 10년 거사를 앞당기다 보니, 준비가 부족해서 양자인 데이아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분한가 보군?”

데이아가 내게 물었다.

“꽤 의외인데. 가족과 사이가 매우 나쁜 놈이라고 들었는데. 아, 일방적으로 정을 못 받은 거였나?”

놈은 나를 흔들기 위해 도발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타격이 있을 리가 없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뭐, 알아들을 필요는 없다. 셋 다 나란히 누웠다가 일어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할 테니까.”

나는 피식 웃었다.

“네가 아침에 눈 뜨면, 그 대사가 처음으로 떠올라서 이불을 차게 해주지.”

그 순간, 내 손에 푸른 빛을 띠는 강력한 스파크가 뿜어진다.

【스파크 LV1.】

주변 수증기를 이용해 전격계 기초 마법인 스파크를 극한의 값으로 발현한 전격.

데이아보다 서열이 5단계나 높은 마벨을 죽인 일격.

일순 데이아를 향해 땅을 박찬다.

데이아는 응수하듯 양손에 막대한 마나를 모은다.

나와 데이아는 한 점으로 교차하러 순식간에 달려든다.

정면으로 충돌한다.

둘 중 하나는 그 점에서 쓰러질 터.

그때.

“그만.”

문밖에서 거센 명령이 들렸다.

근엄하면서도 매서운 눈매를 가지고 노려보는 중년 사내가 보인다.

가주 엡실론.

그러나 멈추기엔 이미 늦었다. 우린 공중을 박차고 서로에게 살상 마법을 휘두르고 있으니까.

“아쿠아 부스터.”

쏴아아아!

그때 마법보다 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엡실론의 명령에 따라 바닥에 깔린 물이 부스터처럼 일어난다.

그리고 나와 데이아의 배를 부드럽게 강타해, 강제로 날려버린다.

서로 돌진하던 방향의 정반대 방향으로.

쿵.

우리는 서로 마법 연무장 반대편 벽에 박혀 떨어진다.

압도적인 물의 질량이 도저히 무를 수 없을 것 같던 충돌을 무효화 한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지?”

그리고 엄한 표정으로 연무장의 모든 이를 노려본다.

“단순한 사고였습니다.”

이에 꼬리를 바짝 내리는 데이아.

“지금 저 상황이 우연한 사고라고 여기는 것이냐.”

그러자 더욱 심기가 불편해져 살의를 내비치는 엡실론.

그의 시선은 피투성이로 실려 가는 네하드람과 마나가 고갈된 네하린에 꽂혀있었다.

“이런. 크라우드 혈통들과 알력 다툼이 있었나 보군.”

그때 엡실론 등 뒤에서 뱀처럼 능글거리는 인상의 중년 사내가 입을 연다.

엡실론과 닮은 금발에 푸른 눈이지만 오랜 방랑 생활을 했는지 잔 상처가 많은 사내.

그리고 흑마법을 지고하게 익혀서인지 피부색이 탁한 늙은이.

-lv49. 다크 로드의 첫 번째 제자 카넬 폰 크라우드.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수식언 자칼의 첫 번째 제자. 사실상 흑마법사의 2인자.

동부의 변의 포문을 여는 자이자, 결정적인 순간, 크라우드를 배신하고 동부 대륙 전체를 멸망의 길로 인도하는 괴물.

그 괴물이 이미 크라우드 가문에 버젓이 나타나, 입술을 놀리고 있었다.

“아이들끼리 마법 훈련이라도 한 모양인데 이쯤하고 그만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너는 이게 훈련으로 보이나? 일방적인 테러다.”

“기존 크라우드 혈통들은 그렇게 말하겠지요.”

카넬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타 가문 사람들이 보기엔 어떨까?

크라우드 가문이 명예를 잊고 제 식구 감싸기만 하는 거로 생각할 게 불 보듯 뻔하다.

······라고 간사하게 속삭이는 거다.

“아니. 우리 크라우드는 쫓겨난 반역자들을 법적으로 받아줌으로써 이미 공정함을 입증했다. 마법 결투를 빙자해 살인하려는 자, 즉시 사형이다.”

“!”

그러나 엡실론은 카넬의 속삭임에 흔들리지 않았다.

사형.

카넬은 망각법에 따라 10년이 지나서 처벌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데이아는 처형해도 불명예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카넬은 식은땀을 감추며 최후의 패를 말했다.

“원로원의 결정을 잊으신 겁니까?”

······원로원의 결정?

이건 고인물인 나조차 모르는 일이다.

어쩌면 방금 원로원에서 엡실론과 카넬이 만났을 때, 나눈 결정일지도.

“그렇다면 결정에 따른 후, 즉시 처형하면 되겠군.”

엡실론은 그렇게 말하고 뒤돌았다.

“모두 자리에 돌아가라. 데이아의 살인 혐의 처분을 곧 발표할 것이다.”

***

크라우드 백작가 지하 감옥.

1급 흉악범만 갇혀 있는 이곳에 데이아는 쇠사슬을 찬 채 갇혔다.

휘이잉.

쇠창살 사이로 스며드는 마법 칼바람과 바닥에서 차오르는 한기가 매 순간 괴롭히는 곳.

식사도 극소량의 물과 딱딱한 빵만 지급되는 감옥.

그곳에 얌전히 묶여 있다.

또각또각.

그곳에 고급스러운 크라우드 정장을 입은 중년 사내가 다가온다.

카넬 폰 크라우드.

형식상 데이아의 양부다.

그는 경비병 몰래 마법 주문을 외운다.

“사일런스.”

스르륵.

근본이 흑마법사인 카넬은 암살자들이 쓰는 사일런스 마법도 익혔다.

그러자 철창과 경비병들이 있는 복도.

두 공간의 소리가 서로 분리된다.

카넬은 바깥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 확인한 후, 복화술로 말했다.

“너무 괴롭지는 않으냐?”

“집처럼 편안합니다. 다크 로드께서 내리시는 혹독한 처벌에 비하면 사치스러운 곳입니다.”

데이아는 눈알만 굴려 텅 비운 식판을 가리켰다.

귀족에게 배고픔보다 굴욕적인 대우였으나, 밑바닥에서 흑마법을 익힌 데이아로선 배고프지 않을 사치였으니.

카넬은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처형은 사해의 시험 직후로 결정됐다.”

사해의 시험.

현재 데이아는 카넬의 양자로 소개돼서 사해의 시험에 참여하기로 결정된 상태였다.

즉, 법적으로는 차기 가주 후계자인 만큼 당장 처벌할 수 없다는 뜻.

데이아는 피식 조소했다.

“과연. 실속 없는 귀족들. 원로원에서 이미 결정한 사안은 반드시 지켜지는군요.”

“그래, 만약 사해의 시험에서 차기 가주로 발탁되지 못한다면 넌 죽게 될 것이다.”

“어차피 작전 실패 시 자칼님께 처분되지 않습니까?”

데이아는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뒷골목 세계에서 실패는 곧 죽음.

숱하게 보고 자랐고, 알고 자원했기에 이미 각오한 일이다.

“사해의 시험 때, 위협적인 상대는 없었느냐.”

“전혀 없습니다. 그나마 가장 뛰어나다는 크라우드조차 허울과 허례로 꽉 차다니. 왜 자칼님께서 동부를 완전히 멸하고 ‘흑마법의 날’을 시작하시려는지 알겠더군요.”

데이아는 네하드람과 네하린을 떠올리며 말했다.

분명 재능 있는 자들이었지만, 죽음을 늘 곁에 두며 물의 마법과 흑마법을 동시에 익힌 데이아에 비하면 실전 경험이 없다시피 한 자들이었다.

하지만 카넬은 단 한 명을 염두에 두며 말했다.

“네카르.”

“······.”

“그 아이와 맞붙어보니 어떻더냐? 순간 느껴지는 마나는 너와 범접하던데.”

같은 제자라지만 카넬은 다크로드의 대리인.

사실상 흑마법사의 왕으로 군림하던 거물이다.

따라서 한눈에 꿰뚫어 봤다.

밖에서 느껴지는 마나량이 데이아와 견줄 수 있다는 걸. 아니, 그 이상이었다는 걸.

“······.”

데이아는 부정하지 못하고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떠올렸다.

네하린을 물리치고 결정타를 날리려 할 때, 등장한 네카르.

과연 끝까지 싸웠으면 이길 수 있었을까?

‘확실히. 그 나잇대에 그런 수준 마법사는 자칼님의 제자 중에서도 없었다. 하지만······.’

데이아가 보기에 네카르는 풍부한 마나 양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경지인 게 틀림없었다.

거대한 물보라는 기초 마법 ‘아쿠아’, 살인 전격은 ‘스파크’를 극대화한 마법.

변주 실력은 제법이지만 결국 기초 마법만 익혔다는 뜻이다.

‘더구나 자신이 가진 마나를 모두 제어하진 못하는 모양이더군.’

네카르가 대형 마법을 시전할 때마다 상태를 확인했다.

그 결과, 네카르는 몹시 지쳤는지 숨이 거칠어지고, 손끝이 떨렸다.

하기야 아무리 기초 마법이라도 그 엄청난 마나를 한꺼번에 소모하는 데 괜찮을 리가 없다.

반면 자신은 아직 흑마법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피식, 안도의 미소가 나온다.

이제 다시 카넬의 질문을 돌이켜본다.

네카르는 적수로 어떠했느냐?

데이아는 카넬에게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만약 엡실론이 말리지 않았다면, 이미 죽었을 겁니다.”

카넬은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샌드 웜과 샌드 드레이크를 세뇌해놨다. 혹여 사해의 시험 때 크라우드 형제들이 단합해도 전부 죽일 수 있을 거다.”

흑마법사들은 정석적으로 사해의 시험을 치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일평생 사해의 시험만 준비한 크라우드 형제가 유리할 수밖에 없으니까.

과거 형제 엡실론에서 밀려 크라우드 가주 직을 잃은 카넬은 흉흉한 살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너는 나처럼 패배하지 말아라. 무슨 수를 써서든 모조리 죽이고, 반드시 네 자리를 쟁취하라.”

***

나는 데이아와의 마법 결투가 끝난 직후, 내 방으로 돌아왔다.

아버지 엡실론의 안배로 피곤할 테니 푹 쉬란 명령을 받은 거다.

‘휴, 늦지 않아서 다행이군. 이놈의 몸뚱이는 너무 부실해서 탈이야.’

덕분에 침대에 풀썩 누워 숨을 고른다.

안색이 창백해지고 손발에 부르르 떨릴 만큼 기진맥진이니까.

오늘만큼은 나도 무리했다.

‘블랙 오아시스에서 크라우드 가문까지 쉬지 않고 달려오다니······. 전생에도 이 정도는 무리였지.’

특성 허약한 몸을 가지고 있는 나로선, 10분만 뛰어도 숨을 헐떡거리니까.

아무리 말을 타고 있었다고 해도 몸이 더 못 버티는 거다.

그렇게 나도 모르는 새, 자버렸다.

아니, 기절했다. 무리한 만큼 의식도 잃고 쓰러졌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쾅쾅쾅.

“······네카르 오빠!”

“?”

느닷없는 소음에 간신히 정신이 돌아온다.

비몽사몽한 몸뚱이. 아직 무리가 회복되지 않았는지 몸이 천근만근이다.

그 상태로 눈을 슬며시 떠보니 누군가 내 방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름이 네파란이었나. 왜 울고 있지?’

네파란 폰 크라우드.

7살짜리 싸가지 없는 꼬맹이 이복동생.

그래도 같은 형제라는 걸까?

네파란은 울먹거리며 말한다.

마치 무슨 큰일이 났다는 듯.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목구멍에 막혀 잘 안 나오는 듯했다.

‘······얘가 날 이렇게 반길 리 없는데. 도대체 내가 얼마나 기절했던 거지? ······설마.’

혹시 내가 오랫동안 못 일어난 건가? 설마 이미 사해의 시험이 시작했나?

정신이 번쩍 든다.

벌컥.

“무슨 일이냐. 꼬맹아. 내가 잠든 지 얼마나 지났지?”

나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열어주며 물었다.

이에 네파란이 말했다.

“응? 그건 나도 모르는데? 한 두 시간 잤지 않았을까?”

“······.”

별로 기절 안 했군.

어쩐지 아직 피로가 덜 풀렸다 싶었다.

그런데 네파란은 눈물을 닦으며 다시 울먹였다.

“아니, 그보다 네하드람 오빠가······. 네하드람 오빠가······!”

아, 내 얘기가 아니라 네하드람 얘기였나?

······설마 아까 부상이 심각한 건가.

“왜. 무슨 일이지. 네하드람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분명 마지막으로 본 네하드람은 피투성이였으니까.

“아니! 네하드람 오빠가 방금 수술 잘 됐대. 빨리 치료받아서 다행이래! 그 말 전해주러 왔어!”

“······아, 그러냐?”

“응! 엄청 잘됐지 않아?”

“······.”

훌쩍이면서도 해맑게 웃는 네파란.

긴장감이 팍 식는다.

‘이 꼬맹이가 사람 놀리는 재주가 있군.’

하기야 네파란으로선 상당히 공포스러웠을 거다.

누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을 처음 느껴봤을 테니까.

아무래도 놀란 마음에 울다가, 그래도 형제고 믿음직스러운 날 찾아온 것이리라.

“아닌데? 네하린 언니가 피곤하다고 일로 가라고 해서 온 건데?”

그러면서 토도돗 방안으로 들어오는 네파란.

신기하다는 듯 내 방 내부를 둘러본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난 안 피곤해 보이냐?”

“응? 내 알 바는 아니잖아?”

“······.”

됐다.

애한테 화를 내봤자 내 얼굴에 침 뱉기지.

더구나 저 발언은 내가 맨날 하던 생각이니, 업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저리 꺼져라.”

“우악? 아니! 왜 사람을 던져!”

“나가.”

쾅.

나는 네파란을 번쩍 들어 방 밖으로 던져버린다.

시끄럽게 땍땍거리지만 이미 문 잠근 지 오래다.

그리고 깨어난 김에 찻잔에 따뜻한 캐모마일을 담으며 생각했다.

‘이제 정말 사해의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군.’

창밖을 바라본다.

아직 평화로운 크라우드 가문 사람들. 이들은 모른다.

카넬과 데이아가 흑마법사라는 걸.

사해의 시험을 명분으로 크라우드 가문에 잠입했다는 걸.

만약 이를 막지 못한다면 다크 로드 자칼이 흑마법사와 몬스터 대군단을 이끌고 동부 사막을 당장 강타할 거란 걸.

오직 나만이 이를 알고 있다.

‘만약 이대로라면 데이아가 사해의 시험을 무난히 우승하고, 차기 가주가 돼서 귀족연합을 자멸시키겠지.’

객관적인 레벨을 보면 데이아가 네하린과 네하드람을 압도하니까.

그렇게 되면 다크 로드 자칼이 흑마법사와 몬스터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 오는 걸 막을 수 없다.

결코, 있으면 안 되는 일이다.

‘사해의 시험은 무슨 시험이었지?’

차의 향을 음미하며 기억을 더듬는다.

사해의 시험.

드넓은 사해에 떨어진 구슬을 찾아 가져온 사람이 승리하는 방식.

말 그대로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망망대해의 시험이다.

하지만 나는 최고 업적을 위해 차기 가주 직 없이 사해의 시험도 클리어해본 플레이어.

개 같이 굴러본 결과, 편법을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사해에 숨겨진 보물 중에 무엇이 있는지도 알고 있다.

‘고대의 석판. 그 파편 중 하나 또한 사해에 숨겨져 있었지.’

고대의 석판.

특성 드래곤 하트를 가지고 있으니 조건이 해금된 마스터 등급 아이템.

무려 드래곤과 관련됐으며 흑마법사 자칼이 믿는 악과 파괴의 교단 디메토르 또한 언급됐으니까.

말 그대로 ‘진 엔딩’과 직결된 단서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했다.

‘차기 가주직 따위 필요 없다. 흑마법사 데이아를 막고, 그와 동시에 고대의 석판을 얻는다. 내 목표는 그 뿐이다.’

***

그렇게 3주일이 지났다.

몸을 추스르고, 사해의 시험을 준비하는데 충분한 시간.

네하린도, 네하드람도 완쾌해서 마지막 점검을 마쳤다.

데이아는 사해의 시험 당일에만 풀려났다.

우리는 마차를 타고 시험 장소로 이동했다.

덜그덕, 덜그덕.

마차들이 흔들리는 소리만 난다.

이동하는 동안에는 서로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샌드 웜이로군요.”

그워어!

현자 카나단이 마차 창밖을 바라보며 침묵을 깬다.

저 멀리 보이는 대형 몬스터를 쳐다봤다.

모래 속에서 튀어나온 거대 지렁이 같은 괴생명체.

한입에 사막여우를 집어삼키고 다시 모래 지옥 속으로 사라진다.

샌드 웜.

사막의 포식자라고 불리는 하급 몬스터들이다.

현자 카나단은 앞으로 약육강식의 사해에 들어갈 우리를 위해 말했다.

“아마 사해의 시험을 치르는 여러분들이라면 샌드 웜 정도는 충분히 할 만할 겁니다. 너무 긴장하지 마시지요.”

담담히 말하는 현자 카나단.

다만, 묘한 말투에 네하드람은 묻는다.

“샌드웜 정도라면······. 이 사해에 우리 크라우드가 처리 못 할 몬스터도 있습니까?”

“아예 없진 않지요. 전설에 따르면 시해에는 샌드 드레이크가 출몰한다고 하니까요.”

카나단은 할아버지마냥 옛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샌드 드레이크요?”

“사해에 출몰한다는 중상급 몬스터입니다. 용이 퇴화한 형태라는 설이 도는 아룡형 몬스터입니다. 표피가 원체 단단해, 어지간한 마법의 화력으로도 죽일 수 없다는군요.”

“······그럼?”

네하드람이 표정을 굳힌다.

카나단은 담담히 말한다.

“발견 즉시 무조건 달아나야겠지요. 살고 싶다면.”

“!”

물론 실제로 존재하는 걸 봤다는 사람은 최근 없습니다.

카나단은 모래에 버려진 용의 화석을 가리키며 담담하게 말했다.

용의 화석.

사막에는 용이 산다는 전설을 만드는 뼛조각들이다.

실상은 공룡 화석이 대거 사막에서 발견된 것이지만.

몬스터와 악마가 실재하는 아르카나 대륙에는 설득력이 있겠지.

“······.”

이를 듣는 데이아는 동공이 흉흉하게 빛난다.

고오오.

반면 나는 붉은 눈의 스태프를 돌돌 감싼 검은 천을 어루만진다.

무려 붉은색 마력석 3개를 때려 박아 화력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스태프.

중요한 전투 전, 마음을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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