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붉은 눈의 스태프 (3)
블랙 오아시스 암시장.
먼 옛날 사막 왕국 수도 폐허의 수로에 만들어진 공간.
미로처럼 깊은 그곳을, 나는 걷고 있었다.
‘게임 속에서는 항상 더 깊은 곳에 보물이 있는 법.’
앞으로 갈수록 불빛이 사라지고 인기척도 사라진다.
그럴수록, 내 뒤를 밟는 움직임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셋, 아니 여섯까지 늘었다.’
블랙 핸드. 내가 조금 전에 겁을 줘서 내쫓았던 무뢰배들.
놈들이 복수할 심정으로 이리 떼처럼 좁혀오고 있다.
그러나 놈들이 이를 드러내는 순간에는······.
‘······누가 먹잇감인지 제대로 알려주지.’
솔직히 신경 쓸 놈들이 아니다. 그저 잡몹에게 어그로 끌린 수준의 헤프닝.
나는 다시금 내 목적을 상기했다.
‘자, 이제 재료는 다 준비됐다.’
가문에서 얻은 3개의 마력석.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슈퍼 레어 등급의 세계수의 가지.
그 외 부수적인 재료들까지.
이제는 그걸 합쳐줄 수준의 연금술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나는 블랙 오아시스 상가 최고의 연금술사를 이미 알다.
가장 안쪽, 수로의 깊은 곳으로 직진한다.
“여기군.”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엘프 등으로 꾸며둔 연금술사 상가를 다 피하고 가장 허름하고 폐쇄적인 가게로 들어간다.
-lv19. 하프 엘프 연금술사 하이네.
한쪽 귀는 뾰족한데, 반대쪽 귀는 둥그스름한 엘프 여자가 나타난다.
“어······? 누구시죠? 손님이신가요······?”
“그래.”
“앗, 어, 어서 오세요! 누추한 곳이지만, 이, 일단 차부터!”
영 자신감 없는 목소리. 심지어 신뢰가 안 가게 덤벙거리기까지 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실제로 가게는 ‘예산이 이렇게 없나?’ 싶을 정도로 폐가였으니까. 약재를 담아둔 거대한 사물함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가구가 하나도 없었다.
더구나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하프 엘프?”
“앗······. 네에······. 보시다시피 그렇습니다······.”
하이네는 양손으로 제 귀를 가리며 소심하게 말했다.
하프 엘프.
인간과 엘프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 두 종족 모두에게 배척받는 소수자들이다.
태어날 때부터 양측에서 온갖 멸시를 받으며, 소속감을 갖지 못했으니 저렇게 의기소침할 수밖에 없다.
“그, 그래도 실력 하나는 다른 엘프분들 못지않게 뛰어나다고 자부해요! 이, 인턴 주제에 무슨 실력이냐고 말씀하실지도 모르지만요······.”
안다.
하프엘프 하이네가 얼마나 뛰어난 연금술사인지.
10년 후, 원작에서는 고인물들만 아는 성공 확률 보너스가 붙은 제작 상점이었으니까.
나도 강화를 할 때마다 이곳을 찾곤 했다.
“이 스태프 제작을 맡기고 싶다.”
“와아. 정말인가요? 설계도 좀 잠깐 볼게요. ······헉?”
오랜만에 의뢰라는 생각에 신이 나던 하이네는 설계도를 보고 숨을 헉 들이켰다.
붉은색 마력석 3개.
1개만 박혀도 죽음을 각오한 전투에만 쓴다는 붉은색 마력석을 무려 3개나 연결해서 증폭시킬 거라곤 평소 상상도 못 했을 테니까.
“호, 혹시······. 블랙 오아시스 소속 테러리스트이신가요······?”
그래서 이런 반응이 당연하다. 자살 폭탄 용도나 다름없다는 뜻이다.
“네가 신경 쓸 바는 아니지.”
“앗, 예에······. 그렇지요······.”
의외로 하이네는 담담했다.
애초에 블랙 오아시스는 불법적인 상가니까. 온갖 종류의 범죄자들이 찾아오는 곳이니 어느 정도 익숙할 만하다.
더구나 이렇게 허름한 가게에, 못 미더운 하프 엘프이기까지 하다면 더더욱 싼 맛을 찾는 불법 마법사일 경우가 잦을 터다.
“이, 이대로 제작한다면 마법 한 번에 훌륭히 테러하고 고통 없이 죽을 수 있겠네요······. 하하······.”
나름 응대한답시고 식은땀을 흘리며 설계도를 칭찬하는 하이네.
말만 들으면 놀리는 건지 칭찬인 건지 모르겠지만 아마 제 딴엔 좋은 뜻으로 하는 말일 터다.
“더구나 ‘세계수의 가지’를 중심으로 화력에 시너지를 나는 방식도 흥미로워요. 스태프를 끓일 약재도 여자의 수염과 산의 뿌리, 새 발의 피라니. 나름 60년 이상 스태프만 연구했다고 자부하는데······. 이런 조합식은 처음 봐요. 흥미롭네요!”
어느새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말하는 하이네.
타고난 연구자답게 설계도를 살펴보며 정말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당연하지. 역대 최고 랭커가 직접 발품 뛰며 연구한 스태프 조합식인데.’
이는 과거 최고 랭커였던 시절, 온갖 조합을 다 실험하면서 완성한 조합식이다.
아르카나 대륙에는 대충 30년은 이른 오버 테크 놀로지. 흥미를 보이는 건 당연하다.
“마침 항아리도 비었는데 바로 제작할까요?”
“항아리는 항상 텅텅 비는 거 같은데.”
“아하하······. 선불로 모시겠습니다. 손님.”
마음에 약간 상처를 받았는지 이마에 네 갈래 길이 생긴 하이네.
나는 백지수표에 0을 수 없이 적은 후 던지며 말했다.
“가게를 번듯하게 꾸미고 내 전용 자리를 항상 구비해둘 만큼 액수를 충분히 적어라. 이 가게를 내가 인수할 테니.”
“!”
가게 인수라는 말에 눈을 부릅뜨는 하이네.
이후 백지수표를 잡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무 말도 안 하고.
수표와 날 번갈아 보며 제법 날렵한 눈매를 빛내는 게 분위기가 묘하다.
‘내가 너무 뭐라고 했나? 분명 원작에선 돈만 주면 다 해주는 연금술사였는데.’
10년 후에야 이런 말에 기분 나빠하지 않을 돈벌레지만, 지금은 또 다를 수도 있으니까.
하이네는 대단히 뛰어난 연금술사인 만큼 이번 기회에 미리 빚을 지워서 크라우드 가문 사람들 스태프를 만들어주려고 했다.
그래도 내 가족들인데 이 정돈 신경 써주는 게 맞는 거 같아서. 어차피 내 돈도 아니잖은가?
그렇게 속으로 걱정하는 순간,
“황금 상회셨군요! 뼈를 묻겠습니다!”
하이네가 황홀해하는 표정으로 허리를 90°로 숙인다.
기분 나빠하기엔 너무 많은 금액이었던 모양.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쉰다.
아무래도 방금 침묵은 사고가 정지했던 모양이다.
“기분 나빠 보이진 않는군.”
“네에! 제가 얼마나 이날을 고대했는데요! 막대한 부를 가진 사장님이 저 같은 실력자를 알아보고 투자하는 날을요!”
“······.”
뭔가 단단히 오해한 거 같긴 하지만.
하여튼 열심히 한다니 넘어간다.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부글부글.
하이네는 공룡도 삶아 먹을 수 있을 법한 거대한 솥단지에 마법 불을 지폈다.
그러자 빠르게 끓는 물.
하이네는 사물함으로 재빨리 뛰어가 솥단지에 넣을 약재를 챙긴다. 약방의 감초와 여자의 수염, 산의 뿌리, 새 발의 피 등 내가 특별 주문한 레시피까지.
모두 넣고 푹 고일 때까지 끓인다. 깨끗한 물이 탁한 보라색으로 바뀐다.
하이네는 그곳에 완드 ‘세계수의 가지’와 붉은색 마력석 3개를 담갔다.
그리고 하염없이 기다렸다.
장장 6시간.
팔이 후들거리도록 계속 젓는다. 굵은 땀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헉 ······. 헉······. 사장님, 다 됐습니다. 상자에 포장해드릴까요?”
“아니다. 내 스태프인데 직접 가져가야지.”
“지극정성이시군요?”
“그래, 더구나 불청객들도 찾아온 거 같으니까.”
“······네?”
하이네는 이해하지 못했는지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뒤를 돌아 연금술사 가게 문을 노려봤다.
블랙 핸드 조무래기들이 건물을 포위하고 있다는 걸,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다 들켰으니까 나와. 병신들아.”
와장창!
내 말과 동시에 가게 문이 부서진다.
하이네가 ‘꺄악.’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는다. 문밖에서 수십 명의 흉악하게 생긴 깡패들이 들이닥친다.
-lv6 블랙 핸드 조무래기 마드.
-lv12 블랙 핸드 전투요원 라누.
-lv13 블랙 핸드 전투요원 누마.
.
.
총 8명.
마법사를 상대하는 방법을 나름대로 고민한 건지 양손에 거대한 방패를 들고 나타났다.
“쳐라! 우리 블랙 핸드를 건드린 놈들은 다 어떻게 되는지 보여줘라!”
“저놈 꽤 하는 마법사인 모양이다! 뒈지기 싫으면 주문 외우기 전에 덮쳐!”
“쏴볼 테면 쏴봐! 아무리 대단한 마법사라도 주문 외우기 전에 죽이면 그만이야!”
깡패들이 긴장했는지 시끄러운 고함을 한꺼번에 터트린다.
확실히.
일반적인 마법사는 아무리 대단한 마법사라고 한들, 코앞에서 기습하면 치명상이다.
괜히 고위 마법사들에게 호위 기사가 붙는 게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일반적인 마법사가 아니라 스킬을 쓰는 마법사.
영창 시간 따위는 없다.
즉, 어지간한 기사보다 기습에 강하다. 애초에 시스템 이름표 덕분에 기습당할 일도 없지만.
【아쿠아 lv2.】
내 명령에 속속히 모이는 수증기.
다시 한번 블랙 오아시스가 바짝 마른다. 다른 엘프의 연금술 상점은 물론, 하이네의 거대한 솥단지 속 물과 찻잔에 담아온 물까지 모두 소멸한다.
그리고 그 물들이 모여서 지하 4층에 거대한 물의 강을 만든다.
“이걸 보고도 다시 덤벼든 용기는 인정해주지.”
“!”
“!!”
영창 하나 없이 즉발로 발동하는 주문.
이걸 보고 땅을 박차고 있던 깡패들은 일제히 눈을 부릅뜬다.
그러나 아직 마법은 끝나지 않았다.
【물의 감옥 lv1.】
쏴아아아아!
크라우드 가문의 비전 마법 중 하나인 물의 감옥.
물의 구체가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 방패를 피해서, 만들어 깡패들 머리를 집어삼켰다.
마치 어항을 씌우는 것처럼.
보글보글.
“꾸어억?!”
“꾸에엑!”
그러자 묵직한 질량으로 적들을 구속함과 동시에 숨구멍을 틀어막는 살인 감옥이 된다.
깡패들은 게거품을 물며 양손으로 물의 감옥을 힘껏 빼내려 하지만, 물의 감옥은 요지부동이다.
쿵! 쿵! 쿵! 쾅!
그때 위층에서 운석이 땅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깡패들과는 별개로 거대한 무언가가 지하 1층에서 4층까지 내려오고 있는 거다.
“헉! 소, 손님······ 이 소리는······.”
나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알았다.
블랙 오아시스 입구에 서 있던 그것.
어둠 속에서 스팀이 뿜어져 나오는 소리와 함께 푸른 눈동자가 점등한다.
-lv31. 청동 골렘. (활성화)
“분명 경고했을 텐데요? 블랙 오아시스 안에서 소란을 피우면 가해자와 피해자 공평하게 살처분한다고.”
-그워어!
역시나 지하 1층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까마귀 가면을 쓴 상인.
청동 거인 어깨를 타고 강림한다.
블랙 오아시스 시큐리티로서 짙은 마나 향기를 맡더니 즉시 전투태세에 들어간다.
“정당방위였다.”
나는 억울함을 표현했지만, 먹힐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 그런 샌님 같은 소리는 이 바닥에서는 안 먹힌답니다. 시장 안에서는 마법과 칼은 금지! 그 외는 없어요!”
그래, 어차피 블랙 오아시스는 불법적인 단체.
소란을 피우면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처분한다는 자신만의 룰을 적용하고 있을 뿐이니.
-쿠아아!
“그렇다면 뭐, 나도 내 규칙대로 가야지.”
나는 심장의 마나를 끌어올렸다.
“오, 한 번 해보시죠!”
청동 골렘이 당장 내게 달려들어 거대한 팔을 내리찍는다.
위에서 아래로. 깨진 항아리 같은 청동을 휘두른다.
그 공포를 아는 하이네가 주저앉아 비명을 지른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상대가 마법에 특히 강한 청동 골렘을 가져왔다면 이쪽도 방법이 있다.
“노움.”
-그워어어!
“······!”
쿠구구궁!
미리 소환해둔 흙의 최하급 정령 노움이 거대한 돌무더기를 일으킨다.
청동 골렘의 팔을 몸으로 쾅 막아낸다.
머드 골렘.
흙과 물이 뒤섞어 만든 또 다른 골렘이 청동 골렘을 상대한다.
‘물론 머드 골렘만으론 청동 골렘을 제압할 순 없겠지.’
쿠과광!
머드 골렘과 청동 골렘이 난투전을 시작한다.
그러나 순식간에 밀리는 건 머드 골렘 쪽이다.
청동 골렘은 온몸에 강화 룬 마법진을 새겨서 전투력이 급상승했지만, 머드 골렘은 말 그대로 질량 높은 흙일 뿐이니까.
같은 질량 대비 물살일 수밖에 없다.
【워터볼 lv2.】
촤아악.
따라서 머드 골렘이 버텨주는 사이, 거대한 물의 구체를 만든다.
마법사는 모든 문제를 마법으로 해결해야 하는 법.
머드 골렘은 단순한 시간 벌이용이다.
파아아앙!
시원한 타격감과 함께 상체 절반이 날아가는 청동 골렘.
질식사한 깡패들한테서 물의 감옥도 빼서 쏜 막대한 질량의 워터볼이었기에 항아리를 깨뜨리듯 산산조각냈다.
그와 동시에 나는 곧장 등을 돌려서 하이네의 상점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자 등 뒤에서 냉소가 들려온다.
“하! 손님, 아직 계산 안 끝났습니다!”
고고고!
청동 골렘 심장 부근에 자리 잡은 마력핵이 작동한다.
그러자 푸른 마나가 소용돌이치며 부숴진 청동 파편을 끌어당겨 순식간에 복구한다.
심지어 머드 골렘을 박살 낸 진흙더미까지 흡수해 덩치를 2배 가까이 커진다.
“손님, 아직 계산 안 끝났다니까요~. 우리 시장에서는 외상은 중죄랍니다.”
청동골렘은 까마귀 상인의 명령대로 머드 골렘을 완전히 박살 내고, 내게 오른팔을 휘두른다.
체크 메이트.
마치 이것이 끝이라는 듯 교태로운 미소를 띠면서.
그러나 나는 담담했다.
“기다려봐, 까짓거 일시불로 긁어주지.”
덥썩.
나는 하이네가 막 만든 스태프를 집는다.
[이름 : 붉은 눈의 스태프.]
[설명 : 화력을 증폭시켜주는 붉은색 마력석을 3개나 박은 지팡이. 출력 하나만큼은 크라우드 가주 엡실론의 ‘푸른 눈의 스태프’를 뛰어넘었다. 착용자의 확실한 파멸을 이끌어줄 무기다.]
[특수 효과 : 마법 화력 3.75배 증폭.]
[페널티 : 마나 소모 5배. 마나가 부족할 경우, 마나 하트가 폐하고 반죽음 상태가 된다. 마법 연속 시전 시 자폭 확률 10%.]
흉흉한 페널티를 가지고 있는 유리 대포 스태프.
그러나 무한한 마나를 선물하는 특성 드래곤 하트가 있는 나라면 거의 페널티 없는 완전무결한 지팡이로 재탄생한다.
“흥! 자살 병기라도 만드신 모양인데, 그거 하나로 전황이 뒤바뀔 것 같나요?”
번쩍!
-쿠고고고!
-쿠고오오!
붉은 마력석이 3개나 박혀있는 스태프를 보고 두 번째 반지를 발동하는 까마귀 상인 아가씨.
그러자 벽을 부수고 두 마리의 청동 골렘이 더 출몰한다.
청동 골렘이 삼각형으로 완전히 포위한 상황.
“아, 소, 손님 그 물건을 여기에서 쓰면 저희까지 죽어요!”
하이네는 달아날 곳 없는 상황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외쳤다.
붉은 마법석 3개.
불법 개조된 이 미친 물건은 다분히 자살 폭탄 테러용.
일반적인 마법사가 쓰면 마법사의 심장이 무너지면서 마나 폭풍이 터진다.
“그건 두고 봐야 알 일이지.”
【아쿠아 lv2.】
지이이잉.
붉은 눈의 스태프를 쥐고 다시 한번 아쿠아 마법을 시전한다.
스태프는 붉은 눈 3개를 번뜩이며 내 심장 속 드래곤 하트와 마나를 공명한다.
마치 세 개의 눈을 가진 악마가 눈을 번뜩이듯 타오르는 스태프.
고고고고고-!!!
쿠구궁······.
“······!”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양의 마나가 움직인다.
3,000명도 넘게 들어올 수 있는 블랙 오아시스 지부 전체가 뒤흔들릴 만한 거대한 마나의 운용.
쾅! 쾅! 쾅!
콸콸콸, 쏴아아아!
블랙 오아시스 지하 수로가 펑펑 터진다.
그리고 내 마나 흡입력에 빨려든다.
끝없이 이어지는 물의 강.
그 거대한 파도는 3마리의 청동 골렘을 장난감처럼 날려버린다.
마치 깨어나면 안 될 악마가 강림한 것처럼 3개의 붉은 눈동자가 점등한다.
지하를 밝히는 불빛을 모조리 꺼뜨리고, 홍수가 범람한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른다. 청동 거인이 으스러져 내린다.
어둠 속에 만들어진 물의 향연.
진정한 의미의 블랙 오아시스가 형성된다.
솔직히, 내 예상보다도 과한 파괴력이다.
나는 손끝을 따라서 흐르는 강력한 마력의 짜릿함을 느끼며, 감탄을 내뱉었다.
“하- 이 정도 스태프를 못 알아보는 안목이라니. 블랙 오아시스도 별 볼 일 없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