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종결급 특성으로 대마법사-14화 (14/140)

14. 가짜 경비병 (2)

다크 로드의 3번째 제자 마벨.

그는 동부 사막 흑마법사 중에서도 특히 많은 파벌을 가진 간부였다.

다크 로드 자칼이 없는 곳에선 거의 왕처럼 군림하는 자.

하지만 그런 마벨을 누군가 호출했다.

"마벨님! 큰일 났습니다!"

흑마법사 지부 C에서 달려나오는 여자 흑마법사 한 명.

마벨은 귀찮다는 듯 소파에 누워서 대꾸했다.

“뭐야. 무슨 일이냐? 모나카.”

“그, 그게······. 다크로드님의 제1제자이자, 대리인이신 카넬님께서 명령서를 보내셨습니다.”

“뭐? 카넬이?”

마벨은 표정을 구기며 명령서를 받는다.

억지로 상체를 일으킨다.

“‘다크 로드 자칼님의 적, 망나니 네카르를 죽여라. 사태가 사태이니 마벨이 직접 나서도록.’?”

마벨은 명령서를 소리내서 읽는다.

다 읽고 신경질적으로 탁, 집어던진다.

모나카는 ‘올 것이 왔구나.’하는 표정으로 조마조마하게 물었다.

“마벨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썅! 카넬. 그 새끼는 지가 스승님이라도 된 줄 알아. 나보다 몇 년 빨리 배웠다고 부탁도 아니고 이따위 명령이냐고!”

마벨은 욕짓거리부터 나왔다.

한때 카넬과 마벨은 비슷한 흑마법 실력과 권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비록 지금은 힘의 균형이 무너져, 카넬이 다크 로드 자칼의 대리인이 됐지만, 마벨 또한 그다음 가는 흑마법사 파벌의 지도자였다.

“하지만 마벨님······. 일단 다크 로드 자칼님의 대리인으로서 온 명령이라 따르지 않으면 반역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 일단 따르긴 해야지. 여우 등 뒤에는 위대하신 군주님께서 계시니까.”

마벨조차도 다크 로드 자칼에 대해서는 감히 함부로 말하지 못했다.

마벨의 스승이자, 군주인 다크 로드 자칼.

그에게 흑마법을 직접 배웠기에 얼마나 무시무시한 자인지 알고 있으니까.

명령서와 함께 동봉된 두터운 서류를 읽어본다.

“‘망나니 네카르가 크로코 지하 수로에서 흑마법사를 발견했으며, 12번째 제자 하르메를 죽이고, 상급 마법 아쿠아 스톰까지 익혔다.’라······. 크라우드 가문에서 숨긴 비밀 병기였나. 왜 카넬이 나보고 직접 가라고 했는지 알겠군.”

어찌 됐든 무려 다크 로드의 명령으로 내려온 만큼 허투루 준비할 수 없다.

마벨은 크라우드 스파이를 통해 네카르의 행선지가 폐허가 된 하자스 가문이란 걸 알아냈다.

“함정에 끌어들여서 죽여야겠군.”

“누굴 파견하시겠습니까?”

마벨 파벌 속 흑마법사들이 묻는다.

모두 충성스러운 자들.

그러나 마벨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직접 잠입하겠다.”

“예? 하지만······.”

“어차피 멀리서 공격한다면 뇌격의 원로 니콜라스에게 당할 수 있다. 차라리 내가 기습해서 니콜라스를 죽이고 시작하는 게 훨씬 안전해.”

“······!”

마벨은 밑바닥에서 자칼의 3번째 제자에 오를 만큼 뛰어난 승부사.

자신이 살아남을 가장 완벽한 수를 찾아낸다.

흑마법사는 써클이 높을수록 제 마기를 잘 숨기는 법.

어설프게 부하를 내보냈다가 들키면 사태가 심각해진다.

경비병으로 옷을 갈아입으며, 손가락으로 제 얼굴 근육을 어루만진다.

마벨은 팔자에도 없는 하급 경비병 연기를 시작했다.

***

나는 뇌격의 원로 니콜라스와 가짜 경비병 마벨의 대화를 빤히 지켜본다.

“······아하, 우리 하자스 가문에 어르신 가족분이 있으시다고요?”

“허허, 그래. 이제야 말이 통하는구먼.”

“그런 일이었다면 진작 말씀하시지. 지금 저희가 북쪽 대추야자 숲에 피난민들이 정착할 임시 촌락을 만들었으니 따라오십시오.”

가짜 경비병 마벨이 우리를 찾아오더니 그럴듯한 소리를 지껄인다.

‘흑마법사가 하자스 가문을 불태워놓고, 피난민을 챙긴다는 소릴하는군.’

새빨간 거짓말.

하지만 굳이 태클 걸진 않았다.

나 또한 상대가 무슨 속셈인지 궁금했으니까.

“그럼 혹시 이 손주분들께선 가족분 자식들입니까?”

“가까운 친척이지. 다들 고모 걱정에 긴장한 모양이야.”

“아하, 그렇군요.”

더구나 니콜라스 또한 무언가 꾸미고 있는지 사교성이 좋은 연기를 하고 있으니까.

실제 전쟁터를 누빈 베틀 메이지인 만큼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자연스럽게 거짓말했다.

-lv41 다크로드 자칼의 3번째 제자 마벨 드 다이크.

-lv45 뇌격의 원로 마법사 니콜라스.

······속사정을 알고 있는 나로선 능구렁이 같은 두 사람 모두를 보며 소름이 돋지만 말이다.

“이쪽입니다.”

어찌 됐든 마벨은 피난민에게 안내해주겠다며 외딴 숲으로 안내했다.

나는 따라가며 어디선가 익숙한 길을 살폈다.

간간이 나뭇가지가 꺾인 자국이 보인다.

‘······확실하다. 지금 데려가는 곳은 흑마법사 비밀 지부 C야.’

사악한 미소를 짓는다.

원작에서 교회 직업군을 선택하면 수색 퀘스트 때문에 강제로 가기에 알고 있다.

흑마법사 비밀 지부 A, B, C.

들어갈수록 더 많은 흑마법사가 기습하는 최악의 필드 던전이다.

여기서 흑마법사 지부 C는 특히 악랄했다.

다른 지부와 달리 힘겹게 클리어해도 흑마법사가 아니면 쓸모없는 아이템만 주니까. 매우 빡쳤던 기억이 있다.

‘굳이 함정까지 끌어들이려는 걸 보니, 다크 로드 대리인 카넬이 날 죽이라고 친히 명령이라도 내렸나보군.’

상황이 대충 그려진다.

아마 카넬은 하르메가 실패하자, 가장 확실한 전력 중 하나인 마벨을 불렀겠지.

마벨은 날 암살하려고 하다가 곁에 뇌격의 원로 니콜라스가 있는 걸 보고, 경비병으로 변장한 거고.

그렇다면 지금 기습해서 죽여야 할까?

고민이 깊어졌을 때쯤,

‘하지만 흑마법사 지부 C에서 쓰레기 보상이라고 했던 것 중엔 정체불명의 석판이 있었지.’

고대의 석판.

무려 특성 드래곤 하트와 연결되는 마스터 등급 아이템이다.

하나하나가 마스터급 파편인데, 그 3개를 모두 모으면 특별한 힘이 깨어난다는 고대의 보물.

지금으로선 최고의 보상.

반드시 얻어야 하는 아이템이다.

내가 굳이 조용히 마벨을 따라가는 이유이기도 했다.

[모두 조심해라. 여기 흑마법사 영향권이다. 아무리 평범해 보여도 흑마법사의 연기일 수 있으니 모두를 경계하라.]

‘!’

마침 니콜라스가 우리에게 텔레파시로 말하며 마벨을 계속 따라간다.

마벨을 이용하자는 눈치.

처음부터 마벨을 믿지 않은 모양이다.

‘이 또한 수업이라고 생각하시는 모양이군.’

나는 의도를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나 또한 마벨을 이용하고 싶으니까.

세 능구렁이가 서로 아무것도 모른 척, 순진무구하게 계속 연기한다.

“그나저나 요즘 도적 흑마법사가 출몰한다는 얘기 들어보셨습니까? 에휴~. 요즘 세상이 정말 흉흉해서 못 살겠습니다~.”

······동부 사막 흑마법사 최고위 간부가 할 말이 아닌 것 같은데.

기만이 오지는군.

‘슬슬 오는군.’

-lv16 1써클 흑마법사 라한.

-lv19 2써클 흑마법사 다린.

-lv20 2써클 흑마법사 할레.

역시나 가짜 경비병 마벨을 따라가니 어느 순간 주위에 흑마법사들이 포위해온다.

안내를 따라 적의 함정으로 직진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파치직.

물론 니콜라스 또한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은 원로 마법사.

그것도 방구석 연구 마법사가 아니라, 전장을 주로 누빈 베틀 메이지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이미 전투 준비를 준비하고 있다.

두리번두리번.

그러나 문제는 흑마법사들이 지척에 도달했는데, 정확히 어디 쪽에 있는지는 아직 파악 못 했는지 주위를 계속 돌아보고 있다.

하기야 이곳은 흑마법사의 숲.

지형의 보호를 받을뿐더러, 흑마법사들은 전 대륙에서 핍박받기 때문에, 평소 행동거지가 특히 은밀하니까.

‘······이대로는 위험하군.’

언제 기습할지 모르는 상황.

더구나 마벨이 평범한 흑마법사가 아니라, 자칼의 3번째 제자라는 것도 치명적이다.

따라서 나는 선수친다.

“노움. 흙벽!”

-우움!

쿠구궁.

흙의 최하급 정령 노움을 소환한다.

나와 네하린, 네하드람, 니콜라스를 보호하는 흙벽을 솟아 올린다.

물론 흙벽 자체 방어력은 형편없다.

하지만 마벨과 공간을 분리하고 시야를 차단하는 게 주요하다.

네하드람이 버럭 화를 낸다.

“네카르! 지금 무슨!”

-칫, 들켰나! 모두 공격해라!

“!”

화르륵.

주위에 숨어있던 흑마법사들은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들켰다고 판단했다.

침엽수 가지가 빼곡히 쌓인 곳에서 검은 불꽃이 타오른다.

다크 파이어.

제 생명력과 마나를 태워서 더욱 강한 파괴와 살상을 추구하는 흑마법의 근간 같은 마법이다.

“다크 불릿!”

타앙. 탕!

그와 동시에 반대편 나뭇가지에서는 또 다른 흑마법이 발동했다.

다크 볼릿.

마력을 하나의 점처럼 응축해서 탄환처럼 대상을 관통하는 살상 마법.

다크 파이어보다 화력은 훨씬 낮지만, 눈에 잘 보이질 않아 암살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살상 마법이 발동했다.

그것도 반응하기 힘든 양쪽에서.

【워터 실드 LV1.】

촤아악.

나는 기다렸다는 듯 물의 방패를 형성해 막아냈다.

넘치는 마나를 활용해 동서남북 4방향으로 모두 방패를 펼친 것이다.

화르륵, 핑. 촤아악.

“큿.”

사방에서 날아오는 모든 흑마법을 차단하는 워터 실드.

그러나 심히 출렁인다.

아무리 내가 마나를 퍼부었어도 스킬 레벨이 고작 1이다보니 완전히 안전하진 않은 모양이다.

겁에 질린 네하드람이 다급하게 고함친다.

“어, 어르신!”

“알고 있다.”

파칙, 꽈르릉······.

이미 정신 집중하고 있는 니콜라스.

하늘이 새까맣게 어두워질 정도로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심상치 않은 비바람이 내린다.

마치 일루젼 필드 속에서처럼.

한참이나 눈을 감고 읊조린다.

“썬더 스톰.”

그 말에 나는 오싹, 심장이 내려앉는 충격을 느꼈다.

썬더 스톰.

난이도가 특히 높기로 유명한 전격계 마법에서도 중급 최상급 난이도로 판별된 전격 마법.

대자연의 흐름을 뒤바꾸고 음과 양의 마나를 충돌시켜 하늘에서 강렬한 낙뢰를 내리찍는 ‘썬더’의 발전형 마법이다.

사실상 상급 마법에 가까운 초고난도 마법.

번쩍!

하늘에서 온 세상을 가리는 강렬한 빛이 번뜩였다.

그 직후, 일대 산들이 메아리치고, 산짐승과 새들이 놀라 뛰쳐나올 천둥이 울린다.

꽈르릉! 꽝꽝!

귀 먹먹해지는 소리와 함께 니콜라스가 가리키는 모든 것이 동시에 파괴된다.

두 팔 벌려 끌어안아도 다 못 안을 것 같은 고목, 두 사람이 느긋이 앉아 쉴 수 있는 바위.

그리고 혼비백산해서 달아나던 흑마법사들까지.

눈 깜빡일 때마다 이미 파괴된 상태로 전환된다.

이윽고 수없이 흑마법사를 내리찍던 전격이 멈춘다.

치이익······.

나뭇가지가 불타는 소리만 난다. 먹구름이 점차 사라지고 태양 빛이 돌아온다.

상상을 초월하는 위력.

혼자서 소규모 전장의 양상을 바꾼다는 베틀 메이지의 위력을 처음 봤다.

다들 뇌가 받아들이는 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끄응, 나도 나이가 있군. 이 마법만 쓰면 허리가 쑤신단 말이야.”

“저, 전부 죽은 겁니까······?”

“아마도.”

파츠츳.

잔뜩 움츠러든 네하드람.

니콜라스는 아직 갈무리 안 된 푸른 번개를 손으로 지우며 말했다.

“이봐, 경비병. 인제 그만 일어나도 좋네.”

“아으으······. 살려······. 예?”

이 와중에 꿩마냥 땅에 머리를 박고 있는 마벨.

머리카락 뿌리에 흙이 다 들어갈 정도로 너무나 리얼한 연기에 나조차 깜빡 속을 뻔했다.

“어, 어, 어르신······? 설마, 마법사셨습니까? 아까는 분명······.”

“그래, 본의 아니게 속여서 미안함세.”

“아, 아닙니다! 제가 어딜 마법사님께 감히!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벌떡 일어나더니 허리 숙여 인사하는 자칼의 3번째 제자 마벨.

평민이 가난한 귀족을 바라보는 시선과 마법사를 보는 경외로운 시선을 그대로 연기했다.

‘아직도 가증스러운 연기를 하는 건가?’

반면 나는 마벨을 보는 시선이 더욱 짜게 식었다.

예상외로 흑마법사와 동시에 기습하지 않았으니까.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흑마법사를 처음 봤는지라. ······아, 혹시 제가 무례를 범한 게 있다면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천한 것이 정말 모르고 한 짓입니다!”

-lv41 다크 로드 자칼의 3번째 제자 마벨 드 다이크.

······진짜 소름 돋는 새끼.

내 예측이 맞다면 마벨은 순간적으로 일이 글렀음을 직감하고 움직이지 않은 거다.

제 부하들이 죽든 말든, 자기가 살기 위해 신경 쓰지 않았다는 뜻.

0.1초의 망설임도 허용되지 않는 급박한 상황에서 저런 행동을 할 수 있다.

이는 이미 양심의 삼각형이 완전히 마모된, 악인이라는 뜻이다.

과연 지금까지 만났던 흑마법사들과는 격이 다른 놈이다.

“그보다 네카르, 적의 기습을 어떻게 눈치챘느냐? 나조차 확신하진 못했거늘.”

이 와중에 니콜라스가 매우 놀라 묻는다.

다만 시스템 창이 보인다고 말할 수는 없는 법.

적당히 거짓말한다.

“저와 계약한 흙의 정령이 알려줬습니다.”

“! 오, 설마 정령과도 계약하다니! 단순히 흙마법을 익힌 게 아니었구나.”

그 말에 순수하게 놀라는 니콜라스.

하기야 정령 친화력은 마법 재능보다 더 희귀한 재능이니까.

듀얼 속성 마법사가 정령 친화력까지 있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없는 거다.

-······우움?!

툭, 툭.

다만 당사자인 노움은 반응이 좋지 못했다.

자기에게 그런 능력이 있었냐고 화들짝 놀라더니, 거짓말하지 말라고 소리친다.

심지어 고양이 같은 주먹으로 내 허벅지를 툭툭 때린다.

정령은 인간 말은 모르지만, 뉘앙스는 알아들을 수 있으니까.

내가 거짓말한 걸 눈치챈 거다.

‘이거 먹기 싫다고?’

-······우움?

물론 가방에서 포도 몇 알 꺼내주자 대번 조용해졌지만.

“오오, 포도알이 정말 사라지는 군. 나도 정령은 오랜만에 보는구나.”

덕분에 니콜라스는 허공에서 포도알이 사라지는 걸 보고 다시 한번 신비로워한다.

귀여운 걸 좋아하는 네하린은 쪼그려 앉아서 빤히 정령 형체를 바라봤다.

네하드람은 일전 12번째 제자 하르메를 상대할 때, 흙의 골렘을 봤기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보다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흙의 정령 노움이 흑마법사가 더 있는 것 같다고 하던데.”

“······!”

나는 니콜라스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넌지시 노움이 흑마법사를 찾을 수 있다고 거짓말하면서.

그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

“노움은 주위 흑마법사를 모두 찾아낼 수 있는 건가?”

“아마도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더 들어가도 상관 없겠군. 어차피 흑마법사를 토벌해야 했고 말이지.”

거짓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니콜라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모두의 시선이 마벨로 향한다.

“다, 다시 피난처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따라오시죠!”

“······.”

내가 흑마법사를 전부 찾아낼 수 있다는 말에, 마벨은 말을 살짝 떨고 다시 안내를 시작한다.

나는 남몰래 표정을 굳힌다.

‘······내가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앞으로 약한 기습은 없겠지.’

아마 확실히 죽일 수 있도록 병력을 모아 깊숙이 끌어들일 것이다.

그것도 흑마법사 지부 C에 있는 최악의 흑마법 결계 중 하나인 암흑의 울타리 속으로.

이번 기습이 실패한 만큼 아낌없이 숨겨둔 걸 모두 꺼낼 거다.

‘냉정히 생각한다면 이쯤 돌아가는 게 맞겠군.’

머리는 어서 마벨을 처리하고 돌아가라고 속삭인다.

“뭐 하고 있느냐? 네카르? 어서 따라오지 않고?”

“······.”

심지어 니콜라스가 말을 건다.

나는 마벨과 눈을 마주치고 씨익 웃는다.

사실을 밝히고 마벨을 처리하기엔 최적의 찬스.

“예, 금방 가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어느새 마벨의 안내를 따라 걷는다.

그냥 돌아가기엔 고인물로서의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으니까.

나는 시스템 창으로 마벨과 흑마법사의 기습을 전부 눈치챌 수 있으며, 암흑의 울타리 또한 파훼법을 알고 있다.

이 상황에서 무려 드래곤 하트와 관련된 고대의 석판을 읽지 않고 돌아간다?

어쩌면 진 엔딩을 클리어할 수 있는 최고 단서가 될 수 있는 마스터 등급 아이템을?

결코 있을 수 없다.

터벅터벅.

그렇게 우리는 계속 걷는다.

니콜라스는 흑마법사들 은신처를 추적하고 우리에게 실전 경험을 쌓아줄 겸.

나는 그딴 것 관심 없고 마스터 등급 보물 고대의 석판을 찾기 위해.

악마의 소굴로 친히 들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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