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종결급 특성으로 대마법사-13화 (13/140)

13. 가짜 경비병 (1)

일루젼 필드가 깨진 후, 우리는 니콜라스의 명령에 따라 거대 마법진에서 벗어났다.

상상 이상의 마나로 과부하 걸린 마법진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으니까.

마법진은 대단히 섬세한 설비.

사소한 변화로도 전혀 다른 성능을 띄거나,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는 만큼 대피부터 시킨 거다.

‘······이런. 설마하니 이 정도 마나를 이끌어 냈다고 무너질 줄이야.’

마탑 마법사들이 수없이 수련한다기에 안심했거늘.

평소 내 일이 아니면 별로 신경 쓰지 않지만, 지금만큼은 마음 쫄릴 수밖에 없었다.

‘그야 내 책임이니까.’

마탑에서도 최고급이라는 장비가 고장난다면 망나니로서의 업적이 또 한 줄 추가되는 것이다.

그렇게 자기 방에서 한참 대기하고 있으니, 지하 강당으로 다시 내려오라는 호출이 왔다.

지하 강당에는 니콜라스를 비롯해서 가주 엡실론과 현자 카나단도 와있었다.

“······믿을 수 없군. 마나 회로가 새까맣게 타버렸군. 왜인지는 몰라도 이 때문에 마나가 폭주했는 것 같아.”

거대 마법진을 정비하며 혼잣말하는 니콜라스.

나는 혹여 값비싼 마법진을 고장난 책임을 물까 긴장했다.

그때 니콜라스는 내게 다가와서 말했다.

“네카르.”

“······예.”

심각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니콜라스.

······설마 내가 가진 마나가 인간의 범주를 넘어서게 많다는 걸 눈치챈 걸까?

만약 이를 추궁하면 뭐라고 대답하지?

그렇게 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내 어깨에 손을 올린다.

“많이 놀랐겠구나. 미안하단다. 갑자기 화력이 수십 배로 증폭되다니. 아무래도 거대 마법진 쪽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

니콜라스는 ‘평소에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하고 혀를 찬다.

······잠깐. 뭐라고?

아무래도 니콜라스는 거대 마법진에서 내가 선보인 힘이 고장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마치 나는 결코 그런 힘을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

상황이 나쁘진 않은데 기분이 묘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잘했단다. 허허, 갑자기 증폭된 힘을 그 정도로 컨트롤하는 건 힘들었을 텐데. 고작 몇 개월 마법을 배웠다고 치기엔 보기 드문 재능이야.”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칭찬하는 니콜라스.

하기야 니콜라스의 생각이 합당했다.

망나니가 철 들었다고 해도 고작해야 몇 개월.

그동안 아무리 열심히 수련했다고 해도 이 정도 마나를 가질 순 없다.

애초에 겨우 21살의 청년이 노력으로 가질 수 있는 양이 아니다.

따라서 구미호가 망나니 탈을 뒤집어쓰고 있는 게 아닌 이상, 거대 마법진의 오류라고 보는 게 합당한 것이다.

'하기야 현자 카나단과 달리 현실에서 내가 마나를 뿜어내는 걸 직접 본 적은 없으니.'

<별들의 전쟁2>는 '진실의 눈' 같은 희귀 특성이 없으면, 상대 써클이나 마나 량을 알아볼 수 없으니까. 살아온 경험과 눈 대중으로 어림 짐작해야 하는 거다.

대충 납득해서 고개를 끄덕인다.

다만 니콜라스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보다 듀얼 속성이라니. 물과 흙을 동시에 다룰 수 있는 재능이 있었느냐? 그런 얘기는 못 들었는데?”

니콜라스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하기야 어떤 속성을 가지고 태어났는지는 어릴 적부터 검사하니까.

이제와서 듀얼 속성이라고 하니 이해할 수가 없는 거다.

‘특성 엘리멘탈 마스터 덕분이라고 말할 순 없고······.’

다만 난감했다.

특성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도 없고, 한다 해도 믿을지 의문이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그때 다행스럽게도 곁에 있던 현자 카나단이 끼어들었다.

“니콜라스 어르신.”

“뭔가?”

“몇 개월 전, 네카르 도련님께서 선술집에서 불을 지르신 적이 있었습니다."

현자 카나단은 차분히 과거를 설명했다.

원래 몸 주인의 망나니짓.

······그리고 물의 마법 하나 못 써서 죄다 불탔다고 했었지.

나도 대충은 들은 사건이다.

“그때 도련님을 살리기 위해 가문에서 온갖 치료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마나 허브를 비롯한 약초도 대량으로 사용했지요. 그때 운이 좋게 살아나시면서 기연을 얻으신 듯 합니다.”

“······.”

카나단은 그렇게 말했다.

기연 덕분에 내가 마나도 얻고, 망나니짓을 그만 뒀다고 착각하는 모양이다.

하기야 이들은 내가 빙의했다는 걸 모르니까.

잠깐 멍한 표정을 짓더니, 한참 후에야 빙그레 웃는 니콜라스.

“허헛. 나 원 참. 인생은 새옹지마라더니. 죽음 직전에까지 가서야 얻은 재능이었느냐?”

니콜라스는 너털하게 웃으며 날 지긋이 바라봤다.

내 기연을 자연의 신비라는 듯 납득한 모양이다.

하기야 마법사는 자연의 힘을 분석하고 이용하는 자들이니까.

기본적으로 자연의 신비에 관대하고 호기심을 띄는 것이다.

‘그냥 그런갑다 하고 넘어가야겠군.’

이에 침묵하고 가만히 있기로 했다.

사실대로 말한다고 믿을지 의문이니.

더구나 사실로 밝혀지면 내 책임인데 굳이 비싼 마법진을 망가뜨린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았다.

하여튼 분위기가 너무 나에게만 치중되자, 네하드람이 질투했는지 끼어든다.

“어르신, 그럼 우린 이제 무얼 해야 합니까?”

“허허, 그래. 이제 그걸 말해줘야겠군.”

니콜라스는 다시 인상 좋은 이웃집 할아버지로 돌아와서 말했다.

마법 수련할 일루젼 필드가 박살났으니, 곧장 다음 강의로 넘어간다.

“너희는 사해(沙海)의 시험이 무슨 시험이라고 아느냐?”

“······동부 사막 끝에 있는 사해(死海), 죽음의 모래에서 금빛 구슬을 찾는 일입니다.”

네하린이 말했다.

정론 그 자체로 모범적인 대답.

니콜라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다. 죽음의 모래 지대를 오랫동안 돌아다녀야 하는 시험이지. 사해는 미친 듯이 불어오는 모래바람 때문에 지형이 끝없이 바뀌어서 오아시스가 생길 수 없는 곳이니.”

“······.”

“그 때문에 사해는 어떤 효용성도 없어서 귀족 가문이 버려둔 곳이다. 덕분에 무법자들의 은신처가 되었지.”

“!”

니콜라스의 말에 네하린과 네하드람이 동시에 눈을 동그랗게 뜬다.

무법자들의 은신처.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들은 거다.

“따라서 실전 경험이 필요하다. 기왕 일루젼 필드가 고장난 만큼, 곧장 두 번째 수업으로 넘어가야겠구나.”

니콜라스가 한 달간 가르쳐준다고 한 것은 크게 두 가지.

마법 수련과 실전 연습이다.

그중에 첫 번째 마법 수련은 더 필요해보이지 않으니, 실전 수업으로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점심 식사 이후, 크로코 가문 지하 수로에 나타났다는 하자스 가문으로 직접 가보자꾸나. 물론 견학 삼아서 가는 것이니 정말 위험하진 않을 거다.”

“!”

너털하게 말하는 니콜라스.

반면 나는 웃지 못했다.

하자스 가문에 아직 남아있을 흑마법사 무리를 아니까.

'하지만 그 곳엔 그 보물이 있었지.'

그러나 사실을 말하진 않는다. 어차피 흑마법사들을 치우고 기연을 챙겨야 하니까.

여차하면 흑마법사를 죽이고 공로를 세워서, 니콜라스에게 정식으로 전격계 마법을 배울 수도 있겠지.

'오히려 좋아.'

따라서 겉으로는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식사 후 따라가기로 했다.

***

식사 시간,

니콜라스는 홀로 가주실로 향했다.

오늘 점심은 엡실론과 함께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왔군.”

“허허, 이 사람. 바쁘다면서 미리 와있었나?”

둘은 긴 식탁에 앉는다. 호화로운 고기와 입가심용 디저트가 가득하다.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식기로 음식을 썬다.

식기로 고기 써는 소리만 울린다.

“허허, 자네도 매우 놀랐겠군. 설마하니 마탑의 마법진이 고장이 날 줄이야.”

“······.”

그런 분위기에서도 니콜라스는 편하게 입을 연다.

엡실론은 쓴웃음을 짓더니 묻는다.

“수업은 괜찮았나?”

“물론! 꽤 재능있는 아이들이었네.”

웃으며 대답하는 니콜라스.

그러나 엡실론은 사뭇 진지했다.

“아니, 그 이상의 가능성이 보이는지를 묻는 걸세.”

“······!”

중저음 목소리로 읊조리는 엡실론.

이에 니콜라스 또한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식기를 내려놨다.

“으음, 글쎄, 다들 뛰어난 재목이긴 하지만, 마탑에 네하린 정도의 수재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

“······.”

“아, 오해하진 말게. 무시하는 건 아니니. 마탑도 나름 천재 중 천재들만 모이는 곳 아닌가?”

니콜라스는 엡실론 눈매가 심각해지자 황급히 변명을 붙였다.

다만 그럼에도 엡실론의 표정이 딱딱히 굳자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자네, 아직도 ‘동부의 꿈’을 잊지 않은 겐가?”

“······.”

“자네도 알잖는가? 자네 같은 천부적인 천재는 다시 나오기 힘들다는 걸.”

동부의 꿈.

황량한 동부 사막을 중앙처럼 풍요롭게 발전시킨다는 목표다.

엡실론은 동부의 대표 귀족이자, 물의 명가 크라우드 가주로서 그 꿈에 염원했으니.

만약 5써클 경지를 이룩한 엡실론 정도의 천재가 몇 번 더 나타나면 가능하리라 생각한 모양이다.

“끌끌······. 내 이런 말 하고 싶진 않지만······. 아무래도 인프라 차이가 있잖은가? 아무리 크라우드가 물의 명가라곤 하나, 중앙 마탑에 비하면 설비가 부족한 건 사실이니.”

“······.”

“내 그래서 최선은 자네 자식들을 중앙 마탑으로 유학보내는 거라고 하지 않았는가?”

엡실론은 즉답하지 않았다.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네카르.”

“······.”

“그 아이는 어땠지?”

망나니 네카르 폰 크라우드.

아무리 고장이라지만 마탑에서도 수준급 마법진이라고 불리는 ‘일루젼 필드’를 홀로 망가뜨린 청년이다.

마탑 제자가 20명이 한꺼번에 수련해도 문제없다는 일루젼 필드를 말이다.

“홀홀, 예상외로 제법이긴 했네. 더구나 듀얼 속성 마법사라니. 그건 마탑에도 극히 드문 재능인데.”

“······.”

“그러나 너무 기대하진 말게. 방금 일은 사고일 뿐이야. 자네가 말했잖은가? 철 든지 겨우 2~3개월밖에 안 됐다고. 이제 겨우 마법 수련을 시작했으면 고작해야 1써클. 마나 량도 형편없을 텐데 어쩌겠는가?”

만약 어렸을 때부터 키웠다면 모르지만.

니콜라스는 덕담 삼아 그렇게 덧붙였다.

“······역시 그런가.”

엡실론은 기온이 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쓱, 쓱. 다시 고기를 썬다.

니콜라스도 다시 고기를 썰었다. 접시가 달그락거리는 소리만 울린다.

둘 사이 더는 대화는 없었다.

***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명령대로 니콜라스 마차 앞으로 모여든다.

니콜라스의 인도하에 마차를 타고 출발했다.

마차 쿠션도 푹신해서 생각보다 편히 이동했다. 특히 마탑 깃발이 있으니 각 영지 검문소에서 프리패스했다.

“에구구궁. 이제야 도착했구나.”

그렇게 하자스 평민 가문에 도착했다.

이곳은 현재 암울하다 못해 참담했다. 나무 집으로 된 영지 전체가 불타버린 폐허로 변해버렸으니까.

흑마법사들이 들킨 후, 혹여 꼬리 잡힐 까 불 지르고 달아난 거다. 제 평민들이 어떻게 되든 신경도 쓰지 않고.

장녀 네하린은 진중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나무 탄 흔적밖에 없군요.”

다들 딱한 눈으로 새하얗게 탄 나무 조각을 바라본다.

아르카나 대륙은 벽돌이 꽤나 귀한 재료.

가난한 평민 가문답게 대부분 벽돌 대신 나무로 집을 지었는지, 불탄 잔해조차 잘 남지 않았다.

모래바람에 잿가루가 날아가면 도시였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우리는 을씨년스러운 잿더미 속을 계속 거닌다. 스산하게 불어오는 잿바람.

주위엔 아기 울음만 들린다.

“저기요. 나리들. 이틀간 밥을 못 먹어서요. 부디 자비를······.”

얼마 없는 벽돌벽을 등지고 구걸하는 평민 애엄마.

니콜라스는 1페니, 한화 5천원 가량을 던져주며 말했다.

“마을에 불이 어떻게 붙었느냐?”

“예! 성벽을 포위하듯 불이 붙었습니다. 전날 밤, 저희 평민들 몰래 수많은 검은 마차가 빠져나가더니!”

열심히 침 튀어 설명하는 애엄마.

니콜라스는 1페니를 한 번 더 던져주고 자리를 떴다.

“외지에서 정보를 얻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주민에게 듣는 것이다. 방금 내가 시범을 보인 것이지. 다른 방식은 조금 있다가 가르쳐주마.”

“예.”

“이곳이 평민 지도자들이 지냈다는 곳이군. 이번엔 저쪽으로 들어가 보자꾸나.”

저벅저벅.

폐허 내부로 들어가니 반쯤 벽돌로 지은 자국이 나왔다.

부랑자 중에서도 힘센 자들이 노숙하는 공간.

니콜라스는 그들을 눈빛만으로 제압하고 내부를 뒤졌다.

“끌끌, 크라우드 놈들. 더럽다고 제대로 검사도 안 하고 돌아갔구만.”

“······.”

“자, 여기서 문제다. 너희들, 정보를 수집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가문을 무시하며 나온 말.

다만 다들 정답을 모르는 눈치였다.

“소녀는 아직 배움이 짧아 잘 모르겠습니다.”

깔끔하게 모르는 걸 인정하는 네하린.

니콜라스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넘어갔다. 모르는 걸 인정하는 것도 용기니까.

하지만 나는 이에 대해 정답을 알고 있었다.

“넌?”

“쓰레기통을 뒤져야 할 것 같습니다.”

“왜지?”

“쓰레기통 안에는 이들이 평소 무엇을 먹고 뭘 했는지 그대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 말에 놀랐는지 살짝 눈이 동그랗게 뜨더니 허허 웃는 니콜라스.

더러운 쓰레기통을 뒤진다.

이는 평소 손에 물도 안 묻히는 귀족 자제가 상상할 수 있는 발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작에서 그렇게 대가리 깨지면서 배웠는데 잊어버릴 수가 없지.’

물론 내가 정답을 아는 이유는 원작에서 니콜라스에게 이미 배워봤기 때문이지만.

니콜라스는 크게 만족한 듯 웃으며 말했다.

“그래, 풋내기 귀족들은 등한시하지만, 나 같은 실전 마법사들이 수색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건 쓰레기통이다. 더럽긴 하지만 쓰레기통엔 평상시 뭘 하고, 뭘 먹었는지 담겨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겉 부분이 완전히 탄 쓰레기통들을 바닥에 엎는다.

철퍼덕,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쥐와 고양이, 비둘기 등을 먹고 버린 잔해물이 대략 보인다.

-스콜피온 독침. (NORMAL.)

다소 눈에 띄는 잔해도 있었다.

흑마법 시약을 제조할 때 사용했던 재료인지 NORMAL급 약재 흔적이 종종 출현하는 것이다.

“어라? 이건.”

“······.”

그렇게 한참 뒤지던 중, 흑마법사 아지트에선 나와선 안 되는 꼬리를 발견한다.

니콜라스는 물론, 네하린과 네하드람도 아이템을 알아보고 정색한다.

[이름 : 레드 리자드의 꼬리.]

[설명 : 연금술 연구에 쓰이는 마법 재료 중 하나. 다이크 가문에서 정재한 특산품이다.]

다이크 가문.

이곳은 귀족 가문 중 하나로, 원칙상 흑마법사를 배척해야 하는 곳.

그곳 특산품이 나왔으니까.

“······레드 리자드의 꼬리? 이건 ‘다이크’ 가문에서만 취급하는 특산품 아닙니까?”

“크라우드에도 극도로 판매를 꺼리는 귀한 재료를 미천한 흑마법사들이?”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심정이다.

다이크 가문.

이 가문은 동부의 변 사태 때 인류를 배신하고 악마들의 편을 드는 불의 명가니까.

인류의 배신자들에 대한 단서를 찾은 것이다.

내가 크로코 지하 수로의 고장이 흑마법사들의 소행임을 밝혀냄에 따라, 수색에 나선 나비효과.

스노우볼이 끝없이 굴러가기 시작했다.

“······잠깐! 거기서 뭘 하는 겁니까? 안 그래도 도시가 혼란하니, 쓰레기통을 엎지르지 마십시오!”

“?”

그때, 이를 방해하려는 듯 등 뒤에서 덩치 큰 경비병 사내가 고함쳤다.

겉보기엔 평범한 하자스 가문 소속 경비병.

니콜라스는 조용히 수색하다 돌아갈 생각인지 말했다.

“미안하군. 내 실수로 물건을 빠뜨려서 말이야.”

“다음부터는 이러지 마십시오. 안 그래도 흑마법사의 습격으로 도시 상황이 좋지 않으니까요.”

덩치 큰 경비병이 뇌격의 원로 니콜라스를 훈계한다.

딱히 이상할 건 없는 상황이다.

흑마법사가 불 지르고 달아났다고 한들, 가주와 경비병은 남아있을 수 있으니까.

‘요놈 봐라?’

하지만 나는 실소를 감추지 못했다.

왜냐하면.

-lv41 다크 로드의 3번째 제자 마벨 드 다이크.

시스템 이름표가 저 경비병 사내가 다크 로드 자칼에게 직접 흑마법을 배운 거물급 인사라는 걸 선명히 말해줬으니까.

마벨.

10년 후, 동부의 변 때 강림해서, 귀족 연합군 한 대대를 몰살시키는 흑마법사 중 하나다.

지금까지의 흑마법사들과는 차원이 다른 거물. 훗날에라도 반드시 쳐죽여야 하는 적이다.

그런데 저 녀석이 왜 여기 있지?

심지어 우리 곁에 뇌격의 원로 니콜라스까지 있는데, 저렇게 변장을 한 채 무방비하게 나타나다니.

'일망타진할 기회군.'

무언가 일이 재밌게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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