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크로코 가문 지하 수로 (3)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캄캄한 어둠.
검붉은 문 속은 폐수로와 연결돼 있었다.
중급 흑마법으로 공간을 왜곡돼서 크로코 지하 수로 중에서도 가장 외진 곳과 연결된 거다.
저벅저벅.
작은 횃불을 의지해서 폐수로를 걷는다.
구두 바닥에 케케묵은 먼지와 타르처럼 끈적한 이물질이 밟힌다.
끔찍한 촉감을 피해 계속 걷다 보니, 건물 기둥에 눈에 익은 숫자가 보인다.
-750E.
-760E.
‘저쪽이군.’
기둥에 적힌 숫자를 보고 방향을 잡는다.
나야 고인물 중에서도 최고 랭커였으니까.
원작에서 크로코 미궁을 클리어할 때, 원체 고생했기 때문에 달달 외워버린 것이다.
첨벙.
-기기기긱!
-기익!
다만, 내부로 진입할수록 오수에서 포이즌 슬라임들이 대거 출몰했다.
매우 공격적으로 으르렁거리는 게 마치 제 영역을 침범당한 듯하다.
“······더는 피해갈 수 없겠군.”
이를 모르고 들어온 건 아니다.
당연히 이를 뚫을 수 있는 파훼법이 있었기 때문에 들어온 거다.
【파이어 lv1.】
4대 원소 중 하나, 불의 기초 마법인 파이어를 시전한다.
본래 마법사는 하나의 속성만 가지고 있지만, 나는 엘리멘탈 마스터.
4대 속성 모두를 사용할 수 있으니까.
크라우드 가문이 물의 명가라지만, 다른 속성 마법서도 있는 만큼, 기초 마법서는 미리 다 익혀놨다.
다른 시선이 없는 만큼 마음껏 불의 마법을 사용한다.
화르륵.
어둠을 밝히는 촛불.
물론 불의 마법은 기초 마법만 겨우 익힌 상태다.
살상 마법도 아닌 일반 마법으로 무얼할 수 있느냐 물을 사람도 있을 거다.
화르르륵.
하지만 그건 크로코 지하 수로를 잘 모르는 사람이 할 얘기다.
나는 파이어를 구두에 밟힌 끈적한 액체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유분기를 타고 활활 타오르는 불길.
-기긱······?
-기이이익······!
포이즌 슬라임은 불을 보자 주춤거린다.
특히 재수 없게 끈적한 액체 위에 있던 슬라임은 유독성 가스를 내뿜으며 새까맣게 타버렸다.
슬라임 같은 재생 몬스터들은 불로 지지는데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슬라임은 액체인 만큼 불에 강하다지 않을까? 라는 편견을 깼기에 가능한 일이다.
-기이익······.
목적지를 정확히 향해 일직선으로 붙은 불.
슬라임들이 약한 소리를 내며 황급히 물러난다.
나는 불길의 호위를 받으며 폐수로 중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다.
불의 길은 단순히 우연이 아니다.
흑마법사들도 이 안으로 무사히 들어오려면 안전장치가 필요하니까.
이른바 적들의 장치를 역이용했을 뿐이다.
“······찾았다.”
그렇게 도착한 목적지.
폐수로 끝에는 오수와 연결된 검은 금고가 하나 있다.
마음이 조급해지고, 입꼬리가 귀밑으로 승천한다.
【워터볼 lv2.】
콰앙.
주위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금고 자물쇠를 워터볼로 강제로 부순다.
금고 속에는 온갖 금화와 잡동사니, 정체불명의 비석, 그리고 고대했던 아이템이 있었다.
[이름 : 타락한 흙의 정령석. (BAD.)]
[설명 : 흙의 정령 노움이 잠들어있는 정령석. 그러나 현재 무슨 연유인지 사악한 기운이 감싸고 있다. 가까이 가기만 해도 세월이 빠르게 노화될 것 같다.]
[효과 : 깨뜨릴 시 흙의 정령 노움과 계약할 수 있다. (현재 사용 불가.)]
[특수 효과 : 주위 흙에 악영향을 미친다. 흙이 오염되는 속도를 50배로 증폭한다.]
나이스.
찾던 보물을 찾았다.
흙의 정령과 즉시 계약할 수 있는 아이템!
정령과 계약하려면, 원래 친화력이 필요한데 이건 순도 100% 재능과 특성의 영역이다.
노력으로는 아예 불가능한 걸 가능하게 해주기에 대단히 귀한 아이템이다.
흙의 최하급 정령은 겨우 1, 2써클 마법사 수준이지만,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즉시 전력이라는 점이 특별한 거다.
엔딩에 가까워진 유저들도 전력 보강 및 성장을 위해 찾는 게 바로 정령석이니 그 가치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아마 하자스 가문 사람들은 이걸 통해서 크로코 지하 수로를 오염시켰겠지.’
숨겨진 특수 효과를 통해 상황을 유추한다.
본래 땅의 정령석은 주위 흙을 빠르게 기름지게 해주는 아이템.
그러나 흑마법으로 타락시켜놓으니 반대로 오염시키는 걸 빠르게 해주는 아이템이 된 것이다.
이를 크로코 수로와 연결해놓으니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물이 썩어들어 간 것이고.
거기에 새끼 포이즌 슬라임을 몰래 방류해 키우니 지하 던전이 만들어진거다.
【아쿠아 lv1.】
촤아악. 쏴아아아-!!
썩은 부위를 발견했으니 해결책은 간단하다.
흙의 정령석을 깨끗한 물로 닦는다.
깨끗한 마나로 만든 순도 높은 물은 정화 효과가 있으니까. 사악한 마나를 밀어내고 정화하는 거다.
-타락한 흙의 정령석이 깨끗이 정화됐습니다!
-정결한 흙의 정령석으로 변화합니다!
[이름 : 정결한 흙의 정령석 (SUPER RARE.)]
[설명 : 흙의 정령 노움이 잠들어있는 정령석. 현재 정화돼서 주위 흙을 기름지게 만든다.]
[효과 : 깨뜨릴 시 흙의 정령 노움과 계약할 수 있다.]
[특수 효과 : 주위 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흙이 퇴적되는 속도를 50배로 증폭한다.]
바라던 대로 깨끗이 정화됐다.
정결한 흙의 정령석을 얻었다.
엘리멘탈 마스터와 동격인 슈퍼 레어 등급이라는 게 이 정령석이 얼마나 뛰어난 가치를 지녔는지 증명해준다.
‘이 정령석을 크로코 가문에 넣어두면 흙이 훨씬 깨끗해지겠지만, 그럴 생각까진 없지.’
내 알 바 아니니까.
애초에 크라우드 가문을 먼저 배신한 건 크로코 가문 쪽이니 죄책감 없이 바로 챙긴다.
바삭.
구슬만한 흙의 정령석을 손으로 부순다.
번쩍.
그러자 단단하던 정령석이 각설탕을 떨어뜨린 듯 완전히 산산조각나더니 내 몸속으로 스르륵 흡수됐다.
-하아암, 우움?
그러자 땅의 최하급 정령 노움이 나타났다.
키가 겨우 10cm 정도에, 땅딸막한 인간으로 보이는 노움은 하품을 꺽꺽 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굉장히 귀여웠다.
약간 멍해보이기도 하는게, 막 잠에서 깨어나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잘 모르는 모양이다.
“잠은 충분히 잤냐? 네 주인이 악덕 사장이라 앞으로 하루종일 일해야 하는데.”
-우우움?
나는 새로 얻은 노움의 볼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간질이며 말했다.
물론 노움은 인간 말을 알아들을 수 없기에 미소짓는 내 얼굴과 상냥한 목소리 억양만 듣는다.
-우움!
내 종아리를 꼭 껴안는 노움.
계약자를 친구로 여기기 때문에 강한 호감을 보인 거다.
더구나 드래곤 하트에 잠든 막대한 마나 또한 호감의 요소일 거다. 정령은 계약자의 마나를 빌려서 사용하니까.
-계약이 완료됐습니다.
너무나 손쉽게 흙의 최하급 정령 노움을 얻었다.
이른바 소기 목적은 달성한 셈.
“그러나 아직 더 챙길 게 남았지.”
최우선 목표인 최하급 정령을 얻은 만큼 그다음으로 시선이 간다.
금고 속에 정령석만 있는 게 아니니까.
펄럭.
미리 가져온 가방을 꺼낸다.
가진 게 없어서 텅 빈 가방.
덕분에 담을 공간이 많다.
금고 속 약간의 은화와 잡동사니를 챙긴다.
마지막으로 정체불명의 석판을 발견했다. 대충 내 손바닥 만한 석판.
시스템으로 번역해서 읽어본다.
“······그래도 글자가 지렁이 체로 기어가는군.”
[이름 : ■■.]
[설명 : ■■.]
[효과 : ■■.]
그동안 자동으로 번역해주던 시스템조차 읽지 못하는
정체불명의 비석.
사실 이건 원작 게임을 할 때도 의문이었던 아이템이다.
이름, 설명, 효과도 없어서 용도를 도저히 알 수가 없는 비석.
최고 랭커로서 모은 모든 아이템을 써봐도 반응 없는 녀석이다.
‘아마 프로그래머가 대충 만들다가 오류가 나서 버려둔 거겠지.’
칫, 월급 루팡들.
하기야 게임 개발자들은 박봉에 매일 생명력을 갈아서 야근한다고 하니 이해가 간다.
······아, 이러면 월급 루팡이 아닌가?
하여튼 별로 관심이 없어서 버려두고 나오려는 데,
-고대 시대 문자를 발견하셨습니다. 특성 드래곤 하트가 반응합니다.
“?”
갑자기 시스템 창이 울렸다.
그와 동시에 읽을 수 없었던 글자를 해석할 수 있게 됐다.
[이름 : 고대의 석판 #1. (MASTER.)]
[설명 : 고대 시대 세워진 비석 일부분이다. 모든 석판 조각을 모으면 특별한 일이 벌어질 것 같다.]
[효과 : 현재 봉인된 상태입니다.]
진심으로 놀랐다.
<별들의 전쟁2> 속 히든 피스는 모두 안다고 자부했거늘.
아직도 모르는 게 있다니.
나도 모르게 씨익 미소가 나온다.
손발이 부르르 떨린다. 고인물로서의 탐구욕이다.
“‘나의 혈족이자, 위대한 종족이여. 들으라.’······?”
비석에 적힌 내용은 앞부분이라 별 내용이 없었다.
하지만 괜찮다.
시스템 오류라고 생각했을 뿐, 이런 정체불명의 석판들이 동부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다 아니까.
물론 지금 내 레벨로선 알아도 구하기 힘들지만, 마스터 등급 아이템은 아르카나 대륙에도 ‘신검(神劍) 자르크’처럼 사실상 구하는 게 불가능한 아이템들뿐이란 걸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쉬운 일이다.
-고대의 석판 일부를 모으셨습니다. (1/3).
그렇게 고대의 석판을 가방에 넣고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lv11. 1써클 흑마법사 하자메.
-lv9. 1써클 흑마법사 아르지.
.
.
주위에 적대자 이름이 시스템 창으로 나타난다.
평민 가문이라서 흑마법조차 깊이 연구하진 못했는지 다소 낮은 레벨들.
잠시 기다리자, 기둥 뒤에서 검은 로브를 입은 사람들이 스멀스멀 등장한다.
“혹시나 하였는데······. 네놈 석판을 읽을 수 있는 거냐?”
“!”
하자스 가문 흑마법사들.
아까 내가 추격하던 사람들이다.
보아하니, 기습하려고 숨어있다가 내가 석판을 해석하는 걸 보고 기다린 듯 하다.
“구석에 계속 처박혀있는 줄 알았는데. 제법 배짱이 좋군.”
“원래 꼭꼭 숨어서 나올 생각 없었지. 네놈 혼자 들어왔다는 걸 확인하기 전까진.”
“······.”
하자스 가문 흑마법사가 히죽 웃으며 말한다.
낭패다.
원작에서는 꼭꼭 숨어있기에 곧바로 온 것인데, 생각해보니 현재 나와 레벨 차이가 심히 있었다.
‘물론 영 대비를 안 한 건 아니지만.’
나는 힐끗 흙의 최하급 정령 노움을 바라본다.
-우우움?!
노움이 복어처럼 제 볼을 힘껏 부풀리고 하자스 가문 사람들을 향해 강한 적대감을 보인다.
마치 자신을 봉인한 놈들이 저놈들이라는 듯 삿대질하며 내게 고자질하는 거다.
‘다행히 동기는 충분하군.’
정령은 자유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스스로 싸우기 싫으면 안 싸운다.
물론 계약자가 위험하면 나서주곤 하지만 그건 꽤나 친해졌을 때 이야기.
공동의 적을 가졌다는 건 희소식이 맞다.
“죽어라. 크라우드 망나니. 지옥불의 악마 라플라스님의 종이 도움을 바랍니다······.”
하자스 가문 흑마법사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도 가만히 있을 생각이 없었다.
【워터볼 lv2.】
촤아악.
남들이 주문을 외울 때, 시동어 하나만으로 워터볼을 발동한다.
나는 마법이 아니라 스킬이니까.
“무슨 시전 속도가 이렇게 빨라······!”
“피해! 모두 산개해라! 컥!”
퍼어억!
가장 시끄럽게 떠드는 놈부터 목을 요격한다.
아무리 워터볼이 초급 마법으로서 위력이 약하다지만, 막대한 질량으로 목을 꺾어버릴 수는 있으니까.
기사처럼 갑옷을 입은 게 아닌 이상 즉사였다.
“이익. 다크 파이어!”
화르르륵!
두 놈쯤 날려버렸을 때, 흑마법사들이 영창을 마쳤다.
초급 마법은 위력은 약하더라도 간단해서 시전 속도는 빠르니까.
검은 불꽃이 다섯 덩어리나 동시에 타오른다.
“노움. 흙벽.”
-우움!
쿠구궁!
이걸 정면으로 맞아줄 생각 없다.
나는 정령에게 명령해서 흙벽을 세웠다.
토양에 관해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게 바로 흙의 정령의 특권이니까.
정령은 의지를 교감할 수 있는 만큼 계약자가 원하는 대로 행동한다.
“흥, 어림없다. 흙벽째로 불태워주마!”
화르륵!
물론 아무리 흙의 정령이라도 최하급은 최하급.
돌무더기 따위 아무리 초급 마법이라도 살상 마법인 만큼 그대로 작살낼 수 있다.
원소 마법에 비해 한 단계 파괴력이 강하다는 흑마법이라면 더더욱.
우드득.
“······!”
하지만 전투 고인물인 내가 그걸 모르고 흙벽을 세우진 않았다.
나는 흙벽을 내 바로 앞에 방어벽으로 세우지 않고, 적들 바로 앞에 세웠다.
이른바 시야 차단용.
아무리 다크 파이어가 위협적이더라도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선 쏠 수 없으니까.
적이 흙벽을 피해서 쏘려고 해도 끓어오르는 마나로 계속 흙벽을 세워버리니 힘으로 뚫을 수밖에 없다.
쿠과광!
“콜록, 콜록. ······금발 머리 얄미운 놈은?”
“저쪽입니다!”
흙먼지를 뒤집어써서 시야가 차단됐을 때, 최대한 멀리 달아난다.
“달아나는 건가?”
“쫓아라! 저놈은 필히 죽여야 한다!”
하자스 가문 사람들은 다크 실드를 펼치고 날 쫓아왔다.
노움이 길을 막아주는 것도 한계였다.
‘지금 나 혼자서는 저 많은 흑마법사를 그냥 상대할 수 없다. 편법을 써야 한다.’
졸졸졸.
정신을 집중하니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다.
나는 달리면서 주위 물의 흐름을 느낀다.
세상의 모든 것은 마나. 물 또한 4대 원소로서 마나의 일부니까.
드래곤 하트로 발달된 마나 기감이 지하 수로에서 어디가 깊고 얕은지 파악한다.
‘여기로군.’
물이 지나치게 깊어 호수처럼 고요한 지점.
속을 얼핏 들여다봐도 끝을 알 수 없어 공포심이 드는 곳.
그곳에 도착했다.
촤악.
목적지에 도착한 만큼 더는 도망치지 않는다.
쫓아오는 흑마법사들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흥, 막다른 곳에 몰렸구나.”
“어쩌지? 인제 와서 빌어봤자 고통스럽게 죽일 건데.”
“방금 네가 죽인 남자, 내 전 남친이었어. 뭐, 솔직히 후련하긴 하지만. 복수는 해줘야지.”
“······.”
흑마법사들은 이를 포기라고 생각했는지 깔깔 웃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고생했으니, 날 괴롭히며 노력의 보상을 받으려는 심리다.
나는 솔직한 생각을 말했다.
“곧 물귀신이 될 놈들이 말이 많군.”
이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하자스 사람들.
“뭐? 풋, 뭐야. 아직 포기 안 한 거였어?”
“아무리 네가 명문가 자제라고 해도, 이 많은 사람을 혼자 상대하겠다고?”
“······.”
이들은 아직 위기의식이 없었다. 덕분에 내게 기회가 온 거지만.
슬슬 사실을 고한다.
“4대 원소 마법은 주위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4대 원소 자체가 자연 그 자체이니.”
아마 이들은 모를 거다.
평민들에게 4대 원소 마법은 아무리 바래도 닿을 수 없는 꿈이니.
그래서 평민 가문으로서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흑마법을 익혔겠지.
실제로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 흑마법사들에게 친절히 설명한다.
“덕분에 물이 많은 곳에서는 마나가 닿는 만큼 물을 관장할 수 있지.”
【아쿠아 lv1.】
부글부글.
끝없는 질량을 움직일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물의 권능이다.
물이 깊은 지하 수로 표면에 아쿠아 마법을 끝없이 시전한다.
아쿠아 마법은 주위 수분을 끌어모아 깨끗한 물을 만드는 것.
아쿠아 마법을 펼치는 방향으로 오수가 끌어 올라 파도처럼 넘실거린다.
이러한 물의 권능은 말 그대로 마나가 허용하는 데까지 발휘하는 힘이다.
‘즉, 이론상 한 번에 다룰 수 있는 물의 양은 무한하다. 이를 이용하면 경지의 한계를 초월할 수 있다.’
쿵, 쾅, 쿵, 쾅.
그리고 지금 내 왼쪽 심장에는 드래곤 하트가 숨 쉬고 있다.
거칠게 펌핑하기 시작하는 드래곤 하트.
1써클 마법사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마나 혈관에서 막대한 마나가 뿜어진다.
【아쿠아 스핀 lv1.】
거기에 크라우드 가문 비전 마법을 더한다.
아쿠아 스핀.
가주 엡실론이 망나니짓을 용서받고 싶다면 익히라고 명령했던 고급 마법.
거대한 물결에 강력한 회전력이 더해지니 토네이도처럼 요동친다.
특성 허약한 몸이 반응한다. 마나 혈관이 터질 듯 부푼다.
묵직한 감각을 이겨내며 오른손을 내지른다.
쏴아아아-!!!
그와 동시에 내 눈앞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흑마법사들이 점점 목 젖혀 올린다. 경악해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그건 파도였다.
이런 좁은 수로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그래서 마치 악령의 환각처럼 보여지는 거대한 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