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종결급 특성으로 대마법사-6화 (6/140)

6. 크로코 가문 지하 수로 (2)

“과, 과연 물의 명가 크라우드로군요······. 자제분들께서 이 정도로 뛰어나실 줄은 몰랐습니다.”

말을 떨며 더듬더듬 칭찬하는 파마스.

여간 놀란 기색이 아니다.

하기야 이제 겨우 스무 살 남짓의 청년 둘이 중급 몬스터 포이즌 슬라임을 죽였으니까.

설마 이토록 활약할 줄 몰랐던 거다.

“홀홀! 크로코 가문 자제분들께서도 흙의 마법 명가답게 자질이 뛰어나시다고 들었습니다. 허허.”

웃으며 칭찬 답례를 하는 카나단.

그는 진심으로 기뻐하는 표정이었다.

하기야 그는 수십 년간 크라우드 가문에서 머문 현자.

양아버지처럼 우리를 가르친 만큼 우리의 성장과 칭찬이 크게 뿌듯할 수밖에 없는 거다.

"네카르."

한편, 어두운 지하 수로에서도 백옥 같은 피부가 빛나는 네하린이 내게 다가온다.

사파이어처럼 푸른 눈동자를 동그랗게 만든다.

“어떻게 포이즌 슬라임을 처치한 거지?”

“······.”

“놀랍구나. 분명 슬라임은 워터볼 같은 초급 마법 따위로 없앨 수 없다고 배웠는데.”

순수한 의문을 가진 네하린.

그녀는 머리 위에 물음표 갈고리를 띄운 표정으로 내게 묻는다.

차가운 이성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마법사로서는, 이론을 벗어나는 현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거다.

‘압도적인 힘 앞에 세세한 설정 따위 필요 없지.’

물론 나는 그 이유를 안다.

아무리 초급 마법이라도 압도적인 레벨이나 데미지라면 당연히 처치할 수 있다.

막말로 대마법사가 슬라임 따위 처치 못 한다면 이상하지 않는가?

다만 이런 걸 정말 설명할 수 없는 만큼 적당히 얼버무렸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누님이 위급한 만큼 본능적으로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

깔끔하고도 완벽한 대답.

당사자도 모르겠다는 데 뭐 어쩌겠는가?

내 말에 네하린은 적당히 고개를 주억거린다.

“오기 전에 했던 말 취소해야겠구나.”

무슨 말?

내가 기억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하자,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친절히 말한다.

“마음을 고쳐먹을 거면 확실히 고쳐먹으라는 말. 이미 고쳐먹은 사람에게 할 말이 아니었구나.”

“······.”

“고맙구나. 덕분에 목숨을 건졌단다. 오늘 일은 잊지 않으마.”

네하린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가볍게 허리 숙였다.

물론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일주일 만에 올린 경지였기에 무언가 거짓말한 것 같아 양심이 찔렸으니까.

하지만 전생에서도 가족과 살가운 분위기를 즐긴 건 꽤 오래된 만큼 썩 나쁘진 않았다.

“흠흠, 그보다 포이즌 슬라임이라니. 확실히 지하수로가 이상하군요. 이들은 10년 이상 오물이 쌓인 폐쇄 하수구에서 서식하는 몬스터인데?”

훈훈한 분위기에 현자 카나단이 슬며시 미소를 짓더니, 헛기침하며 이목을 모았다.

확실히.

설계가 아무리 잘못됐다 한들, 공사한 지 3개월밖에 안 된 크로코 지하수로에 슬라임이 등장한다는 건 무언가 일이 잘못됐다.

이 정도 실력자들이 눈치 못 챌 리 없는 거다.

“상식적으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라는 말씀이시군요.”

“예, 이건 인위적으로 일어난 일입니다. 어쩌면 누군가 크로코 가문이나 크라우드 가문을 시기하여 비밀리 잠입했던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

그 말에 매우 놀란 사람들.

심각한 표정으로 용의자를 추론한다.

슬슬 원작 스토리를 따라가는 원로 귀족들.

‘문제는 범인이 누군지 모른다는 거지만.’

나는 고민이 깊어지는 크라우드 가문 사람들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물론 나는 최종적인 의뢰자가 누군지 알고 있지만 지금 밝히는 건 위험하다.

‘그 녀석은 훗날 동부 사막 전체를 멸망시키는 흑막이니까.’

차후 ‘동부의 변’을 일으키는 그 녀석은 이들이 상상하는 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자니까.

혹여 여기에도 끄나풀이 있을 수 있다.

좀 더 내 세력을 확장하고 레벨을 높인 다음에 나설 생각이었다.

“일단 수로부터 더 확인해보죠.”

내가 입을 닫은 만큼 더 진전되지 않는 회의.

장녀 네하린이 현자 카나단에게 수색을 조율한다.

카나단 또한 옳다고 여겼는지 고개를 무겁게 끄덕이고 출발한다.

“더 깊은 곳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을지 모릅니다. 모두 단단히 경계하며 내려가지요.”

모두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린다.

마법 횃불을 들고 또각또각, 지하수로를 거닌다.

다들 어찌나 긴장하는지 하수구 악취조차 잊은 표정이었다.

“이쪽이군.”

그렇게 30분쯤 걷자 막다른 벽이 보인다.

그곳에서 정화조와 배양흙을 뿌리는 사람들도.

우리는 그들이 누군지 곧장 알아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로브로 감추고, 가슴에 녹색 십자가를 단 가문.

크라우드 가문 몰래 무단으로 수리하러 왔다는 ‘하자스’ 평민 가문이다.

“당신들이 하자스 가문 소속이오?”

“······크라우드 가문에서 오셨군요.”

서로 인사도 하지 않는다.

분위기가 흉흉하게 변한다. 두 가문 사이에 묘한 기류가 느껴졌다.

그럴 수밖에 없다.

크라우드 가문 관점에서 이들은 자신들의 거래처를 빼앗으려고 한 도둑고양이 같은 자들이니까.

하자스 가문으로서도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최악의 상황이다.

크라우드 원로 마법사가 가면을 계속 쓴 채, 고압적으로 호통쳤다.

“우리를 보고도 썩 꺼지지 않는다니! 크로코 가문은 우리 크라우드 가문에서 독점 계약했거늘! 천한 것들은 과연 부끄러움도 없는 것이냐!”

크라우드는 백작가.

명문 귀족 중 하나답게 평민들을 천한 것이라며 윽박지른다.

그러나 평민 측도 지지 않았다.

“저흰 그런 것 모릅니다. 단지 크로코 가문에서 지원 요청했기에 왔을 뿐.”

“이런 무엄한! 너희 또한 물의 가문이라면 수로 설계만 봐도 우리 크라우드 방식이라는 걸 알 텐데! 어디서 거짓 망언이느냐!”

“경께서 말씀하신 대로 출신이 천하여 몰랐군요.”

“뭐라?”

하자스 가문에서도 뻔뻔히 맞선다.

나는 이를 지켜보며 눈매가 가늘어진다.

‘하자스 가문. 동부의 변에서 인간 연합을 배신하는 대표적인 평민 가문 중 하나였지.’

동부의 변.

마경(魔境)에서 쏟아진 악마와 몬스터들이 동부 영지 연합군을 쓸어버리는, 최악의 에피소드 중 하나다.

안 그래도 없는 동부 사막 인프라가 싸그리 몰살되는 욕 나오는 이벤트.

이 때문에 원작 <별들의 전쟁2> 유저들은 동부에서 시작할 경우, 자살하고 다른 지역에서 새로 시작할 정도였다.

‘뭐, 평민 가문들로선 귀족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었겠지만.’

약하고 출신이 천하다고 반드시 선은 아니다.

반대로 명문 귀족이라고 반드시 선한 건 아니지만.

두 세력이 자주 갈등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네.”

현자 카나단이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하자스 가문을 부른다.

“말씀하십시오.”

“자네들이 크로코 가문에 도착한 지 며칠이나 지났지?”

“대략 4일 정도 됐습니다.”

“문제가 터지자마자 출발했겠군. 지금 있는 사람이 그때 온 사람 전부인가?”

“그렇습니다만.”

잔뜩 경계하는 하자스 가문.

그러나 카나단은 허허 웃으며 인자하게 계속 말을 붙인다.

“작업에 어려움은 없었나?”

“허, 저희 신분이 천하다고 실력도 비천한지 아십니까? 빠르게 정화하고 있으니 단념하시지요.”

하자스 가문 대표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에 카나단도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허허, 미안하네. 자네들을 무시하려는 건 아니었네.”

“그럼 왜 물으셨죠?”

“우리는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포이즌 슬라임이 덮쳤으니까. 자네들은 무슨 이유인지 전원 무사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하고 싶네.”

“······!”

카나단은 입꼬리와 달리 눈매가 매섭게 가라앉았다.

포이즌 슬라임은 일반적으로 초급 마법으론 파쇄가 안 되는 중급 몬스터.

그런데 마법 수준이 일천한 하자스 평민 가문이 포이즌 슬라임 소굴에서 정화 작업을 하는데 무사하다?

상식적으로 이상할 수밖에 없다.

“혹시 포이즌 슬라임에게 습격 당하지 않는 방법이라도 알고 있는가? 혹여 알고 있다면 공유해주게. 그 값은 톡톡히 쳐줄 테니.”

카나단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한다.

마치 ‘그런 방법이 있으면 말해보시지.’라는 뉘앙스로.

하자스 가문 또한 카나단이 무슨 말을 하는지 눈치챘는지 정색하고 말했다.

“지금 저희가 포이즌 슬라임을 조종한다는 말씀이십니까?”

“난 아직 그런 말은 하지 않았네만. 그럴 가능성도 있겠군.”

“······.”

“······.”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대놓고 불편하던 공기가 지금은 싸늘하고 살기가 찌르르 울렸다.

하지만 우리 측에서도 함부로 소리치지 못했다.

증거가 없으니까.

‘판이 잘 깔렸군.’

나로선 오히려 좋은 상황이었다.

내가 먼저 하자스 가문이 동부의 배신자라고 말하면 무슨 근거로 망언이냐고 할 테지만, 이런 상황에서라면 간단한 증거만 짚어줘도 될 테니까.

“어라, 거기 평민분. 손에 들고 계신 거 오크나무 배양흙 아닌가요?”

따라서 손을 번쩍 들고 묻는다.

눈치가 전혀 없는 척, 순진무구한 연기를 하면서.

이에 걸려든 하자스 가문 젊은 여자가 숨 막히는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건지 화답했다.

“맞습니다. 오크나무 배양흙. 물을 깨끗이 만드는데 아주 효과적이죠. 아주 귀한 약재인데 용케 알아보셨군요?”

“아하하, 제가 원래 잡학에 관심이 많아서요.”

“······.”

나는 세상 물정 모르는 귀족 자제처럼 약초학을 잡학 취급했다.

명문가들은 흙을 만져야 하는 약초학을 천하게 여겼으니까.

마법 만능주의에 찌들어, 약초 따위 하찮은 이들을 시키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런 철부지 연기에 다들 방심했을 때 본론을 말했다.

“그런데 오크나무 배양흙은 깨끗한 물은 더 깨끗하게 하지만, 더러운 물은 더 더럽게 하지 않나요? 이끼나 망둥어 따위를 빠르게 번식해서 말이에요.”

“······!”

나는 귀족들이 모르는 히든 피스를 발설한다.

그러자 정말이냐는 듯 내게 고개를 홱 돌리는 사람들.

특히 하자스 가문 사람들이 경악하는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는 하자스 가문 내만 아는 비밀이니까.

‘오크나무 배양흙. 저건 현대에서 표백제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물건이었지.’

아르카나 대륙에서는 각 가문마다 자신들이 연구한 정보를 독점하고 통제한다.

물의 명가 크라우드가 비전 마법을 남들에게 공개하지 않는 것처럼.

가문의 소중한 재산인데 왜 공유를 하냐는 거다.

약초도 마찬가지.

재배해서 파는 생산자만이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으니까.

타가문은 결코 알 수 없는 정보였던 거다.

‘내가 저걸 몰라서 농사 업적 쌓을 때 한번 말아먹었지.’

물론 나는 원체 <별들의 전쟁2> 고인물이었기에 온갖 잡지식이 있던 거지만.

“아하하······. 그럴 리가요. 그런 근거 없는 말씀을 하시면 곤란합니다.”

“흠, 그럼 지금 실험해보면 되겠군요.”

나는 네하드람이 가져온 약초를 꺼낸다.

황금상회의 막대한 돈 덕분에 온갖 약초를 다 가져왔으니까.

그러자 어색한 미소를 짓던 젊은 여자 얼굴이 싸늘하게 식는다.

“······귀족 자제분께서 지나치게 많은 걸 알고 계시는군요.”

화르륵.

그녀의 손아귀에 검은 불꽃이 일렁인다.

불결한 초를 태운 듯 코 찌르는 악취가 나는 걸 보니 확실하다.

다크 파이어.

흑마법 초급 살상 마법이다.

“······! 이런. 모두 대비하라!”

현자 카나단이 재빨리 실드를 펼치며 기함했다.

그의 얼굴에는 경악과 두려움, 긴장감이 묻어나왔다.

아무리 초급 마법이 캐스팅 속도가 빠른 대신, 위력이 약하다고 해도 살상 마법은 살상 마법.

죽음에 준하는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거다.

화르륵, 콰아앙!

검은 불꽃들이 실드를 강타한다. 거미줄처럼 금이 가는 실드.

꽈지직.

······겨우 깨지지는 않았다.

하자스 가문 일원들이 추가로 다크 파이어를 날렸지만, 이는 크라우드 가문 후속 실드에 막혔다.

“젠장, 연막탄!”

퍼엉.

기습이 막히자 미련 없이 달아나는 하자스 가문.

연막탄을 던지고 각기 4방향으로 흩어져 달아난다.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른다.

“카나단님!”

“자제분께선 각자 다른 방향으로 추격하십시오! 이후 판단은 전적으로 현장 지휘관에게 맡기겠습니다!”

“······!”

“······!”

살상 마법이 오가는 상황에서 전적으로 자율에 맡긴다.

적을 죽이든 사로잡든 마음대로 하라는 뜻이다.

이는 실제 상황이기도 하지만, 시험이기도 하다.

지금 형제자매들은 크로코 지하 수로가 정말 수리되길 바라는 게 아니라, 현자와 가주의 인정을 받고 싶은 거니까.

“최대한 빨리 사로잡겠습니다!”

“급할 필요 없습니다! 안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십시오!”

그렇게 말하고 뿔뿔이 흩어진다.

현자 카나단이 북쪽, 장녀 네하린이 동쪽, 차남 네하드람이 서쪽으로 뛴다.

남은 방향은 남쪽뿐.

자연스럽게 내가 남쪽으로 가게 됐다.

‘크로코 지하 미궁은 방향이 중요한 건 아니다. 문을 뚫는 게 중요하지.’

나는 하자스 가문 흑마법사들을 쫓으며 기억을 되뇌었다.

흑마법사들은 늘 빛과 질서의 교단 프레야에 쫓기기 때문에 도주 훈련이 잘 돼있다.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흑마법사는 사라지고, 막다른 길과 정체불명의 문이 나타난다.

“이거로군.”

나는 두꺼운 쇠사슬로 몇 겹이나 둘러싸인 검붉은 문을 발견했다.

불길한 아지랑이가 눈에 보일 정도로 피어나는 문.

【워터볼 lv2.】

나는 검붉은 문을 향해 양손을 뻗어 워터볼을 형성했다.

파아앙! 쩌어엉······.

시원한 타격감과 달리 전혀 타격 없는 검붉은 문.

검붉은 문에 서린 어둠의 힘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워터볼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며 피해를 흡수해버렸다.

치직.

-카나단님! 네하드람입니다. 검붉은 문을 발견했으나 뚫리지 않습니다!

-장녀 네하린입니다. 저도 검붉은 문을 발견했습니다. 중급 마법을 시전해보겠습니다.

치이잉, 파아아앙-!!

통신 구슬로 막대한 물보라 소리가 들린다.

장녀 네하린은 물론, 원로 마법사들 또한 중급 마법을 시전해서 검붉은 문을 후려친다.

-틀렸습니다. 전혀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카나단님께선 차도가 있으십니까?

-······이쪽도 흠집도 나지 않는군요. 참으로 기이한 흑마법입니다.

다들 아닌 척 하지만 당황한 기색이 여력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들은 물의 명가 크라우드에서도 정예 마법사들.

동부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자들이다.

그런 자들이 온 신경을 집중해서 마법을 후려치는데 뚫리지 않다니.

아무리 수준 차이가 난다고 해도 흠집은 나는 게 정상인데 말이다.

-네카르 도련님께선 차도가 있으십니까? 네카르님?

-흥, 카나단 현자님께서도 뚫지 못하시는데 저 망나니놈이라고 방도가 있겠습니까?

-······.

나에 대한 이야기는 빠르게 넘어갔다.

애초에 현자 카나단이 뚫지 못한 이상, 그 누구도 뚫지 못하리라 여기는 거다.

‘다크 리플렉터. 이건 주위 마나를 흡수해서 더욱 단단해지는 방어 마법이었지.’

다만 나는 포기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나만이 저 검붉은 문에 걸려 있는 흑마법을 알고 있으니까.

원작에서도 수십 명의 유저가 집단 공격을 해도 안 뚫린다며 악명 높았던 결계다.

‘이 흑마법은 강하게 때리면 안 된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부숴야 해.’

업적작을 위해 크로코 지하 미궁도 클리어했었던 만큼 이 결계의 파훼법도 알고 있다.

파훼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다크 리플렉터는 옥수수 전분 넣은 물처럼 강하게 때리면 단단히 반응하지만, 천천히 만지면 부드러우니까.

【아쿠아 lv1.】

촤아악. 고오오······.

검붉은 문에 손을 대고 가장 약한 마법 중 하나인 아쿠아를 시전한다.

아주 조금, 아주 조금씩만.

스르륵.

이를 게 눈 감추듯 잡아먹는 다크 리플렉터.

아무리 약하게 마나를 주입해도 최저 방어력이 있는 만큼 아무렇지 않게 막는다.

【아쿠아 lv1.】

【아쿠아 lv1.】

.

.

쿵, 쾅, 쿵, 쾅.

그러나 가슴 속 두 번째 심장이 뛴다.

드래곤 하트.

마르지 않는 샘이라고도 불리는 용의 심장이 끝없이 마나를 토해낸다.

검붉은 문이 먹어치울 때마다 계속 주입한다.

언젠가 다크 리플렉터가 배 터져서 마나를 게워낼 때까지.

완전히 무력화될 때까지 말이다.

파삭.

대략 15분쯤 마나를 집어넣었을까?

검붉은 문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자세히 살펴보니 문을 지키던 검은 아우라가 사라졌다.

【워터볼 lv2.】

파아앙! 쿠과광!

그러자 곧장 박살 나는 검붉은 문.

어둠 속에 숨겨진 공간이 드러난다.

나는 저벅저벅 안으로 들어갔다.

다른 형제자매들과 연결되는 통신구슬은 잠시 꺼둔 채로.

홀로 흑마법사의 소굴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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