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종결급 특성으로 대마법사-5화 (5/140)

5. 크로코 가문 지하 수로 (1)

출발할 시간이 되었다.

크라우드 가문 광장은 10개의 마차와 30마리의 말, 수많은 짐, 그리고 황금상회와 크라우드 깃발로 가득했다.

마법사도, 시종들도, 하인들도 하룻밤 사이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출발하려고 하니 매우 부산스러웠다.

‘역시 이래서 혼자가 편하다니까.’

물론 나야 옷 몇 벌과 세면도구만 챙기면 됐다.

먹을 것과 마실 것은 공용 마차에 담겨있으니까.

히히힝.

말을 처음 타서 긴장된다는 점만 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조랑말은 불편하다는 듯 투박스럽게 울었지만, 내가 불편한 건 아니니까.

“흥, 천둥벌거숭이가. 기어이 우물 밖으로 나가는구나.”

네하드람이 말머리를 몰고 내 곁으로 다가왔다.

나와는 달리 멋들어진 흑마와 10명이 넘는 중년 가신들을 데리고 날 내려다본다.

“설마 아무 것도 가져가지 않다니. 참나 기가 막혀서. 여기서 가장 마법 실력이 떨어지는 주제에 할 짓이냐?”

그는 비웃음을 섞어서 시비조로 말했다.

내가 특성 엘리멘탈 마스터와 드래곤 하트를 가졌다는 걸 몰라서 이러는 모양인데.

겨우 웃음만 참을 뿐이다.

히히힝.

“?”

그렇게 생각하고 막 마차 대열에 서려는데 또 다른 준마가 내게 다가왔다.

“조금은 달라지려고 하는구나. 네카르.”

차분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목소리.

백옥 같은 피부와 황금빛 머리카락이 빛나는 여인이 굳이 내게 말을 건다.

장녀 네하린.

첫째 부인의 첫 번째 자식으로서, 서열도, 마법 실력도 차기 가주에 가장 근접한 사람.

그녀가 백마 위에서 측은한 눈빛으로 날 바라본다.

“하지만 마음을 고쳐먹을 거라면 확실히 고쳐먹도록 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이번에도’ 널 믿어주는 사람만 괴로울 뿐이니.”

“?”

히히힝!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말머리를 돌렸다.

나이 든 원로 마법사들이 네하린을 뒤따라간다.

‘다들 뭐라는 거야. 난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물론 나는 숨만 쉬어도 놀라는 상황이 어이없을 뿐이다.

“자, 이제 슬슬 출발합니다! 모두 순서를 지켜서 따라오십시오!”

현자 카나단이 가장 앞에서 깃발을 들고 소리친다.

기나 긴 마차들이 크로코 가문으로 출발했다.

***

혀 밑에 침 대신 모래알이 굴러다닌다.

저 멀리서 악어 깃발이 보인다.

펄럭.

회색 성에서 나부끼는 크로코 가문의 깃발.

진흙으로 지어 매달 보수해야 하는지 성벽 곳곳에 나무가 박힌 벽.

그리고 머리 위에 큰 항아리를 이고 성벽 안으로 오가는 사람들.

신기루보다 더 신기루처럼 세워진 사막 도시다.

“홀홀, 오셨습니까. 크라우드 가문 여러분.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성문 앞에는 비단 옷을 입은 퉁퉁한 중년 사내 하나와 4명의 하인이 대기하고 있었다.

중년 사내는 사람 좋은 미소를 계속 머금었다.

“오랜만이시는군요. ‘파마스’ 경. 상황은 어떻습니까?”

“홀홀, 빈말로도 좋다고 못 하겠군요. 성 안이 안 보이십니까?”

파마스는 악에 받힌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성문에 있음에도 스멀스멀 올라오는 흙냄새와 썩은 물 냄새가 진동한다.

현자 카나단은 표정을 딱딱하게 굳히며 말했다.

“그 일은 빨리 해결해드리지요. 크라우드 가문의 명예를 걸고.”

“아휴. 당연히 믿습니다. 물의 명가 크라우드가 해결 못 할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소 비꼬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좋은 분위기였다.

카나단은 진중한 얼굴로 말했다.

“그런데 수로 관리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빨리 검사해보고 싶습니다만.”

“아, 수로 관리인 말씀입니까? ······아이고, 이걸 어쩌나.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

파마스의 말에 크라우드 가문 사람들은 갸웃했다.

오아시스가 썩어 들어가고 있는데 수로 관리인이 자리를 비운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니까.

이에 파마스가 눈치를 보며 약해진 목소리로 길게 돌려서 설명한다.

“다름이 아니고 저희 상황이 너무 급하기도 하거니와, 수로의 잘못된 설계한 크라우드 가문만을 믿을 순 없다고 하셨는지라······. 저야 당연히 말렸습니다만······. 영주님께서 원체 완강하셔서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눈매가 가늘어지는 카나단.

“귀하 가문에서 오시기 전에, 또 다른 물의 가문 ‘하자스’라는 곳에도 지원 요청했습니다. 그들이 수로 관리인과 지하 수로를 이미 손을 보고 있습니다.”

파마스가 눈치를 슬며시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말에 나는 표정을 굳혔다.

하자스 가문.

10년 후, 사막 연합을 배신하고 흑마법사 편으로 등장하는 평민 출신 가문이다.

동부 메인 에피소드인 ‘동부의 변’까지 큰 영향을 끼치는 가문.

물의 명가 크라우드를 못 믿어서 그 가문을 대신 부른 모양이다.

카나단은 유례없이 싸늘한 눈을 뜬다.

“파마스 경.”

“예. 카나단 씨.”

“이건 명백한 계약 위반입니다. 분명 지하 수로 건설 및 수리에서 우리 크라우드 가문에서 독점 계약을 했을 텐데요.”

“······.”

차분한 목소리로 얼음장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

크라우드 가문 일원들 또한 살벌한 기세로 파마스를 압박한다.

명분은 충분했다.

다른 가문이 지하 수로에 들어간다면, 크라우드 가문의 설계를 보고 분석하거나 베낄 수 있으니까.

보안상의 이유로 결코 허용돼서는 안 되는 일이다.

“홀홀, 노여움 거두어주십시오. 카나단 경. 저라고 그걸 모르겠습니까? 다만 영지 경제가 빠르게 쪼그라들며, 목말라 쓰러지는 자가 속출하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었을 뿐입니다.”

“······.”

확실히 저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사막 도시에서 수로가 고장이 났다.

이는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단순히 마실 물이 없는 건 물론, 도시 안에 있던 농작물이 모두 썩게 되니까.

장기적으로 수십만 페니를 들여 개간했던 농경지가 사막화되는 것이다.

도시 전체가 사막의 모래 한 줌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공포스러운 상황이란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계약 불이행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지만.

물과 생존이 최우선이라는 사막의 룰을 체감한다.

분위기가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고요하다.

성문 앞에서 침묵이 30초쯤 계속됐을 때,

“······크로코 가문 오아시스가 오염된 건 유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장녀 네하린이 입을 열었다.

“그 때문에 저희는 밤낮으로 달려왔습니다. 계약상으로도 우리 크라우드가 수리할 권한과 의무가 있지요. 이는 집행하겠습니다.”

“오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네하린 아가씨.”

그녀가 팽팽해진 분위기에서 한 발짝 물러난다.

그러나 그녀의 말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가 무사히 수리를 마쳤을 경우, 마땅히 계약을 어긴 책임을 지셔야 할 겁니다.”

파마스와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고한다.

책임을 묻겠다.

이는 계약서에 기록해둔 패널티를 사용하겠다는 뜻이다.

가문의 비전을 남에게 허투루 공개한 죗값을 말이다.

“······암요. 하자스 가문보다 먼저 수리해주신다면 말이죠.”

파마스는 움찔하더니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이에 네하린은 더 말도 없이 곧장 크로코 가문 지하 수로로 말을 몬다.

‘그렇군. 카나단과 네하린이 순간적으로 입장을 나눠 맡은 건가.’

나는 그들을 뒤따르며 이 말싸움이 크라우드 가문의 각본임을 깨닫는다.

사실 크라우드 입장에서도 자신들이 설계한 지하수로가 큰 문제가 터졌으니 양보하긴 해야 했다.

그러나 모든 걸 양보할 순 없는 법.

현자 카나단이 강경히 압박하고, 장녀 네하린이 온화한 중재자로서 입장을 관철시킨 모양이다.

말 그대로 양측 능구렁이들이 알면서도 모르는 척, 일을 매듭짓고 실무로 들어가는 것이다.

비록 차남 네하드람은 기회를 놓쳤다는 듯 분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물론 지하 수로를 완벽히 처리해야 최종적 우위를 점할 수 있겠지.’

이후 일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진흙으로 된 숙소에 마차와 짐만 맡겨 두고 따라 나온다.

“이쪽입니다.”

크로코 가문 수로는 오아시스 근처에 있었다.

파리 떼라도 붐비는지 을씨년스러운 오아시스.

대추야자 나무가 무성한 곳 아래에 사각형으로 된 하수구가 있었다.

“들어가지.”

카나단을 필두로 크라우드 가문 혈통과 중진 마법사들이 내려간다.

독한 오물 냄새가 치솟았지만, 향수를 코에 대고 새 부리 가면을 쓰니 참을 만했다.

“······아가씨, 도련님. 이제부터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초행길이신 만큼 함부로 나서지 말고 모든 일은 허락받고 움직이십시오.”

원로 마법사들이 나와 형제자매들에게 긴히 속삭인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나대지 말라는 것.

확실히 그럴 만 하다.

지금 원로 마법사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는 어린 철부지일 뿐이니까.

사고치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다.

특히 망나니로 유명한 내겐 4번이나 신신당부했다.

또각또각.

첨벙.

그렇게 조용히 미로처럼 생긴 하수구를 돌아다닌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썩은 물이 넘칠 듯 차올랐다.

카나단과 크라우드 원로 마법사들은 하수구를 돌아다니며 한마디씩 했다.

“······이거 야단났군. 물이 보라색이다. 이건 정상적인 물 상태가 아니야.”

“수로 건설할 때, 짐승이 숨어들어와서 익사한 건가? 시체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게 하루 이틀 된 게 아닌데?”

“제기랄, 벽에 다닥다닥 붙은 벌레들은 어떻고? 도대체 수로 설계를 어떻게 한 거야?”

말 그대로 총체적 노답.

지어진 지 3개월밖에 안 된 수로라고는 믿을 수 없이 참혹했으니까.

녹슨 자국만 없을 뿐, 10여 년간 방치된 하수구와 다른 바가 없었다.

보글······.

그렇게 한참 입씨름을 하며 지하 수로를 둘러볼 때,

보글보글.

썩은 물에서 조그마하게 물거품이 일어났다.

나는 그걸 체크하고 경계심을 높인다.

‘시작되는군.’

첨벙!

“······!”

우리 바로 옆, 오수에서 느닷없이 물기둥이 솟아오른다.

범인은 거대 해파리처럼 생긴 탄성 있는 보라색 액체.

인간 따위 한입에 삼켜버릴 법한 거대 몬스터가 두 마리나 동시에 하수구에서 튀어나왔다.

“포, 포이즌 슬라임!”

우리 중 누군가가 목에 굵은 핏줄을 세우며 고함쳤다.

포이즌 슬라임.

10년 이상 된 하수구에서 주로 서식하는 괴물로, 아메바처럼 몸으로 주위 생명체를 잡아먹어 덩치를 불리는 몬스터.

무려 중급 몬스터.

3~4써클 마법사급 포식자로 분류된 몬스터다.

완공된 지 3개월밖에 안 된 크로코 수로에 있을 몬스터가 아니란 말이다.

예상도 못 했던 파마스는 헉, 숨만 들이마시고 몸이 얼어버린다.

“모두 전투 준비! 가장 빠르게 요격할 수 있는 마법을 시전하라!”

“······!”

모두가 얼어붙기 전에 연륜 깊은 카나단이 호령을 내린다.

그제야 정신 차린 네하드람.

네하드람과 함께 수많은 마법사가 캐스팅이 가장 빠른 기초 마법을 시전한다.

““워터볼!””

물의 초급 살상 마법 워터볼.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다양한 마법으로 변환할 수 있기에 물의 마법사라면 필수적으로 익히는 마법.

지하수로 속에서 가지각색의 물의 구체가 생성된다.

작고 크고, 투명하고 보라색인 수십 개의 구체들.

쐐애액! 콰광! 파아앙!

일제히 공중에 떠 있는 슬라임들에게 날아든다.

산산조각나는 슬라임들.

대부분 빗나갔으나, 단 3발은 슬라임을 맞췄고, 그것만으로도 포이즌 슬라임 사체가 갈기갈기 찢겨져 소나기처럼 오수로 떨어진다.

멋모르는 파마스가 순간 안도의 한숨을 쉰 순간,

푸확!

-기이익.

“······!”

두 마리의 포이즌 슬라임이 원상 복구된다.

분노했는지 더욱 빠르게 공중으로 치솟는다.

당장이라도 덮칠 듯, 천장과 기둥을 발판삼아 인간들을 빙빙 돌았다.

“이럴 수가······? 분명 완벽히 파쇄했는데!”

크게 당황하는 네하드람.

그런 그에게 장녀 네하린이 차분히 속삭였다.

“슬라임은 액체 몬스터. 어지간한 물리 피해는 금세 재생한단다.”

“······!”

감정 없는 목소리로 조근조근 설명해준다.

그리고 곧장 냉철한 눈매로 결단을 내린다.

새하얀 손에 물이 회오리치며 가늘게 생긴 창이 생성된다.

“아쿠아 스피어.”

물의 중급 마법 아쿠아 스피어.

워터볼과 달리 날카로움과 관통력이 특화된 살상 마법이다.

가장 대표적인 중급 마법 중 하나로서 명성만큼이나 위력과 난이도를 자랑하는 기술.

고고고······!

장녀 네하린은 식은땀을 흘리며 부동의 자세로 정신 집중했다.

그 사이, 원로 마법사들이 아쿠아 스피어 회오리 속에 미리 가져온 물병을 집어넣는다.

성수와 향유.

카나단의 명으로 슬라임을 상대하기 위한 크라우드 가문만의 결전 병기.

그러자 빛무리가 찬란하게 피어나며 무지개를 이룬다.

쐐애애액! 파앙!

일순간에 날아드는 아쿠아 스피어.

아름다운 파공음 이후 얇디얇은 창이 회오리치며 2차 폭발했다.

그러자 포이즌 슬라임 몸 속 구석구석까지 성수와 향유가 퍼진다.

빠르게 정화되는 독극물 액체.

오른쪽에 있었던 포이즌 슬라임이 깨끗이 소멸한다.

순간 네하린이 이마의 굵은 땀을 닦으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기이이익!

“······!”

그러나 이내 섬뜩한 감정이 머릿속을 스친다.

등장한 포이즌 슬라임은 총 2마리.

왼쪽에 있던 슬라임은 버젓이 살아있으니까.

오히려 계속 된 마법 폭격과 동족의 죽음으로 평소보다 몇 배는 빠르고 포악하게 울부짖었다.

몸을 풍선처럼 부풀리더니 이내 열기구만한 크기가 된다.

--!!

입을 쩍 벌리고 당장 네하린을 덮친다.

가장 위협적인 기술을 실현하는 사람부터.

평균적인 여성 신장인 네하린 따위 한입에 씹어 녹여버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다.

“······! 이런. 아가씨! 피하십시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원로 마법사들이 다급하게 소리친다.

그들은 네하린과 마찬가지로 중급 마법사.

사실 그녀와 마찬가지로 아쿠아 스피어나 아쿠아 베리어를 시전할 수 있었다.

단지 크라우드 가문을 떠날 때, 혈통들의 자질을 최대한 검사하라는 가주의 명을 받들어 다소 머뭇거렸을 뿐.

하지만 그것이 독이 되어 포이즌 슬라임을 상대할 타이밍을 놓쳤다.

네하린 또한 피하기 늦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제 자리에 주저앉는다.

눈을 질끈 감는다.

끔찍한 상상이 머릿속에 멋대로 구현됐다.

【워터볼 lv1.】

그때 묵직하고도 서늘한 목소리.

내가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본래 대비만 했을 뿐, 후계자 경쟁에 굳이 나설 생각이 없었지만.

네하린은 그래도 새로 생긴 내 가족.

구할 수 있으면 구하는 게 맞았으니까.

내 손아귀에 막대한 양의 마나가 빨려 들어간다.

고고고고!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파공음.

그러나 편견이 가득한 원로 마법사들은 ‘바보 같은! 워터볼 따위로는 슬라임을 절대 죽일 수 없거늘!’, ‘오히려 포이즌 슬라임이 산산조각나서 독극물 사체가 사방으로 튈 텐데!’라는 표정을 짓는다.

이를 입으로 말하지 못한 건 상황이 워낙 급박했고, 순간적이었기 때문이리라.

쐐애애액! 파아아앙-!!

하지만 기적은 실현됐다.

막대한 질량을 응축한 워터볼이 대폭발한다.

압축된 물이 쏟아지면서 주위 습도를 극도로 높인다.

지하수로의 높이가 달라지는 물의 양.

일반적이지 않은 압도적인 위력에 포이즌 슬라임은 완전히 소멸한다.

바닷속에 독극물 한 방울이 떨어진다고 티가 나는 법이 없으니까.

쿠과광.

네하린이 마수에게 잘근잘근 씹히는, 끔찍한 상상을 깨부순다.

1써클 마법사가 시전한 초급 마법이라곤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완벽히.

-초급 마법 워터볼로 통상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적을 쓰러뜨렸습니다!

-워터볼 마법에 깨달음을 얻습니다. 막대한 경험치를 얻습니다!

-워터볼 스킬이 lv2가 됐습니다!

“······.”

“······.”

한순간, 모두가 짠 듯 입을 다물었다.

엉덩방아를 찧은 네하린이 아픔을 잊고 멍하니 날 쳐다본다.

원로 마법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날 쳐다봤고, 차남 네하드람은 경악하는 표정으로 입을 쩍 벌린다.

수많은 눈빛에 나는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이런. 지하수로 벽을 부술 생각은 없었는데. 이건 경비 처리되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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