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적국이 너무 따뜻해서 문제다 (134)화 (133/148)

샤르망이 페페에게 다시 한번 의사를 물어보는 건 할스레이크에 부탁하는 일이 번거롭기 때문이 아니다.

페페가 떠나면 무척 아쉬울 것 같아서. 자신도 그렇지만 모두가 너무나도 그럴 것 같아서.

하지만 가지 말라는 말을 쉽게 내뱉지 못하는 건, 페페가 살아남은 이유를 알기 때문이고 또 골동품에 스며든 추억이나 사람들의 기억을 먹고 살아야만 온전히 버틸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샤르망은 나중에 후회를 할까 봐 오늘 용기를 냈다.

어쩌면 미야와 화해할 수 있어서 더 용기가 난 걸지도 모르겠다.

사실 샤르망이 알아내야 하는 것도 신에게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방법뿐이지 요정족의 근본적인 일을 해결하는 건 오로지 샤르망 페페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샤르망은 그저 인도자가 되어주는 것뿐.

“틈틈이 우리가 페페 가게도 도와주고 그러면 페페가 조금 더 편해지지 않을까요? 그러면 더 천천히 지내면서 생각해 보는 것도…….”

그러자 페페가 빙긋 미소 지었다.

“내가 떠나면 슬플 것 같아?”

“네?”

“지금 네 표정이 그래서. 그거 알아? 날이 갈수록 네 표정이 풍부해지고 있다는 거. 지금 말하는 거, 미야가 나한테 서운함을 토로할 때 표정이랑 닮았다?”

샤르망은 손을 들어 제 얼굴을 만졌다.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제 표정이요?”

“응. 나도 실은 매일 마음이 왔다 갔다 해. 매일? 아니, 하루에 열두 번도 넘게 바뀌는 걸. 알론소를 보면 남고 싶고, 알렉산드로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남고 싶고, 미야가 꽃을 주면 남고 싶지. 바쿤이 잔소리를 할 때도 그래. 그 외에 다른 사람들이 올 때도 마찬가지고.”

“…….”

“그렇지만 우리 요정족 때문에 엘리움이 죽었었던 것도 맞으니까. 제를 지내지 않으면 언제고 다시 죽음의 땅이 될 텐데 그럼 안 되잖아. 내가 용서를 받고 살리드 님께 가야 엘리움도 자유로워지지. 그치?”

페페가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은 생각이 변하지 않았다는 말과 같았다.

샤르망은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다음에 갈 때 요정족에 대해 정보도 열람할 수 있으니까…… 열심히 알아보고 올게요. 페페가 몰랐던 것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신께 닿는 방법도 더 알아보고 올게요.”

“응, 고마워.”

“샤르망 페페! 아직 자~?”

“알론소가 왔나 보다. 아침 먹고 갈 거지?”

“그럼요.”

다행히 공기가 무거워지기 전에 알론소가 아침을 배달해 왔다.

알론소는 여전히 샤르망을 어색해했지만 그래도 아침을 잘 먹으라며 인사를 했고, 페페와 샤르망은 거의 처음으로 둘만 나란히 앉아 아침을 먹었다.

아침을 먹는 내내 둘은 다시 요정족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대화가 조금 겉도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평화로운 아침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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