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적국이 너무 따뜻해서 문제다 (123)화 (122/148)

“여기야?”

“응. 별다른 문제는 없는 것 같은데.”

알렉산드로의 부탁으로 온 곳은 지대가 높아  과 맞닿은 곳이 보이는 곳이 한눈에 보였다.

여길 좀 더 넘어가면 리스펠과 카타드의 국경을 가로막고 있는 작은 산이 나온다.

“더 확인해 보려면 저길 넘어야 하지?”

“응. 그런데 굳이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아힐의 말이 맞았다.

거긴 엘리움의 땅이 아니니까.

문제가 일어나도 그곳에서 해결할 일이었다.

자신들은 엘리움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지 확인을 하러 온 것뿐이었다.

그러나 샤르망은 아힐의 말에도 한참 보이지도 않는 지점까지 멀리 시선을 두고 멈춰 있었다.

‘하지만 여긴…….’

갑자기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리스펠과 카타드는 과거 전쟁에서 륀트벨이 가장 먼저 함락한 국가가 아니었다.

그러나 샤르망이 기억하기로는, 라칸이 처음으로 함락시키겠다고 선택한 나라가 바로 카타드였다.

엘리움과 륀트벨은 사이에 여러 국가가 있어 국경을 거의 마주하지 않았다.

하지만 카타드는 륀트벨과 바로 맞닿아 있는 데다,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카타드를 가로질러 가는 강이 륀트벨의 끝자락에도 닿는다는 점 때문이었는데, 그러잖아도 척박한 륀트벨은 건기가 올 때마다 식수와 생활수 문제로 카타드와 충돌했다.

물은 목숨과도 긴밀히 연결된 문제였기 때문에 양쪽 모두 양보하지 않았다.

침략의 당위성도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고 대륙의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기에 가장 적합한 지역이었지만, 과거 샤르망은 첫 점령지로 카타드가 아닌 다른 곳을 선택했었다.

카타드의 지리적인 특성상 섣불리 공격하면 점령을 하더라도 륀트벨에 역으로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었다.

샤르망은 병력의 손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라칸에게 다른 나라부터 점령하자고 제안했고, 덕분에 카타드는 륀트벨의 대륙 제패를 위한 첫 전장이 되지 않았다.

설마 카타드 점령이 몇 년이나 앞당겨지는 건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륀트벨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과거 샤르망이 굳이 카타드를 먼저 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심지어 지금은 과거 륀트벨 군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썼던 수단들을 샤르망이 하나씩 빼앗고 있어서 병력이 많다는 것 외엔 내세울 것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카타드를 공격하다니.

“샤르망.”

“…….”

“샤르망.”

“아, 어?”

먼 곳을 바라보고 있던 샤르망이 상념에서 깨어나 아힐을 쳐다봤다.

아힐이 막 통신석과 연결을 끝마치는 모습을 보며 샤르망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 사이 마탑에서 뭔가 연락이 왔나?

상념에 너무 깊게 빠져들었던 것 같다.

“아힐, 카타드 말이야.”

샤르망은 방금의 생각을 아힐에게 전했다.

아직 륀트벨에서 연락을 받지는 못했지만 의심스러운 일은 빨리 공유해야 할 것 같았다.

어쩌면 아힐에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라는 말을 듣고 안심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샤르망의 설명을 듣고 난 아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표정이 그랬군.”

“아무리 라칸이라도 무모한 짓을 하진 않겠지. 그냥 노파심에 말해봤어.”

“노파심이 아닌 것 같은데.”

“응?”

“왕궁에서 우리에게 와달라는 연락이 왔어.”

왕궁으로 향한 아힐과 샤르망은 륀트벨이 카타드를 침공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샤르망이 짐작했던 이유와도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정황을 살펴보니 두 나라 간의 작은 충돌로만 여겨져 엘리움 귀족들은 안심했다는 말을 들었지만, 샤르망은 그게 이른 시작이었음을 짐작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급박하게 전달된 샤드의 연락으로 샤르망은 완벽하게 확신할 수 있었다.

자신 때문에 재앙이 당겨졌다는 생각은 이제 사치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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