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은 무려 샤르망 노엘 켄더스였다.
페페의 순한 얼굴을 보고 믿으면 안 된다. 그건 샤르망 노엘 켄더스의 진짜 얼굴도 아니었다.
샤르망 노엘 켄더스가 자기 몸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페페도 알고 있다고 했지만 그것도 믿을 것이 못 됐다.
진짜 자신의 친구 샤르망 페페가 와서 말하지 않는 한은 아무것도 믿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진실을 담은 눈동자가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그것도 페페의 눈이라서 그런 거라고 여겼다.
‘절대 용서해 줘서는 안 돼.’
직접 마주한 적은 없어도 그간 들은 이야기가 많았다.
처음 그녀의 이름을 들었을 때가 생각났다.
몇 년 전 륀트벨의 황태자는 황위에 오르자마자 힘을 과시하듯 타국을 침략했다.
그 전쟁에서 선봉에 나서 그 타국을 무자비하게 공격해 함락한 후 샤르망 노엘 켄더스는 유명 인사가 되었다.
심지어 그 나라는 지금도 륀트벨에 흡수된 채 핍박을 받는다지.
그러나 단순히 타국의 소문만이었으면 미야도 그렇게 적대적이진 않았을 거다.
그간 륀트벨이 엘리움에 얼마나 많은 협박을 했던가.
멋대로 교역의 길목을 내놓으라고 했다가 엘리움이 거절하자마자 보복을 하기도 했고.
실제로 전쟁까지 갈 뻔한 적이 고작 몇 년 새 몇 번이나 있었다.
그래서 륀트벨이 손을 내밀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의심부터 했었다.
그때 방심해선 안 됐었는데.
무엇보다 자신들을 속였다는 사실이 가장 많이 화가 났다.
기억을 잃었다는 둥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바로 알아챘어야 했다.
그랬다면 이렇게 기분이 찝찝하고 불쾌하진 않았을 텐데.
“…….”
무심코 샤르망의 가게를 쳐다보니 반쯤 열어놓은 문 사이로 밝은 은하늘색 머리카락이 지나가는 게 언뜻 보였다.
미야는 그대로 몸을 돌려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 문을 굳게 닫아버렸다.